소설리스트

〈 125화 〉[IS]취중연가 (125/139)



〈 125화 〉[IS]취중연가

"오리무라씨, 여기에요."
"미안 늦었군."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는 목소리쪽으로 걸어가는 자신은
먼저 기다리고 있던 리즈무에게 사과를 하면서 그의 앞 의자에 앉았다.
휴일의 아침에 만난 자신과 리즈무.

카페에서 만나기로 하는 자신들이었으니 갑작스럽지만
자신도 한번 만나보고 싶었다. 물론, 하지메의 친구를 만나는 것으로.


"그뒤로 2주가 지났군."
"그간 어떻게 지내셨어요?"
"뭐, 특별한 것은 없었지. 방학은 끝났고 이제 학원에 나가서 일하고 있지.
언제나처럼 멍청이들을 가르키는 것은 힘들지만..."
"교사에게 학생들은 언제나 멍청이죠."


자신의 푸념 아닌 푸념에 웃어주면서 커피를 들이키는 리즈무.
동시에 곁에 다가온 직원은 자신의 앞에 허브티를 내어주는데
그것에 당황하였으나 이내 리즈무가 먼저 주문해준 것이라 생각하였다.
생각해보면 늦게 올  같다고 말하였던 자신이었기에 그가 먼저 주문한 것은
무리도 아닐테니까.

"너는 어떻게 지내나? 배의 상처는 좀 나아지고 있나?"
"뭐 그럭저럭 회복중입니다. 대신에 한동안 본업은 무리지만요."
"....손을 씻을 생각은, 없나?"
"뭐, 나중에 생각나면 해볼게요."

어깨를 으쓱,하면서 자신의 말에 대한 대답을 보류하는 리즈무.
거절도 긍정도 아닌 보류. 그것은 사람으로써 보면 문제가 많았다.
사람이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것으로 돈을 버는 그의 본업.
하지만 그덕에 자신은 두번이나 도움을 받았다.


한번은 하지메를 납치한 인신매매단의 말살.
다른 하나는 아메미야 사의 여사의 위협을 제거해준 것.
자신이 부탁하거나 하지 않았지만 그에게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


"그러고보니 하지메는 잘 지내나요? 저번에 헤어진 뒤로 못만나고 있는데.
핸드폰은 또 뭔짓을 했는지 라인도 안되고 메일도 안받던데."
"아, 지금은 모친이랑 지내는 중이다. 16년만에 재회한거다.
덩달아서 화해까지했으니, 한동안은 둘이서 지내게 해줘야지."
"아아---그러면 어쩔  없네요."

자신의 말에 의자에 늘어지는 그.
뭐, 확실히 자신도 벌써 일주일넘게 하지메와 만나지 못하고 있었지만
어떻게든 참아야하는 상황.

간신히 재회하고, 사이가 회복되려는 둘의 사이에
자신이 끼어드는 것은 멋지지 않으니까 물러나있는 중이었으며
하지메는 자주 사진을 찍어서 자신에게 보내주고 있었다.
아마 자신은 잘 있으니 걱정말라는 것이기도 하고, 행복하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겠지.
그러나 동시에 자신이 보고 싶다고도 말하는 녀석.


고마웠다. 제대로 지켜준 것은 한번 뿐인데.
그와 모친의 관계를 지켜준  밖에 없는 자신인데도 이리도 사랑해주니 말이다.


「법원의 결과, 아메미야 사의 회장, 아메미야 유즈루씨는 오늘 오전 무죄판결을 받았습니다.
법원은 최근 언론에 고발된 아메미야 사의 불법행위와 회장 사이에
전혀 연결점이 없다고 판단하여 이리 판단을 내렸다고 했으며 동시에 2주전 사망한----.」
"무죄판결을 받았군 그래."
"그러게요. 뭐, 다행이라면 다행이지만,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네요."

카페의 TV에서 들려오는 뉴스에 시선을 돌리자 보이는 것은
최근에 일어난 아메미야 사의 비리를 폭로한 사건에 대해서 법원의 판결.
그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자신이었으나 동시에 한가지 의문이 들었다.


과연 누가 고발한 것일까? 여사의 측근들이 줄줄이 포승줄에 끌려가며
회사는 한동안 자정을 해나가거나 불법행위에 대해서 뒷감당을 해야하는 상황.
물론 정의로운 일이고 옳바른 일이니 나쁘지는 않지만 궁금하기는 하였다.
세세하게 나온 것을 본다면 내부고발자 같다고 생각하지만 저런 것을 알만한 이가
누가 있을까,하고 고민하는 자신.


"본인이겠죠."
"뭐?"
"저거, 유즈루씨가 한거라고요. 아니면 할 만한 사람도 없을걸요?
뭐, 이유는 여러가지지만.... 아니, 이건 넘어가죠."


후룩,하고 다시금 커피를 들이키는 그는 이제 자신의 차례라는 듯이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일단 별로 궁금치 않으시겠지만, 학교쪽은 하지메가 자퇴해서
애들이 치유캐 없다고 암울해하고 있어요.
몇몇은 보고싶다고도 하지만....지금은 다들 괜찮아졌어요.
다시 못만난다고 죽는것도 아니기도 하고요.

그 이외에는 별다른 것은 없네요. 덩달아서 '그 일'에 대해서는
경찰도 저를 찾지 못하는 듯하고요. 하지메도 모르죠?"
"...그래, 다행이 '그 일'에 대해서는 못들었던 것 같더군."
"다행이네요. 그녀석, 만약 알면 울테니까요."


그래, 친구가 자신을 위해서 살인을 했다면 하지메는 분명 울것이었기에
자신이나 리즈무, 유즈루 또한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아마 이것은 무덤까지 품고 가야할 비밀이겠지.
하지메에게는 절대로 말할 수 없는 비밀.

"그러고보니, 그녀석 말했다는  같던데, 어때요 목소리?"
"뭐, 울음기 섞여서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잊지 못하겠더군.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목소리니까."

그날, 서로를 끌어안으면서 우는 두 사람이 서로를 부르면서 냈던 목소리를
자신은  목소리를 평생 잊지 못할 것이리라.
애달프고, 간절했으며, 그리워하는 두 사람의 목소리.


수많은 감정이 담겨져있었으나 결국에는 서로에 대한 사랑을
담은  목소리를 곁에서 들은 자신.
동시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와 그의 모친을 지킬  있어서 말이다.


"마지막? 뭔 소리에요 그거?"
"그....성대 근육이 끊어졌다더군."
".....네?"
"그러니까...16년동안이나 안쓰던걸 몸도 약해진 상태에서
갑자기 써버렸더니 결국에는 버티지 못하고 끊어졌다더군.
어느정도 사용했던 것이라면 어떨지 모르지만 하지메는 그러지 않았기에
원체 약했던게 결국 끊어졌다더군."
"....하이고 맙소사...."


자신의 말에 손으로 얼굴을 가리는 리즈무는 한숨을 내쉬면서도
손가락 사이로 자신을 바라보았다.

"부럽네요. 그녀석 목소리 들으셔서."
"훗, 여자친구의 특권이다. 부럽나?"
"절도죄로 신고해도 되죠? 11살 연하남 덮치신건데."

읏,비겁하게 거기를 찌르는건가?
자신은 갑작스러운 리즈무의 말에 기습을 당하면서
말문이 막혔으니, 그는 쌤통이라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커피를 다시금
들이켰고, 자신 또한 허브티를 들이켰다.


"겨우 2주가 지났는데,  많은 일이 있었네요."
"그러게 말이다."
"...뭐, 저는 이만 돌아가보도록 할게요. 아참, 이거는 부탁하신 겁니다."
"그래. 부탁을 들어줘서 고맙고 조심히 가도록."

탁,하고 작은 병 두개를 테이블에 올리는 리즈무는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반면, 자신 또한 그에게 고맙다고 말하면서 허브티를 들이킨 뒤에 병을 챙겨 카페를 떠났다.

그래, 그 뒤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여행을 갔던 이치카는 결국에는 같이 갔던 녀석들과 열심히
밤일을 했었는데, 라우라와 마도카를 임신시켜버렸다.
처음에는 다들 당황하면서 비겁하다느니 뭐라느니 한  했지만
이내 다들 임신하려고 기를 쓰면서 이치카녀석과 하고 있다는 듯 했다.

라우라는 몰라도 마도카 녀석까지 이치카녀석과 할 줄이야...
뭐, 이치카의 말로는 스스로를 증명할 새로운 방법이라고 설득했다고 하는데
자신이 봤을 때는 아무래도 임신시킨 뒤에 막 지어낸 그럴듯한 변명으로만
들리는 것은 과연 기분 탓일까?


알케니는 최근에 상귀스 테마파크를 운영하면서 일본이 마음에 들었는지
비자를 발급받아서는 계속해서 체류 중이었다.
뭐, 일본 정부하고는 별도로 거래를 해서 기한을 없애버린 듯한데...
기업인들이 으레 그러하듯이 로비라도 했겠지.

마리나는 그러한 알케니에게 직장을 구한 듯 했다.
아무래도 둘이 합이 잘 맞는 것인지 최근에는 사이좋게 지내는 듯했고
테마파크의 관리를 그녀가 하고 있다고 했다.
덕분에 알케니는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기뻐하지만....
너무 녀석에게 빠져서 일을 게을러하지 않았으면 한다.


물론, 다른 국가에 있는 테마파크의 관리를 해야하는 그녀였으니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IS학원이야 언제나 그러하듯이 멍청이들이 매년 들어오고 있으며
 멍청이들을 가르키는 것이 자신의 주된 업무.
교사이니까 당연한 일이겠지만, 솔직히 슬슬 제정신인 놈들도
들어와줬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


마야 선생은 결국 이번달에 결혼식을 올렸다.
상대가 누군지는 정확히는 모르지만, 꽤나 건실한 사람이며
둘 사이에 깨가 쏟아지는 듯 했다.


그렇게 천천히 집으로 되돌아가며 생각해보니 정말이지 대단했다.
하지메가 모친과 화해하고서는 서로 끌어안고 울었던 것이
이주 전이라는 것도 대단했지만....모든 것이 3월의 그날 밤부터 시작해서
8월말에 끝난 것이지 않은가?

자신이 인생을 통틀어서 이렇게 폭풍같았던 반년이 있었을까?
아마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절대로 잊을  없는 반년이었다.
물론 잘못된 시작이었고 만남이었지만 그럼에도 자신들은 서로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은 앞으로도 그를 사랑할 것이리라.


"....훗."


저도 모르게 나오는 웃음.
뭐, 당연한 일이었다.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이제는 하지메였다.
이치카는 이제부터 이치카의 인생을 살아가면서 그를 좋아하는 이들과 함께
살아갈 것이고, 자신은 또한 자신이 사랑하고 자신이 지켜줘야할 하지메와 살아갈 것이다.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그렇기에 행복했다.


다시 큰 사건에 휘말릴 수 있다. 그와 싸우거나 그에게 상처를 다시 입힐지 모른다.
하지만 그러한 것을 걱정하는 것보다 더욱 그와 함께하고 싶다.
아아, 그래. 자신은 그를 이만큼이나 사랑했고 사랑할 것이리라.
불안감이라던지 두려움이라던지 미래에 대한 걱정따위는 아무래도 좋았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신경도 쓰지 않는 자신.
자신은, 그저 하지메와 함께 하고 싶은 것. 그것이 현재 자신이 품은 진심이었다.

어느덧 도착한 집의 현관문을 열자 보이는, 언제 돌아왔는지 모를 자신의 가장 소중한 사람이었으니
그를 보자마자 자신은 입가에 미소가 자연스럽게 걸렸다.
아니, 지금까지도 걸렸지만 그것보다 더욱 행복한 미소가 걸렸으며
자신은 그를 향해서 말했다.


"다녀왔다, 하지메."
[다녀오셨어요, 치후유씨?]

아아, 그래. 자신은, 오리무라 치후유는 사이토 하지메를 그 누구보다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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