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4화 〉[IS]취중연가
아메미야 저택의 안방에서 자신은 조용히 벽에 걸린 초상화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조상들의 모습을 그려놓은 초상화들이었으며
지금은 소천했지만, 자신의 바깥사람 초상화까지 걸려져 있었지만 그 다음에 걸려진 액자는 비어져있었다.
자신은 그 액자를 바라보면서도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생각했고 상상했다.
그곳에 걸려야할 것은 다른 생각없는 놈들이라면 현 아메미야 회장인
유즈루라고 하겠지만, 자신이 생각할때는 아니었고 틀린 생각이었다.
비어있는 액자에 걸릴 것은, 유즈루가 아닌 그 다음에 태어난 자신의 남자아이.
아직 어린, 자신이 50대에서야 간신히 출산을 할 수 있었던 그 아이의 초상화가
걸려야만 하였으며 그렇게 할 것이리라.
그랴 여태까지 그래왔으며, 앞으로도 그래야만 한다.
아메미야 사의 회장은 응당 그에 걸맞는 사내가 이끌어야한다고 생각하면서
지금은 임시로, 아직 어린 자신의 아들을 대신해서 유즈루에게 맡겼으나
아들이 나이가 차고 회장직을 물려받을 수 있게된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녀를 밀어내고서 회장자리에 앉힐 생각이다.
하지만 동시에 걸리는 것은 유즈루가 출산하고서 버린 그 어린 핏덩이.
가문의 명성에 먹칠을 할 핏덩이가 거슬렸으니
혹시나 자신의 아들이 아닌 하지메가 회사를 이어갈까 걱정이었다.
"그러한 일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되지."
슬슬 70을 향해나아가는 자신이었으니 늦은 출산과 더불어서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서 노쇠해져만 가는 자신의 몸은
병약해지며 동시에 그 기력이 나날이 약해져만 갔으니 자신의 머릿속에는 불안감이 차오르고 있었다.
유즈루에게, 회장에게, 자신의 딸에게 지속적으로 협박을 가하고 있지만
스스로 느끼고 있었으니, 유즈루는 자신의 협박에 전혀 굴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 그녀는 옛날부터 그러했었다.
언제나 자신에게 반기를 들었으며 자신의 말을 거부하였다.
매번 그럴때마다 억누르고 꺽어내고 짖밟았지만, 잡초처럼 끈질기게 일어났다.
잡초. 그래, 자신이 생각하기에 유즈루를 가르키는데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단어가 있을까?
뿌리를 뽑아도 어느샌가 다시 자라나며 아무리 짖밟아도 다시금 일어나는 잡초.
하지만 그것도 끝을 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자신은 곧장 핸드폰을 들어올렸다.
언제나 여사의 손발이 되어주었던 '일꾼들'.
천하디 천한 것들이지만, 돈을 준다면 아무 문제가 없는 그것들이
다시한번 자신을 위해서, 아메미야 사를 위해서 일할 영광을 주기 위해서였다.
"나다. 해야할 일들을 주마. 깔끔하고 신속하게 해결하도록."
*
품안의 온기를 느끼면서 눈을 뜨는 자신은 이내 품안의 하지메가
눈에 들어오자마자 미소가 걸렸으니 조심스럽게 그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서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곤히 잠들어있는 그가 깨지 않게끔 조심스럽게 일어나선 방을 나섰다.
집에 돌아온 뒤에 곧장 잠에 빠져들었기에 옷도 안갈아입은 자신이었으니
옷에는 주름이 잡혀있었으며 이치카가 본다면 아마 여러모로 엄청나게
잔소리를 하겠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만큼 자신들로써는 신경 쓸 여유는 없었으며
이치카 또한 자신들의 이상한 점을 눈치챘을터이니
크게 잔소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자신은 그대로 거실로나왔으니
보이는 것은 거실에서 보데비히와 앉아있는 이치카의 모습.
"누나, 일어났어?"
"실례합니다, 교관."
"내가 방해한거냐?"
단둘의 시간을 혹시나 방해한 것인가, 싶어서 질문을 하였으나
그런 것은 아니었던 것인지 고개를 저으는 둘의 모습.
자신은 그것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소파로 이동하여서 자리에 앉았다.
잠을 자기는 했지만, 안타깝게도 꿀꿀한 기분은 풀리지 않았다.
그래, 전혀 풀리지 않는 그 기분에 자신은 당장이라도 술을 마시고 싶었지만
하지메와의 약속이 있었기에 어떻게든 참아내면서 거실의 창문을 통해서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마치 자신의 마음처럼 어둡고 무겁기만 한 그것을 바라보는 자신.
동시에 옆에서 느껴지는 불안해하는 기색은 자신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난감해하는 듯 했으니---.
"불편하다면 용돈이라도 줄테니 나갈테냐?"
"에? 아, 아니....그런건 아닌데...."
"무언가, 불편하신 일이라도 있으셨던 것입니까 교관?"
자신을 향해서 질문을 하는 둘이었지만 그것에 대해서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수 있을리 없는 일이었으며,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있자 이치카와 보데비히는 돌연 서로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신을 향해서 고개를 돌렸다.
각오를 한듯한 둘의 모습에 무언가 있다는 것을 느낀 자신은
둘이 무슨 말을 할지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누나, 모두와 함께 일주일간 집을 비워도 될까?"
"그걸 왜 나한테 허락받냐, 가고 싶으면 가라."
쓸데없이 허락을 받으려고 하는 이치카에게 마음대로 말하는 자신.
그가 자신을 걱정해주는 것을 느끼기는 했지만
자신이 생각하기에 그것은 쓸데없는 걱정이었으며
서로가 서로의 선택을 믿어주기로 하였기에 막을 이유가 없었다.
녀석들이 영국으로 가던, 독일로 가던, 러시아나 프랑스로 가던
자신으로써는 막을 생각따위는 없었다.
아니, 도리어 나가라고 독촉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
그들이 있음으로 인해서 자신과 하지메가 끈적하게 붙어있을 시간이
제약되는 것에 자신은 약간의 불만이 있었는데 이렇게 먼저
나가겠다고 말하니 자신으로써는 막을 이유가 없었다.
"하하하...뭐랄까, 너무 쉽게 허락해주네."
"막을 이유가 없으니까,다. 돈은 충분하냐?"
"타바네 누나가 해결해주기로 했어. 불법적인 돈은 아니라는데...."
"합법이라고도 말은 못하는듯 하군 그래."
뭐, 타바네 답다고 생각하면서 이치카와 보데비히를 바라보는 자신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더이상의 질문을 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는 하지 못했다고 해야겠지.
조금전까지 자신이 있던 방문이 조심스럽게 열리니
그 안에서는 반쯘 감긴 눈을 한 하지메가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동시에 얼마 안가서 자신을 발견한 그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자신에게로 다가오는가 싶더니 이내 품안에 안겼다.
망설임이나 주변의 시선따위는 전혀 신경쓰지 않은채
자신의 품안에 안기는 그는 이내 고른 숨소리를 내면서
다시금 잠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것에 자신은 그를 안고 편한 자세로 고쳐앉았으니
앞의 두 녀석은 그러한 자신의 모습이 아직 익숙치 않은듯
당황스러움을 여과없이 내보이고 있었다.
"뭘 그렇게 이상하게 보는거냐."
"아, 아니.... 저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상상이 잘 안가는지라..."
"교관이라면 허락치 않을 것 같은 모습이라서 그렇습니다."
"다른 녀석들에게라면 그러겠지만, 하지메는 예외다."
자신은 두 멍청이에게 말해주면서 품안의 온기를 느끼자
답답한 마음이 약간은 풀리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 어차피 이제 다시는 안만나면 된다. 그딴 여자, 더이상 안만나면 되는 일.
이제부터는 다시는 신경쓰지 않고, 오직 하지메와 자신만의 미래에 대해서만 생각하면 되는것이라
생각하면서 자신은 하지메를 끌어안으면서 그의 체온을 느꼈다.
*
"끄으으윽----."
기지개를 키면서 집으로 되돌아가는 자신.
방학의 마지막을 불태우던 도중에 아이스크림이 땡긴 자신은
집 근처의 편의점에서 물품을 공수해오니 이것저것 담고보니 양손 가득히 챙겨버렸다.
뭐, 언제나 그렇지만 충동구매에 대해서 약간의 자기반성을 하지만
동시에 전부 먹을 것들 뿐이었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였다.
먹다보면 언젠가는 다 사라져있겠지.
그건 그렇고 벌써 방학이 끝나간다니, 너무한거 아니냐고---.
알바하고 숙제하니까 방학이 끝이야, 젠장.
『숙제의 절반을 하지메엑 부탁했잖아, 리즈무?』
"그런건 말하는거 아냐 이즈무."
머릿속에서 자신에게 지적질을 하는 이즈무에게 가볍게 태클을 걸었으니
골목길을 걸어가면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밤하늘은 언제나처럼 어두웠으며 별하나 보이지 않았는데
누가봐도 자신같은 사람을 위한 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목격자 하나 남기지 않고서 누구 하나 죽일 수 있을 그런 밤.
때마침 자신이 있는 곳도 골목길이니 누군가 자신을 죽이려고 들면
죽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자신이었다.
하지만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일단'은 평범한 고등학생인 자신을
누군가가 죽이려고 들리는 없겠----.
"...."
『리즈무, 저거 누구?』
"댁은 누구지?"
순간, 걸어가던 발걸음을 멈추는 자신이었으니
자신의 앞에 나타난 누군가는 검은 정장에 중절모를
깊숙히 눌러쓴채로 아무런 말없이 서있었다.
딱 봐도 길을 물어볼법한 행인은 아니었으며
이런 오밤중에, 골목길에서 자신의 앞을 막아서고 있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아서는 절대로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가장 현실적인 결론을 도출한 자신은 손에 들고있는 봉투를
길에 내려놓으면서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서 생각을 했으니---.
"이가와 리즈무, 맞나?"
"이미 알아보고 온거 아닌가?"
탕!
"그렇다면 다행이군 그래."
『이즈무!』
순간, 가슴팍에서 느껴지는 격통, 동시에 시선을 내리자 보이는 것은
구멍이 뚫린 자신의 상의였으며 상대의 손에 들려진 권총 한자루.
연기가 피어오르는 그것을 보고 있자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자신은 너무나도 쉽게 추측할 수 있었으나 그것과는 별개로
몸은 움직이기가 너무나도 어려웠으니,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숨쉬기가 힘들어지는 자신의 몸,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통증에
자신의 눈은 흔들렸고 가슴팍의 격통에 뇌가 제대로 생각하지 못했지만
상대는 이내 자신에게서 등을 돌린채 자리를 벗어나고 있었다.
『리즈무! 리즈무 정신차려! 리즈무!!』
"허억---허억---."
이즈무가 머릿속에서 시끄럽게 떠들지만, 그것도 점차적으로 멀어져만 간다.
흐릿해져만 가는 의식 속에서 자신은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과연 누구인가? 히트맨을 고용해서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존재는.
도대체 어디의 누구인가,하는 고민을 하였----.
『리즈---!!!』
시야가 암전되면서, 자신의 의식은 그것으로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