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1화 〉[IS]취중연가
"츄릅----."
"----."
혀로 입술을 햝으면서 자신은 휴게실의 침대 위에 있는 하지메를
바라보니, 그는 자신의 격렬한 애정표현에 움찔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물론 하반신에는 일절 손을 대지 않았으며 오직 상반신에만 키스를 한 자신은
이번에는 여기까지,라고 생각하면서 하지메를 품안으로 끌어안았다.
동시에 움찔하면서 놀라는 그이지만 아직 표현을 못하는 듯한데
역시 1시간동안의 키스는 아직 그에게는 너무 자극이 강한듯했다.
반면, 자신은 그가 자신의 키스로 느껴준다는 것이 너무나도 귀여웠기에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걸리는 것을 느끼면서 사감실로
그를 데려다 놓기로 했다.
지금 이상태의 하지메는 데리고 다니기는 문제가 있기에
마리나에게 보살펴줄 것을 부탁하기로 마음먹으면서
사감실로 향하는 자신과 품안의 하지메.
물론 주변에서 여러가지의 시선을 보내지만, 딱히 신경을 쓰지 않았으며
딱히 자신이 잘못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사감실에 하지메를 눕힌 뒤 이불을 덮어준 자신은
다시금 그의 이마에 키스를 해주고서는 방을 나서면서
핸드폰을 들어올리면서 누군가에게 메일을 보냈다.
타바네도, 마리나도, 마도카도 아닌 사람에게 메일을 보낸 자신.
그리고 그것이 발송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되돌아온 답신에
자신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시 수업을 하러 이동하였다.
한시간 자습을 시키긴 했지만, 역시 3학년들에게 가르킬 것은 그닥 많지 않았다.
어차피 해봤자 반복수업과 복습, 그리고 실전훈련이 대다수이니까.
그렇게 자신은 메일에 담겨진 장소와 시간을 다시금 확인하고서는
주머니에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
"흐음.... 이쪽에서 먼저 연락을 보낼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리즈무, 등뒤에 한놈 살아있어.』
이즈무의 말에 곧장 도끼를 내리찍는 자신과 그런 도끼에 목이
찍히면서 죽어버리는 쓰레기.
주변에 피가 튀고 혈향이 흩날리지만 딱히 그것에 인상을 쓰지는 않는다.
이미 익숙한 것들이니까.
주변을 한번 둘러본 자신은 그대로 도끼를 되돌리면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녀석에게 천천히 걸어가면서 나이프를 빼들었다.
동시에 그것을 바라보던 녀석은 비명소리를 내면서 뒤로 도망치려고 하지만
이미 벽에 도달한 녀석이 도망칠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제, 제발 목숨만을 살려줘! 내, 내가 잘못했으니까!!"
"아아, 언제나 그렇지. 목숨만 살려달라고, 자신이 잘못했다고.
그런데 말이야. 잘못이란걸 알면서 저지르는 녀석을, 왜 내가 봐줘야해?"
손에 들려진 나이프를 주저없이 목에 꽂아버리는 자신은
벽에 튀는 피를 바라보면서 무슨 페인트건에서 나오는 물감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걸로 그림을 그리면 어떤게 그려질까,하는 잡다한 생각을 했다.
허나 생각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으니, 자신은 그대로
핸드폰을 열어서는 저장된 번호 중 하나에 전화를 걸었다.
주변에 널부러진 시체와 흥건한 핏자국, 공간을 꽉채운 혈향과 형용하기 힘든 냄새.
이제는 징글징글하다 못해 평범하다고까지 느껴지는 그것을 느끼면서
상대가 전화를 받기를 기다리는 자신.
「끝났습니까?」
"언제나처럼. 뒷처리 부탁하고 돈 입금 부탁할게."
그것을 끝으로 끊기는 통화에 자신은 주저없이 유일한 통로를 향해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데, 오리무라 씨는 과연 자신을 무슨 이유로 부른 것일까?
농담따먹기 하자고 부르신 것은 아니실테고....
하지메랑 관련된 이야기일 가능성이 다분하긴 하겠지.
『저기저기, 리즈무.』
"헛소리하면 무시한다."
『부우우----. 너무해. 나는 하지메군이랑 놀고싶다고 말하려던 건데.』
"아 서라. 나는 IS학원에 못들어가고, 저쪽도 쉽게는 못나올거다."
반면, 이즈무는 이전보다 더욱 잘 놀지 못하는 하지메녀석이
그리운 것인지 놀고싶다고 자신에게 말하지만 안타깝게도
자신은 그것이 무리라고 말해주면서도 녀석이 간신히 찾은 행복 아닌 행복을
방해하지 않도록 이즈무를 통제했다.
뭐, 어째서 저런 이상한 비유를 들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친구의 감,정도로 설명하는게 좋겠지.
더이상은 자신도 모르니까. 그저, 그저 녀석이 아직 행복이라고 못느끼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럼에도 행복이라고 하기에 내버려두는 것.
무엇이 문제인지, 무엇이 모자른 것인지는 모른다.
"그러면 어디 한번 가 보실까나---."
『LET'S! FUCK!』
"그거 아니다."
*
유명 브랜드의 카페에서 리즈무를 기다리는 자신은
카페라떼를 조심스럽게 마시면서 시계를 확인하는데, 아직 약속시간까지는
조금 여유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너무 일찍 온 것인가,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동시에 조금이라도 빨리 리즈무, 그와 이야기 하고 싶었다.
그에게 연심이라던지 그런 것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하지메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었기 때문.
하지메와 관한 것들 몇가지와 그가 프리지아를 싫어하는 이유.
그리고 그가 말하는 이즈무,라는 존재에 대한 것.
어느 것 하나도 자신으로써는 가벼이 넘길 수 없는 것들이었으며
자신으로써는 확실하게 하고 싶은 것들이었다.
"어라? 벌써 오신거에요?"
"온지 얼마 안되었으니 걱정말도록."
약속시간 10분전에 도착한 리즈무의 말에 자신은 별거 아니라고 말하면서
그에게 자리에 앉기를 권유하면서 그의 몫으로 시킨 또다른 카페라떼를 내밀었으니
자신에게 가벼운 감사 인사를 하면서 자리에 앉으며 카페라떼를 받아드는 그.
동시에 자신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평범해보이는 그의 복장이지만
귀에는 그가 가지고 있는 나이프들의 잘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평상시에도 몇개의 나이프를 가지고 다니는 것인가?
"일단, 부르신 이유가 무엇인지 들어나볼까요?
뭐, 태반이 하지메랑 관련된 이야기겠지만요."
"아아....그전에 한가지. 네녀석에 관해서 궁금한 것이 있다."
"헤에---? 유감이지만 저는 외도에는 관심이 없는데요?"
장난스럽게 말하면서 자신을 바라보지만 그의 눈빛은 진지했으며
기세는 당장이라도 자신에게 나이프를 휘두를 것 같은 그것이었다.
그래, 전날 자신을 죽이기 위해서 덤벼들었던 그때와 같은 그것.
하지만 다행이라면 다행이게도 자신은 하지메를 사랑하지
그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었으며 외도나 불륜따위는 생각치 않았다.
"전날, 이즈무라고 너는 누군가를 불렀지. 그게 누구인지 알려줄 수 있나?"
"....뭐, '안쪽'에 있는 다른 녀석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툭툭,하고 스스로의 머리를 치는 리즈무는 간단하게 설명하지만
동시에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뜻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무궁무진하게 바뀔 수 있었으며 자신으로써는 쉬이 추측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가장 가능성을 높은 것과 그의 특이성, 마지막으로 그의 말투로 보아
자신이 내린 결론은---.
"다중인격,이라는 건가?"
"정답. 제 머리에는 이즈무,라는 또다른 녀석이 있죠.
뭐, 영화나 그런 곳에서 나오는 것처럼 몸의 지배권을 두고 싸우지는 않지만요."
"....그럼 '그녀석도'?"
"네, 저랑 '동류'에요."
자신의 말에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녀석은 카페라떼를 들이켰으나
그것을 절대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다중인격인데 둘다 살인자라면, 너무나도 위험하다.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 같은 존재.
하지메의 곁에 두기에는 너무나도 위험하지만, 동시에 어째서인지
녀석은, 녀석들은 하지메에게 우호적이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어떠한 목적에 의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단 한번도 하지메를 위험하게 하지 않았다. 자신과는 다르게....
"하지메와 처음 만난 건 언제인지 알려줄 수 있나?"
"직접 만난 것은 중학교 2학년때였고, 그전에는 멀리서 보기만 했어요.
아, 미리 말하지만 딱히 하지메에게 위해를 가할 생각은 없으니 걱정마세요."
자신의 질문에 대답하면서 덧붙이며 말하는 리즈무.
그것에 자신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음 질문을 이어나갔다.
"....혹시 하지메가 프리지아를 싫어하는 이유를 알고 있나?"
이어지는 자신의 질문 그것은 하지메가 전날 자신에게 말한 것.
그는 프리지아 꽃을 싫어한다고 말했다.
사람에게서 나는 체취를 꽃향기로 맡는 그이니 여러가지 꽃향기를
좋아할 것 같은 그였으나, 어째서인지 프리지아만큼은 콕집어서 질문했다.
동시에 리즈무는 그런 자신의 말에 의외라는 듯이 바라보면서
놀란 눈을 보이고 있었으니 왜그렇게 놀라는 것인지 의문이 드는 자신.
무언가 질문해서는 안될 것이라도 물어본 것인가?
"하지메가 말해주던가요? 프리지아를 싫어한다고?"
"아아, 이유는 말해주지 않았으니까."
"흐음...."
반면, 자신의 말에 무언가 고민을 하는 리즈무는 눈앞에 놓여진
카페라떼를 손가락으로 툭툭치는가 싶더니
이내 자신을 바라보는데 진지한 눈빛을 보내기 시작했다.
아니, 조금전까지도 진지한 눈빛이었지만 지금은 조금 다른 느낌.
자신에게 무언가를 말하여도 되는지 고민하는 그의 눈빛이었으니
그것은 자신을 향해서 평가를 내리는 그것이었다.
여태까지 타인을 평가하는 일이 많았던 자신이 이런 눈빛을, 그것도 11살이나 어린
소년에게서 받을 줄 몰랐으나 그것과는 별개로 그만큼 이 질문의 답이
중요한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는 자신.
"....뭐, 하지메가 거기까지 말했으면 말해도 무방하겠지."
"그게 무슨 말이지?"
"하지메는요, 프리지아 꽃밭에 버려졌어요."
순간 온몸이 경직되었다.
동시에 떠오르는 것은 그가 고아라는 사실뿐이었지 그가 어떠한 형태로
고아가 되었던 것인지 전혀 알지 못했던 것을 떠올리는 자신.
반면 리즈무는 그것에 대해서 역시나,라고 중얼거리면서 말하기 시작했다.
"녀석이 발견된 것은 프리지아 밭에 버려진지 대략 이틀이 지난 다음날이었어요.
어떻게 녀석이, 갓난 아기가 이틀이나 그곳에서 살아남은 것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적어도 녀석은 태어난 날 프리지아 밭에 버려졌고, 그 이틀간 평생동안 맡을 프리지아의 향기를
맡았던 거에요. 덕분에 녀석은 프리지아라면 아주 질색을 하죠."
거기까지 말한 리즈무는 이내 남은 카페라떼를 전부 들이키더니
조용히 자신을 바라보았으나, 그것에 자신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였다.
섬세하지 못한 질문, 무신경한 질문, 의도치 않은 질문.
"하지메에게 그 질문을 하지 않으신 것은 칭찬해드릴게요.
만약에 했으면 녀석은 엄청 괴로워했을테니까.
그리고 노파심에 말하지만, 녀석의 생일에 대해서는 물어보지 마세요.
부모에게 버려진 고아들에게 있어서, 생일은 절대로 좋은 날이 아니니까요."
커피 잘마셨어요,라고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는 리즈무.
허나 자신은 그러한 그에게 하려던 질문들이 더이상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다.
전혀 예상치 못한 답변에 자신은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어떻게 생각을 해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한가지만 더 말하죠."
"....뭐지?"
"웃으세요. 하지메, 당신이 웃을때 기분 좋아하는 것 같으니까요."
"...고맙군."
"커피 값이라고 생각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