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5화 〉[IS]취중연가
"허억--!!커헉,컥!!"
거친 숨과 함께 통증이 느껴지는 자신은 본능적으로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가슴쪽으로 손을 들어올리자 격렬한 통증과 함께
저도 모르게 손을 떼게 되는데 아무래도 갈비뼈가 부러진 정도가 아닌듯했다.
동시에 보이는 것은 길바닥이 아닌, 어떠한 건물의 천장이었으며
고개를 돌리며 주변을 살피자 보이는 것은 링겔과 병실의 내부였다.
아아, 병원에 실려온 것인가? 하지만 누가 옮긴 것이지?
아니, 그것보다 자신에게 총을 쏜 녀석은 도대체 누구인가?
머릿속에 계속해서 떠오르는 수많은 의문에 자신은 고민을
해보지만 해답이 나오는 것은 없었기에 몸을 일으켜보려고했다.
일단은 움직일 수 있는 상태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서였으니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려고 해본 자신은---.
"----!!!"
『므냐...리즈무, 나 졸....리즈무! 괜찮아!?』
"존나 안괜찮아---."
흉부에서 느껴지는 격렬한 통증을 느끼면서 소리없는 고통을 호소하는 자신.
그리고 잠자고 있던 것인지 졸려하는 목소리를 내던 이즈무는
돌연 자신에게 놀라는 목소리로 질문을 해오는데 그것에 당연한 대답을 해주었다.
갈비뼈 한두대가 아닌 것인지, 엄청나게 아파오는 가슴팍.
생각해보면 총맞았는데 죽지 않은 것이 다행이겠지.
아니, 정확하게는 총에 맞은 부위가 심장이라서 살아남을 수 있던 것이니
다시금 조심스럽게 가슴팍에 손을 가져가는 자신은 역시나 몸에서 제거된 칼집을
느낄 수 있었으니 자신의 버릇중에 하나.
외출할때마다 나이프를 꽂아넣는 위치가 대부분 바뀌지만
심장쪽에는 무조건 넓적한 칼, 흔히 사각칼을 챙겨두고 나가는데
총알이 칼집과 안의 칼에 가로 막혀서 살아남은 것.
물론 아픈 것은 동일하지만----.
『나, 매번 리즈무가 칼 꽂고 나가는게 싫었는데
이번에는 그게 살렸네...』
"뭐, 너나 나나 '그쪽'사람이니까. 끙차...."
침대에서 내려오는 자신은 팔에 꽂혀져있는 링겔이 바늘을
제거하고서는 병실을 나서기 시작했다.
새벽의 병원은 무척이나 조용했으며 사람 한명 보이지 않았으니
이대로 빠져나간다면 아마 경찰이 찾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리라.
하지만 병원을 나가지 않는 자신은 그대로 자판기로 향해서는
음료수를 하나 꺼내마시면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 생각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과연 누가 자신에게 총구를 겨눈 것인지.
그럼으로써 얻는 이득이 무엇인지 말이다.
원인은 정말 많다 못해서 썩어넘쳐날 정도지만, 동시에 그 원인들은
전부 이런 일들을 벌일 수 없는 것들 뿐이었으니 그 원인에 관련된 인간들은
시체로 만들어놓은 상태였기에 가능할리 없었다.
잔당이라던가 그런 것들은 없을 것이며, 대상이 살아남았을리 없다.
총은 자신의 경우처럼 혹시나 하는 일이 있을 수 있지만
칼의 경우에는 목에 꽂아서 비트는 순간 끝난다.
그렇기에 대상이 살아남았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자신.
"....."
하지만, 그렇다면 과연 누구인것일까?
자신에게 총구를 겨누어서는 죽이려고 드는 상대는.
덩달아서 총이라는 특수성 또한 이해가 가지 않았으니 일본에서 총이 그리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은 아니었다.
작정하고 구한다면야 불가능하지 않겠지만, 추적이 금방된다.
그럼에도 상대는 당연하다는 듯이 총구를 자신에게 겨누었고
망설임 없이 그것을 쏘아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래 방심했다.
경계를 했지만 설마하니 상대가 총을 사용할 것이라고는 생각치 못했다.
정장에 중절모라는 복장에 초짜가 자신을 죽이라는 의뢰를 받은 것이라 생각했던
자신의 판단미스이지만 동시에 운이 따라줘서 살았다.
『리즈무?』
"....하아."
정말로 누구냐, 나에게 총구를 겨눌만한 상대는.
*
"이가와, 괜찮은거냐?!"
[리즈무, 괜찮아!?]
"빨리 왔네."
병원에 도착한 자신은 치후유씨와 함께 리즈무가 있는 병실에
들어갔으니 그는 침대에 기댄채로 창밖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있다가
자신들이 들어오자 별거아니라는 듯이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의 상태가 절대로 저렇게 넘어갈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자신.
알 수 밖에 없었다. 자신도 총에 맞아봤으니까.
리즈무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절대로 그냥 넘어갈 만한 고통이 아니었으니
그에게 다가간 자신은 도대체 무슨 일인지 설명을 요구하려고 했다.
"징그럽다 이놈아."
"---!!"
달려드는 자신을 손으로 멈춰세우는 리즈무였으니 자신은 갑작스러운
그의 유사 아이언 클로에 다가가려는 것을 저지당하는 한편
치후유씨는 자신의 뒤를 따라와서는 리즈무를 바라보며 침묵하셨다.
"뭐, 경찰들말에 따르면 불법 총기 소유자의 소행같다더라.
다행이 칼 갈았던 것을 되찾고 돌아가던 찰나에 그걸 가슴에 끼고있던게 다행이었지."
[정말 다행이다.]
"어우, 야 그러지 말아라."
자신에게 진심으로 말하는 듯한 리즈무는 질렸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데
도대체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다. 모르겠지만, 리즈무가 무사해서 다행이었다.
그렇지만 동시에 무척이나 위험했으니 자칫 잘못하면 죽을 뻔한 그.
살았기에 망정이고 칼이 막아줘서 망정이었지
다른 곳이 아닌 심장에 총을 맞은 그였다.
만약 칼을 찾지 않고서 그대로 그 총에 맞았으면----.
"....수사는 어떻게 되가고 있지?"
"모르죠. 어제일어난 일이니까. 범인을 잡을 수는 있을지---."
한가로이 중얼거리는 리즈무의 안아무인한 태도는 무척이나
신경질일 날 법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유일하다면 유일한 친구를 잃을뻔했으니까.
만약 리즈무가 죽었다면 자신은 무척이나 슬펐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가만히 그를 바라보고 있으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데
리즈무는 그런 자신의 기분을 아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 미소를 지으면서
자신에게 장난식으로 괜찮다고 말할뿐이었다.
"자, 어서 돌아가라. 나는 절대안정이라는 듯했는데."
[몸 관리 잘해, 알았지?]
"나중에 다시 오도록 하마."
*
병원을 나서는 자신은 곁의 하지메가 계속해서 병실쪽을 바라보는 것에
괜찮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그를 위로하였다.
아침에 갑자기 걸려온 전화에 놀란 하지메는 곧장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겨서는
리즈무의 상태를 확인한 것인데, 동시에 자신은 무언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갑작스러운 총기사건, 그리고 그것에 피격당한 리즈무.
물론 그가 살인마라는 것을 알고 있는 자신이었기에 충분히 가능할 것이고 생각했다.
죽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가능성은 충분한 이야기.
보복이라던지 복수라던지, 혹은 다른 누군가가 의뢰를 받고서 그를 죽이는 일.
영화 속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은 종종 현실에서도 일어나고 있었으며
이가와 리즈무라는 소년은 자신에게 있어서 그런 존재였다.
픽션 속이나 뉴스같은 것을 통해서만 들어봤던 다중인격 보유자이며
동시에 살인귀라는 성질.
"걱정마라, 하지메."
[죄송해요.]
"아니다. 친구가 다친 것이니 걱정되는게 당연하지.
하지만 절대 안정을 취하라고 했는데 너가 그러면 이가와도
마음이 편치 못할것 같군 그래."
다만 그것과는 별개로 지금은 하지메의 친구인 그였으며
하지메는 진심으로 그를 걱정하고 있는 상태.
구태여 그에게 불편한 진실을 알려줄 필요는 없겠지.
녀석을 쏘아낸 상대를 찾아달라고 타바네에게 부탁해볼까?하고
잠깐은 생각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그러한 생각을 털어냈다.
타바네에게 부탁했다가는 일이 이상하게 변할 수 있다.
부탁하지 않은 일까지 진행되어버린다면 귀찮아지기 마련.
녀석의 과다행동은 언제나처럼 문제를 불러일으킬 것이 뻔하였기에
자신은 그저 경찰들이 잘 해결해주길 바라면서도 리즈무 녀석이 끌러가지는 않길
마음속으로 조용히 빌었으니 친구가 연쇄살인마라는 것을 알게된다면
하지메가 슬퍼할 것이 뻔하니---.
"자, 돌아가자."
[네.]
*
집으로 돌아오니 텅빈 오리무라 가가 자신들을 반겼다.
보통이라면 이치카나 다른 녀석들이 있었을 그곳이지만
안타깝게도 오늘 아침, 이치카는 다른 녀석들과 함께 여행을 떠났기에
한동안 집에는 자신과 하지메뿐이었다.
물론 이치카가 반찬같은 것을 해두고 갔기에 식사걱정은 그닥 없었으며
하지메는 그리 많이 먹는 타입이 아니었기에 충분하리라.
그렇게 집으로 돌아온 자신은 거실에 앉아서는 휴식을 취하며
자신의 품안에 안기는 하지메.
너무나도 당연하며 이제는 이러지 않는 것이 어색한 사이가 되었다.
자신의 곁에는 하지메가 있어야했고, 하지메의 곁에는 자신이 있어야한다.
암묵적인 룰이자 절대적인 룰.
물론 일이나 별 수 없는 일들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왠만해서는 같이 붙어지내는 자신들이었다.
아니, 한명이 더 있었지?
"마리나?"
"왜 불러?"
자신의 부름에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마리나.
그래, 자신들의 곁에 언제나 있는 녀석이었으며 도움을 주는 녀석.
"고맙다."
그것에 자신은 고맙다고 인사를 하였다.
뭐, 어색하다면 어색하지만 그래도 안하는 것보다는 좋겠지,라고 생각하면서
한 인사였으며---.
"......대응지침에 없는 명령어입니다. 다시 입력해주세요."
"....?"
"---?"
한번도 듣지 못한 말이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