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12화 〉[IS]취중연가 (112/139)



〈 112화 〉[IS]취중연가

[치후유씨, 그게 무슨 말이에요?]


떨리는 손으로 메모장에 글을 써서 그녀에게 질문을 하자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이 자신을 향해서 미소를 지어주실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신채 아메미야 회장님의 앞으로 자신을 세우셨다.
반면, 아메미야 회장님도 이게 무슨 소리인지 몰라서 치후유씨를
바라보고 계실뿐, 다른 말씀이 없으셨다.

"16년전, 당신은 고아원에 한 아이를 맡기고 가셨죠."
"그게 무슨 소리이신가요. 전의 사고로 머리에 이상이 생기신거라면 치료를---."
"상귀스 회장에게 들었습니다. 개인적인 만남에서 들은 것이지만..."

팔랑,하고 한장의 사진을 꺼내드는 치후유씨.
자신의 눈에는 안보였지만 그것을 아메미야 회장님께 내밀은 그녀.
반면, 아메미야 회장님은 그것을 바라보면서 놀라시는데
도대체 무슨 사진인 것인가? 무언가 자신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

허나 그러한 자신의 의문은 풀리지 않고 있었음에도
이야기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마치 추리소설에 나오는 탐정의 추리와 같은 그것을
치후유씨는 계속해서 이어나가시면서 아메미야 회장님께 말하셨다.

"당신도 이것과 동일한 사진을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것이 어디선가 주운 것이라면 모를까, 고아원에서 하지메의 곁에
놓여져있다고 했습니다. 그러한 사진이 흔할 일은 없을테고
누군가 이것과 동일한 것을 가지고 있다면 분명 하지메와 깊은 연관이 있을게 분명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있는 것이 당신.
여기까지 생각해보면, 당신은 하지메의 친모가 아니신가요?"
"....."


반면, 아메미야 회장님은 아무말 없이 가만히 치후유씨를
응시하시기만 하실뿐, 다른 말씀은 없으셨으나
 분위기는 바뀐 것이 확실했다. 마치 치후유씨의 말이 사실이라는 듯이.
동시에 자신은 아메미야 회장님을 바라보던 시선을 되돌려서
치후유씨를 올려다보았으니, 그녀는 자신에게 손에 들려진 사진을 보여주셨다.

그것은, 교복을 입고 있는 어린 소녀가 갓난아기를 안고 있는 사진.
아무런 배경도, 축하해주는 사람 없이 오직 소녀와 아기만이 있는 그것은
너무나도 단촐했으며, 어떻게보면 불행해보이기도 했다.


당장이라도 울  같은 얼굴을 한 소녀와 그런 소녀의 품안에서
곤히 잠자고 있는 갓난아기의 모습.
동시에 이 사진을 보자마자 자신은 알 수 있었다.
이 갓난아기가 자신이라는 것을, 동시에 소녀는 아메미야 회장님이라는 것을.

그것에 떨리는 시선으로 아메미야 회장을 바라보는 자신.
반면, 아무런 감정을 보이지 않는 표정을 고수하던 회장님 또한
자신과 눈을 마주하시지만 아무런 말씀이 없으셨다.

"대답해주시겠습니까?"
".....후우. 맞아요. 저는 확실히 16년전. 고아원에, 프리지아 꽃밭에 한 아이를
출산하자마자 버렸습니다. 그리고 그때 한장의 사진을 놓아두었고
그것이 당신들이 가지고 있는 사진이죠."


그러나 치후유씨의 질문에 한숨을 내쉬더니 대답을 하시는 회장님은
치후유씨의 추론이 맞다면서 말씀해주셨다.
마리아 수녀님과 리즈무를 제외하면,  누구에게도 말해주지 않았던 비밀을.
프리지아 꽃밭에 자신이 버려졌다는 사실을 말하시는 회장님.

동시에 자신은 싫어도 알아차릴 수 밖에 없었다.
회장님이, 그녀가 정말로 자신의 친모라는 것을, 엄마라는 것을.

"-----."

마음속에서부터 끓어오는 감정들. 원망, 분노, 슬픔, 괴로움.
하나같이 그녀에게 쏟아내고 싶은 것들이었으며 따지고 싶은 것이나
질문하고 싶은 것들의 수없이 많이 떠올랐다.


그래, 치후유씨에게 말했던 것처럼 자신은 원망하고 분노했으며
조롱하거나 비아냥거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으며, 지금도
회장님이 자신의 친모라는 것을 알게되자마자 잊혀졌던 그것들이
저도 모르게 뛰쳐나오려고 하였으나, 이내 그것들은 사라졌다.

그래, 언제나 그러했다. 분명 무언가 사정이 있었겠지.
자신에게는 말하지 못할 사정이 있는 것이겠지.
하지만 이제는 상관없었다. 기업을 물려받거나 하는 일은 바라지도 않는다.
이전까지의 일들은 전부 잊어버려도 좋았다.


그저, 그저 하루라도 좋으니까. 아니 한번이라도 좋으니까
부모로써 자식을 사랑해주었으면 했다.
자신이 끝끝내 바라는 것은 오직 그것 뿐이었다.
어렸을 적, 크리스마스때나 새해신년에 소원으로써 매번 비는 그것.

아마 다른 아이들과 다를바 없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그것이었지만
동시에 시선이 저도 모르게 내려갔다.
바라볼 용기가 없으니까. 회장님을, 자신의 엄마를 바라볼 용기가 없었다.
자신은 어찌보면 그녀에게 있어서 숨기고 싶은 과거였을지도 모르는데
치후유씨가 돌연 아무말 없이 자신을 데리고 온 것이다.

회장실에 들어온 직후 자신에게 그녀를 엄마라고 소개하셨을때
그녀가 자신에게 보여준 반응으로 본다면, 아마 그녀 또한 자신이
이곳으로 오고, 자식이라는 사실을 방금 들은 것이겠지.
분명 그녀도 당황하고 있을 것이다. 차분함을 가장한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고 있을 것이 분명할텐데, 자신이 그녀와 눈을 마주친다면 그녀도 난감할---.


"그래서, 어떻게 해드리면 되죠? 돈입니까?"
"....뭐?"


*


"그래서, 어떻게 해드리면 되죠? 돈입니까?"
"....뭐?"


순간, 순간 아메미야 회장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자신은 저도 모르게
멍청한 소리를 내뱉으면서 그녀를 바라보지만
회장은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자신들을 향해서 말을 이어갔다.

"보상말입니다. 무언가 바라고 온 것이 아니십니까?
고아로 버렸는데 이제와서 찾아온 이유. 돈이 아니라면 무엇을 원하시죠?
제가 해드릴 수 있는 선에서라면 해결해 드리도록 하죠.

아니면 회사에 취직을 시켜드리면 되는 것입니까?
학력이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 회사에서 지원하고 있는 학교 중에
괜찮은 곳에 넣어드리도록 하죠. 등록비부터해서 모든 비용은 회사에서 내겠습니다.
아니면 빌딩을 원하시는 건가요?"
"당신, 지금 그게 무슨----."
"그게 아니라면 무엇이죠? 제가 버린 아이입니다.
다시는 찾을 생각도 없었으며, 찾으러 올 것이라고도 생각치 못한 아이입니다."


떨리기 시작하는 손, 허나 자신이 떠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잡고 있는 하지메가 떨기 시작한 것이었으며
동시에 자신 또한 분노에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지금, 지금 자신의 자식 앞에서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태어나자 버렸으면서, 이제서라도 만났으면서...
본인을 원망도 증오도 하지 하지 않는 아이에게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거냐.

"비서에게 말해놓겠습니다. 연락처는....
분명 전날 사고가 났을때 드린 것이 있을테니 거기에 적힌 것으로
연락을 해주시면 되겠네요."

닥쳐, 닥치라고. 전신에 힘이 들어가고 당장이라도
눈앞의 여자를 후려갈기고 싶은 자신이지만, 하지메의 앞에서 그럴  없었다.
아무리 미워도, 증오스러워도, 가증스러워도 그의 친모다.
아니, 친모였던 것이다.


분명, 분명 무언가 사연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 기업의 회장이다. 분명 무언가 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기에 데려온 것이다.
자신과는 다르게, 이제는 화해도 할  없는 자신과는 다르게
아직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이었다.


허나 그것은 멍청한 생각이었다. 자신보다 못했던 것이었다.
자신의 부모들보다, 하지메와 이 여자의 연은 못한 것이었으니
그녀는 하지메를 자식으로 보고 있지 않았다.
스스로 버린 자식, 타인이라고 선을 긋고 있었으니----.

[귀한 시간을 뺏어서 죄송합니다, 회장님.]


하지메는 조심스럽게 메모장을 그녀와 자신들 사이의 책상위에 올렸다.
눈을 마주하지 않고, 아무런 부정적 감정을 보이지 않은채 미소만을
지으면서 그녀를 향해줄 뿐이었다.


동시에 메고 있던 크로스백에서 자그마한 상자를 꺼내드는 그.
전날, 그에게 어머니를 만나러 간다고 했을때 선물이라고 챙긴 그것을
하지메는 조심스럽게 책상 위에 올려두고서는 다시금 회장을 향해서
미소를 지으며 메모장을 다시 적어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상은 필요 없으니까 걱정 마세요.
한번이라도, 한번이라도 이렇게 만났으니까 저는 이걸로 만족해요.
사실대로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면 안녕히 계세요.]


그것은, 고별. 하지메가 아메미야 회장에게 고하는 고별이었으니
자신을 향해서 돌아가자고 말한 하지메는 그대로 회장실을 빠져나갔다.
반면 자신은 그러한 하지메와 다르게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움직일 수 없었다.

자신은 질문을 해야만 했다. 그래,  질문만은 해야만 했다.
확인해야만 하는 질문.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만약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못하는 자신은 그를 대신해서 질문을 해야만 했다.

"안돌아가시나요? 그 아이는 이미 간 듯합니다만?"
"당신에게, 하지메는 도대체 뭐냐."
"그것을  말로 해야만 하는건가요?"
".....그래. 그렇군."

방금의 대답으로 잘 알게되었다. 더이상 고민도, 주저도, 망설임도 없었다.
분노에 떨리던 몸도, 상대를 향한 원망과 자신의 실패에 대한 자책도 사라졌다.
남아있는 것은, 상대를 향한 자신의 진심어린---.


"정말 다행이군, 네년이 하지메를 버려서."
"....."


모멸감과 가증스러움.

"너에게 유일하게 고마워해야할 것이 있다면, 하지메를 버려준 것이겟군 그래.
그가 너같은 년의 손에서 자랐으면 괴로웠을테니까.
지금까지 살아온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야.
동시에 내가 주울 수도 없었을테니, 이것 하나만큼은 고맙다고 해야겠군."
"그런가요? 정말 다행이군요."
"아아, 그리고 부디 바라건데. 다시는 보지 말도록 하지."


그말을 끝으로 몸을 돌리는 자신.
이것으로 끝이다. 저 가증스러운 년과 자신과 하지메의 연은 이걸로 끝이었다.
다시는 만날 일이 없길 빌면서 자신은 회장실을 나섰으며
동시에 밖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하지메에게로 향했다.

자신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던 그는, 엘리베이터의 앞에서
가만히 서서는 엘리베이터가 오길 기다리고 있었으니
아무말 없이 그의 등뒤로 향한 자신은 조심스럽게 그를 끌어안았으며
서로 아무말 없이 차로 이동했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어떠한 말을 해야할지 몰랐다.
자신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최악의 만남, 최악의 결과.
어느정도 각오는 했었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던 자신은 그에게 사과했다.


"미안하다, 하지메."
[괜찮아요. 치후유씨는 아무 잘못 없어요.
오히려 고마운걸요?  어머니를 만날  있었으니까요.]


자신을 바라보면서 미소를 지어주는 하지메.
무척이나 상냥하면서 깨끗한 그 미소에 자신은----.


"하지메, 내앞에서는 강한척 하지 않아도 된다."

그에게 부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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