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3화 〉[IS]취중연가
"----."
어색한 침묵만이 감도는 사감실 안에서 자신은
세분을 피해 치후유씨의 등뒤에 숨은 상태였으니, 조금전에 보여준
모습때문에 세분을 제대로 보기 조금 그랬다.
물론 이치카씨는 같은 남자이지만 어째서인지 자신의 모습에
제일 얼굴을 붉히셨으며 빠르게 돌리셨었다.
치후유씨는 붉히신 정도가 손가락 사이로 붉은 것들을
흘려내실 정도였기에 말하지 않아도 될 정도였고....
반면, 라우라씨나 뒤누아씨까지 무슨 일로 이곳으로 온 것인지
의문이었으나 누군가 입을 열기 무척이나 애매한 상황.
오직 치후유씨만에 약간 헤실거리시면서 현 상태를 즐기는듯했지만---.
[무슨 일로 오신거죠?]
결국 어색한 침묵을 깨기 위해서 조심스럽게 메모장을 들어올리는 자신은
세 분이 볼 수 있게끔 하면서도 치후유씨에게서 떨어진 뒤에
자리를 잡고 앉은채 얌전히 세분을 바라보았으며 그제서야
침묵만이 깔리던 방안에 침묵 이외의 것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자신은 이때 방을 채우는 것이 무엇인지 그때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이후에 가장 적절한 단어를 떠올릴 수 있었다.
그래, 그것은---.
"하지메군! 내가 가져온 옷들 좀 입어주라!"
[...네?]
광기,라는 단어를 가진 그것이었다.
*
"귀여워!!"
"뒤, 뒤누아 미안하지만 다음은 이걸---."
"하하하...."
난감한 상황이 눈앞에서 펼쳐지는데, 그것을 막을 자신은
자신에게 없었으며 하지메는 수치심에 얼굴을 붉힌채 입혀진
옷들에 가장 어울릴만한 포즈를 계속해서 잡기를 요구당했으니
무엇을 숨기랴, 샤르가 하지메에게 입히기 위해서 가져온 수많은 귀여운 옷들을
입고서는 그것에 걸맞는 포즈를 취하는 것.
물론 그녀는 본래 사진까지 찍고 싶어했으나 하지메가
그것만큼은 필사적으로 거부했기에 어쩔 수 없이 뇌내기록만
할 수 있는 상태였으나 그대신에 그만큼 입히겠다는 듯이
크로스백에 들어있던 옷들을 전부 꺼내놓고서는 하나하나 입혀보는 샤르.
그런데 그 옷들이 전부 귀여운 것들부터해서
어떻게 구한 것인지 조금은 궁금해지는 옷들까지 있었는데
역시나 가장 의문인 것은----.
"저기, 샤르."
"왜, 이치카?"
"도대체 세라복을 어디서 구한 거야?"
프랑스에서 세라복을 교복으로 사용하던가?하는 의문이 드는 반면
사이즈가 조금은 작아보이는 세라복을 입은 하지메는 수치심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때문인지는 얼굴을 붉힌채 치맛자락을 붙잡고 있었다.
물론 누나 또한 그런 하지메를 바라보면서 얼굴을 붉히고 있었으며
조심스럽게 샤르에게 다음에 입힐 옷을 권유하거나 하지메에게
들이내밀면서 현 상황을 즐기고 있는 상황이었다.
반면, 라우라는 조금전에 독일에서부터 온 물건들을 확인해봐야한다며
사감실을 나서서는 방으로 되돌아갔는데, 역시나 라우라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일이라고 자신의 생각이 맞아떨어졌다.
동병상련이라고, 샤르에게 라우라도 비슷한 일들을 많이 겪었기에
보고 있기 힘든 것이리라.
물론, 돌아가기 전에 둘이서 사이좋게 고양이 잠옷을 입은 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으며 둘다 엄청나게 창피해하긴 했지.
......몰래 사진 찍은거, 안들켰으려나?
*
"도착한건가---."
자신의 IS, 슈바르체어 레겐에 추가할 장비들을 도착하였으며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사감실을 나왔다,라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였고
다른 사람들은 전혀 의심을 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진정한 목적은 다른 것.
추가 장비들의 사이에 깊숙히 숨겨져있는 '그것'을 꺼내드는 자신은
곧바로 가방에 집어넣으면서 주변을 살핀 뒤에 장비들을 확인하고선
창고에 집어넣은 뒤 곧장 방으로 돌아온 자신은 금요일인 오늘밤부터해서
외박을 나선 룸메이트의 빈자리를 확인하고서는 그대로 가방에 넣은 '그것'을
꺼내들어서는 물건의 상태를 확인했다.
클라리사에게 부탁하여서 IS학원에 몰래 들여온 것이며
내일 자신이 이치카에게 사용할 비밀의 무기의 자태를 확인한 자신은
그대로 그것을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물병에 옮겨담으면서
냉장고에 조심스럽게 넣어놓았다.
그래, 내일이다. 내일. 이치카와 내일 데이트를 하기로 한 것이며
자신은 이치카를 진심으로 유혹해볼 것이리라.
물론 데이트 플랜은 다 세워두었으니 이치카도 이 계획대로 움직이면
자신의 매력에 푹 빠질 것이라고 자부할 수 있는 그것이었다.
그렇게 자신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옷들 중에 무엇을 입을까,하고
고민하기 시작했으나 이내 아내는 남편의 든든한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는
클라리사의 말을 떠올리면서 IS학원의 제복을 준비하기로 하고서는
침대 곁에 그것을 곱게 걸어두고서는 혹시 어딘가 흠잡힐 만한 것이
있나 몇번이나 확인하는 자신.
몇번이나 확인한 끝에 별 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나서야
자신은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그대로 잠자리에 들기로 하였으니
어서 빨리 내일이 왔으면 좋게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
사감실에서 샤를로트에게 휘둘리고 있을 하지메를 떠올리는 자신은
그에게 작게나마 명복을 빌어주기로 했다.
자신도 이미 수십번 당한 일이며 지금도 당하고 있기에
하지메가 겪는 고통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그 상태의 샤를로트에게서는 벗어날 수 없기에 모든 것을 포기하는게
스스로를 위해서 가장 좋은 선택이니--.
"...."
다행이 자신은 처음에 고양이 잠옷 한번 입은 걸로 끝났으니
하지메의 숭고한 희생에 감사하도록 하자.
*
"후아---만족했다."
"사진을 못찍은게 조금 아쉽...아, 아니 농담이다 하지메."
"하하하...하지메, 우리는 가볼테니 편하게 쉬어?"
자신을 가지고 한참을 여러가지 옷을 입힌 뒤누아씨는 무척이나
만족했다는 얼굴 표정으로 이마의 땀을 손으로 훔치면서 크로스백에서
꺼낸 옷들을 다시 차곡차곡 정리하기 시작하시는 한편 치후유씨는
사진을 못 찍어서 아쉽다는 말을 흘리셨으나 이내 자신을 바라보면서
농담이라고 하시는데----.
정말 농담이실까,하는 생각이 들면서 게슴츠레하게 바라보는 자신을 향해서
돌아가겠다고 말씀하시는 이치카씨는 뒤누아씨를 데리고 방을 나섰다.
동시에 이제서야 간신히 쉴 수 있게된 자신은 한숨을 내쉬면서
자신이 언제나 입는 복장으로 되돌아오고서는 그대로 침대에 걸터앉았고
그런 자신의 곁에 치후유씨 또한 걸터앉았다.
"오늘 별일은 없었나?"
[조금 전의 그걸 포함해서인가요?]
"후훗, 미안하다. 하지만 정말 사랑스러웠다."
푸욱,하고 자신을 품안에 끌어안아주시는 치후유씨였으며
그녀의 품안에 안기자 풍겨오는 라벤더향기에 자신은 저도 모르게
안심이 되기 시작했으며 그녀의 심장고동은 마치 자신에게 자장가처럼 들려왔다.
반면, 치후유씨 또한 자신을 마치 유리세공품처럼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끌어안아주시는것에 자신도 조심스럽게 그녀의 몸에
팔을 두르면서 마주 끌어안으면서 서로 밀착했다.
"내일은 같이 어디 가지 않겠나? 그동안 나가질 못했으니까---."
[아뇨, 내일은 치후유씨랑 같이 방안에서 쉬고 싶어요.]
갑작스러운 그녀의 권유. 아마 그녀 나름의 데이트 요청이겠지만
안타깝게도 오늘 실컷 놀았기에 자신은 그녀의 제안을 거절하는 대신에
그녀가 더 좋아할 만한 제안을 하면서 그녀를 올려다보았으니
놀라워하면서도 기뻐하는 그녀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동시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가지 일에 대해서 어떻게 말해야할지
고민하는 자신은 나중에 말할지, 아니면 지금 말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학교자퇴와 함께 회사와의 계약이 파기된 일.
이것을 알게된다면 그녀는 무척이나 걱정하면서 자신에게 미안해할터.
그렇기에 말하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영원한 비밀은 없다는 말이 있듯이
언젠가는 들킬 일이었기에 빠르게 말해야한다는 생각 또한 머릿속에
들면서 자신은 마음속으로 갈등을 하는데---.
"무슨 걱정이라도 있는거냐?"
돌연 자신을 바라보는 치후유씨는 무척이나 걱정스럽다는 얼굴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계셨는데 그것에 어떻게 말할까 하다가
이내 그녀에게 상처를 주기 싫다는 생각에 거짓말을 해버렸다.
[회사에서 계약을 파기당했어요. 회사 사정이 조금 안좋아졌나봐요.]
"가, 갑자기?"
[괜찮아요. 위약금도 받았고, 로열티는 그대로 준다고 하니까요.]
그러면서 핸드폰으로 은행통장의 잔고를 그녀에게 내밀면서
회사에서 준 퇴직금을 위약금으로 둔갑시키는 자신은
치후유씨가 걱정하지 않게끔 노력하면서 그녀를 더욱 끌어안았으며
그녀 또한 자신의 행동에 더이상 말을 하지 않은채 조용히 자신을
마주 안아주시는데, 아까보다 더욱 강하게 자신을 끌어안아주셨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인것 마냥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처럼
자신을 끌어안는 그녀덕분에 조금은 아파왔지만 지금은 그것마저도
반가웠으며, 자신도 자신 나름대로 그녀를 꼬옥하고 끌어안았다.
"....그러면 내일은 사감실에서 하루종일 있어볼까?
집으로 되돌아가면 이치카가 잔소리 할게 분명하니까."
[좋아요.]
간단하지만 내일있을 휴일의 계획이 완성되는 순간이었으며
동시에 치후유씨는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그대로 외출을 준비하시는 한편
어디로 가시려는 것인가,하는 의문이 드는 자신은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는데---.
"오늘하고 내일먹을것들을 사러가는거다.
식사는 식당에서 할 수 있지만 간신이나 그런 것은 따로 준비해야하니까.
같이 가겠나?"
[네, 잠시만요.]
그녀의 권유대로 야밤의 드라이브 겸 간식구매를 나가는 자신은
이것도 나름의 데이트,라고 속으로만 조용히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