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2화 〉[IS]취중연가
"크으----."
의자에 앉으면서 팔의 통증에 소리를 내는 자신은
시선을 내려서 붕대가 감긴 자신의 몸을 확인해보았다.
실려오기 전까지는 몰랐지만, 이래저래 맞은 부분들이 있었던 듯하니
당시에는 긴장감과 오기로 버틴듯하였지만 그것들이 전부 해소된 지금은
통증이 여과없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
덩달아서 부러진지 얼마 안된 팔에 금이 갔다면서
의사에게 혼이 나기는 했지만... 금이 가는 거야 훈련때 많이 있었기에
그닥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나 부러지지 않았다는 것과 함께
하지메를 더 위험한 상황에 처하지 않게했다는 것.
그렇지만 동시에 자신은 하지메가 들어가있는 수술실을 향해서
시선을 돌렸으니, 안타깝게도 자신은 들어갈 수 없다는 듯했다.
"...."
늦지는 않았지만, 빠르지도 못했던 자신.
언제나처럼 늦어버린 것일까,하는 생각이 드는 자신은
정말로 자신은 하지메를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의문이 들었다.
몇번이나 지켜준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제대로 지켜준 적이 있기는 한건지....
신이 있다면 지독한 녀석이라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지키고 싶은 하지메를 몇번이고 지키지 못해버리게 만들어버리니....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노력이 부족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한다고, 자신으로써는 하지메를 지키는게 무리인가,싶기도 했다.
이번에도 마리나덕분에 하지메를 간신히 구할 수 있었으며
자신 또한 아메미야 유즈루의 도움을 받은 상태.
설마하니 그 여자에게 도움을 받게 될 줄은 꿈에도 말랐군...
"미안하군요."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보이는 것은
아메미야 회장가 자신의 옆자리에 앉아있었다.
설마, 저도 모르게 속마음을 입밖으로 말해버린 것인가?
그렇다면 진심이라고는 하지만 엄청난 실례일텐데--.
"걱정마세요. 말하지 않았으니까."
"...."
"단지, 회장자리에 오래 앉아있으면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쉽게 알 수 있게되더군요. 그리고 당신의 생각도 그리 쉽게 알 수 있었고요."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하는 그녀는 시선을 앞으로 둔채
더이상의 말을 하지 않았으며 자신 또한 그녀와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기에 가만히 있으면서 하지메가 병실에서 나오길 기다렸다.
허나 시간은 점점 흐르지만 나오질 않는 하지메와 의사선생들.
덩달아서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초조해져만 가는 자신.
반면에 옆에 앉아있는 아메미야는 별다른 걱정이나 초조함 없이
가만히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마치 하지메가 어찌되든 상관없다는 듯이.
그저 자리를 지키고만 있었으니 너무나도 다른 자신들의 태도였고
자신은 그것에 순간 화가 나려고 했지만 이내 참았다.
하지메를 데리고 전날 만나러갔었을때 그녀가 보여준 모습.
자식을 만난 부모가 아닌, 이제는 가치가 없는 것을 보는 듯한 감평가와 같은
그녀의 태도를 떠올려본다면 이러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리라.
아니, 오히려 이쪽이 당연한 것이겠지.
스스로 버렸던 자식이기에 찾지 않는다고, 가치가 없다고 말한 그녀.
"돌아가지 그러나?"
"여기있는건 제 마음 아닌가요?"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나?"
"병원에 있는데도 자격이 필요한가요?"
까득,하고 이가 갈리는 소리가 나면서 회장을 향해서 얼굴을 돌리니
보이는 것은 무척이나 태연하게 의자에 앉아서는 눈을 감고 있는 그녀.
그것에 자신은 당장에라도 그녀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싶었다.
지금 하지메에게 일어난 일들이 따지고 보면 누구때문에 일어난 일인가?
그녀의 가족으로 일어난 일이 아니던가?
그런데도 이러한 태도를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자신은 저도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끼지만, 그것을 곧장 휘두르지는 않았다.
가치가 없다. 그래, 주먹을 날릴 가치가 없다.
지금 이 여자를 때려서 병원에서 쫒겨나는 것은 자신에게 무척이나 손해였기에
힘이 들어간 주먹을, 당장이라도 화를 내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참아내면서 하지메가 부디 무사하길 빌었다.
그렇게 시계의 바늘이 얼마나 흐른 것인지도 모를 시간.
1시간일까? 2시간일까? 그도 아니면 3시간? 어쩌면 30분?
불안과 두려움에 점칠된 자신의 가슴은 새카맣게 타고 있었으며
제발 하지메가 무사하기만을 빌었다.
"후우--."
"선생님, 하지메는!? 그는 어떻습니까?!"
수술실의 문이 열리면서 나오는 의사선생님에게 달려들면서
질문을 하는 자신이었으니 그런 자신의 모습에 미소를 지어주시니
큰 문제 없이 수술이 잘 끝난 듯 했다.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면서 자리에 주저앉을 법한 자신이었으나
꼴사납지 않게끔 간신히 버텨냈다.
그래, 수술이 잘 끝났다고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이제부터 하지메가 일어날때까지 자리를 지켜야겠지.
한편, 등뒤의 아메미야 유즈루는 의사의 말을 듣더니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병원의 출구쪽으로 향해서 걸어갔다.
"어딜 가는거지?"
"무사한걸 알았으니, 내가 여기 있을 이유 없잖습니까?"
자신의 질문에 간단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그녀.
그것에 자신은 진심으로 질렸다. 그래 질리지 않은게 이상했으며
매번 이렇게 사람을 질리게 만드는 것도 재능이라고 생각하는 자신이었으니---.
"아들놈 쌍판은 보고 가야지."
돌연, 자신들을 향해서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말투를
뽐내면서 리즈무가 이쪽을 향해서 말했다.
*
배에 스테이플러를 아무렇게나 박은 리즈무는
그것으로 상처치료가 끝이라는 것 마냥 이쪽으로 다가오면서
아메미야 회장과 치후유에게 말하였다.
그것에 대한 반응은 극명하게 나뉘어졌으니
치후유는 그게 무슨 소리냐면서, 말도 안된다는 시선으로 째려보았고
아메미야 회장은 아무말 없이 바라보면서 설명을 요구했다.
리즈무는 그것에 천천히 그들의 곁으로 다가오면서 아메미야 회장을 향해서
평상시와는 다르게 기분 나쁜 미소를 지었다.
마치 약점을 찾아냈다는 듯이, 빈틈을 찾아낸 것처럼.
동시에 아메이야 회장은 그것에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꼈지만
어떻게든 표정을 유지하면서 의연한 태도를 보였으니----.
"하지메를 아끼고 있잖아?"
"....."
"무슨 헛소리냐, 리즈무? 하지메를 아낀다니?"
리즈무의 말에 순간 당황하는 회장은 리즈무를
아무 말도 하지 않은채 바라보고 있었으나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그녀의 모습을 확인하는 리즈무는 건너편 의자에 앉으면서 회장을 바라보았다.
반면 치후유는 그녀의 반응을 보지 못한채 리즈무에게 무슨 소리냐고 질문을 하였다.
그녀의 반응은 당연한 것이었고, 그녀로써는 말도 안된다는 것이기에 따지고 들려고 했다.
전날 아메미야 회장이 하지메를 만났을때 어떠한 말과 모습을 보였는지
모르니까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였기에 그런 것.
무리도 아니리라. 오래간만에 만난 자식에게 애정은 커녕, 타인만도 못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이
사실은 상대를 아낀다고 말하면 누가 믿을까? 그러나 리즈무는 아니었다.
"도망치던 녀석들 마무리 지으면서 이야기 들었어.
하지메, 노파는 낙태시키려고 했다면서?"
"......"
그것은 아메미야 회장을 향해서 노파가 한 지시.
어린 시절 그녀가 하지메를 임신했을 때의 당시에
노파가 분노하면서 그녀에게 당장 지우라고 명령했던 일이었으니
리즈무는 여사에게 들었던 그 말 단 한마디로 그녀가 하지메를 아낀다고
생각하면서 말을 이어갔다.
"뭐, 흔하디 흔한 것이겠지. 아이를 지키고 싶기에 낳았는데
출산 이후에 여러가지 문제들이 겹쳐지고 아이가 위험해지니
마지 못해서 고아원에 버렸다,라는 것."
"....."
"노파가 하지메를 데리고 있다고 한들 정말 아무래도 좋을 상대였으면
당신이 그곳까지 찾아갔을까? 노파에게 이런걸 건냈을까?"
주머니에서 피뭍은 종이를 꺼내드는 리즈무는 쇄기를 박는것마냥
치후유에게 그것을 대충 구겨서 던졌으니 그것을 받아낸 그녀는
구겨진 종이를 펼쳐보았으니 그 내용은 위임장.
아메미야 사의 회장직은 넘기겠다는 위임장이었으며
서명 자리에는 곁에 있는 여성의 싸인이 적혀져있는 것을
확인한 치후유는 고개를 들어올려서 리즈무와 회장을 번갈아봤다.
"자, 설명해봐. 어차피 이제 위험한 건 없잖아?"
반면, 리즈무는 체크메이트라고 외치듯이 말하면서
외통수를 때렸다는 것 마냥 그녀를 바라보면서 설명하라고 말하였고
치후유 또한 설명을 요구하는 듯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좋습니다. 이야기하죠."
침묵을 하던 그녀는 이내 입을 열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다른 사람은 모르는 과거의 이야기를.
하지메와 그녀 스스로의 이야기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