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화 〉[IS]취중연가
결국, 자신의 수영복은 자신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결정되다 못해
치후유씨의 손에 의해서 결제되었으며 자신은 저것을 입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으며, 이치카씨는 그것에 마른 웃음을 내뱉으시면서
자신에게서 시선을 돌리셨다.
세상 믿을 사람 아무도 없다더니, 딱 이러한 상황을 두고 말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에게 수영복을 입힐 것을 엄청나게 기대하고 있는
치후유씨와 샤를로트씨의 시선을 자신은 눈앞에서 거절키 어려웠으며
자신에게 애원하듯이 입어줄거라 믿는다고 말하는 둘에게 백기를 드는 자신.
여성용 유카타에 이어서는 한쪽만이기는 하지만 여성 수영복이라니....
다음에는 뭐가 나올지 두려워지기까지 하는 자신이었으나
구매를 했으니 시착을 해봐야하지 않겠다는 샤를로트씨의 말과 함께
반 강제적으로 시착실에 들여지는 자신.
덩달아서 치후유씨가 자신을 도와준다면서 안으로 같이 들어오셨는데
과연 정말 도와주시려고 들어오신 것인지 도망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인지
의문이 드는 자신은 그녀를 향해서 짜게 식은 시선을 보내보았다.
"괘, 괜찮을거다. 겉옷으로 가리면 안쪽은 아무도 못볼테니---."
"...."
"거,거기다가 아래는 트렁크이니 다들 안쪽이 비키니일거란 상상은 못할거다."
"...."
거 어색하기 짝이 없는 변명이네요, 치후유씨.
하지만 이내 한숨을 쉬면서 시착을 해보는 자신은 치후유씨에게
뒤돌아달라고 말한 뒤에 수영복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트렁크야 속옷을 입고 입으면 됐고 상의는 완전 탈의를 하고나서
천천히 비키니 상의부터 입기 시작했는데, 후크가 뒤쪽에 달려있었으나
곁에서 치후유씨가 요령을 알려주셔서 입는 것에는 불편함은 없었지만---.
'으으으, 어색해.....'
그래, 너무나도 어색했다. 여태까지 이런 것을 입어보지 않았던 자신이
비키니를 입어버리니 어색하기 그지 없었으며 무언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으며, 직후에 겉옷까지
입고서는 지퍼를 올린 다음에야 거울을 바라보았다.
겉옷이 조금 얇기는 했지만, 물에 젖지 않는 이상에는
안이 비쳐보이지 않을것이고, 치후유씨의 말대로 하의는 트렁크니
설마 안쪽이 비키니 상의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
.....그래도 겉옷을 벗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은 변함 없네.
[그래서, 어때요?]
"잘 어울린다. 뒤누아랑 심혈을 기울여서 고른 보람이 있군."
치후유씨에게 보이면서 어떠하냐고 질문하는 자신은
그녀의 평가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시한번 거울을 바라보았다.
흰색의 겉옷에 푸른 색의 트렁크, 일반적인 남성용의 그것이었으며
이상한 부분이 없다고 생각하였다.
확실히, 치후유 씨의 말씀대로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느낌이었으며
심혈을 기울였다는 것에는 고마움까지 들었지만.....
조심스럽게 지퍼 상의를 내리자 보이는 비키니 상의.
하늘색의 그것을 바라보자니 저절로 한숨이 나오는 자신은
이런 것에는 심혈을 기울이지 않아주셨으면 한다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돌렸으며---.
"미, 미안하지만 지퍼 좀 올려주겠나 하지메?"
"....."
어느샌가 고개를 돌린채 자신에게 손을 뻗고 있는 치후유씨.
그런데 숨기실거면 귀까지 빨게진 것을 가려주시길 간절히 바라는 자신.
덩달아서 거울을 바라보는 자신의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다, 말해봤자 자신의 가슴만 아파올 뿐이었다.
자신은 그렇게 다시금 옷을 탈의하고서는 쇼핑백에 담으려는데---.
"하지메군 어때? 잘 어울---."
"누나, 하지메군은 어----."
"....."
비키니 상의를 푸는 도중에 시착실의 문을 여는 두 사람.
동시에 자신의 비키니 상의는 후크가 풀려지는 것에 자연스럽게
자신의 어깨에서 미끄러지듯이 팔의 아래로 내려갔으며 그로인해서
흉부가 그대로 드러나게 되었으니----.
"이치카 보면 안돼!!!"
"우와악?!"
"---!!"
왠지모르게 샤를로트씨가 이치카씨의 눈을 가리시는데
힘 조절을 실패하신 것인지 뒤로 넘어가시는 이치카씨는 큰 소리를
내면서 뒤로 넘어가셨으며 치후유씨는 빠르게 시착실의 문을 닫으셨다.
아니, 저기요. 죄송한데 저 남자라서 이치카씨가 보셔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는건 저뿐인건가요?
저 이치카씨랑 같은 남자라고요? XY염색체에요?
*
"끄으으응---. 오늘은 자유구나."
"헥헥헥----."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기지개를 키는 자신은 기분 좋게 걸어가는 가름의 목줄을
살짝 느슨하게 잡으면서 오래간만의 휴식을 즐기기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요 몇일간 바쁘게 움직이다보니 자유시간은 없었으며 피곤에 피곤이 더해지는데
오늘에서야 간신히 휴일다운 휴일을 보내게 된 것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이후에 편안한 날들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에잇! 귀찮은 일은 나중에 생각하고 우울한 건 생각하지 말자!
지금은 일단 주어진 휴식시간을 즐기자,라고 생각하면서 앞에서
기분좋게 꼬리치며 걸어가는 가름을 바라보았다.
오래간만에 자신과 함께 산책을 가는 가름은 근처의 공원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척이나 가벼웠으며 당장이라도 뛰놀고 싶다는 듯이 서두르고 있었다.
그래그래, 너도 집안에만 있느라 답답했지?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주변을 살피니 인적이 드문 공원에 도착했다는 것을
눈치챘으며, 동물 동반이 가능하다는 팻말이 눈에 들어오자마자 목적지를 변경했다.
"가름, 달리자!"
오래간만에 뛰게 해주는게 좋겠지,라는 생각 자신은 가름이
좋아하는 말을 해주면서 옆으로 달려나갔으며 가름 또한 자신을 따라서
곧장 앞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아아, 정말이지 가름은 뛰노는걸 좋아한단 말이지.
미국의 집에서는 마당에 그냥 풀어놔도 지혼자 좋다고 뛰노는데
일본에서는 그런 곳을 찾기 힘들어서 가름을 놀게하기 힘든데
정말 운이 좋게도 이런 곳을 찾게 되다니---.
"--!!!"
"어? 가, 가름!?"
잠깐의 방심. 오래간만에 가름을 마음껏 뛰놀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달리는 것에 집중하느라 목줄을 느슨하게 잡은 자신이었는데
그때를 놓치지 않고서 그대로 앞으로 달려나가는 가름은 맹렬하게
어딘가를 향했으며 뒤늦게 그녀의 이름을 불러보지만 안타깝게도
자신의 목소리가 닿기도 전에 가름은 누군가에게 다이브했으며----.
"하, 하지메!?""에? 셰퍼드?""우와, 완벽하게 깔아뭉겠네."
"헥헥헥!!"
순간 들려오는 목소리에 언젠가 똑같은 일을 겪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자신은 일단 가름이 향한 방향으로 빠르게 달려나아갔다.
*
"하지메에게서 떨어져라, 털덩어리."
"헥헥헥!!"
어디선가 나타난 털덩어리가 하지메를 덮치는 것에 당황한 자신이었으나
이내 하지메를 구해내기 위해서 그 털덩어리의 목을 잡아 올리는 자신.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짧은 시간 사이에 이미 하지메의 얼굴은 침범벅이 되었는데
무언가 익숙하다는 듯한 그의 표정.
전에도 이런 일을 겪었던 것인가,하는 생각을 하는 자신이었으나
그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들고서는 얼굴을 닦으면서
셰퍼드를 바라보고 있었으며 이치카는 견주를 찾기 시작했다.
"어머, 털의 윤기가 좋네? 관리를 잘받는 아이인가봐요."
한편 뒤누아는 그런 셰퍼드를 향해서 손을 조심스럽게 내밀면서
쓰다듬으려고 하지만---.
컹!
"히익!?"
돌연, 크게 한번 짖으면서 경계의 표시를 나타내는 셰퍼드였으며
뒤누아는 그것에 빠르게 손을 빼면서 여차하는 상황을 피했다.
뭐냐 이녀석, 사람을 무는 개인가?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손을 들어올려서는 셰퍼드와 눈을 마주하는데---.
햝짝---.
"헥헥헥----."
"...."
다짜고짜 얼굴을 한번 햝아졌으니 녀석의 끈적한 침과 꺼슬꺼슬한 녀석의 혓바닥감촉이
그대로 느껴질 정도로 정성스럽게 햝아진 것이었으며
녀석은 뭐가 그리 좋은지 웃는 듯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른 건 모르겠고, 한가지는 확실하군.
사람을 가리는 개,라는 것이 자신의 결론이었으며
자신은 녀석의 목줄에 달린 식별표에서 녀석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름? 조금은 특이한 이름이군."
"아, 누나. 저사람이 견주인가 본데?"
한편 이치카는 이쪽을 향해서 달려오는 백발의 여성을
가르키면서 자신에게 말하는데 빠르게 이쪽을 향해서 다가오는 것을 보면
아마 그의 생각이 맞으리라.
그리고 그러한 자신들의 추측이 맞다는 듯이 자신들의 앞에 도착한
백발의 여성은 손에 들려진 셰퍼드를 받아들면서 사과를 해왔다.
"죄송합니다!!"
"견주로써 개목줄 관리는 잘해주십시요. 조금전에 제 학생이 물릴뻔했습니다."
"저, 정말 할말이 없습니다! 마, 만약 다치셨다면 배상을----."
"아, 아니에요. 다치지는 않았으니까 괜찮아요.....
그런데 혹시 어디서 본 적 있으신것 같은데---."
그런 그녀의 사과에 뒤누아는 돌연 여성을 어디선가 본 것 같다고 말하면서
유심히 그녀를 바라보는데, 그녀는 주머니에서 명함지갑을 꺼내더니
자신들에게 하나씩 돌리기 시작했다.
"상귀스 사의 회장, 알케니 상귀스 페리입니다.
그리고 다시한번 사과드릴게요. 최근에 가름이 마음껏 뛰놀지를 못해서---."
"변명은 됐습니다. 다친 사람이 없으니 다행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조심해주세요."
자신은 그렇게 그녀의 명함을 주머니에 넣었으며 그대로 자리를 벗어났는데---.
"뭐냐 하지메? 무슨 할 말 있나?"
[아뇨, 저 사람 전에 만났거든요.]
"그래? 어쩌다 그랬지?"
[리즈무랑 놀때도 저 개에게 덮쳐졌거든요. 그때 만났어요.]
자신의 질문에 술술 사실대로 말을 적어내리는 하지메는 메모장을
내밀면서 무언가 허탈하다는 듯이 말하는데---.
"그게 언제인지 알 수 있나?"
이어지는 자신의 질문에 메모장을 적는 하지메는
돌연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이 글씨를 적던 펜을 멈추고서는
녹슨 기계마냥 자신을 향해서 고개를 들어올리는데---.
"......"
"키스, 2시간."
돌아가면 찐하게 해주마.
사실 그가 딱히 잘못한 것은 없지만 키스를 하는데 이런 좋은 핑계거리를
주면 안써먹을 수 없지 않은가?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하지메에게 말했으니, 하지메는 당했다라는 표정을 지었다.
후후훗, 적어도 저 개에게 한가지 고마운 것이 생겼군.
"가름, 왜그래 자꾸? 여기는 집이랑 다르다고.
자꾸 가름 혼자 달려나가면 언니랑 따로 살아야하게 된단 말이야."
"끼이이이잉---."
"다음부터는 그러지 마?"
한편 등뒤에서는 개를 어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정말이지 저 개를 아끼는 듯 하지만 목줄 관리는 잘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