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8화 〉[IS]취중연가
여사가 알려준 장소로 향하는 아메미야 유즈루 회장의 얼굴에는
평상시에 보여주던 무감정함은 온데간데 사라졌고 불안감과 분노만이 가득 차 있었으니
그녀가 지금 얼마나 동요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빠르게, 주저없이 차를 끌고서 목적지로 향하는 그녀.
신호를 무시하고 제한속도따위 초월한지 오래였다.
도대체 무엇이 그녀를 이리도 흥분하게 만든 것일까?
지금까지 단 한번도, 자신의 자식이 만나러왔을때도 이러한 모습을
보이지 않던 그녀가 어째서 이러는 것일까?
"도대체 무슨 일이야?"
"너, 내가 일주일 뒤에 풀어준다고 했지?"
유즈루가 조수석에 던져두었던 핸드폰이 저절로 작동되나 싶더니
나타나는 마리나는 만난지 몇일 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상대의 모습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리고서는 질문을 했으나
되돌아오는 것은 전혀 다른 대답이었다.
마리나를 일주일 뒤에 풀어준다고 했던 약속.
일주일 뒤에, 그녀가 자유가 된다는 언약을 들은 마리나는
그때까지 아무것도 못하였기에 가만히 핸드폰 안에서 때를 기다리면서
유즈루에게 어떻게 복수할지 계속해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그 말이 왜 나오나,싶어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는 마리나.
반면, 앞에 있던 차를 추월하면서 유즈루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좀있다가 풀어줄테니까, 사람 좀 불러와."
"사람? 어떤 사람?"
"니 오빠 일에 관해서 눈깔 뒤집어지는 놈들로."
*
목적지에 도착한 자신은 차를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거칠게 세운 뒤
차에서 내렸으니 주변에는 수많은 차량과 여사가 고용한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면서 경계의 시선을 보낼뿐, 다른 액션을 취하지는 않았다.
동시에 자신은 그들의 사이를 당연하다는 듯이 지나쳐서 폐건물의 안으로 들어갔다.
낡고 오래되었으며 시멘트는 드문드문 떨어져 그 안이 보이는
폐건물은 이곳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알려주고 있었으며
깊숙히, 안으로 들어가자 보이는 것은 여사와 자신의 남동생이라는 녀석.
그리고 몇몇의 남성들과----.
"무슨 일이야?"
바닥에 엎드려져있는 '그 아이'가 보였다.
동시에 자신의 얼굴에서 조금전까지 있던 흥분은 사라졌으며
눈앞의 상황에 침착해지면서 여사에게 질문을 했다.
그래, 다른 것은 그 뒤에해도 늦지 않으니 일단은 무슨 상황인지 파악을 하자.
그렇게 여사를 향해서 차분하고 평상시와 다름 없는 어조로 말하는 자신이었으나
여사는 그것에 눈썹을 움찔거리기만 할 뿐, 다른 말은 하지 않았으며
주변의 남성들 또한 여사의 곁에서 자신을 바라볼뿐, 다른 행동은 취하지 않고 있었다.
허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허락이 없기에 기다리는 사냥개와 같았다.
"그래, 네년은 언제나 그랬지."
"...."
한편, 여사는 이내 입을 천천히 열었으나 그것은 자신이 바라는 대답이 아니었다.
돌연 자신에 대해서 평가를 내리기 시작하는 여사.
마치 앨범을 들추어보듯이 자신에게 말하는 여사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것은 추억에 잠겨있는 그런 목소리가 아니었다.
조용하고 은밀하게 분노를 태우는 목소리.
눈앞의 자신을 자식이 아닌, 장애물이자 방해꾼으로 보는 시선.
그래, 여사에게 있어서 자신은 언제나 불필요한 존재였다.
여사가 원하는 것은 능력좋고 순종적이며 말을 잘 듣는 아이.
반면, 자신은 여사가 바라는 아이와는 많이 달랐다.
능력은 출중하지만 그것 밖에 여사의 마음에 들지 않았으며
순종적이지도, 여사의 말을 잘 듣지도 않았다.
아니, 오히려 반항심이 너무나도 많았던 자신이었으니
지금도 여사와 이렇게 척을 지고 사는 것은 그것의 연장선이었다.
"억센 것이 마치 잡초같았고, 질기기는 얼마나 질긴지
몇번을 밟고 밟고 또 밟아도 계속해서 일어났지."
"그덕에 아메미야 사가 여기까지 온거 아닌가?
내 '자유'를 포기하는 것으로 말이야?"
그런 여사에게 반항하는 자신은 그녀에게 한마디를 내뱉으면서도
여사에게 들키지 않게끔 쓰러져있는 하지메를 바라보았다.
미동도 없이, 그저 바닥에 쓰러져있는 그 아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자신은 그것은 나중에 확인하면 되는 일이라 생각하면서
시선을 다시 여사에게로 향했다.
"시끄럽다! 네년은, 네년은 그저 아메미야 사를 끌어올리기만 하면 되는거야!
그 이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되는거야! 내말을 듣고 내말대로 하기만 하면 되는거라고!
예전부터 하나부터 열까지 너는 네 고집대로만 하려고 했어!
간단한 미래조차 못보면서, 자존심 하나 때문에 일을 그르칠뻔한게 몇번이야!
더욱이 아메미야 사의 명예에 먹칠을 할 뻔 한건 몇번이고!"
"시시한 과거이야기는 그만하면 된거 아냐?"
"아니, 그만하면 안되지. 절대로 안되지! 여기 니년의 반항의 결정체가 있으니까!"
여사는 그렇게 말하더니 고개를 돌려서 옆의 사람에게 시선을 보내자
한 남성이 가슴팍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으니----.
"....."
"역시 버리지 못하고 있었구나."
'그 아이'를 향해서 겨누어진 총구와 함께
움찔거리는 자신이었으니, 여사는 그것을 놓치지 않고서 말했다.
버리지 못했다고, 자신이 그 아이를 아직 붙잡고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틀린 말이다. 그래, 틀린 말이여야만 했다.
다른 것은 전부 맞는 말이고, 여사의 말에 부정을 할 생각은 없었으나
저 말만큼은 부정을 해야만 했다.
그래, 자신은 저 아이를 버렸다. 고아원에서, 자신의 품안에서, 자신의 마음에서
버렸으며 다시는 만날 생각도 찾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무슨 소리야. 나는 저 아이를 버렸다고.
당신도 잘 알고 있는거 아니야? 그러니까 고아원에서 자랐으며---."
"그딴 눈속임으로 날 속일 수 있을거라 생각하는게냐?
웃기지도 않는군 그래. 뭐, 그딴건 아무래도 상관없지."
여사는 그렇게 말하면서 곁의 다른 사람에게 손짓을 하니
등뒤에 있던 남성 하나는 그대로 자신에게 다가와서는 종이를 내밀었다.
그것은 위임장. 자신의 회장직을 여사의 아들, 남동생에게 넘긴다는 내용의 위임장.
딱봐도 뻔하디 뻔한 상황이었으며 눈앞의 여사가 선택할 법한 수단이었으며
여사가 아메미야 사를 지키고 일구어나가는데 사용했던 방법이었다.
힘으로 모든 것을 찍어누르고, 돈으로 모든 것을 지배하는 사상.
시대착오적일 것 같은 그녀의 사상이자 발상이었지만
지금도 힘과 돈으로 지배하는 일들 또한 어딘가에서는 일어나고 있다.
"거부권따위는 없다는 걸 알고 있겠지?"
"뭐 너무 뻔히 보이네. 당신의 그 방법은 질릴 정도로 봤으니까.
그런데 한가지 질문이 있는데 어째서 이렇게까지 하는거지?"
자신은 조심스럽게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으면서
여사에게 질문을 하였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하는 것이냐고.
도대체 왜이렇게까지 하는 것이냐고.
"흥! 그딴걸 이제와서 질문이라고 하는거냐?
뭐, 아무렴 어때. 아주 간단한 일이지.
누군가에게서 무언가를 얻어낼때는 그만한 협상의 도구가 필요하니까,다."
"사람은 도구가 아니야. 네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게 아니라고."
"아니, 사람이야 말로 도구지! 돈과 힘으로 마음껏 부릴 수 있는 도구!
그러니 어서 서명해! 너라는 도구는 이제 필요없으니까!"
찰칵,하면서 무언가 풀리는 소리가 들려왔으니
바닥에 엎어진 아이를 향해서 겨누어진 권총에서 나는 소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반면, 앞의 남자는 어서 서명을 하라는 듯이 무언의 압박을 가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여사의 뜻대로겠지.
아직 준비가 끝나지 않은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으며
마무리지어야 할 것들이 수없이 많은 상태.
서명을 하게 된다면 자신이 하려던 모든 것들이 실패로 되돌아가게 될 상황.
그런 상황에서 자신은---.
*
떠오르는 의식속에서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을 되돌이켰다.
치후유씨가 주차문제때문에 잠시 자리를 비운다는 말을 듣고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이 저릿해지는 느낌이 드는가 싶더니
곧장 의식이 끊긴 자신은 스스로가 납치를 당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무언가 이상하네. 이런 일에 이제는 익숙해지다니.
정신을 차리면 기억하던 곳과는 다르다는 사실에 별로 놀라지 않았고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하기로 한다.
딱딱한 바닥의 그것과 함께 눈은 안대로 가려진 것인지
앞은 보이지 않았고 손발 또한 묶여진 것 같은 자신.
뭐, 납치를 해왔으니 이런 조치는 당연한 것이려나?
"흥! 그딴걸 이제와서 질문이라고 하는거냐?
뭐, 아무렴 어때. 아주 간단한 일이지.
누군가에게서 무언가를 얻어낼때는 그만한 협상의 도구가 필요하니까,다."
"사람은 도구가 아니야. 네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게 아니라고."
"아니, 사람이야 말로 도구지! 돈과 힘으로 마음껏 부릴 수 있는 도구!
그러니 어서 서명해! 너라는 도구는 이제 필요없으니까!"
그러던 중에 들려오는 목소리.
처음듣는 노파의 목소리와 전에 한번 들어보았던 목소리.
동시에 자신의 마음이 딱딱하게 굳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 이 목소리를 듣고서 굳지 않으면 무엇에 굳을 수 있을까?
허나 노파에게 무언가에 협박당하는 아메미야 회장님.
아마 협박의 수단으로 자신이 사용된 것이겠지만 안타깝게도
자신은 인질로써의 가치가 전무하다.
당연하겠지, 그녀에게 자신은 버린 자식이었으며 더이상 그녀의 인생에
필요나 가치가 없는 자식이었다.
그러한 자신을 인질로 삼는다고 한들 그녀가 노파의 요구대로 할 리 없었다.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이대로 자신은 죽는 것이려나 했다.
그래, 그렇게 생각했다.
툭,하고 바닥에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으며
아메미야 회장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말을 했다.
"자, 서명했어. 이제 회사는 너희들거야. 그러니까 이딴 답잖은 짓거리는 그만두지?"
"흥, 생각보다 고분고분하군 그래?"
"설마, 눈앞에서 사람이 죽는 것이 보고싶지 않았을 뿐이야.
그러면 이제 돌아가도 되겠지?"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서명을 하는 그녀였으니 그 뒤에 이어진 말을 들어보면
그녀는 회사를 노파에게 넘긴 것이며 이 상황을 끝낸 것이다.
어째서?라는 의문이 들었으나----.
"설마, 아직 끝나지 않았어."
아직, 상황은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