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화 〉[IS]취중연가
주말, 다시금 되돌아온 주말이었으니 자신은 곧장 아침이 되자마자
강제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치후유씨와의 외출 때문.
몇일 뒤에 있을 임해학원에 가서 입을 그녀의 수영복을
구매하기 위해서인데, 자신보다는 이치카씨나 다른 분들과
가는게 가장 좋을듯하다고 그 뒤에 한번 용기를 내서 말해보기는 했다.
했는데----.
'호오? 그 건방진 말을 전하는 것은 이 입이렸다?'
다시 키스당했다. 아니아니, 뭔가 이상하잖아?
무언가 마음에 안들면 삐지거나 화내지 않고 키스로 풀려고 하는
치후유씨의 방식이 이상하다고 느끼는 자신이었으나
이미 그때는 키스당하고 있었으며 메모장은 압수된 상태.
결국 그날도 거진 10분 가량을 키스만 당했던 자신이었으며
주말에 같이 수영복을 사러 가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자, 가자 하지메."
[네.]
이후 그녀의 차에 올라탄 자신이었으며 백화점으로
자연스럽게 출발하는 차안에서 자신은 그녀에게 어울릴만한
수영복을 반드시 골라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반면, 자신의 수영복은 역시나 학교에서 사용하던 것이면 되겠지.
딱히 남들에게 보여줄만한 몸매도 아니었고 수영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니
수영복에 돈을 쓰는 것은 낭비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거기다가 자신은 어찌보면 치후유씨의 직장일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는 곳에
따라가는 것이니 그녀가 일하는데 자신이 즐기는 것은
무언가 이상한 일이라는 생각 또한 들었다.
매끄럽게 달려나가는 차량안에는 딱히 대화가 오가거나
하지 않았으며 조용한 침묵만이 내려앉아있었지만
자신이나 치후유씨나 그것을 부담스러워하지는 않았으니----.
"도착했다. 그럼 가볼까?"
백화점까지 금방이었기 때문이었다.
*
"흐으으으음----."
수영복 매장에서 이것저것 바라보시는 치후유씨는 신중히
전시되어져있는 수영복들을 하나둘씩 확인해보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 것이 없으신듯했으며, 자신에게 내보이시지만
자신이 보기에도 그녀와 어울릴만한 것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뭐랄까, 자신이 보기에는 무언가 그녀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해야할까?
잘은 모르겠지만 자신이 보기에는 어색함이 느껴지는 느낌이 들었다.
치후유씨에게 잘 어울리는 것을 찾아보기 위해서 백화점까지 온 것인데
벌써 도착한지 2시간째이거늘 좀처럼 진전이 없었다.
동시에 치후유씨 또한 그것에 안타까워하면서도 예전에 입었던 것을
입어야하는 것인가,하시면서 포기하려고 하시던 듯하셨는데
전에 입으셨던게 멀쩡하면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자신이지만
여성들에게는 그닥 좋은 것은 아닌듯했다.
그렇게 치후유씨는 반쯤 포기하면서 주변을 다시 살피는 한편
자신은 자신 나름대로 그녀에게 잘 어울리는 수영복을 찾아보려고
이곳저곳을 찾아보는데---.
"-----."
수영복 매장의 한쪽에서 마네킹에게 입혀진 채 전시되어져있는 수영복 하나가
자신의 눈에 들어왔으며, 그것에 눈을 떼지 못했다.
아래는 붉은 비키니 수영복이 입혀져있었으며 좌우측에 여분의 기다란
끈이 묶여져 있었으며 상의는 검은색에 붉은 선으로 포인트를 준 래쉬가드가
입혀져 있는 수영복 마네킹.
하지만 이미 자신의 머릿속에는 그것을 입은 것이 마네킹이 아닌 치후유씨였으며
자신은 그녀가 이것을 입은채 바닷가에 있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평상시에도 검은 색 계열의 옷을 입으시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녀,하면 검은 색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박혀서 그런 것인지, 생각해보면 여태까지 본 수영복들은
거진 흰색이거나 밝은 색들 계통의 것들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한가지 망설여지는 것은 그녀의 의사.
자신이 보기에는 잘 어울릴 듯하지만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아하면
어떻게 할까,하는 걱정이 되는 자신이었기에 고개를 흔들면서
얌전히 그녀에게 되돌아가기---.
"호오, 이런게 있었군."
"???"
"가격도 나쁘지 않고, 네녀석이 보기에는 나한테 이게 가장 잘 어울린다고 보느냐?"
어느샌가 다가온 치후유씨는 자신이 바라보던 수영복을 바라보시더니
자신을 향해서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말씀을 하시지만
대답을 들을 생각은 없으신 것인지 이미 직원을 통해서 그것을 주문하고 계셨다.
아니아니, 시착이라던지 그런 것을 해보시던지 하고 구매를 하시는게 좋지 않으신가요?
그렇게 막 사시면 나중에 후회할지도 모르시는데?
자신은 서둘러서 메모장에 그녀에게 할 말을 빠르게 적어내리지만
그것보다 치후유씨가 카드로 수영복을 계산하는 것이 빠르셨으며
손에 들어올린 쇼핑백을 보이면서 자신에게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이미 한발 늦은것인가,하고 생각을 하면서 자신은 그녀가
마음에 들어하길 간절하게 바라는 마음만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마음에 드는 것이 그녀의 마음에도 든 다고는 할 수 없었기 때문.
"하지메."
"...?"
그러던 찰나, 갑자기 자신에게 들이내밀어지는 그녀의 얼굴은
무언가 엄하면서도 살짝 화가난 듯한 얼굴이었으며 이내
쇼핑백을 들지 않은 한 손으로 자신을 잡으시더니 갑자기 끌어당기고서는
주저없이, 자신과 입을 마추셨다.
학원내부에서 하는 것처럼 길고 찐한 것은 아니지만
너무나도 돌발적이며 기습적으로 한 그것이었기에
자신은 놀란 나머지 대응하지 못했지만 치후유씨는 그것에 전혀 신경쓰지
않으신채 가볍게 키스를 하고서는 떨어지시면서 말씀하셨다.
"네녀석이 골라준 것이다. 마음에 안들리가 없지.
자, 그것보다 다음으로 가자. 네녀석의 수영복도 골라야지."
[네?]
"뭐냐, 그 얼빵한 표정은. 설마 학교지정수영복을 입으려고 했던거냐?
모처럼 바다에 가는 것인데 그런 매니악한 것 보다는 좀더 좋은 것이
좋지 않겠나? 덩달아서 너에게 수영복을 사주고 싶어하는 녀석이 저 뒤에 있는데 말이다."
너무나도 예상치 못한 그녀의 말에 자신은 살짝 당황하면서
되질문하지만 이번에도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이 자신에게
말씀하시면서 자신의 등뒤로 손가락을 가르키면서 말씀하셨고
등뒤로 시선을 돌리자 보이는 것은 무언가 기대하는 얼굴을 하고 있는
샤를로트씨와 이치카씨가 서 계셨다.
에에, 저 분들이 어째서 이곳에? 아니 그것보다 샤를로트씨는 무언가
엄청나게 흥분하신 듯 한데 어째서 그러신 것인가요?
덩달아서 이치카씨, 뭐가 대담하다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니 잘 알겠지만
그렇다고 누나니까,하고 넘기지 말아주세요.
"자, 그러면 가볼까 하지메?"
그렇게 자신은 예정에도 없던 자신의 수영복까지 구매하러 이동하였다.
*
"으음... 역시 하지메에게는----."
"하지만 이쪽도 좋은걸요?"
남성용 수영복 매장에서 자신에게 무엇을 입힐지
진지하게 고민하시는 치후유씨와 샤를로트씨였으며
자신과 이치카씨는 등뒤에서 물러나서는 얌전히 그녀들이 선택을
끝마치길 기다리고 있었다.
뭐랄까, 여자들만의 시간이기도 하지만 자신들이 끼어들기 힘들었다.
적어도 자신은 끼어들면 무언가 큰일을 당할 것 같았기에
얌전히 등뒤에서 기다리기로 하였으며 이치카씨도 별반 다르지 않으리라.
"하하하, 누나가 저렇게 신나하는건 오래간만이네."
[그런가요? 저는 거의 저런 모습만 봐서요.]
"평상시에 꽤나 엄하거나 진지한 모습만 보이거든.
하지메군이야 수업중에 뒤쪽에서 다른 것을 하니까 잘은 모르겠지만
우리 누나, 수업중에 꽤나 엄하잖아?"
[확실히 그렇지만, 그건 교사로써 어쩔 수 없는거 아닌가요?]
한편, 기다리기 뭐한 것인지 자신을 향해서 질문을 하시는 이치카씨의 말.
그것에 자신은 대답을 하면서도 그와 자신이 바라보는 치후유씨의 다른 모습에
대해서 가볍게 이야기를 하지만 역시나 그녀에 대한 서로의 시각은 달랐다.
"뭐, 그래도 너에게는 고마워하고 있어.
누나가 저렇게까지 행복해하는 건 내가 바라는 일이기도 하니까."
"....."
"누나에게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집은 내가 어렸을 적에
부모님이 사라지셨거든. 무슨 이유에서인지, 어째서 자신들을 버리고 간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그분들이 더이상 돌아오지 않으실 것이란 것은 알았어.
그 뒤부터였을거야. 누나가 자신의 행복을 버리면서 나를 지켜주려고 했던 것은."
갑자기 시작되는 이치카씨의 이야기.
그것에 자신은 놀라지만, 그의 말을 자르거나 멈추지 않았다.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자신의 생각으로는 그는 알아주었으면 하는 것이리라.
그녀가 자신에게 하는 애정표현이 격한 이유라던지
자신에게 과도할 정도로 집착하거나 하는 이유를.
물론 그것들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자신은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학창시절의 즐거움을 포기하고, 남들과 같은 평범함을 가질 수 없었던 누나였거든.
그덕분에 세계최강의 여성,이라는 타이틀을 얻기는 했지만
솔직히 나로써는 그런 누나가 자랑스러운 한편 미안하기도 했어.
내가 반푼이라서, 내가 모자라서 누나가 너무나도 많은 것을 희생했으니까."
"...."
"그러니까, 뭐라고 해야할까.... 누나를 미워하지 말아줘.
응,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네. 하지메군과 누나가 싸우지 말라고는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진심으로 누나를 미워하지는 말아줘."
그렇게 자신을 향해서 부탁 아닌 부탁을 하는 그의 말에
자신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채 가만히 생각을 하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아, 그렇구나. 그녀도 자신과 비슷하구나. 비슷한거구나.
부모에게 버려진 자신과 그녀. 태어나자마자인지, 아니면 좀더 큰 다음이냐는
차이가 있지만 그녀와 자신은 서로 닮은 것이었구나,라고 생각했다.
[노력,해볼게요.]
"....응, 고마워."
그것에 자신은 대답을 메모장에 적어서 그에게 내밀었으며
이치카씨는 고맙다면서 작게 미소를 지어주셨다.
그리고----.
"하지메. 이렇게 어떠냐?"
자신을 향해서 치후유씨가 샤를로트씨와 함께 만면에 미소를
지으시면서 본인들이 심혈을 기울인 수영복을 내미시는데---.
[트렁크 바지에 겉옷까지는 이해하겠는데 왜 비키니 상의를 저한테 입히시려는거에요?!]
저 남자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