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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7화 〉[IS]취중연가 (97/139)



〈 97화 〉[IS]취중연가

뭐, 이제와서라고는 말하기 뭐하지만 자신은 작고 귀여운 것들을 좋아한다.
주변의 사람들은 다들 너도 작고 귀여우니 너 스스로도 좋아하겠네,라고
농담할 수 있지만 스스로가 귀여운 것에 대해서는 예외이니 넘어가주길 바란다.
딱히 좋아서 작고 싶은 것이 아니니까.

하여튼, 그러다보니 예전에 살때도 미니어쳐를 몇몇개 사서는
집에 모아두고서는 가만히 바라보면서 기분전환을 하곤 했는데
안타깝게도 전날 치후유씨를 닮은 누군가의 습격으로 인해
가지고 있던 것들이 전부 망가져버렸으며 그 뒤로는 딱히
모으고 있지 않았는데, 이번에 상귀스 테마파크에 가서 마음에 드는게
있으면 사볼까 했다.

덩달아서 치후유씨도 이것을 좋아한다면 같이 모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만약 싫어하시면 어떻게 해야하나,하는 고민도 드는 자신이었으니
수집과 관련된 취미를 이해 못하는 사람도 많다고 하니 말이다.


"그래서. 나한테 데이트에 대한 조언을 듣고싶어서 왔다, 이거냐?"
[응? 아니 그런건 아니고. 그냥 오래간만이라서.]

자신은 그렇게 리즈무와 함께 오락실에서 놀다가 쉬는 사이에
이번 주말의 데이트에 대해서 말해주니 조언을 얻으려는 것이냐는
그의 말에 부정을 표하는 자신.

그래, 리즈무랑은 최근에 자주 못만났기에 그냥 근황보고를
하는 느낌으로 말하는 것인데 학교를 그만두게 되어버리니
이전에는 당연히 만났던 리즈무와 만나는 일이 급격하게
줄었으며 만나더라도 가끔가다가 만나는게 전부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리즈무와의 만남은 반가웠으며
리즈무 또한 자신과의 만남이 반가운 것인지 미소를 지으면서
자신과의 대화가 재밌다고 해주는데---.

"얼씨구, 아무리봐도 커플의 염장질이거든!!"
"----!!!"
[매번 말하지만 머리 헝클이지 말라고!!]

이렇게 짓궂게 구는 것만 아니라면 정말 좋은 친구인 리즈무.
물론 이것도 그 나름대로의 친근감의 표현이지만
제발 부탁이니까 매번 머리를 엉망진창 헝클이지 말아줬으면 하는 자신은
한숨을 내쉬면서 머리끈을 풀고서는 다시 머리를 묶기 시작했다.


반면, 리즈무는 그런 자신을 재밌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데
돌연 주머니에서 울리는 핸드폰에 그것을 주머니에서 꺼내들더니
화면을 보고서는 얼굴이 굳어졌다.
여태껏 거의  적 없는, 아니 저렇게 굳은 것은 처음보는게 아닐까?

[무슨 일이야?]
"응? 아, 아니. '알바'하는 곳에서 일이 생겼나봐. 주말에 잠깐 나와달라고 해서."
[리즈무도 힘들겠다.]
"아무렴 너만 하겠냐? 나는 부모님이 안계셔도 이모라도 계시지만
너는 그것도 아닌데도 이렇게 잘 컷잖냐?"
[하하하....고아동지네.]

머리를  묶은 자신의 말에 리즈무는 별가 아니라는 듯이
얼굴을 다시 평상시처럼 풀고서는 말하면서도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이지만 동병상련인 이야기를 했다.

그래, 자신과 리즈무의 공통점은 부모님이 안계신다는 점.
자신은 어렸을 적, 자신이 태어난 날에 버려졌으며
리즈무는 자세한 내용은 말해주지 않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고 말해주었는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파고들지 않았다.


괜히 안좋은 기억을 들춰내기 싫었기에 자신은 거기에서
화제를 전환하기 위해서 다른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고보니, 최근에 개봉한 영화는 어때?]
"아아, 너무 뻔하더라. 틀에 박힌 권선징악. 마지막 순간 모두의 힘을
모아서 악당을 물리치고 평화를 얻었다 만만세."
[리즈무라면 그럴 줄 알았어.]

생각해보면 리즈무는 그런 영화가 아니라 느와르쪽을 좋아했지?
거기서도 결국에는 모두가 죽어버리는 그런 내용의.


*

주말의 아침, 자신은 서둘러서 일어나 샤워를 하면서도
오늘의 안타까운 일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 방학임에도
학원으로 출근을 해야만 하는 자신의 처지가 너무나도 한탄스러웠다.


다른 때라면 그저 그러려니,하고 넘겼겠지만 오늘은 다름아닌
하지메와의 데이트가 잡힌 날이었기에 이런 느낌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하지메에게 오늘 못갈 것 같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상귀스 테마 파크에 가게 되는 것에 무척이나 기대하는 듯한 그의 얼굴.

그것을 떠올리기만 하면 절대로 그에게 못갈  같다고 말할 수 없었기에
자신은 최대한 빨리 일을 처리하고 오자고 생각했으며, 오후에 만나서
같이 시간을 보내자고 말한 자신.

처음에는 하지메도 이상한 듯이 자신을 바라보았으니 이내
미소를 지으면서 알겠다고 해주었으며, 그것에 자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학원으로 갈 채비를 마쳤으며, 침대에서 아직도 잠자고 있는 하지메를 바라보았다.

새근거리면서 아직도 꿈나라에 빠져있는 그의 모습에 자신은
저도 모르게 입가에 작은 미소가 걸리면서 잠자고 있는 피앙새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서는 그대로 학원으로 향하기 위해서 차에 올라탔다.

"아아, 미각이 없기는 한데 왜인지 입안에 설탕이 가득 찬 느낌이야."
"미안하군 그래. 의도치 않게 그런 느낌을 느끼게 해서"
"표정은 전혀 안미안하시거든요, 새언니? 그것보다 빨리 가서 일 끝내자.
늦으면 오빠 엄청 실망할테니까."

한편, 차에 먼저 타있던 마리나는 자신에게 비아냥 아닌 비아냥을 내뱉으면서도
서둘러서 일을 빠르게 처리하자고 말하였다.
자신이나 하지메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마리나 또한 이번 데이트를 기대했으리라.
다름 아닌 하지메를 위한 일이었고, 하지메가 좋아하고 기대하는 일이었기에
그녀가 기대하지 않을리 없겠지.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빠르게 차를 출발시키면서 IS학원으로 향하였으며
급한 일만 처리하고서 다른 일들은 내일이나 그 뒤에 처리하자고 생각했다.
어차피 방학에 자신을 부른 것이니, 그리 많은 업무량은 없겠지,하며
생각하는 자신은 차의 앞유리를 통해서 보이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조금은 구름이 끼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는 맑은 하늘.
덩달아서 일기예보에서는 비가 온다는 이야기는 없었으니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손가방의 안에 들어있는 입장권과는 별도의 티켓을 확인해보는 자신.


"용캐 구했네, 그 티켓?"
"지인의 힘을 빌렸지,랄까. 타바네에게 부탁한 거다."


상귀스 테마파크에서 개최하는 미니어쳐 파크에 출입할  있는 티켓.
하지메가 귀여운 것을 좋아한다는 것과 함께 그의 집에서 간간히 보이던
미니어쳐를 보고서는 이번에 타바네에게 부탁했다.

본래라면 스스로의 힘으로 구해볼까도 했지만 하지메를 기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자신은 타바네에게 부탁을 해버렸으며, 그녀는 아주 간단하게
이 티켓을 자신에게 가져다주었다.


"헤에---엄마가?"
"가짜도 아니고, 날짜도 오늘 것이 맞으니 걱정없다."


부드럽게 차를 운전하는 자신은 마리나에게 말하면서도
오후에 상귀스 테마파크에서 기뻐할 하지메의 모습을 상상하니
저절로 지어지는 미소와 저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웃음소리를 구태여 숨기지 않았다.


*

"젠장..."


욕짓거리를 내뱉는 자신은 꽉 막힌 도로를 바라보면서
핸들을 손가락으로 계속해서 두들기면서 화를 내었으나
그런 자신의 마음과는 다르게 길은 전혀 뚫리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더 꽉 막히는 것 같은 느낌까지 드는 자신이었으며
마리나는 곁에서 도로의 상황을 파악해주는데 앞쪽에
싱크홀이 발생하는 바람에 도로가 전면 통제된 상황이라고 한다.
덩달아서 하늘은 구멍이라도 난 것인지 폭우가 내리치고 있는 상황.

"앞으로 대충 20분 정도는 더 걸릴  같아, 새언니."
".....마리나---."
"나카이가 여기까지 오는게 훨씬 더 걸리니 포기해 새언니.
하지만 확실히 거슬리네, 이 폭우."

마리나는 자신이 하려던 말을 대신 해주면서도 하늘에서
내리는 폭우를 바라보면서 거슬린다고 말하는데 그것은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점심까지는 구름이 조금 낀 정도였는데 어느샌가 폭우로 내리치기 시작한 비는
이제는 한치의 앞도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러한 것보다 더욱 걸리는 것은 하지메.
상귀스 테마파크에서 기다려달라고 말한 자신이었으며
그는 자신이 올때까지 입구쪽에서 기다려준다고 말까지 했었는데
이렇게 폭우가 내리치고 덩달아서 지각까지 하고 있는 자신.

시선을 돌려서 핸드폰을 확인하자 보이는 것은 약속시간이 1시간이나
지난 현재 시간이었으며 자신은 그것에 주저하지 않고서 핸드폰으로
하지메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아무리 말을 못하는 그였지만, 이런 비오는 날에 메일을 보내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하였으며, 마리나를 통해서 메일을 보내거나 하는 것보다는
자신이 직접 말을 해줘야할  같다는 생각에서 한 행동.
하지만----.

「지금은 통화를 받을 수 없으니, 삐 소리가----.」
"----."


툭,하고 울리는 연결실패 멘트에 자신은 주저없이 재발신을 하면서
하지메에게 계속해서 전화를 걸었지만 어째서인지 전화를 받지 않는 그.
자신은 그것에 무언가 불길함을 느끼면서 경적을 울려보지만
애타는 자신의 마음만큼이나 꽉 막힌 도로는 경적을 울린다고 뚫리기 않았으며
시간만 흘러갈 뿐이었다.


한편, 자신은 하지메와 아직도 전화가 연결되지 않는 것이
신경이 쓰였기에 마리나를 바라보았으나 안타깝게도
그녀는 고개를 저으면서 자신에게 상황을 말해주었다.


"안타깝게도, 근처의 카메라가 없어서 오빠의 상태를 확인할 수 없어.
그래도 오빠도 어린 애가 아니니까 이렇게 비가오는데 설마 기다리겠어?
너무 걱정하지마 새언니."


자신을 다독여주는 마리나의 말, 하지만 그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얼마나 기다린 하지메와의 데이트인가? 덩달아서 늦지 않겠다고 말까지했는데
이렇게까지나 늦어버리다니....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마리나의 말대로 하지메가 부디 집으로
되돌아갔기를 바라면서도 서둘러서 테마파크로 가서 자신의 불길한
감정을 지우고 싶어했으니, 한참이 지나서야 간신히 움직이는 차량들에
자신은 자동차 액셀을 밟으면서 곧장 앞으로 나아갔---.


끼이이이익---!!!
"새언니 위험해!"
"?!"


순간, 측면에서 달려오는 승용차의 헤드라이트가 눈앞에서 번쩍였으며
직후에 큰 충격과 함께 자신의 의식은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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