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11화 〉[IS]취중연가 (111/139)



〈 111화 〉[IS]취중연가

"....후우."

핸드폰을 바라보면서 몇번이고 망설이기를 반복하는 자신은
과연 이것이 잘하는 일인가,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내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며 통화버튼을 누르려고 하지만
다시금 망설이기를 반복하게끔 되었다.

핸드폰에 표시된 전화번호는 아미메야 사의 전화번호.
그것도 회장실의 그것이었는데 과연 자신이 전화를 걸어도 받을지는
의문이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생각하였기에
번호를 누른  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그뒤, 한발자국을 내딛지 못해서 망설이고 있는 자신은
과연 이것이 잘하는 짓일지 고민을 하게끔 되었다.
자신은 하지메의 연인이고 그를 지켜주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것의 연장선으로 이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다만 그만큼이나 이것으로 하지메가 상처를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드는데 전날 마리아 수녀님의 말씀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부모를 만난 고아들이 만나기 전보다 더 큰 상처를 입었다는 이야기.


"....."


꾸욱,하고 통화버튼을 누르는 자신은 각오를 다졌다.
그래, 자신이 각오를 다진 이유는 하나. 하지메에게 미움을 받더라도
자신은 이 일이 그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상처를 받고 괴로워할지도 모르지만 보고 싶어하는 부모를 모르는채로
지내는 것보다는 만나는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엿다.

「누구시죠?」

그렇게 잠시간의 대기음이 울리는가 싶더니 들려오는 목소리.
고운 미성은 이상하리만치 차분하였으니 되려 그 차분함에 숨어있는
무감각, 무감정함은 무서울 정도로 느껴졌다.

"그, 갑자기 전화드려서 죄송합니다. 저는 오리무라 치후유라고---."
「죄송하지만 용건만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당신이 만나주셨으면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긴장된다,라는 느낌을 느끼는게 도대체 얼마만일까?
아주 옛날의 일이라서 기억도 나지 않는 그것에 자신은
저도 모르게 한심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상대에게 용건을 말했다.
만나주었으면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지메와 만나주었으면 한다고 말하는 자신.

하지만 상대는 아무말 없이 가만히 침묵을 하고 있었으니
아마 자신이 누구인지 확인하는 것일까?
그도 아니라면 다른 이유로 침묵을 한채 있는 것일까?
자신으로써는 어느쪽이든 상관이 없지만, 반드시 수락하게끔 만들어내리라.


「다짜고짜 전화를하시더니 누군가를 만나주었으면 한다니...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저여야만 하는 이유라도 있나요?」
"당신이 안되면 안되는 사람이기에 그렇습니다."
「......」

자신의 말에 침묵하는 상대에 마찬가지로
아무말 하지 않은채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기로 하는 자신.
허나 하지메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만약 여기서 말했다가는, 자칫 상대가 피할지도 모른다.


물론 억지로 만나게해서 될 일도 아닐 뿐더러
그렇게까지 해야하는 일이냐고 한다면 자신도 잘 모른다.
모르겠지만....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이것이 가장 최선이다.
자신은 이미 늦었지만, 하지메는 아니니 될  있는한, 늦기 전에
둘을 만나게하고 싶었다.

"만나주시겠습니까?"
「....좋습니다. 내일 오후에 시간을 비워두도록 하죠.」

*

"......"

툭,하고 끊기는 전화통화에 자신은 아무말도 하지 않은채
가만히 핸드폰을 바라보면서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으며
시선을 돌려서 사무실의 한켠에 두었던 또다른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사이토 마리나,라는 얼토당치도 않은 AI가 갇혀있는 그것은
아직도 그녀를 가두어둔채였으며 외부와의 전파는 차단된 상태.
그녀가 핸드폰안에서 무언가를 할  있는 것은 전무했다.
분명 그랬을터인데---.

"너가 한거야?"
"풀어주면 이야기해줄테니까 풀어줘."
"거절하지. 너를 풀어주었다가는 안되니까."

자신의 질문에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불가능한 요구사항을 내거는 것에
거절하고서는 그대로 비서를 부르는 자신은 내일의 일정을 조정하기 시작했으며
통화 상대에 대해서 떠올려보기 시작하는 자신.


오리무라 치후유, 세계 최강의 일본인 여성. 제 1회 몬도 그리스의 우승자.
대중적으로는 여기까지 알려진 것이 전부이고, 그 이외에는 전혀 알고 있는 것이 없었다.
현재는 IS학원에서 교사직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녀가 어째서 자신에게 연락을?
아니, 전날 교통사고에 대해서 무언가 다시 이야기해보려는 것인가?
그때 이야기는 전부 끝냈을터, 덩달아서 누군가와 만나주었으면 한다니...


도저히 갈피를 못잡는 자신이었으나 이내 아무래도 좋았다.
어차피 추측과 추론을 해도 못알아낸다면 헛된 추론을 하는 것보다는
그냥 기다리는 편이 더 좋겠지.


"내일 오후 2시부터 1시간 가량, 시간을 비워두었습니다."
"알았어."

툭,하고 통화를 끊은 자신은 의자에 기대면서 잔에 술을 따르기 시작했다.
아직 업무시간이지만, 아무래도 상관없겠지.
필요한 일들은 전부 끝마쳤고 이후의 일들은 자신이 관여하지 않아도 되는 일.
채워진 잔을 들어올리고서는 한모금 들이키는 자신은 회장실의 안을
한번 훑어보면서 생각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자신이 밑바닥에서부터 일으켜세운 아메미야 사.
이제와서 흔들리게 둘 수는 없었다. 그래 절대로 그렇게 할  없었다.
모든 것을 포기하면서 일으켜세운 것인데 그럴 수는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주머니의 사진을 꺼내들어올리는 자신은
손으로 사진을 한번 쓰다듬으면서 중얼거렸다.

다시는 만나서는 안될, 만나는  조차 용서되지 않을 그 아이의 이름을.
잊지 못할 자신의 아이의 이름을.
동시에 자신은 조심스럽게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면서도 술을 다시금 들이켰다.

*


통화를 끝낸 자신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어찌저찌 내일 약속을 잡아두기는 했다.
허나 이것은 출발선에  것뿐이며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녀와 하지메를 만나게 해서 가족으로 만들어낸다,라는 출발선.

쉽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해야만 하는 일이다.
덩달아서 하지메가 상처를 받겠지만, 그럼에도 해야만 하는 일.
자신은 그렇게 마음속으로 각오를 다지면서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은채
하지메가 있는 방으로 향했다.

컴퓨터로 무언가 작업을 하고 있는 그는, 아무리 그래도 자신에게
금전적인 부분을 완전히 의지할 수는 없다면서 프리랜서로써
일하고 있는데, 그닥 시원찮은 듯했다.

하기사, 미성년인 그에게 일을 맡길 사람이 드물터였으며
그나마 얻은 작업물 또한 얼토당치도 않은 것들 투성일테니---.


"하지메."
"--?"
"미안하다."

자신의 부름에 컴퓨터 작업을 멈추고서는 몸을 돌리는 그.
무척이나 가녀리고 연약하고 사랑스러운 그를 향해서
다가간 자신은 그를 다시 한번 끌어안아주면서 먼저 사과를 했다.


그래, 사과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일의 결과가 어떻게 끝날지는 모르지만, 자신은 사과를 해야만 했다.
동시에 하지메는 무슨 일이냐면서 자신을 올려다보지만
자신은 아무말 없이 그를 끌어안을 뿐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그를 끌어안은 자신은 이내 그에게서
떨어진 뒤에 눈을 마주하였는데
무척이나 순수하며 자신을 담아내고 있는 그 눈동자를 바라보자니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말해야만 했다.

"내일, 만나기로 한 사람이 있는데 무척이나 중요한 사람이다."
[아, 그러면 저는 또 리즈무한테 가면되나요?]
"아니, 너도 같이 가는 것이다."
[저도요?]


끄덕,하면서 하지메의 말에 대답하는 자신이었으니
하지메는 무슨 일인지 잘 모르겠지만 알겠다면서 자신에게 미소지어주었다.
그것에 자신은 가슴 한켠이 아파왔다.
과연 이 일로 그가 얼마나 상처를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너에게 무척이나 중요한 사람이신, 너의 어머니이시다."

*


치후유씨를 따라서 도착한 건물, 아메미야 사의 건물.
전날 자신이 다니던 회사이자 치후유씨의 말씀대로라면...
믿을 수 없지만 자신의 엄마가 계신다는 건물.
그곳을 올려다보면서 자신은 과연 누구 자신의 엄마일지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이곳에 자신의 엄마가 계신다고는 생각도 못했다.
누가 상상이라도 했었겠는가? 고아인 자신과 엄마가 한 회사에 속해있었다고.
하지만 동시에 자신에 대해서 알고 계셨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들었지만, 이내 치후유씨가 자신을 데리고 건물의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으니, 그녀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엘리베이터에
타서는 버튼을 누르니---.

'회장...실?'


혹시, 회장님과 이야기해야하는 것인가? 덩달아서 그것을 회장실에서?
자신과 엄마의 일인데 회장님께까지 가야하는 것인가,하는 생각을 하는 사이
도착한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으며 자신과 치후유씨는 곧장 회장실로 향했다.


한편, 비서씨는 자신들을 보자마자 회장님께 연락을 하셨으며
자연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라고 말씀해주셨으니
치후유씨와 자신은 그것에 가볍게 목례를 하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오세요."
"실례합니다."
"....?"

허나 안에 보이는 것은, 아메미야 회장님뿐이었으며
다른 사람은, 자신의 엄마는 보이지 않으셨다.
어라, 아직 안오신건가? 혹은 못오시게 되신 것일까?
그렇다면 서둘러서 돌아가야하는 것인가,하는 생각을 하는데---.


"하지메, 인사드려라.이 회사의 회장님이시자 너의 어머니이신, 아메미야 유즈루시다."
"...뭐?"
"...?"

돌연, 치후유씨의 입에서 들려오는 정말 뜻밖의 말에 자신과 회장님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치후유씨는 그런 자신의 어깨를 감싸안으시며
자신을 아메미야 회장님쪽으로 밀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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