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6화 〉[IS]취중연가
"오늘은 이치카가 돌아오는게 늦는다고 하는군 그래."
[무슨 볼일이 있는 것일까요? 다른 분들은 각자의 집으로
되돌아가거나 기숙사에서 지낼 준비한다고 흩어진 것 같던데....]
"글쎄, 잘은 모르겠지만 녀석도 어린 아이는 아니니까 크게 걱정 안해도 되겠지."
집에 도착한 자신은 이치카가 보내준 메일의 내용을 확인하고선
하지메에게 그대로 내용을 말해주는 한편, 하지메의 짐을
방안에 내려놓으면서 이제부터 함께 쓰게될 방안을 살펴보았다.
여태까지 자신이 혼자서 쓰던 자신의 방.
하지만 앞으로는 하지메와 함께 쓸 곳이었으며 어찌보면 출가하기전까지
자신들의 사랑의 보금자리가 될 곳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기에
고개를 돌려서 하지메를 바라보니까 무언가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냐, 하지메.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것이냐?"
[아뇨, 그저 깔끔하다는 인상이어서요.]
"호오? 그게 무슨 말이지?"
[이치카씨가 치후유씨는 집에서 엄청 지저분하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방안의 상태를 보면 꼭 그런건 아닌 것 같아서요.]
이치카 그녀석이,라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과연 어떠한 체벌을 내릴까
마음 속으로 고민하는 한편, 하지메는 그대로 조심스럽게
침대 위로 올라가서는 한번 누워보더니 이내 몸을 일으키면서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옷장의 안이라던지 그런 곳을 살펴보지는 않았지만
방안을 조심스럽게 둘러보기 시작하는 그의 모습을 보자니
무언가 새로 이사를 온 집안을 살펴보는 고양이 같다는 생각이 드는 자신은
저도 모르게 웃음소리가 흘러나왔으나 그것과는 별개로
하지메는 방안을 어느정도 둘러보더니 이내 다시금 침대에 앉았다.
동시에 자신도 조심스럽게 그의 곁에 앉아서는
그를 자신의 몸에 기대게 하고선 아무말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무언가 말을 해야할지 몰라서가 아닌, 그저 이 순간을 즐기고 싶은 자신.
이전에 그가 살던 멘션에서와는 다른 느낌이었지만
그럼에도 자신은 마음속으로 만족하고 있었다. 아니,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메와 함께 있으며, 하지메를 곁에 둘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는 자신.
"하지메, 고맙다. 내 곁에 있어주고 나를 사랑해줘서."
[갑자기요?]
"앞으로 수시로 말할 것이니 아무래도 상관없을터.
아니면 뭐냐? 싫은것이냐?"
[그럴리 없잖아요.]
자신의 장난 어린 말에 메모장을 내미는 하지메.
그런 그의 모습이 너무나도 귀여웠으며 동시에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는 자신은
하지메의 무릎베개에 누워버렸으니, 갑작스러운 자신의 행동에 놀란 그였지만
자신은 그대로 그의 얼굴을 잡아당겨서 키스를 했다.
본래라면 무척이나 힘든 일이라고, 유연성이 꽤나 필요한 일이라던데
평상시에 체조와 스트레칭을 자주하는 그여서 그런지
아무 문제없이 키스를 할 수 있었다.
"저녁은 뭐 먹고싶은게 있나?"
[글쎄요. 딱히 생각나는게 없네요. 치후유씨는요?]
"나는 널 먹고싶다만?"
[변태.]
후훗, 하고 웃으면서 하지메의 얼굴을 쓰다듬는 자신.
변태면 어떠한가? 자신은 눈앞의 하지메가 너무나도 귀여워서 참을 수 없는데.
*
치후유씨와 침대위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던 자신은 이내
배꼽시계가 울리는 것으로 이제 저녁 시간이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동시에 자신들이 거진 5시간 가량을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 보냈다는 것을
알아차렸는데 무언가 엄청나다,라는 인상밖에 없었다.
분명 별다른 것 없이 그저 치후유씨와 함께 있으면서
서로를 바라보면서 웃거나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 이외에는
하지 않았는데 벌써 시간이 그렇게 지난 것인가,하는 의문이 들었으나
치후유씨는 아무런 미련 없이 일어나시더니 곧장 방을 나서셨다.
동시에 자신도 그런 그녀의 뒤를 뒤따라 나서려고 했지만
안타깝게도 오랫동안 그녀가 머리를 베던 다리는 갑작스러운 혈관의 확장으로
저려오기 시작했으며 그 덕분에 한동안 움직일 수 없게 된 자신.
"후훗, 잠깐 기다리고 있거라. 금방 식사준비를 할테니.
냉장고에 먹을게 없으면 나가서 먹던지 하면되기도 하니 편하게 있거라."
그리고 그런 자신의 모습을 재밌다는 듯이 바라보시는 치후유씨는
자연스럽게 말씀하시더니 방문을 닫으셨고 자신은 다리를 주물러서
다리가 저린 것이 사라지길 빌었다.
아무리 그래도 아무것도 안하는 것은 조금 그렇기에 뭐라도 도와드려야할 것 같은 기분이었으며
하필이면 이럴때 마리나가 없는 것이 아쉬운 자신.
그러나 그렇게 생각한다고 자리에 없는 마리나가 나타날리 없었기에
자신은 잠시간 주무르자 괜찮아진 다리의 상태에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방을 나서는데---.
"이치카 녀석이 오차즈케를 미리 만들어놨더군.
저녁은 이걸로 먹도록 하자꾸나."
이미 식탁위에 저녁상을 다 차리신 치후유씨가 계셨으니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 자신은 조심스럽게 식탁으로 향하면서
자리에 착석을 하려 했다.
뭐랄까, 조금이라도 같이 도와드리고 싶었는데 아무것도 못한 것에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자신이었으나 이후에 뒷처리를 자신이
도맡아서 하자고 생각하면서 의자에 앉으려는 순간---.
"어딜 가는거냐. 네 자리는 여기다."
붕,하는 느낌과 함께 자신의 몸을 들어올리신 치후유씨는
그대로 자신은 본인의 품안에 앉혔으며 얼떨결에
의자 하나에 두명이 앉아버리는 상황이 펼쳐졌다.
허나 문제라면 자신의 체구가 작았기에 치후유씨의 품안에 안기는데는
문제가 없었으며 그대로 그녀는 식기를 들어올리셨다.
동시에 보이는 것은 2인분의 식기가 아닌, 2인분의 식사가 담긴 식기가
하나뿐인 것과 함께 건너편에는 밑반찬 이외에는 아무것도 존재치 않았다는 것이었으니
결국 그녀는 처음부터 자신을 품안에 안고서 식사를 할 계획이었던 것이다.
한편, 치후유씨는 조심스럽게 오차즈케를 한 젓가락 떠서는
자신의 입으로 옮기시는데 그것에 자신은 그녀를 올려다보지만---.
"음? 입으로 먹여주는게 좋았나?"
합,하고 망설이지 않고서 젓가락을 입안에 넣는 자신.
만약 여기서 먹지 않으면 치후유씨는 정말로 입으로 자신에게
오차즈케를 먹일 것이라는 것을 자신은 잘 알았으니
그 증거로 자신이 젓가락을 입에 넣자마자 혀를 차셨다.
우와아아아----. 선생님, 아무리 연인이라지만 너무 나가시면 안돼요....
하지만 자신의 이런 생각이 그녀에게 닿을리 없었으며 닿는다고 해도
과연 치후유씨가 들을지 의문이었다.
한편, 치후유씨는 TV를 키시면서 채널을 돌리시는데
최근들어서 대대적으로 광고를 하는 상귀스 테마파크에 대한 설명이
다시금 방송되고 있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상귀스 테마파크가 드디어 일본에도 들어섰다느니
이번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기대가 된다느니
과연 미모의 사장은 어떤 경영방식을 보여줄 것인지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으나, 그런 것은 솔직히 자신과는 거리가 꽤나 먼 이야기였다.
테마 파크같은 곳은 가본 적 없었으며, 갈 일도 없었다.
어렸을 적에는 고아원, 지금은 리즈무랑 근처의 오락실에 가는 것이
전부였으며 저런 곳에 혼자서 가는 것은 개인적으로 무리라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은 치후유씨가 곁에 있기는 하지만 혹여나 그녀가
테마 파크같은 사람이 북적이는 곳을 싫어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에 포기를---.
"...하지메. 나중에 한번 가보지 않겠나?"
"---?"
"저 테마파크 말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이라는데, 한번쯤 가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아서 말이다."
순간 당황하고 마는 자신은 그녀의 얼굴을 올려다본채 굳어버렸으나
치후유씨는 스스로 그런 말을 한 것이 어색한 것인지 볼을 긁적이면서
시선을 돌리고 있으셨으나 이어서 말을 하셨다.
"더, 덩달아서 방금 방송에서보면 오픈 첫 주에는 아기자기한 미니어쳐를 주제로
테마파크를 운영한다고 했는데 너는 그런 것을 좋아한다고 전날에 말했잖느냐?
가서 한번 구경하거나 기념품을 사오는 것도 좋지 않을까,해서 말이다."
거기까지 말씀하시더니 힐끗,하고 자신의 눈치를 살피시는 치후유씨.
뭐, 그것에 대한 자신은 정해져있달까?
이렇게까지 해주시는데 같이 안가드릴 수는 없겠지?
[좋아요. 이번주말에 어떠세여?]
*
"그래서, 그 핏덩이는 요즘 어떻지?"
"딱히 눈에 띄는 것은 없습니다."
"쳇, 어디서 뒈져버리는게 좋을텐데....뭐, 일단 지금은 내버려둬."
"네, 알겠습니다 여사님."
*
"후우----."
털썩,하면서 근처의 의자에 앉는 자신은 한숨을 길게 내쉬면서
침대 위에 엎어져잇는 마도카를 바라보았다.
방에서 그녀의 도발 아닌 도발에 넘어간 뒤로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한 자신은 잠시 숨 좀 돌릴 겸 그녀의 상태를 확인하기로 했으나---.
"히익---흐잌----."
"항복선언은 무리인가..."
몸을 작지만 계속해서 떨고 있는 마도카의 상태는 도저히
항복 선언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으니 결국에는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결과에 봉착하게 된 자신은 일단 누나에게 오늘은 못돌아갈 것 같다고
메일을 보내기로 마음 먹었다.
어차피 마도카가 언제까지고 저런 상태일리는 없을터이니
곁에 있으면서 계속해서 하다보면 그녀도 언젠가는 항복선언을 하겠지.
자랑은 아니지만, 카게라장에서 8명의 여성을 만족시킨 자신이었으며
체력도 꽤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기에 내린 결론.
물론 다른 모두가 보면 짐승이라고 욕할지도 모르지만---.
일단은 자신뿐만 아니라 마도카와 치후유 누나 그리고 하지메를 위한 것이니
넘어가주길 바라는 자신이었으며 핸드폰을 꺼내들어서는 잠금을 풀었다.
"어라?"
동시에 보이는 것은 하지메에게서 온 메일이 한통.
갑자기 하지메가 자신에게 메일을? 무슨 일인 것일까,하고 조심스럽게
메일의 내용을 확인하자 보이는 것은 무척이나 귀여운 질문이었다.
「치후유씨의 생일이 언제인가요?」
"훗, 누나는 지금 매일매일이 생일일 것 같은데 말이지."
그렇게 중얼거리는 자신은 메일에 누나의 생일을 기입해준 뒤에
누나의 대략적인 취향까지 적어주며 메일을 발송하였고 누나에게는
별도로 오늘은 못들어간다는 메일까지 보냈다.
좋아, 이걸로 해야할 일은 끝났으니---.
찰싹.
"응힛!?"
"마도카, 2차전 가보자고."
오늘은 반드시 항복선언을 받아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