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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9화 〉[IS]취중연가 (109/139)



〈 109화 〉[IS]취중연가

"의외네."
[뭐가?]
"오리무라씨가 너를 두고 혼자 나간거 말이야."


리즈무의 집에서 그의 방학 숙제를 도와주던 찰나
갑작스러운 말에 의문을 품은 자신이었으나 리즈무는 오히려
본인이 더 의문이라면서 자신에게 말했다.
그래, 오늘은 돌연 치후유씨가 약속이 있다면서 밖으로 혼자 나가셨으며
자신에게 잠시 혼자있으라고 말까지 하셨다.


평상시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데리고 나가셨을텐데
갑자기 이런 식으로 나오시니 적응이 안된다면 안되는 자신.
하지만 좋은게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넘겼는데
리즈무의 말을 들어보면 의외라고 하면 의외이긴 했다.


[뭐, 나를 믿어도 된다고 생각하시는것이겠지.
내가 어린 아이도 아니고 혼자 둔다고 위험한 일이 일어나겠어?]
"일어나겠지. 주로 여장적으로---."
"...."
"그래, 실언이었다."


짜게 식은 눈으로 리즈무를 바라보자 곧장 사과를 하는 그의 모습에
여전하다면 여전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리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리즈무 나름의 방식의 친근함을 표현하는 방식이었고
자신도 리즈무에게 장난을 자주 치고 있으니 말이다.

[자, 리즈무. 여기까지는 끝났어.]
"오, 땡큐. 그러면 남은게 영어랑 지리쪽인가?"
[영어는 모르겠지만 지리는 내가 못도와줄  같아.]
"하나라도 도와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

영어노트를 건내주는 리즈무의 모습에 자신은 미소를 지으며
그의 노트를 펼쳐보았는데 보이는 것은 전부 불길한 단어들 뿐이었다.
느와르,라고 평범한 단어부터 시작해서 난생처음보는 단어들이었지만
앞뒤쪽에 보이는 단어들로 보아서는 아무래도 불길한 뜻을 품은 것이
분명해보이는 그것에 자신은 조심스럽게 리즈무를 바라보았다.


허나 리즈무는 지리책을 펼쳐보면서 숙제를 시작해나가니
일단은 자신도 숙제를 도와주기는 해야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천천히 숙제를 하면서도 핸드폰을 한번 바라본다.
지금까지 한번도 오지 않은 치후유씨의 메일,

뭐, 약속 상대와 즐겁게 놀고계시는 듯 평상시라면 왔을 메일이
한통도 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무언가 시원섭섭하였지만
이내 리즈무의 숙제를 도와주기로 했다.

"아, 젠장. 누가 여름방학 숙제같은 걸 만들어낸거야.
여름방학에는 마음 편히 놀게 해달라고."
[어제까지 신나게 놀았잖아? 자, 빨리 하자.]


*

챠캉,하는 소리와 함께 얼음이 컵 속에서 굴렀으며
자신은 알케니와 나란히 바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으니
그녀를 자신이 부른 것이었다.


자신이 자주오는 바, '크레센토'에 초대해서 한번 대접하기로  것.
하지메를 부탁한 것에 대한 보답이었으며 동시에 이야기도 조금 할까해서
부른 것인데 알케니는 아무런 거부감 없이 응해주었다.
기업의 회장쯤 되는 사람이라면 이런 약속 잡기 힘든 것이 아닌가,싶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아닌 것인지 무척이나 쉽게 나온 그녀.

물론 술집이라서 가름은 데리고 들어오지 못했지만
그녀는 나쁘지 않다는 듯이 들어와서는 자신과 나란히 앉아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나쁘지 않은데?"
"다행이군. 그리고 고맙다. 하루뿐이지만 하지메를 돌봐줘서."
"뭘, 나도 이득은 봤으니까 걱정하지마."
"...."
"회사 프로그램 관련해서야. 덮치거나 하지 않았으니까 걱정 마."


자신의 시선에 곧장 손사례를 치는 그녀는 다시금 술잔을
기울이면서도 은은한 미소를 자신에게 보이고 있었으니
어서 본론을 꺼내라는 듯한 미소였다.

이미 들켜버린 것일까? 아니면 처음부터 알고서도 어울려준 것일까?
자신은 어느쪽일까,하고 고민하지만 이내 어느쪽이라도 상관없다는 듯이
생각하면서 알케니에게 말하면서 사진을 들어올렸다.


"과연, 버린 자식을 부모는 그리워 할까?"
"음? 뭐야 그거? 철학론?"
"아니, 그저 신세한탄이다. 나나 하지메나 부모에게 버림 받았으니까."

눈에 들어오는 사진에 보이는 여학생과 그런 학생의 품안에 안긴 하지메.
이름이 가려져있기에 누구인지 찾아볼 수 없었으며, 어디에 사는지조차
알 수 없었기에 추적을 하는 것은 꽤나 힘들 것 같았다.
덩달아서 과연 찾아가서 무어라 말해야할지조차 고민인 자신.

아니, 찾아갈 자격이나 있을까 자신에게는?
결국 이것은 하지메와 그의 모친의 문제이지 자신이 개입할 부분은 아니었다.
하지메와 자신이 연인인 것은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문제에
마음대로 개입해서는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챠캉,하고 다시금 소리를 내는 술잔 속의 얼음에 자신은
잔을 들어올리면서 술잔을 기울이는데---.

"어라? 아메미야 회장이 가진 사진이네?"
"푸흡?!"

알케니의 갑작스러운 말에 놀라는 자신은 사례가 걸리거나
술을 뿜어낼  했지만 그것을 간신히 참아내면서
알케니를 향해서 시선을 돌렸으니 그녀는 자신에게 그 사진을
왜 자신이 가지고 있냐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잠깐, 알케니! 방금 뭐라고 했나?!"
"에? 아니, 이거랑 같은 사진을 아메미야 회장이 가지고 있어서....
그, 하지메가 다니던 회사의 회장말이야."
"아메,미야?"

자신의 질문에 대답해주면서 의아함을 표출하는 그녀였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자신은 고개를 돌려서 사진을 바라보았으니
알케니의 말에 자신의 의문이 풀리기는 커녕 더욱 심해졌다.


아메미야 사, 일본 내의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일류 기업.
하지메는 중소기업이라고 생각하는듯했지만 그것은 해외 기업들과
비교하였을때의 이야기였다.
아니, 애시당초 국내에서 아메미야 사를 말한다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알고 있을 회사에 대해서 무언가 착각중인 그였지만 그것은 중요치 않았다.


"그말, 사실인가?"
"내가 이런걸로 거짓말쳐서 뭐해? 그런데 너가 그 사진을 왜가지고 있는거야?"
".....나중에 이야기하도록 하마."


어째서 아메미야 사의 회장이, 학생시절에 아이를 출산했으며
그 아이를 고아원에 버려야만 했을까,하는 의문이 중요할 뿐이었다.

*

"후우----."


의자에 앉아서 창밖을 바라보면서 술잔을 기울이는 자신.
몇잔을 마시고 몇병을 비워도 전혀 취하지 않는다.
딱히 알콜 중독자라던가 그런 것은 아니었으며 물을 탄 술도 아니었다.

지금만 해도 2병째의 잭 다니엘을 비우고 있지만
취하지 못한채 그저 몸이 달아오르기만 하고 있는 자신은
다시금 잔을 채우면서 시선을 창밖으로 던지고 있었다.

핸드폰에는 회사와 관련된 보고들이 수없이 오고 있었지만
어차피 하나같이  아는 내용들이었으며
드문드문 보이는 내용들은 자신의 시선을 끌지만 나중에 처리해도 되는 일들.
지금의 자신이 움직일만한 일들은 없었다.


아무말 없이 창밖을 보던 자신은 이내 시선을 돌려서
술상을 바라보니 보이는 것은 프리지아가 꽂혀진 꽃병과
그 곁에 놓여진 사진첩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자신의 죄악의 상징이자 증거의 그것을 바라보면서
다시금 기억을 떠올리니 그것 이외의 방법이 없다고는 하지만
그날의 일이 절대로 잘한 일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후우----."
"안주없이 술만 들이키면 장에 안좋을걸요?"
".....누구?"

집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둘러보는 자신.
허나 사람의 그림자 따위는 보이지 않았으며 그것에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어서 복도를 확인해보거나 테라스를 확인해보지만
그 누구도 보이지 않았다.

그것에 몸을 돌려서 방안으로 되돌아오는 자신은
다시금 자리로 되돌아갔으니---.


"핸드폰에 있는데, 안볼려고?"
"....?"


지이잉,하고 울리는 핸드폰과 함께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것을 들어올리자 보이는 것은 한 소녀의 모습.
늑대의 털과 같은 회백발에 12살쯤 되어보이는 외관과 함께
검은색을 베이스로 둔 드레스.


자신의 기억속에 이런 홀로그램의 AI와 만나거나 만들었던 적은 없었다.
그렇다고 '그'의 손에 의해서 태어난 것도 아니었다.

"누구지?"
"그러네. 하지만 동시에 무어라고 설명해야할까, 나를?"

그렇기에 질문을 하는 자신이었으나
상대는 되려 자신에게 질문을 하면서 미소를 보내었다.
스스로를 어떻게 설명해야하냐는 질문.
그것에 아무말 없이 바라보고 있자니 자신들의 사이에 내려앉는
경계심 가득한 침묵은 그 무게를 점차더해갈 뿐이었다.

누구인지, 무슨 목적인지도 모를 상대를 판단하지 않는 자신과
그러한 자신에게 정체를 숨기는 상대.
잠시간 기다리고 있지만 전혀 바뀌지 않을 것 같은 그것에
자신은 핸드폰의 전원을 끄면서 상대를 사라지게 하려고 했으니---.

"오빠, 보고싶지 않아?"
"...."

순간 멈추어지는 자신의 손과 함께 자신을 향해서 의미불명의 미소를 짓는 AI.
동시에 자신은 전원을 끄려던 핸드폰을 다시금 들어올리면서
AI와 시선을 마주하였으니 AI도 그것이 좋다는 듯이
자신에게 이제서야 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정식으로 소개하도록 할게요, 의붓엄마?
오빠, 사이토 하지메의 의붓여동생인 사이토 마리나라고 하는데
사이좋게 지낼  있을가요?"

그리고 그것을 들은 자신은---.

"아니."
「LOCK-ON, COMPLETE.」

당연한 대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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