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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5화 〉[IS]취중연가 (75/139)



〈 75화 〉[IS]취중연가

"후우---."


아직 해가 중천임에도 테라스에서 얼음잔에 따른 술을 비우면서
무념무상으로 눈앞의 전경들을 바라보았다.
딱히 무언가를 찾거나,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이 아닌 그저 술이 고팠기에 술상을 차려서 먹기 시작한 것.


한편, 식탁 위의 핸드폰에는 회사의 업무와 관련되어서 여러가지들이
자신에게 하나하나 보고되고 있었으나, 자신의 시선을 끄는 유일한 보고는 몇글자 안되어서 끝나있었다.


챠캉,하는 맑은 소리와 함께 술잔의 얼음이 술에 빠져들었으며
그것에 자신을 들으면서 다시금 술을 들이켰다.
마시고 싶어서 마시지만, 마셔도 마신  같지가 않는 술에
자신은 혹시 자신이 먹는게 술이 아닌 보리차가 아닐까,생각하면서도
다시금 들이킨다.

그래, 아무래도 좋다. 아무래도 좋은 일.
자신은 지금 그저, 아무런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으며 생각하기 싫었으니까.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자신은 저도 모르게 식탁 위에 올려둔 액자를,  안의 사진을
바라보면서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

"후아, 힘들다."


라우라의 데이트 코스를 소화하는데 꽤나 힘이 드는 자신은
근처의 벤치에 앉아서는 한숨을 내쉬었지만 다행이 화장실에  라우라는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인지 자신을 향한 질타는 없었다.
하지만 정말이지 강행군이네,라고 속으로 생각하는 자신이었으니
모노레일에서 내리자마자 시간을 정확하게 지키면서 움직이는 그녀.

아니, 정확하게 지킨다기 보다는 그 시간들에 맞춰서 계획을 짰기에
자신들은 가장 좋은 타이밍에 가게를 구경하거나 물건을 살 수 있었으며
허비되는 시간은 거의 전무하다고 볼 수 있었기에 보람차다면 보람찬 시간이었다.
그러나---.

"이치카, 다음으로 가자."


어느샌가 돌아온 라우라는 다음 장소로 이동하자고 말하는데
그것에 좀 더 쉬고 싶은 마음이 드는 자신.
한번은 제동을 거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하면서 그녀에게 말해보기로 한다.

"잠깐만, 라우라. 조금은 쉬는게---."
"안된다. 하지만 걱정 말도록 다음을 끝으로 오늘의 데이트 코스는 끝이니까."


자신이 걱정하는 것을 아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
입가에 미소를 띄우면서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는 라우라.
과연 무엇에 저러는 것인지는   없었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온
오늘의 데이트 코스의 마지막이라는 말은 자신에게 정말 큰 힘이 되었으며
다행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해주었다.


솔직히 이제 오후 4시를 넘기는 상황에서 라우라가 세곳 정도만 더 돌면
자신은 탈진해서 쓰러져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생각되었는데
그 상황에서 그녀의 말은 자신에게 큰 위안거리였기에 조금만 더 힘내자고
생각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는 자신은 그녀에게 질문을 했다.

"어디로 가면 되는거야?"
"오리무라 가이다."
"아아, 오리무라 가? 거기라면 가깝......에?"

너무나도 자연스러웠으며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나온 그것에
자신은 당황하는 하면서 라우라를 바라보았으나 집의 위치를 알고 있는
라우라는 자연스럽게 집이 있는 방향으로 걸어가면서 어서 오라고 말하는데
뒤늦게 그녀의 뒤를 따라서 걸어가는 자신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아, 아니 어째서 우리집인데? 다른 곳으로 가는거 아니었어?"
"무슨 헛소리냐? 이제 슬슬 들어가야 씻고 저녁을 먹고서는 잠을 잘 것 아닌가?"
"....네?"

아니, 보데비히양 그게 무슨 소리이신가요? 저녁을 먹고서는 무엇을 하신다고요?
자신은 갑작스러운 그녀의 말에 당황하면서 가만히 바라보았으나
그녀는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자신에게 백팩을 흔들어보이며
당연한 것이니 귀찮게 말하게 만들지 말라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그래, 하루 외출하여서 할 데이트에 저런 백팩이라니
생각해보면 불필요한 물건이었으며 조금만 생각해보면 저것이
다른 목적을 위해서 챙겼다,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은 그것을 생각치 못했으며 그로인해서 지금
라우라에 의해서 집으로 끌려가고 있는 상태.

"처음부터 외박할 생각이었던거야?그럼 말이라도 해주지 그랬어?"
"말했으면 안나왔을  같았다만?"
"...."


그렇긴하지,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는 자신이었으나 라우라는 그런 자신을 향해서
한번 소악마스럽게 웃어주는가 싶더니 이내 DVD가게로 향해서는
자연스럽게 진열장에서 몇가지 DVD를 챙기기 시작하는데---.

"잠깐 스톱!!!"
"뭐냐, 이치카? 나는 지금 진지하다만?"
"왜 챙기는게 하나같이 빨간 딱지가 붙어있는거야?!"

심지어 이거 성인들도 자극적이라고 평가한 작품들뿐이잖아?!
미성년자가 뭘 이런걸 당당하게 빌리려하는지에 대해서
당황하는 자신이었으나 라우라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자신에게
자신감 넘치는 자세로 말을 하였다.

"당연히 우리들의 미래에 대한 준비를 위해서 공부를 해놓는게
좋지 않을까,해서 그런 것이다. 덩달아서 클라리사가 적극추천해준 것들이니
의심할 필요가 전혀 없을 게다!"
"....클라리사씨---."
'제발 부탁이니까 일단 제대로된 일본 역사를 배우고 와주세요.'


자신은 마음속으로 클라리사씨에게 제대로된 일본의 문화 가르키거나
배우고 오신 다음에 라우라에게 말해줄 것을 간절하게 빌었지만
안타깝게도 둘다 불가능 할 것 같았기에 포기하면서도
그녀로 인하여 라우라가 큰 착각을 하지 않게끔 자신이  이끌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편, 그렇게 도착한 오리무라 가의 안으로 들어온 자신들이었으며
라우라는 본인이 말한대로 곧장 샤워를 하러 욕실로 들어갔으며
자신은 주방으로 향해서 저녁식사의 준비를 하기로 했다.

*


"여기까지는 작전대로군."


자신은 욕실에 들어와서는 꼼꼼하게 몸을 씻어내리면서
현재까지의 작전 진행상황에 만족을 하였으나 마음을 놓거나 하지는 않았다.
작전은 완벽하게 종료될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며 방심하는 순간
모든 것이 실패될 수 있기에 더더욱 긴장을 한다.

이치카를 데리고 계속해서 움직이면서 그를 지치게 만들어 둔 
그의 집으로 함께 자연스럽게 안으로 들어온  그에게
자신이 챙겨온 '그것'을 먹이기만 하면 모든 것이 끝이다.
물론 그것을 먹이는게 자연스러워야하는데 과연 어떤게 좋을까?


머릿속으로 고민하는 자신은 순간 떠오르는 방법에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으나 그것을 이어서 떠오르는 망상에
점점 더 달아오르는 얼굴을 어떻게  수 없었으나 자신은 그것을
숨기거나 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곳에는 자신 혼자였으며,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기에
어느정도 내성을 가지는 것이라 생각하면 이렇게 상상을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었다.

"....좋아."


다른 모두에게는 미안하지만, 사랑은 먼저 얻는 자가
이기는 것이며 승자 이외에는 패자뿐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자신은 그렇게 몸의 구석구석까지 깔끔하게 씻어내리고서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냄새까지 맡아가면서 빈틈없이 위생을 청결히 했다.


이치카에게 안좋은 냄새가 나는 것은 조금 그러니까.
그렇게 한참을 깔끔하게 씻고나서야, 그것도 이치카가 자신에게
슬슬 욕실에서 나와야하는 것이 아니냐고 걱정할 때까지
씻고 나오는 자신은 각오를 다지고 용기를 내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기, 이치카."
"음? 뭔데?"
"밥먹고 게임을 해보는게 어떻겠는가?"

이제 남은 작전은 두 단계, 실패는 용납되지 않는다.

*

저녁 식사 이후에 게임을 하던 자신과 라우라.
언제나 그러하듯이 IS를 조종하는 게임을 할까 했으나
실제로 수십번은 조종하고 있는 것을 게임으로도 해야하냐는
라우라의 말에 확실히,라고 생각하며 되돌리는 자신은
이내 그녀의 권유대로 레이싱 게임을 꺼내들었다.

어떻게 우리집에 레이싱 게임이 있는 것을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신경써봤자 엉뚱한 대답이 나올 것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면서 게임기를 키는 자신.

물론, 라우라는 게임을 잘 못할테니까 어느정도 자신이
봐주면서 적당히 그녀에게 맞춰주어야겠다고 생각하였으며
내기가 걸린다면 다르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으나---.


"우왓!? 라, 라우라 반칙! 그거 반칙!"
"승부에 반칙이 어디있나? 자, 이걸로 끝이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스무스하게 플레이를 하는 라우라의 모습에
당황하였으나 그것과 동시에 라우라가 자신의 옆구리를
찌르거나 온갖 방해공작을 펼치면서 더티 플레이를 하고 있었기에
항의를 해보지만 안타깝게도 그녀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벌써 세판째 그녀의 기습과 운전실려에 패배한 자신은
자신과 그녀 사이에 놓여진 물병과 잔을 바라보았으나
라우라는 골인 지점을 통과하고서는 곧장 물병의 내용물을
잔에다가 채우는가 싶더니 자신에게 내밀었다.


"라, 라우라? 미안한데, 이거 도대체 뭐야?"
"말했잖나? 독일의 음료같은 술이라고."
"쿨럭, 그런거 치고는 엄청 맛이 강렬한걸?"

라우라의 말에 어쩔 수 없이 물잔에 채워진 술을 들이키는 자신은
입안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맛에 당황하지만 승부는 승부였기에
그녀의 말대로 물을 한번에 들이켰다.


고국인 독일로 돌아가지 못하는데 그녀가 오늘 이렇게
자신에게 술내기를 하자고 한 이유는 작년 말에 부대에서
부대원들과 함께 즐겁게 놀았던 기억이 떠올랐으며 그것이 그리워서,라고 말했는데
그런 말을 들어버리면 거절하기 힘들었기에 자신은 벌써  잔째 술을 들이키는 중이다.

뭐, 아직은 미성년자이지만 그것도 올해까지인데다가 이런 가벼운
일탈 정도는 큰 문제가 안되겠지....치후유 누나에게 들키지만 않는다면.
그렇게 속으로 누나가 집으로 오지 않길 바라는 자신과 곁에 있는
라우라는 다시금 게임기를 조작---.


"잠! 라우라, 멋대로 출발시키지 마!"
"늦은 사람이 바보인거다! 적은 언제 공격해올지 모르니 항시 준비해야지!"
"평시에는 방심해도 된다고!"


빠르게 술을 들이킨 자신은 서둘러서 게임패드를 집어들고서는
그대로 그녀의 뒤를 쫒아가기 위해서 차를 출발시켰다.
정말이지 초보가 맞는 것인가,하는 의문이 드는 그녀의 실력에
당황할  밖에 없는 자신이었으나---.

"이치카. 이번판으로 이것도 끝내도록 하자."
"에? 벌써? 좀더 오래할 줄 알았---."
"지는 사람은 남은 술 다 마시기."
"죽어도 질 수 없다!!"

물론, 패배하는 것은 자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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