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7화 〉[IS]취중연가 (77/139)



〈 77화 〉[IS]취중연가

"....원하는게 뭐냐?"
"뭘 말하는걸까나?"

자신은 눈앞에 있는 녀석을 향해서 말하지만
되돌아오는 것은 능청맞은 대답뿐이었으니 녀석은 손에 들려진 둔기를
손바닥 위에서 놀리면서도 자신을 향한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전날 자신을 무자비하게 때려눕혔던 그것이 눈앞에서 서서는
감시를 하고 있는 반면, 자신은 쿠로키시를 빼앗겼기에
녀석과 싸워서 이길 승산은 전무하다고 봐야할터였다.

그렇다면 차라리 약점을 찾기 위한 탐색전을 하자는 생각을 하는 자신은
일단은 녀석을 떠보려고 했지만 안타깝게도 녀석은 쉽게 넘어오지 않았다.
하기사, 사람이라면 몰라도 AI가 말장을친다고 넘어오지는 않을터.
덩달아서 자신이 도망치는 것을 과연 이녀석이 가만히 볼까?

"심심하면 체력단련이나 하지, 뇌근육? 아니면 도와줄까?"
"도움은 거절하지."

도움을 빙자한 구타가 뻔히 보이기에 거절한 자신이었으나
언제까지 그냥 있을 수는 없었기에 녀석의 말대로 체력단련이나 하기로 했다.
뭐, 녀석이 자신을 죽이려고 하였으면 벌써 죽였을텐데 안죽이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자신을 죽이지 못하게 해놓은 것이겠지.

하지만 자신은 언제까지 이곳에 있어야하는 것일까?
어딘지도 알  없고, 날짜가 얼마나 지난 것인지 모를 이곳에서
자신은 언제까지 있어야하는 것인지. 아니 어쩌면 영원히일까?
 어느쪽이든 상관없지만. 빈틈이 생기면 도망친다.
이녀석이라고 영구히 곁에 있을리는 없을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신은 체력단련을 시작하면서
다음에야 말로 이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아니, 다질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이 살아가려면, 살아가기 위해서는,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하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 쐐기를 박기 위해서 자신은 계속해서 싸울 것이리라.

*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면서 늦잠을 자는 자신은 평상시라면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맥주나 마시면서 시간을 보냈겠지만
오늘만큼은 전혀 그러지 않고 있었다.


뭐가 아쉬워서 맥주를 마시거나 하겠는가?
눈앞의 하지메를 품안에 안긴채 풍겨오는 그의 체취를 즐기는 자신은
이대로 침대속에서 계속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두근거리는 그의 심장 소리를 자장가 삼고 있었다.

그래, 움직일 필요가 있을까? 이렇게 그와 함께 있는게 좋은 것이다.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시선을 들어올리니 눈앞에는 하지메가
무방비한 모습으로 깊이 잠자고 있었다.

민소매 나시와 돌핀팬츠라는, 이제는 익숙해진 그의 복장과 함께
살짝살짝 보이는 그의 맨살은 자신의 욕망을 자극하는데는
탁월한 효과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욕망에 휩쓸리지는 않는 자신.


한번이면 충분하니까, 한번으로도 넘칠정도로 충분하니까.
자신이 그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한번만으로도  너무많으니까
더이상 그가 상처 받을 짓은 하지 않는다.
그저, 그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 만족하면서 함께 지내는 것을 즐기기로 하는 자신.


"...훗."


하지만 약간의 장난정도는 괜찮겠지.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조심스럽게 그의 품안에서 위쪽으로 올라가면서
천천히 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향하면서 무방비하게 노출된 그곳의 냄새를
들이키면서 조심스럽게 입술을 가져다댔다.


부드러운 피부의 감촉이 입술을 타고 전해졌으나, 안타깝게도
그가 자신을 라벤더라고 말하는 것처럼 꽃향기를 하나 골라서 그의 냄새라고 말하고 싶지만
자신은 그의 체취를 무슨 꽃으로 비유해야하는지 알 수 없었다.
덩달아서 꽃말도 우연찮게 아는 것들을 그가 말해줘서 그런 것일뿐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이 아닌 이상에는 자신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한가지는  수 있었다.
달콤하다. 무척이나 달콤하였다. 마치 장인이 만든 초콜렛같이
자신에게 너무나도 달콤한 그.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이렇게 있고 싶다고 생각하는 자신은 목덜미에
계속 얼굴을 파뭍은채 그의 체취와 맛을 감상하였다.


"으으음---?"

그렇게 세상에 둘도 없을 달콤함을 즐기는 사이에 일어나는 하지메.
졸린 듯한 목소리를 내면서 아까와 동일하게 누워있는 그는
이내 주변을 살피면서 상황을 파악하는 듯하였는데 자신은 그것에
돌연 가만히 있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일어났더니 자신이 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뭍는 상황이라면
과연 그는 어떠한 반응을 보일까,하는 궁금증이 생겼기에 이러는 것.
물론 덤으로 그의 달콤함을 즐기기 위한 것.

"?!--?--?!---!?!"
'크크크.'


당황했다.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당황하는 것이 느껴진다.
그것에 미소가 지어지지만 티를 내지 않은채 잠꼬대처럼
팔을 움직여 그를 끌어안아서 도망치지 못하게 만드는 자신은
놀라서 움찔하는 그의 몸떨림에 미칠듯한 귀여움을 느꼈다.

덩달아서 아직도 당황하는 그의 모습에 어떻게든 웃음소리를
참기는 하지만 이대로는 오래 못갈거라고 생각하였다.
아마 조만간 들킬테니까 이제 슬슬 그만---.

꼬옥---.
"...?"
"♪-----."


갑자기 자신의 몸에 둘러지는 하지메의 팔들.
그것에 자신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서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자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한채 눈을 감고 있는 하지메는
자신이 깨어나지 않게끔 가만히 있으면서 조용히 무슨 소리를 내고 있었다.


허나 그것은 괴롭거나 두려워서 내는 단말마같은 것이 아닌
무언가 평온하면서 부드러운 느낌의 선율이었으며
자신은 그것이 머지않아서 그가 자신을 향해서 해주는 자장가,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품안에서 잠자는 자신을 위해서 자장가를 불러주는 하지메였는데
그것에 왜인지 모르게 정말로 잠이 다시오는 자신은
다시금 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뭍으면서 그의 냄새를 맡았다.
평온하고, 안심이 되는 그의 냄새. 동시에 귓가에 들려오는 잔잔한 선율.


"....아, 못참겠다."
"♪--?"


일단 키스하고 보자.
자신은 그렇게 자는 척 하는 것을 멈추고서는 그대로
몸을 반바퀴 굴려서 그를 밑에 깔고서는 그대로 키스를 하기 시작했으며
갑작스러운 상황에 하지메는 당황하였으나 이미 그런 것을 신경쓸 여유따위
자신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다.


있는 것이라고는 오직 하지메와 키스를 하고 싶다는 욕망과 열망.
그와는 반대로 갑작스러운 상황에 인지를 못하는 하지메는
잠시  있을 본인의 미래에 대해서 눈치채는가 싶더니 이내 담담하게 받아들이기로 한듯했으며---.
간단하게 10분간만 키스하기로 마음먹었다.


*


"으아아아----머리아파."


머리가 깨질 것 같은 통증에 눈을 뜨는 자신은 희미한 시야에서 도대체 머리가
왜이렇게 아픈지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면서 가뭄철 갈라진 땅마냥
메마른 목을 축이기 위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평상시에도 자고 일어났을때 목이 마르기는 했지만
이렇게까지 마른 적은 처음이라고 생각하는 자신은 어서 주방에서
물을 마시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흐으응--."
"...에?"

순간 들려오는 라우라의 목소리와 함께 축축함이 느껴지는 자신은
고개를 내렸으니, 희미한 시야에 보이는 것은 자신의 밑에 깔려있던
라우라였고 이제보니 그녀와 자신은 태어났을 당시의 그 모습 그대로였으며
자신의 아래에서누워있는 라우라의 하복부에는----.

"우와아아악?!!!"
"으으윽---신부, 시끄럽다..."


동시에 떠오르는 기억에 자신은 비명을 지르면서 뒤로 나자빠졌다.
그래, 기억이 난다. 동시에 자신은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인가!?
아니아니, 물론 자신이 그동안 혼자서 해결하거나 간신히 참아내기는 했지만
술을 먹었다고 남을 덮칠만큼의 그럴정도로 성욕에 미친 짐승은 아니었을터다!
그런데, 그런데 자신은 도대체 어젯밤에 무슨 짓을!?


다른 의미에서 아파오는 머리를 양손으로 부여잡으면서
흔들리는 시야속에서 자신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생각하는 한편
라우라는 이내 소파에서 일어나면서 자신에게 시끄럽다고 말하는 라우라.
그것에 자신은 일단 다른 것은 둘째치고 바닥에 머리를 박으면서 도게자 했다.

"라우라! 미안! 내, 내가 술을 먹었다고는 하지만--!!"
"잊어라."
"....네?"
"잊으라고 말했다. 이건  잘못이니까. 어제 네녀석이 말했잖은가?
벌을 준다고. 확실히 어제의 일은 내 잘못이고, 신부가 그러는 것은 당연한거다.
으윽,허리야. 도대체 얼마나 한거냐...."

라우라는 자신에게 살짝 쏘아붙이는 듯이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샤워실로 향하는 한편, 자신은 그러한 그녀의 말에 당황할 뿐이었다.
갑자기, 다짜고짜 잊으라고해도 그런 일을 잊을 수 있을리가 있을리---.

"다른 녀석들에게 말하면, 나나 신부나 죽을텐데 말할거냐?"
"아, 아니---."


확실히 모두에게 말하면 죽겠지,라고 생각하는 자신은
이내 바닥에 떨어진 옷들을 주섬주섬 주우는 한편, 라우라는
그러한 자신을 바라보고서는 시선을 내리고서는 가만히 있는데
돌연 얼굴을 붉히면서 샤워실의 안으로 문을 거세게 닫으면서 들어갔다.

동시에 자신은 아파오는 허리를 손으로 두들기면서도
그녀가 지나간 자리에 떨어진 희끄무리하고 붉은 무언가에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오르는 자신은 도대체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절대 술은 마시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렇게 라우라가 샤워하는 사이에 자신은 집안을 대충 정리하는 한편
바닥과 소파에 있는 전날의 정사의 흔적을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검색을 하는데, 무언가 이상한 감각을 느꼈다.
무어라 콕집어서 말하기 뭐하지만, 그럼에도 무언가 걸리는 느낌.

그것에 자신은 조심스럽게 거실을 둘러보지만
창문은 커튼이 쳐져있었으며 집안에는 자신과 라우라 이외의 다른 이는
없었기에 어젯밤의 일들을 누군가에게 보였을리 없다고 생각하는데---.
뭐지, 누군가에게 다 보인듯한 느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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