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2화 〉[IS]취중연가
타바네의 머리가 방바닥에 처박히는 것을 확인한 자신은
녀석의 말도 안되는 지시에 어울려준 하지메를 데리고서는
곧장 방을 나섰으며 아직도 덜덜 떠는 하지메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역시 타바네와 함께 두는 것은 무리인것 같군 그래.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고 있는 것이나 자신의 품안에 있음에도
몸을 떨고 있는 것을 보면 꽤나 무서운 것이 확실하리라.
"히끅."
"----."
"에, 누나...혹시나 하지만?"
"나는 간댜."
더 이상 이런 곳에 하지메를 둘 수 없는 자신은 곧장 방으로 돌아간다
말하면서 몸을 돌리는 자신이었으며 품안에 안겨진
하지메를 꼬옥, 끌어안으면서 그가 진정하길 바라면서도
이렇게 떠는 그를 방치한 자신의 부주의함에 한탄했다.
하지만 이제 괜찮다 하지메, 내가 왔으니까 괜찮다.
자신을 무언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그를
토닥여주면서 발걸음을 옮기는 자신은 일단 방에 들어가면
그와 함께 노천탕에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타바네 녀석때문에 식은 땀이 흐른 그의 몸은 이대로 잠재웠다가는
감기에 걸릴 가능성이 다분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며
혼자서 욕탕에 들여보냈다가 불안감에 몸을 떨다가 무언가 잘못되면 안되는 일.
결국 자신이 함께 들어가서는 그를 씻겨주어야만 하는 일이었다.
"하지몌 이졔 괜찮타."
[치후유씨, 취하신것 같은데요?]
자신의 말에 무어라 메모장에 적는 그.
하지만 무언가 꼬부라진 글자는 읽기가 힘들었으나
이내 자신은 그가 아직 불안감에 떨고 있다고 판단하여서
그를 더욱 강하게 끌어안으면서 그의 목덜미에 키스를 해주었다.
무얼, 연인의 체온을 느끼게 해준다면 그의 떨림도 덜해지리라.
그리고 동시에 자신의 욕심도 조금은 챙길 수 있으니 양측에게 좋은 일이니
주저할 이유따위 그 어디에도 존재치 않았으니 자신은 곧장 얼굴을 그의 목덜미에
파뭍으면서 그의 체취를 느낌과 동시에 자신의 온기가 좀더 잘 전해지게끔 했다.
물론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포옹에 하지메가 놀란듯했지만
이내 얌전해지는 그의 모습에 자신은 미소를 지으면서 곧장
방문을 열어서는 그대로 방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구었으니
다른 누군가의 방해나 침입은 더이상 없으리라.
"쟈, 씨스러가쟈."
[아니아니, 치후유씨는 지금 주무셔야한다구---.]
츄읍,하고 그의 입을 키스를 해주는 것으로 막아버리는 자신은
그의 유카타를 자연스럽고 상냥하게 풀어헤쳐주면서
방에 있는 노천탕으로 그를 데리고 이동함과 동시에 자신 또한
욕탕에 들어갈 준비를 하였으니, 그것에 어떠한 방해나 멈춤도 없었으나
아직 하지메의 저항이 조금 강렬했다.
뭐냐, 아직도 불안한 것이 남아있는 것이냐?
아니면 나와 같이 들어가는 것이 불만인 것이냐?
둘 중 어느것일지라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
그러니 그런 하지메에게는---.
치익,하는 소리와 함께 탁상 위에 올려져있는 여분의 맥주캔을
한손으로, 무척 익숙한 느낌으로 따는 자신은 그것을 이내 입안에
들이부은 후 머금은채 다시금 하지메에게 키스를 날렸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이 애정을 표현하기 위한 키스가 아닌, 입안에
머금은 술을 마시게 하기 위한 키스.
동시에 자신의 입을 통해서 그의 입안으로 들어간 맥주는
별다른 저항 없이 그의 식도를 타고 내려갔으니
이전날 그러했듯이 그는 금방 술에 취해버렸다.
좋아, 이걸로 되었군 그래---.
"햐지몌---."
"---?"
"깨끄타게 씨겨주마---."
그렇게 자신은 하지메의 몸을 정성스럽게 구석구석 씻겨주었으며
하지메 또한 자신이 씻겨주는 것에 아무런 저항을 나타내지 않았다.
*
짹짹거리는 새소리와 함께 아침이 밝아오는 것을 느끼는
자신은 동시에 눈이 번쩍,하고 떠졌으니----.
"....."
일단은 죽고 싶어졌다. 도대체 어제의 자신은 무슨 짓을 한 것이냐?
무, 물론 하지메를 덮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그것과 거의 유사한 짓을
해버리지 않았는가?!
아니, 물론 하지메가 위험하다고 생각했기에 빠르게 움직이긴 했지만
그것 때문에 술이 그렇게 빨리 취했다,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현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자신은 고개를 돌려서
자신의 곁에 누워있는 하지메를 확인했으니 다행이 자신이 기억하는 것과
별다를 바 없이, 어젯밤에는 별다른 흔적을 남기지 않은 자신이었기에
안도를 하지만 정말로 금주를 해야하는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을 해봐야할 때인듯 하다.
"여, 새언니. 어젯밤은 용캐 씻겨주기만 하던데 드디어 컨트롤이 되는것 같아?"
"마리나, 미안하지만 내가 어제 무슨 짓을 했는지 알려줄 수 있나?
전혀 기억이 없어서 말이다."
그러던 찰나, 자신에게 다가온 마리나의 목소리에 자신은
조심스럽게, 하지만 약간의 각오를 다지고서는 그녀에게 질문을 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AI인 마리나는 술에 취했을리 만무했으며
어젯밤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잘 알고 있을터.
두렵고 무섭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확실하게 어젯밤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마리나에게 질문을 하는 것이었다.
과연 자신이 하지메에게 어떠한 짓을 했는지 두렵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질문을 해야하였으니, 이것은 일종의 충격요법.
술을 더 이상 마시면 안된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자각시키기 위해서
자신은 마리나에게 질문을 했으며----.
"응? 별거 안했는데? 새언니 몸으로 오빠 몸을 씻겨주고
오빠의 몸을 술잔 대신에 사용해서 용곡주해 먹은 정도?"
"용,곡주?"
"응. 용곡주. 새언니가 직접 이름 붙인거잖아? 오빠의 용을 이용해서
마시는 담금주라면서 말이야."
삑,하는 소리와 함께 마리나의 곁에 화면이 떠오르는가 싶더니
곧장 재생이 되는 영상에서는 딱봐도 만취해보이는 자신이 눈에
들어왔으며 동시에 화면을 바라보면서 무언가 야릇하면서도 짖궃은 미소를
보이고 있는 얼굴에 자신은 무언가 불안함을 느꼈다.
그리고 불안한 예감은 왜이리 잘 맞는 것인지
자신의 예감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화면의 자신은 말도 안되는 소리를 했다.
「맥주를 먹이는 것으로 불필요한 하지메의 저항을 제거하고서
이제 그를 벽에 기대어 놓은채 원하는 술을 흘려보내면서
그의 용이 술에 적셔지는 것을 기다리고서는 계곡에 술이 차오르면---.」
"여기까지. 어때? 조금은 기억 나?"
"....마리나. 날 죽여주길 바란다."
"하하하, 싫.어."
술에 취한 자신은 도대체 뭐가 어떻게 변하는 것이냐?
자신은 스스로의 머리를 부여잡으면서 자괴감에 빠지는 사이
마리나는 뭘 그렇게 절망하냐면서 장난스럽게 말하지만
이건 인간으로써 무언가 엄청나게 잘못되었다고 자각되는 순간이었다.
동시에 자신은 다짐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 자신은 이제부터 절대로, 다시는 술을 안마시리라.
이번 일로 자신은 깨들을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이라는 사람은 술을 마시는 것으로 글러먹게 되었으며 그것은 그대로
하지메에게 피해를 끼치게 되는 일이라는 것을.
"-----."
"아, 오빠. 좋은 아침."
한편, 자리에서 일어나는 하지메는 잠이 덜 깬 것인지
멍한 표정을 지으면서 허공을 바라보는데 그것에 자신은
곧장 긴장하면서 그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그가 자신으로 인해서 상처를 받았으면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걱정 때문.
자신과 하지메가 연인이 되었다한들, 그것은 어디까지나 연인이 된 것이지
술에 취했다고 그를 아무렇게나 다루어도 된다는 것은 아니었기에
긴장을 하면서 그를 바라보는 자신.
반면, 하지메는 그러한 마리나의 인사에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을 해주더니
이내 자신을 바라보면서 얼굴 가득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아, 다행이 화가 그리 안난 것 같은 그의 모습에 자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으며---.
[내일 밤, 제가 허락하기 전까지 접근 금지.]
"하지메---!!!"
절규를 할 수 밖에 없었다.
*
"에에----누나. 너무 날 그렇게 바라보지는 말아줘."
품안에 안겨져있는, 꾸벅꾸벅 졸고 있는 하지메가
앞으로 떨어지지 않게끔 끌어안으면서도 자신을 향해서
굉장한 시선을 바라보는 치후유 누나에게 말을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누나에게는 자신의 목소리가 전혀 전해지지 않는듯 했다.
물론, 누나도 자신의 잘못 자체는 인지하고 있는 것인지
자신에게 하지메를 넘기라는 말은 전혀 하지 않고 있었으나
딱 거기까지, 그 이외에는 자신을 향해서 엄청난 시선을 보내고 있었으니
왜 자신이 이러한 일을 당해야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여기서 제일 억울한 것은 자신이 아닐까,싶지만
하지메가 자신에게 의지해주는 것에 만족하자는 생각을 하며
누나의 시선을 애써 무시하기로 하면서 앞으로의 학교 일정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자신.
임해학원이 끝났으니 이제 남은 것은 몇일 뒤에 있을 방학식 뿐인가?
8월 말까지 예정된 방학에 자신은 그동안 무엇을 할까, 고민을 하면서도
하지메를 자신들의 집에 초대해서 식사라도 할 것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물론, 그것과는 별개로 마리나가 개최한 술래잡기 포상을 받은 세실리아에게
어울려주는 것 또한 잊지 말아야겠지.
물론 세실리아뿐만이 아니라 다른 모두와도 어울려줘야하고 말이다.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것이고 모두가 동의해주기는 했지만
이번 여름방학은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정신없을 것 같다는
예측 아닌 예측을 하면서 한숨을 내쉬었으니----.
"----."
[도착했나요?]
"아니, 그것보다 하지메 부탁인데---."
[안녕히주무세요.]
잠깐 잠에서 깬 하지메에게 누나에게 되돌아가길 부탁하려고 했으나
그것보다 먼저 잠에 빠지는 하지메였으니
별다른 수가 없는 자신은 그저 한숨을 길게 내쉴 뿐이었고---.
"으그그그그그----."
"글쎄, 내가 원해서 이러는거 아니라니까."
슬슬 이빨의 상태가 걱정되기 시작하는 누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