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3화 〉[IS]취중연가
강한척 하지 않아도 된다고, 자신에게 말씀해주시는 치후유씨는
별 말 없이 그저 자신을 끌어안아주시면서 자신의 등을 쓸어주셨다.
다른 말도 없이, 위로의 말도 격려의 말도 매도의 말도 아닌.
그저 강한 척 하지 않아도 된다는 그녀의 말.
그것에 자신은, 간신히 유지하고 있던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는 것을
느꼈으며 동시에 눈에서 눈물이 거침없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하니
동시에 양손으로 치후유씨를 붙잡고서는 울어버렸다.
그래, 너무나도 서러웠다. 너무나도 괴로웠다.
드디어 만났으며, 간신히 만났을 수 있다고 생각했으며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었다.
버려진 것을 원망하지도, 떠나간 것에 분노하지도 않았다.
그저, 그저 자식으로써 부모에게 한번만이라도 좋으니까.
다시는 못만나도 좋으니 한번이라도 안아주었으면 했다.
허나 그러한 자신의 바램은 산산조각나버렸다.
상대는 자신을 자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그 어떠한 애정도
주려고 하지 않은채 끝내려고 했다.
일말의 희망이라도 있길 바랬었다. 자그마한 소망이라고 생각하였던 것이었는데
그 일말의 희망이 눈앞에서 산산조각 나버린 것이다.
"-------."
"미안하다. 정말로, 정말로 미안했다."
그렇게 목놓아서 울었다. 너무나도 슬펐기에, 너무나도 괴로웠기에
자신은 마음 속에 담겨져있던 모든 것을 털어내듯이 울기 시작했으며
치후유씨는 자신에게 사과를 하시면서 끌어안아주셨다.
마치 자신을 지켜주려는 듯이, 자신을 보듬아주는 그녀는
등을 쓸어주시면서도 울음을 멈추라거나 하지 않으셨으며
그저 자신의 슬픔이 끝날때까지 기다려주시고 계셨다.
*
목놓아 우는 하지메를 끌어안아주면서 그의 슬픔을 받아주었다.
간신히 만났다고 생각한 그의 모친, 아메미야 유즈루.
솔직히 말하자면, 자신은 그녀와 하지메가 만나면 사이가 좋아지거나
한 가족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 상황은 너무나도 잔혹했다.
너무나도 잔혹한 상황이었으며 하지메가 견디기 너무나도 힘든 일.
물론 어느정도 예상은 했었던 일이었으며, 그것에 대한 비난을 받을 각오도 했다.
그렇지만 상황은, 현실은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더욱 잔인했으며 끔찍했다.
자식을 자식으로 보지 않은 모친과 그런 모친에게 일말의 희망을 가졌으며
너무나도 작은 소망을 바랬던 하지메.
많은 것을 바란 것이 아니었다. 돈을 요구한 것도, 학력을 요구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한번의 포옹, 단 한번의 포옹만을 원했던 그.
"미안하다. 내가, 내가 미안하다."
그렇기에 자신도 울었다. 미안해서, 너무나도 미안해서.
자신의 욕심으로 인해서, 선의로 행한 일이지만 하지메에게
너무나도 큰 상처를 줘버렸기에 울었다.
지켜주기로 했다. 다시는 괴롭지 않게 해주려고 했다.
그렇지만 이번 일은 그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했기에 했었다.
너무나도 소중한 그였지만, 그에게 분명 필요한 일이라고 판단했기에
움직였던 자신이었는데 너무나도 생각과는 달랐다.
"미안하다, 하지메---."
"-----."
*
"누나, 어서----무슨 일이야!?"
"이치카, 미안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말아다오."
오리무라 가에 돌아온 자신들을 마중나와주신 이치카씨였지만
치후유씨와 자신의 상태에 놀라서 소리치셨다.
허나 치후유씨는 그런 이치카씨에게 질문을 하지 말아달라고 말한채
자신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셨다.
아무런 힘도 의지도 없는 자신들은 그대로 침대에 쓰러져버렸다.
더이상 무언가를 할 의지도, 힘도 없는 자신들.
그저 서로의 손을 마주잡은채, 서로를 끌어안은채 아무말 없이
침대에 누워만 있을 뿐이었다.
치후유씨를 원망하거나, 아메미야 회장님을 원망하지 않는다.
자신을 위해서 회장님이 자신의 어머니라는 것을 알려주신 치후유씨.
거짓 없이 자신을 버린 이유를 말씀해주신 아메미야 회장님.
두 사람다 자신들이 해야할 것들을 해주신 것 뿐이었으니
어찌보면 자신은 고맙다고 해야할지 몰랐다.
어줍잖은 위선을 부리면서 헛된 희망을 품게하는 것보다는
잔혹하고 불편하지만 진실을 알려주는게 더 좋으니까.
그래, 이편이 좋다. 이편이 깔끔하니 좋다.
스스로 그렇게 결론을 내리면서 치후유씨의 품안으로 들어가는 자신은
더이상 생각하기를 그만두고서는 눈을 감았다.
동시에 치후유씨 또한 자신을 품안에 끌어안아주시면서
눈을 감고서는 이불을 덮으셨으니 자신들 사이에는 아무 말도 없었고
방안에는 침묵만이 내려앉았다.
생각하고 싶지 않았으며, 되돌이키고 싶지 않은 자신들.
그저, 그저 서로가 있다는 것에만 집중하고 싶은 자신들이었다.
동시에 방밖에서 이치카씨가 노크를 하면서 질문을 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대꾸도 하지 않는 자신들은 그저 그렇게 수마에 빠져들었다.
서로의 온기를 느끼면서 점차적으로 잠에 빠져들기 시작했으며
각자의 호흡을 자장가 삼아서 잠들이 시작했다.
이 세상에 서로밖에 없다는 듯이, 단 둘뿐이라는 듯이.
*
아메미야 회장실의 문이 열리면서 들어오는 아메미야 여사.
늙고 백발을 묶은 그녀는 수행인이 밀어주는 휠체어에 탄채로
책상에 앉아서 업무를 보고 있는 회장을 바라보았다.
"이야기 들었다. 그 핏덩이가 왔다면서?"
"그래서?"
"어째서 들인게냐! 설마, 설마 이 회사를 그딴 핏덩이에게 넘길 생각이냐!?
나를 능멸하고 니 동생이 가질 이 회사를 잡것의 피를 받은, 우리 가문의 명예에
먹칠을 할 핏덩이를 우리 집에 들이려는 것이냔 말이다!"
훌체어의 팔걸이를 강하게 내리치는 여사는 그 노쇠한 몸과는 다르게
눈을 부릅뜨면서 살기등등한 시선을 회장에게 보냈다.
그에 반해서 긴 장말의 아메미야 회장은 여사를 향해서 작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치 당연한 이야기를 몇번이고 시키지 말라는 듯이.
이미 몇번이고 한 이야기를 다시 시키기 잘라는 듯이.
여사를 향해서 단 하나의 뜻을 품은채 말했다.
"내가 내 손으로 버린 아이야. 다시 찾을 리 없잖아?
그 아이가 여기 온 것은 나도 몰랐어. 그저 동행인이 전날에 있었던
사고의 피해자였는데 만나고 싶다고 해서 만난 것 뿐이야."
"그말에 거짓은 없겠지?"
"뭐야, 날 못믿는거야? 아니, 생각해보니 내 말을 믿었던 적이나 있었는지 모르겠네."
훗,하고 조소를 날리면서 업무를 보던 회장과 그런 회장의 모습에
이빨을 갈면서 분노를 숨기지 않는 여사.
도저히 모녀사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그 모습에 수행인은 헛숨을 들이키면서
긴장을 하지만 그것을 티내지 않기 위해서 노력했다.
"....헛수작을 부리면 알고 있겠지?"
"....."
"돌아가마."
여사는 회장에게 마지막으로 경고 아닌 경고를 날리면서
되돌아간다 말했으며 수행인은 그것에 휠체어를 끌고서는 회장실을 나섰으니
다시금 혼자 남은 아메미야 회장.
아니, 혼자가 아니었다.
그녀의 곁에 놓여진 핸드폰이 돌연 작동되면서 나타나는 AI, 사이토 마리나.
현재 핸드폰 안에 갇혀진 상태의 그녀는 외부로 나갈 수 없었으니
지금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이렇게 핸드폰의 내부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나타나는 것 정도였다.
"당신, 오빠에게 무슨 짓이야?!"
"뭐가?"
"친엄마라며! 직접 낳은 자식이잖아! 어떻게 일말의 애정이 없을 수 있어!?
버린 자식이 어미를 찾아왔잖아! 거짓으로라도 기뻐해줄 수 없어!?"
그렇기에 따지고 들었다. 그녀를 향해서 분노했다.
치후유만큼이나 분노한 그녀였으며 그녀가 한 것과는 다른 방향의 분노를 보이며
아메미야 회장에게 따지고 들기 시작하는 그녀.
자식을 버린 부모를 찾아온 용기에 대해서 생각해보라고.
간신히 만난 부모에게 거절 당한 괴로움을 느껴보라는 듯이
말하는 그녀는 회장을 향해서 분노했으니----.
"나한테, 그럴 이유가 있을리 없잖아?"
순간, 마리나의 말문이 막혔다.
동시에 회장은 비서를 호출하였으니 곧장 문이 열리는 방문과 함께
방안으로 들어오는 비서는 회장의 지시를 기다렸다.
그녀의 곁에 있는 마리나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지 않았으며
방안에 있었던 모든 일들에 대해서는 무관심한채
오직 회장의 지시에만 따르는 그녀는---.
"이후의 일정, 전부 취소해."
"네? 허나 오늘은 시찰이---."
"내일 할거야. 오늘은, 몸이 좀 안좋아서 그래."
"알겠습니다."
갑작스러운 일정취소. 그것도 모든 일정의 취소라는 것에
당황하였으나 이내 회장의 말에 알겠다면서 회장실을 나섰다.
반면, 평상시라면 누군가가 오면 몸을 숨겼을 마리나였지만
지금은 그러지도 못한채 가만히 회장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덜컥,하고 열리는 책상 서랍과 함께 회장은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그것은 유명 보드카 회사의 브랜드가 박힌 술병이었으니
회장은 그것에 주저없이 밀봉을 풀어헤치고서는 그것을 들이키기 시작했다.
와일드하다면 와일드하지만, 동시에 건강에 절대로 좋을리 없을 음주방식.
허나 회장은 그러한 것을 전혀 신경쓰지 않았으며 그대로 술병을 계속해서
들이키더니 절반에 가까운 양을 들이킨 뒤에나 병에서 입을 떼어냈다.
"다, 당신 그게 무슨----."
"내 손으로 그 아이를 버렸어. 그러니 나는 그 아이를 반길 이유가 없어.
애시당초 이제 찾아왔다고 반길거였으면 버리지도 않았을걸?
후회할 것 같으면 저지르지도 않거든, 나는."
"그걸....그걸 말이라고 하는거야!"
"응, 맞아. 말같지도 않은 말이지. 하지만 사실인걸?"
마리나를 바라보는 아메미야 회장은, 보드카를 들이켰음에도
전혀 바뀌지 않은 얼굴을 보이면서 마리나에게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