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4화 〉[IS]취중연가 (104/139)



〈 104화 〉[IS]취중연가

"수고했다."
[죽고 싶어요.]

치후유씨의 인도를 받으면서 나오는 자신은 그녀의 차에 올라타면서도
당장 죽고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으니, 퍼레이드 행렬의 도중에는
온갖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생각과 함께 혹시
남자인게 들키면 어떻게 하나 노심초사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끝날때까지 그 누구도 자신을 남자라고
생각하고서 놀라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으며 전부 예쁘다던지
귀엽다던지의 표현으로 자신을 칭찬하기 바빴으니
무언가 복잡한 심정만이 자신을 엄습했다.

들키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왜 안들킨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랄까.....
남자라는 것을 들키지 않은게 왠지  괴롭다는 느낌이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자신은 결국 리즈무가 찍은 사진을 삭제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리기까지 하는 자신.


"그러고보니, 이가와는 어떻게 만난거냐? 따로 부른 것 같지는 않던데?"
[리즈무가 먼저 연락했어요. 상귀스 테마파크에 있냐길래 그렇다니까
금방 나오더라고요. 근처에 볼일이 있었다는가봐요.]


한편, 치후유씨는 리즈무와 만난 것에 질문을 하시는데 사실 자신도
그리 많이 아는 것은 아니었는데, 근처에 볼일이 있었다가 자신은 만나러 와준 것.
덕분에 자신의 여장 사진을 찍게된 것.

과연 무슨 용건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따로 질문을 하지 않았는데
리즈무도 자신이 어째서 여장을 하게 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질문을 하지 않았기에 그렇게 해준 것이었다.
물론, 궁금하기는 하지만....뭐, 리즈무니까 라는 느낌으로 넘어갔다.

다른 친구들과 놀러왔다가 만난 것일지도 모르고
혼자왔어도 딱히 이상하지는 않은 일이니까---.


자신은 그렇게 치후유씨에게 대답을 하고서는 품안에 있는
상자를 내려다보게되었으니, 알케니씨께서 챙겨주신 미니어쳐들이
들어있었는데, 상점에서 팔지 않은 것들로 해서 챙겨주셨다.
뭐, 흔히 말하는 권력남용이라는 녀석이겠지만.... 회장이시니 상관없다고 말하시는 그녀.

"무척 마음에 드나보군 그래?"
[뭐... 미니어쳐를 좋아하기는 하니까요.  여기, 이 늑대씨 치후유씨 닮았어요?]
"나, 나는 그렇게 귀엽지 않다!"
[아뇨, 충분히 귀엽고 아름다우세요.]

자신은 치후유씨에게 늑대인형을 들어올리면서 보여드리는데
늑대인형은 늠름하게 서있지만 묘하게 아름답고 여성스러운 느낌이 느껴졌다.
물론 자신의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자신은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상자 안에는 여러가지의 미니어쳐들이 있었으나
그중에서 자신은 하나의 미니어쳐에 유독 손이 갔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있는, 치후유씨나 이치카씨. 또는 리즈무나 알케니씨와 함께있는게 아닌
큰 고양이 하나와 아기 고양이 하나가 서로 사이좋게 있는 그것.

자그마한 집앞에 사이좋게 있는 그것을 보고 있자니
부러웠으면서 동시에 푸근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 이유는 아마, 자신이 가지지 못한 가족에 대한 동경이겠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방안에 어떤 것을 전시할지 고민하는 자신은
품안의 그것들을 조심스럽게 끌어안았으며, 치후유씨도 작게 미소를 지어주시면서
집으로 향하셨다.


여름방학도 이제 슬슬 중반에 들어서는 상황.
나름 치후유씨와 함께 있으면서 여러가지 일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무척이나 평온하고 즐거운 일상을 지냈다.


물론, 날치기를 당했다던지 하는 일이 있었지만 치후유씨와 만난 처음부터
2달 가량의 일들에 비하면  문제는 아니었으며 그녀를 믿고 있는 자신이었고
자신을 사랑해주는 치후유씨가 있기에 딱히 신경을 쓰지 않았으며
그 뒤로는  문제가 없었기에 아무렇지 않았다.

물론 오늘처럼 특별한 일들도 있기는 했지만----.
자신은 그럼에도 그것들이 무척이나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래, 지금의 일상이 자신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했다.
옛날, 치후유씨와 만나기 전의 자신이라면 느끼지 못했고 가지지 못했을 일상.

[아, 치후유씨. 내일 혹시 어디에 같이 가주실수 있나요?]
"음? 갑자기 말이냐? 딱히 상관은 없지만 어딜가려는것이냐?"
[제 어머니께요.]
"....어머니?"


*

하지메의 권유로 아침일찍 나오게 된 자신은 당혹감을 숨길 수 없었다.
전날 리즈무에게 듣기로는 그는 태어난 날에 버려진 고아.
그러니 어머니가 존재할리 없었으며 설사 있었다면 그 혼자 그런 멘션에
살지 않았을 것이 분명했었고, 자신을 결코 가만두지 않았을터였다.

그러니 하지메에게 모친이 없는 것은 확실한 것일텐데 그는 당연하다는 듯이
자신에게 어머님을 만나러 가자고 말했으며 아침부터 자신을 데리고
어디론가 걸어가면서 기분 좋은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으며 그것을 뒤따라가는 자신.

의문 가득한 자신과 즐거운 발걸음을 옮기는 하지메의 모습은
무척이나 상반되었지만 이내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를 따라가게 된다면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수 있을테니까.
설령 그것이 무덤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은 딱히 놀라지 않을 각오로 갔으며---.


"여기는---."
[제가 자란 집이에요.]


도착한 곳은 교회쪽에서 운영하는 고아원이었으며 몇몇의 아이들이
밖에서 뛰어놀고 있고 수녀 몇분이 계시는 것이 눈에 들어오자마자
멈칫하는 자신이었으나 하지메는 그곳을 향해서 걸어나아가고 있었다.


주저없이 자연스럽게 걸어가면서 누군가에게로 향하는 하지메는
수녀님들 중에서 가장 나이가 드신 분에게 갔으며 수녀님은
하지메를 바라보면서 미소를 짓더니 이내 서로 포옹을 하기 시작했다.


아아, 그런가. 어머님이란 것이 그런 뜻인가?
자신은 속으로 납득을 해버리면서 하지메의 뒤를 따라서
발걸음을 옮기면서 걸어나갔다.
하지메가 고아로써 자라온 그곳에서 그를 돌봐준 여성인 수녀님.
그에게 있어서 어머님의 위치라고 한다면 아마 저 사람이겠지.

그렇게 다가간 곳에서는 서로를 향해서 미소를 지으며
사이좋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둘이 있었으며 자신은 하지메의 뒤에 서서는
수녀님께 인사를 드렸다.


"처음뵙겠습니다, 오리무라 치후유입니다."
[저를 돌봐주셨던 분이자 이 고아원의 원장님이세요.]
"반가워요. 마리아 수녀에요. 자, 안으로 들어가시죠."

푸근하게 자신에게 마리아 수녀라고 소개를 하시는 수녀님과
그런 수녀님의 곁에서 소개를 해주는 하지메의 모습.
무언가 질투가 느껴질 정도였지만 동시에 자신은 그 둘의 모습에
안심을 하게 되는 한편, 수녀님은 자신에게 안으로 들어가자고 권유를 하셨다.


*

응접실에 앉아 차를 마시는 자신은 하지메와 마리아 수녀님의 대화를
방해하지 않으면 가만히 앉아서는 둘의 이야기가 끝나길 기다렸다.
메모장을 열심히 적어내리면서 수녀님에게 그간의 이야기를 하는 하지메.
그리고 그런 그의 이야기를 보면서 다행이라고 하면서 안도를 하는 수녀님.

"그러면 하지메, 잠깐이지만 나갔다 오지 않으렴?
나는 그 사이에 오리무라 자매님과 이야기좀 할테니까."


끄덕,하고 수녀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하지메는 그대로
방을 나섰으며 동시에 수녀님의 시선은 자신에게로 향해졌고
꿀꺽,하고 침이 넘어가지는 자신은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 그녀는 이제 자신과 하지메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하시리라.
무얼, 성인 여성이 아직 어린 그와 연인관계라는 것이 수녀님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알  없었지만 아마 절대 좋지는 않을 것이리라.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은----.


"후훗,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된답니다."
"....네?"
"모든 것은 하느님의 뜻대로일테지요. 그리고 서로가 사랑한다고 한다면
나이차이는 별로 중요치 않다고생각한답니다.
제 입장이나 위치에서보면 문제가 될지도 모르지만...
순수한 사랑이라면 아무 문제 없지 않을까요?"
"아, 그.... 감사합니다."


순간 너무나도 의외의 말에 자신은 감사인사를 했지만 동시에 가슴의 한켠이
무척이나 찔려들어왔으나 그것을 애써 태연하게 넘겼으니
들키면 무슨 결과가 나올지 뻔하니---.


반면, 수녀님은 그러한 자신을 바라보면서 미소를 지어주시면서
하지메에 대해서 이래저래 질문을 하셨으며 그것에 자신은
무척이나 조심스럽게 대답을 해드렸으며 동시에 자신의 진심 또한 말씀드렸다.
자신이 얼마나 그를 사랑하는지와 그를 아끼는지, 그리고 어디까지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도.

"후훗, 다행이네요. 이렇게나 좋은 사람과 만나다니."
"감사합니다. 그런데 실례되는 질문일 수 있지만, 하지메의 부모에 대해서 혹시
제가  수 있는게 있겠습니까?"


동시에 질문을 하는 자신.
그것은 하지메의 부모에 대한 이야기였으니 혹시 그녀라면
하지메의 부모에 대해서 알지 않을까 하는 질문이었다.

자신과 이치카는 늦었다. 자신들의 부모들은 이미 자신들의 곁으로
되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가버렸으며 다시 보고 싶어도 보질 못한다.
하지만 그는, 하지메는 아직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무언가 사연이 있어서,  못할 사정이 있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수녀님에게 질문을 하는 자신이었으며 그녀는 그것에 진지한 시선을 보내었다.


"고아들에게 있어서 그것이 어떠한 의미인지 아시나요?"
"....."
"성인이 되어서 부모를 찾아가는 아이들이 있습니다만
그중에서 대다수가 좋은 결과를 얻어내지 못했습니다.
아니, 오히려 버림받은 것 이상의 상처를 받는 아이도 있습니다."
"....."


수녀님의 말에 자신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래, 수녀님은 그동안 하지메 외에도 수많은 아이들을 보아오셨으며
아이들이 겪은 결과들 또한 알  밖에 없으셨을터다.

말씀하지는 않으셨겠지만, 되돌이킬  없는 결과에 도달한 아이들도 있고
부모와 아니 만나지 못한 것보다 못한 결과에 도달한 아이들도 있겠지.
하지만, 하지만---.


"그래도, 저는 알아야겠습니다.
하지메를 버린 이유를, 하지메를 버릴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그렇군요."


자신은 알아야만 했다. 어째서 하지메를 버려야만 했는지
버릴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런 자신의 말에 대답을 하신 수녀님은 어디론가 향하시더니
책장에서 무언가를 꺼내서는 자신에게 내밀으셨다.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은 이것뿐입니다."


그것은 사진, 낡고 오래되었지만 그것은 아기인 하지메가 찍힌 사진이었으며---.


"하지메가 버려졌을때 그 아이의 곁에 놓여진 유일한 것, 사진입니다."
"이, 이건---."
"자세한 사정은 모릅니다. 애시당초 그 아이를 만나지도 못했고요.
그저 밤중에 하지메를 버리고 사라졌을뿐입니다.
모친이 누구인지, 무슨 일이 있던 것인지, 어째서 이런 일을 벌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아이에게는 이것 이외의 선택지가 없었던거겠죠."


그런 하지메를 품안에 안고 있는,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어린 여학생의 모습이 찍혀져있었다.

"하지메에게는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아니, 다른 자매님들도  사진에 대해서는 알지 못합니다.
지금까지 저만이 알고 지냈던 것이니까요."
".....감사합니다."

무겁다. 너무나도 무겁다. 이 현실이, 하지메의 모친에 대한 진실이 너무나도 무거운 자신.
분명 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믿고 싶었기에 말한 자신이었지만---.
설마하니 어린 아이의 여자아이가 하지메를 낳았을 줄이야.


"그 사진은 가져가세요. 저보다 당신에게 필요할테니까요."
"네? 하지만---."
"괜찮습니다. 이제 제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는 당신이 가지고 있어주는게 좋을  같네요.
이제부터는 당신과 있을 시간이 더 많을테니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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