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4화 〉[IS]취중연가
"그러고보니 하지메. 너는 내가 끌어안는게 싫으냐?"
[싫어했으면 이러는 걸 거절하지 않았을까요?]
품안에 안겨져있는 하지메에게 아무 이유 없이 질문을 하는 자신과
그런 자신에게 메모장을 보여주면서 편안하게 안겨져 있는 하지메.
뭐, 전날 올코트의 말대로 하지메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질문을 하는 자신이었으니
그런 질문에 장난스러운 대답을 하는 하지메는 미소를 지어주면서
자신의 편안한 얼굴을 보여주었다.
그 미소와 표정은 자신으로 하여금 무척이나 편안하게끔 해주는 한편
동시에 그 뒤를 이어서 다른 질문들 중에 어떠한 것을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으나
자신이 잘 모르면서도 중요하다면 중요한 것에 대해서 하나둘 질문을 해나갔다.
조금은 괴롭겠지만 고아원에서 어떻게 지냈는지에 대해서 물어보거나
학창시절은 어떠했는지, 지금 들어간 회사에는 어떻게 들어갔는지 등등.
여태까지 질문하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 질문을 하는 자신과 그런 질문에
기분 상해하지 않고서 대답해주는 하지메.
[회사는 솔직히 우연이었어요. 중학교때 담임 선생님이 주선해주셔서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거든요. 뭐, 덕분에 리즈무 이외의 아이들이랑은
놀기 힘들기도 했고, 수학여행은 거의 못갔지만요."
"아....그, 미안하군."
[아니에요. 어차피 여행비 못냈을테고, 가봤자 그닥 재미없었을 것 같았어요.]
고개를 들어올린채 괜찮다고 말하면서 미소를 지어주었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눈동자에는 조금은 아쉽다는 감정이 비추어보였다.
동시에 머릿속에서 불안한 생각이 떠오르는 것에 저도모르게
자신은 다른 질문으로 화제를 전환하였다.
"혹시 못 먹는거 있나?"
[으음...그닥이요? 알레르기는 없어요.]
"좋아하는 것은 어떤게 있는지 알려 줄 수 있나?"
[으음....고양이랑 귀여운 거, 그리고 꽃향기정도?]
"꽃, 향기?"
그러던 도중에 들려오는 의외의 말.
꽃을 좋아하면 좋아했지, 꽃 향기를 좋아한다는 말에 당황하는 자신이었으나
하지메는 그것에 어느정도 익숙해진 것인지 메모장에 글을 적어내리더니
이내 자신에게 내밀면서 설명을 해주었다.
[그게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랑 관련된 사람들에게서 풍겨오는 냄새가
저는 꽃향기로 맡아져서요. 그러다보니까 자연스럽게 꽃향기에 관심이 가게 되고
그러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되었어요.]
"그런가....그러면 나는 무슨 냄새지? 혹시 장미인가?"
조금은 의외의 말이었지만, 동시에 자신은 약간의 희미한 기대를 품었다.
붉은 장미의 꽃말은 사랑이었기에 하지메가 맡은 자신의 냄새가
혹시 장미의 그것이지 않을까,하는 생각.
그러나 그것에 하지메는 고개를 저으면서 메모장을 글을 적고서는
자신에게 내밀었으니 그것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꽃이
적혀져있었다.
[라벤더 향기요.]
"라벤더라...분명 꽃말이 침묵이었지?"
무언가 아쉬운 느낌으로 중얼거리는 자신은 이내 그가 말해준 라벤더의 꽃말이
침묵이라는 것에 조금은 안타까움을 느꼈다.
하필이면 사랑이나 연애와 관련된 것이 아닌 침묵이라니---.
자신과 그닥 매칭이 안되는 꽃과 꽃말이었으며, 동시에 자신들의 사이에도
그닥 잘 어울리지 않는 그것에 자신은 불만이 생겼다.
하지만 하지메는 그것에 작게 웃더니 이어서 메모장에
이어서 말을 적어내리더니 자신에게 그것을 건내주면서
몸을 돌려서는 자신을 끌어안았다.
[라벤더의 꽃말은 침묵이지만 동시에 대답해주세요,라는 꽃말도 있어요.
치후유씨는 저에게 대답을 해주셨잖아요? 사랑한다고요.
그러니 제가 보기에는 치후유씨에게는 라벤더 꽃이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
'이, 이런 기습은 안좋다 하지메!'
불의의 기습을 받은 자신은 당황한채 품안에 안겨있는 하지메를
내려다보면서 그의 얼굴을 양손으로 들어올렸다.
갑작스러운 자신의 행동에 당황하는 하지메.
하지만, 정말로 미안하지만, 이건 네가 잘못한거다. 그래, 네가 잘못한거다.
마주 바라보는 눈에서 당황에 이어서 긴장이 느껴지는 그였으나
자신은 그것에 멈추는 것 따위 할 수 없었으며 곧장 그의 입술을 탐하기 시작했으며
그의 몸을 강하게 끌어안으면서 자신의 품안에 더욱 파고들게끔 하였다.
"으음?!!"
"으음---으으음---."
'방음공사, 잘해둔 것 같군 그래.'
자신은 방안에 울려퍼지는 자신과 하지메의 타액이 뒤섞이는 소리가
크게 들리는 것에 전날 방음공사를 한 것이 좋은 판단이었다고 생각하면서
쉬지 않은채 그의 입술과 목덜미를 탐하였다.
*
아침의 IS학원. 그곳에서 자신은 본토와 연결된 모노레일의 역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향해 빠르게 다가오는 것을 바라보았으니---.
"조금 늦었군! 어서 출발하자!"
"무언가 엄청 기합들어갔네."
무척이나 기합이 들어간채 흥분한 라우라를 바라보면서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반면
라우라는 지금 이러는 시간도 아까운 것인지 자신의 손을 잡고서는
그대로 모노레일에 올라타고서는 그대로 학원 밖으로 나가는 것을
조금이라도 빠르게 하고 싶어하는 듯 했다.
아니, 어쩌면 IS학원의 교칙중 하나인 유사시를 제외하면 개인적으로
IS를 전개하면 안된다,라고 하는 조항이 없었으면 그녀의 IS인 슈바르체어 레겐을
전개하고서는 본토쪽으로 향했을지도 모르는 일.
그렇게 모노레일에 올라탄 자신은 오늘하루 모든 것을
본인에게 맡기라고 했던 그녀의 말에 과연 어떠한 데이트 코스를 준비했을지
약간의 기대를 품었으나 동시에 일말의 두려움 또한 품고 있었으니
지난 3년간 자신이 어떻게든 상식을 주입시키기는 했지만
독일의 필요로 인하여 철의 자궁에서 태어나, 군인이자 도구로만
자라온 라우라에게는 아직도 많이 부족한 것들이 있었다.
단편적인 예로 자신을 신부라고 말하면서 일본의 문화에 대해서
무언가 큰 착각을 하고 있다는 점이라던지 그외에 무언가 마니악한
복장을 평상복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들이 그러했다.
덩달아서 누나에 대해서는 거의 맹신과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것을 보고 있으면 아직도 알려주어야할 것이 많다는 것을 느끼지만
지금은 그저 즐거워하는 라우라의 모습을 감상하기로 했으며
라우라는 그런 자신의 시선을 모르는 것인지 무언가를 자꾸만 확인하였는데---.
"짐이 많네, 라우라?"
"오늘을 위해서 이것저것 준비한 것이다보니 그렇다."
백팩을 메고 나온 그녀는 그것을 자신에게 보이며 말하지만
안의 내용물들은 전혀 보여주지 않았으며 무엇이냐고 질문하여도
그저 비밀이라고 할뿐, 알려줄 생각은 전혀 없는듯했다.
뭐, 별 수 없나? 일단은 그녀의 데이트 계획에 어울려주기로 한 자신은
모노레일이 본토에 도착할때까지 편안한 마음을 가지기로 하면서
시선을 돌려서 점차 멀어져가는 IS학원을 바라보았는데
오늘은 외출 계획이 없는 것인지 누나는 하지메와 함께 늦게까지 잠을 자고 있었다.
출발 전에 누나에게 집에 갈거면 우편을 확인해달라고 말하려고 했었으나
방의 침대에서 서로를 끌어안은채 잠들고 있는 연인들의 잠을 깨우는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였기에 조심스럽게 방을 나왔던 것.
물론, 조금 흘러내린 이불을 다시 덮어주었는데 하지메나 누나나 너무 무방비한 것이 아닐까 했다.
덩달아서 누나는 얼마나 많은 키스 마크를 하지메의 목에 남겨야 만족할 것인지
자신이 얼핏 본것만해도 3개가 넘는 그것에 정말이지 질렸다,라는 생각뿐이었다.
한편, 라우라는 점차 가까워지는 본토에 눈을 반짝이면서 기대를 하고 있었으니---.
"이치카! 오늘을 잊지 못하게 만들어주마!"
"하하하---좋은 쪽으로 잊지 못하게 해줘."
*
"으으음---."
침대에서 잠을 자던 자신은 천천히 떠지는 눈앞에서 곤히 자고 있는
하지메가 보이자 조심스럽게 그를 끌어당기기 시작했으며
동시에 어젯밤 그에게 키스를 하다가 이내 그대로 끌어안고 잠잤다는 사실을
떠올리고선 그의 목덜미에 남긴 키스마크를 세었다.
오른쪽에 3개, 왼쪽에 4개. 총 7개의 키스 마크가 그의 목덜미에 있었으며
조심스럽게 그의 가슴팍을 살펴보자 2개의 키스마크가 그의 쇄골에
남겨져있는 것에 자신은 저도 모르게 정복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도 선을 지켜야만 했으니, 그에게 다시 상처를 주는 것을
원치 않는 자신은 그가 정말로 싫어하는 짓은 하지 않기로 맹세했고
지금 그의 몸에 남긴 키스 마크들 또한 그가 거절치 않는 선에서 남긴 것.
만약 그가 정말로 싫어하고 자신을 밀쳐냈다면 자신은 키스도 하지 않았으리라.
"으음..."
그러나 동시에 약간의 아쉬움이 남아있는 자신.
솔직히 말하자면 살짝 욕구불만인 상태였는데 그와 키스를 하거나 포옹등으로
어떻게든 참아내고 싶었지만 자신은 슬슬 그와 서로의 '사랑'을 좀더 진하게
나누고 싶다는 욕망이 마음속에서부터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진심으로 사랑하고, 진심으로 그와 가족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지만
동시에 자신은 이것을 어떻게든 참아내고 있었다.
그 이유는, 정말로 단순하게 그가 원치 않았기 때문.
아니, 좀더 정확하게는 그가 아직 무서워하기 때문이었으니
무엇을 숨기랴, 자신 때문에 그가 아직도 무서워하는 것이었다.
그와의 첫 만남에서 그는 자신으로 인해서 성교에 무서운 기억이
남겨졌으며 그로인해서 키스 이상의 행위에는 공포심을 느끼고 있었다.
전날 그가 살던 멘션에서 보았던 로멘스 영화에서 진한 베드씬이 나오자마자
그는 두려움에 몸을 떨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었다.
자신은 그것으로 인해서 그가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는지
알 수 있었으며, 동시에 가슴을 칼로 도려내는 고통을 느껴야만 했다.
그래, 자신이 잘못한 것이고 자신의 죄이기에 눈을 돌릴 수 없었으며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메가 성교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잘못.
그렇기에 그가 원하지 않으면 자신은 그것을 강요할 생각이 없었으며
하자는 요구조차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언젠가 될지 모르지만, 그 언젠가가 오길 기다리지만 영영 오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자신은
그저 하지메가 더이상 고통받지 않길 바라기로 했다.
"으으음..."
"깨어났나?"
한편 눈을 뜨면서 자신과 눈을 마주하는 하지메를 바라보면서
자신은 작게 미소를 지으며 인사한 뒤 그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를 해주었다.
동시에 하지메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조심스럽게 자신의 품안으로
파고 들면서 잠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아니, 잠투정을 부리는 척일까? 어느쪽이든 자신으로써는
그닥 나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어젯밤, 그가 마지막으로 해주었던 말을 떠올렸다.
'마지막으로, 너가 싫어하는게 뭐가 있는지 알려줄 수 있나?'
'[제가 싫어하는 건, 몇가지가 있지만 가장 싫어하는건 하나에요.
그것은---.]'
"프리지아...."
그와 잘 어울릴 것 같은 꽃, 천진난만이라는 꽃말을 가진 그것을
하지메는 가장 싫어한다고 자신에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