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10화 〉[IS]취중연가 (110/139)



〈 110화 〉[IS]취중연가

"에? 지금 뭘 한거---."
"너가 들어가있는 핸드폰의 보안프로그램을 작동시킨거야.
본래라면 다른 상황에서나 사용하게끔 만들어둔 것이지만
아무래도 상관 없을테지.
 허락없이는  핸드폰에서 못나가."


핸드폰을 들어올리면서 자신은 홀로그램의 소녀, 사이토 마리나라고 했던가?
자신의 의붓딸이라고 소개한 소녀를 향해서 말하는데
당황하는 표정이 숨겨지지 않은채 핸드폰에서 다른 전자기기로 도망치려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것은 불가능  것이리라.

회사의 모든 업무를 핸드폰으로 확인하는 자신이었는데
만약 핸드폰을 잃어버린다면 회사에 대한 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일이
너무나도 높았기에 설치한 보안프로그램.
작동하게 된다면 자신의 승인 없이는 절대로 풀 수 없다.

동시에 눈앞의 녀석과 같은 AI프로그램이라고 한다면
침입은 가능하지만, 탈출은 불가능한 곳이 자신의 핸드폰이었으니
상대는 자신이 이것을 작동시킬때까지 아무런 방비도 하지 않은게 실수다.


"뭐야, 이거 왜 안열려?!"
"말했잖아. 너는 그곳에서 못나갈거라고."
"장난치지 말고 빨리 열---!!"
똑똑.


소녀의 말과 함께 들려오는 노크소리.
그것에 자신은 핸드폰을 침대밑에 넣어둠과 동시에 방문을 열었다.
이 오밤중에, 노크를 하면서까지 이곳에 올 사람이라면 자신이 아는 한  한명이었으니
자신의 예상대로 문을 열자 보이는 것은 휠체어에 탄채 자신을
무미건조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여성이었다.

아니, 여성이라고 하는 것보다는 '여사'라고 하는게 더 맞으려나?
정확하게는 자신의 친모이지만 말이다.
허나 남만도 못한 친모이니, 여사쪽이라고 하는게 더 편한 자신은
그녀를 바라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은채 가만히 있자
상대가 먼저 질문을 했다.


"무슨 일이길래 이리 시끄러워."
"무슨 상관이지?"
"내 집에서, 내가 시끄럽다면 조용히 해야하는거야!
그리고 내가 물어본다면 대답해야만 하고!"

탁,하고 손걸이를 강하게 내리치는 여사.
허나 그것에 힘은 실려있지 않았으며 마른 소리만이 주변에 퍼져나갔다.
물론 집안이나 고용인들이라면 움찔하면서 겁을 먹었겠지만
안타깝게도 자신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그저 무미건조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가만히 있자
자신을 찢어죽일 것 처럼 바라보는 여사는 분에 차오르는
대조적인 상황에서 자신은 아무말 없이 문을 닫았다.
아니, 닫으려 했다.

"혹시 그 핏덩이를 되찾으러 갈 생각이냐?!"


자신을 향해서 날카롭게 찔러들어오는 질문에 순간 몸이 멈추었지만
이내 자신은 여사를 향해서 시선을 돌린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설마, 그 아이는 내손으로 버렸어. 다시는 안찾아."

탁,하고 닫히는 문과 함께 여사와 자신의 단절은 이어졌다.

*

"끄으으응----다했다."
[수고했어.]
"네덕분에 살았다. 간신히 다 끝냈네."

리즈무의 방학숙제를 끝마친 자신들은 그대로 둘다 방바닥에
쓰러지면서 서로에게 격려를 하면서도 지친몸을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동시에 고개를 돌리자 보이는 것은 8시를 지나고 있었으며
핸드폰에서는 때마침 메일 도착음이 울려왔다.

뭐,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연락이 온 것은 치후유씨였으며
자신을 데리러 오겠다는 내용이었다.
반면, 리즈무는 하룻밤 자고 갈 것이냐는 질문을 하는데
그것에 자신은 아니라 대답하면서 돌아갈 채비를 시작했다.

리즈무랑은 오래 놀지 못했지만 그래도 오래간만에 만난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자신이었으나 리즈무는 무언가 아쉬워하면서도
자신을 향해서 언제나처럼 커플죽어,라고 농담을 해왔다.

"멀리 안나갈거다."
[나올 생각도 없었으면서.... 편히 쉬어.]
"오냐."

자신은 그렇게 말하면서 리즈무의 집에서 나오면서 작별인사를
하며 몸을 돌려서 집밖으로 나가니, 치후유씨가 기다리고 계셨다.
다만, 오늘은 차를 안가지고 가셨던 것인지 가벼운 복장을 한채로
문앞에서 기다리고 계셨으며 자신을 보자마자 미소를 지어주셨다.


자신 또한 미소로 화답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다가가서는
포옹을 한번 해드렸으니, 조금은 쓸쓸한 마음이 들었던 것을
애써 숨기기 위한 것이었다.

계속해서 곁에 있었던 그녀가 잠시 자리를 비운 것에
마음속의 한켠에는 쓸쓸함이 느껴졌단 것을 숨기고 싶은
자신의 변변찮은 자존심때문이었으나, 치후유씨는 그저 자신이
포옹을 해오는 것에 미소를 지으며 좋아해주실 뿐이었다.


"조금, 늦었다."
[괜찮아요. 그것보다 술드셨나보네요?]
"아...그, 미안. 허락도 안받고 마셔버렸군 그래."

자신의 말에 순간 움찔하면서 변명하지 않고 솔직하게 말씀하시는
치후유씨의 모습에 자신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채
오리무라 가로 되돌아가자고 했다.

별달리 갈 곳은 없었으며, 다른 예정도 없었기에 말한 것이며
치후유씨 또한 마찬가지였는지 고개를 끄덕이면서
서로의 손을 잡고 귀갓길에 올랐다.


"리즈무와는 무엇을 하면서 놀았나?"
[방학숙제도와줬어요. 하나도 안해놨더라고요.]
"훗, 녀석도 어쩔 수 없는 학생이군 그래?"
[매번 제가 도와줬거든요. 다만,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리즈무가 직접했고요.]
"....미안하다."
[괜찮아요. 지각걱정이라던지 그런건 안해도 되니까요.]


무심결에 말한 것이지만 치후유씨는 자신을 자퇴시킨 것이
아직 마음에 걸리신 것인지 자신에게 사과를 하시는데
자신은 딱히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미소를 지어드렸다.


그래, 이제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사람의 곁에 있고 싶다고 생각하는 자신이었으며
치후유씨는 그런 자신이 있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며
동시에 곁에 있고 싶은 자리 또한 그녀의 곁이었다.


그렇게 사이좋게 돌아간 오리무라 가.
해가 저물어가는 상황에서 현관문을 지나서 안으로 들어가는 자신은
이제 치후유씨가 언제나처럼 키스를 해오거나 메챠쿠챠 자신을 끌어안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나름의 준비를 했지만, 어째서인지 가만히 서있는 그녀.


평상시랑은 다른 그녀의 모습에 의문을 품으면서 고개를 돌리는 자신.
동시에 치후유씨는 조용히 자신을 바라보는데 무언가 진지한 얼굴을 한채
무언가를 망설이시는 듯 했다.

[무슨 일 있으신가요?]
"....하지메, 이런 질문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평상시랑은 너무나도 다른 치후유씨의 모습.
도대체 무슨 질문을 하시려고 그러는 것일까,하는 의문에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자니 그녀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이내 크게 심호흡하시고서는 자신에게 질문을 해오셨다.

"만약, 만약에 너의 생모를 만나게 된다면 어떨 것 같으냐?"
"...."


그것은, 여태까지 한번도 치후유씨에게서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치조 못한 질문이었으며 나올 일 또한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질문이었다.
동시에 그녀가 이리도 망설인 것도 이해가 갔다.

정확하게는 모를 것이겠지만, 적어도 이 질문이 자신에게 어떠한 의미를
품고 있는 것인지는 어림 짐작은  수 있는 부분이었으나
그만큼 자신에게 질문을 해보고 싶으신 것이겠지.
아마 원인은 마리아 수녀님이려나?


여태까지 자신이 다른 사람을 데리고 돌아간 적이 없었으며
동시에 이번에 처음으로 혼자가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 돌아간 것인데
같이 온 사람이 연인인 치후유씨이니까.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고서는 말씀하신 것이리라.


[글쎄요, 여러가지로 생각을 해본적은 많아요.]
"...."
[원망하고 미워하며, 화를 낼 것 같기도 하고.
자신을 버린 이유가 무엇인지 따지고 물어보며 조소를 날릴 것 같기도 했어요.]


차분하게, 메모장에 어렸을 적에 했던 모든 상상의 결과물을
적어서는 치후유씨에게 내보이는 자신이었으며 그녀는 아무말 없이
메모장의 내용을 확인하면서 자신을 가만히 바라보고만 계셨다.


그리고 자신은 결국에는 도달한 하나의 바램을
떠올리면서도 이미 포기한 그것을 메모장에
적어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바라는 것은 하나더라고요.]
"그건, 뭐지?"
[안아주셨으면 해요. 자식이니까, 부모에게 안겨보고 싶더라고요.]
"....."
[고아들 중에는 한번도 부모에게 안겨보지 못한 애들이 많아요.
저 또한 그렇고요. 그래서, 한번은 자신을 안아주었으면 해요.]
"....미안하다. 그리고 고맙다."

돌연, 자신을 끌어안아주시는 치후유씨는 자신에게 사과와 함께
감사인사를 하시는데 팔에 힘을 주어서는 자신을 꽉,끌어안아주셨다.
허나 동시에 그녀의 몸이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무슨 이유에서 이런 질문을 하시는 것이신지는 모르겠지만.
어째서 그녀가 자신을 끌어안은채 우시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은 그것에 대해서 질문을 하지 않은채 조용히 그녀를
마주 안아드리면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드렸다.
어른이라고 해도 울고 싶을때가 있다고 누군가가 말했던  같은데
치후유씨에게는 아마 지금이 그 때이리라.

"하지메. 사랑한다."
[네, 저도 사랑해요 치후유씨.]

그러다가 돌연 자신을 향해서 사랑한다고 말씀하시는 치후유씨.
우시는 것인줄 알았는데 그것은 아니었던 것인지
목소리에는 울음기가 전혀 없었지만 자신을 끌어안은 것을
풀지는 않은채 자신을 들어올리고서는 그대로 방으로 향하셨다.

동시에 자신을 침대위에 눕히시는 치후유씨는
그대로 자신을 예의 그 눈으로 바라보시기 시작했다.
이전날, 온쳔여관에서 술에 취하신채 자신을 덮치려고 하시려는 듯한 포즈.

"하지메, 부탁이 있다. 너에게는 무척이나 힘든 부탁일지도 모르지만....
나중에, 누군가를 한번 만나주었으면 한다."
"....?"
"그때가면 알려주마.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부탁한다."


그리고 그때와 같이, 자신을 향해서 애수에 찬 눈빛을 보내는
치후유씨의 부탁아닌 부탁에, 자신은 고개를 끄덕여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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