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9화 〉[IS]취중연가 (69/139)



〈 69화 〉[IS]취중연가

「너 데이트는 하냐?」
[에.]
「에,는 무슨 얼어줄을 에냐. 뭐 흔히 있잖아?
남녀가 커플이 되고 난 다음에 어디 놀러가거나 하는거.
물론 오리무라 씨의 직업상 그런  쉽지는 않겠다만야.」

반장, 아니 리즈무와 라인을 하던 자신은 갑작스러운 그의 말에
저도 모르게 에,라는 말을 날려버렸다. 평상시라면 메모장에서도
안쓸 법한 멍청한 실수에 당황하였으나 리즈무의 말에 자신은
더욱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생각해보면 오리무라 씨도 자신보다 연상이라고는 하지만
여자셨으며, 데이트에 대한 환상같은 것이 있지 않으실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덩달아서 자신도 키가 크가 커지고 여자친구가 생긴다면 데이트를 해본다는
상상을 아주 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


「그건 그렇고 너무하네.  IS학원으로 데려간 것은 그렇다치더라도
데이트 한번 안한건 조금 너무한걸?」
[그렇지 않아. 전에 온천에도 데려다 주셨는걸?]
「자기 여자친구라고 감싸는거냐? 우웩. 죽어라 커플.」

반면, 리즈무의 말에 자신은 나름 치후유씨를 변호하지만
안타깝게도 리즈무는 그런 자신에게 장난형식으로 대답을 하지만
그의 말에서는 자신을 향한 그 나름의 걱정이 담겨있었다.


생각해보면 IS학원에 온 뒤로 자신이 밖으로 나갈때마다
치후유 씨가 항상 곁에 있거나 아니면 그녀가 붙여준 사람이 있었으며
그 외에는 나가지 못하는 자신이었다.
덩달아서 마리나 또한 자신이 혼자 나가는 것을 그닥 좋아하지 않았는데
자신에게 일어난 사건들이 아무래도 마리나에게 걱정을 끼친 모양.

물론,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방안에만 있어야한다는
답답함은 어떻게  수 없다고 생각되었다.
자신을 걱정해주는 것은 고맙지만, 너무 과보호는 그런데----.


「이번 주말에 어디 놀러갈래?」
[주말에?]
「그래. 거기에만 있어봤자 심심하잖아? 마침 이번주 금요일에
개교기념일이라고 학교 쉬는데, 같이 놀러가자.
그쪽은 수업할테니까 오리무라 씨는 출근할테고, 그 사이에 나와서
놀다가 돌아가면 아무런 문제도 없는거잖아?」
"....."


확실히,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리즈무의 말대로만 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며 치후유씨에게
걱정을 끼칠 일도 없을 뿐만 아니라 오래간만의 자유까지 느낀다.
자신에게 있어서 손해라고는 전혀 없는 그것에
자신은 작게 미소를 지으면서 답장을 했다.


[몇시에 만날까?]

*

"그러고보니까, 오리무라 선생님은 데이트 안하세요?"
"....데이트,라...."

수업이 끝나고 교무실로 돌아가려던 찰나, 자신에게 다가오는
세실리아의 말에 자신은 저도 모르게 그녀가 말한 단어를 중얼거렸다.
온천여관으로 놀러간 적이 있기는 하였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의 치유를 위한 것이며
그와 자신이 정식으로 사귀기 전의 일이었기에 데이트는 아니라고 봐야겠지.


하지만 그 뒤에 자신들이  일들은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과연 데이트라고 불릴 만한 것이 있었을까,하고 고민해보지만
딱히 그럴 만한 일들은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 애시당초 하지메와 어딜 놀러가는  자체를 생각하지 않았달까?
교사라는 입장과 그를 보호해야한다는 생각에 가득차서 그를 IS학원으로
데리고 온  까지는 좋았으나  뒤로 그와 놀러간 적은 없었다.

"정말이지...그러면 안돼요. 자고로 연인이란 서로를 위해서 희생도 하고 서비스도 해줘야하는 것!
사이토군은 선생님의 요구에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선생님을 위해서
이곳 IS학원에까지 들어왔는데 선생님은 사이토군을 위해서 그러지 않는 건
조금 이기적인 태도 아닌가 싶네요."
"...."

난  이치카에게 빠진 이 영국인에게 혼나야만 하고 있는 것인가,하는
소소한 의문이 들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세실리아의 말은 확실히 맞았다.
자신은 하지메를 끌어안고 보호하기만 했지 그를 위해서 희생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렇다면 뭘 해야하는 것일까?
여태까지 남자와 사귀거나 썸을 탄 적이 전무한 자신이었기에
과연 어떻게 해야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생각해보면 이치카를 돌보고 지킨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인생은
투쟁의 연속이었으며 그것은 최근까지도 계속되어왔던 것.

그렇기에 자신은 과연 하지메와의 연인으로써  지내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동시에 믿고 싶었다.
하지메가 자신에게 불만을 품고 있지 않으리라는 것을.


"올코트."
"뭐, 뭐에요 갑자기. 제가 나쁜 사람이 된 것 같잖아요?"
"고맙다."


그말을 끝으로 자신은 곧장 교무실이 아닌, 사감실로 향했다.
뭐, 깨닫는것은 조금 늦었지만 이제라도 한번 해보자.라고 생각하는 자신은
그대로 사감실의, 자신과 하지메의 방문을 열기 위해서 손을 뻗었으며---.


문고리를 잡자마자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그래,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의문. 그것이 자신의 모든 것을
멈추어 세웠으며 그것에 대해서 자신은 어떻게 생각해야할지 몰랐다.
누군가가 마법이라도 시전한 것 처럼, 자신의 움직임은 멈추어버렸다.

"하지메가,  좋아하지?"

그래, 하지메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자신이 아는 것이라고는 그가 말할  없다는 것과
16살이라는 것, 그리고 간편식을 즐겨먹었으며 스트레칭을  다는 것 뿐.
하지메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떠오른 생각에 자신은 문고리를 잡은 손에
아무리 힘을 주어도 문을 열 수 없었으며 오히려 덜덜 떨리기만 했다.
정말로 자신은 하지메를 좋아하는게 맞는 것인가?
하지메에게는 진심이라고 말하였지만, 그를 사랑한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자신의 착각이 아닌가?


그러한 생각이 떠오르는 자신은 순간 두렵다,라는 감정이 떠올랐다.
동시에 천천히 문고리에서 손을 떼어서는 뒷걸음을 쳤---.

드르륵.
"---?"
[다녀오셨어요?]

사감실의 문이 열리자마자 자신을 바라보면서 살짝 놀라는 하지메였지만
이내 자연스럽게 가지고 있는 메모장을 자신에게 내밀면서
자신을 반겨주는 그의 모습에, 자신의 마음속에 있던 불안감은
눈녹듯이 사라졌으며 자신은 그를 향해서 미소를 지었다.


"아아, 기다리게 했군."

자신은 그렇게 말하면서 사감실의 안으로 들어가면서
당연하다는 듯이 그를 끌어안았으며 그 또한 자신을 끌어안아주었다.
현재 자신들이 하는 애정표현 중에 가장 무난한 것.

물론 가끔가다가 그에게 벌이랍시고 진한 키스를 하거나 자국을 남기지만
그대로 전반적으로 자신 또한 그가 싫어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해봤자 기습적으로 하는 키스 정도? 그것도 가끔가다이지만---.


반면 자신의 손에 들려진 출석부를 본 하지메는
무언가 이상한 것인지, 메모장에 무언가를 적어내리는가 싶더니
자신에게 내밀었다.


[교무실은 갔다 오신건가요?]
"딱히 갈 필요는 없---."
[안갔다오면 오늘 대화 안할거에요.]
"당장 갔다오마."


그와 대화 단절되는 것은 정말 싫었다.

*


"뭐랄까, 우리 누나 엄청 바보된 것 같은건 내 기분탓일까?"
"새언니가 저러는거에 의문 품지말라고. 처남군?
다들 그러잖아? 사랑에 빠지면 바보가 된다고."
"확실히 그렇긴 한데---."

자신은 자신의 곁에 있는 자그마한 기계장치에 떠오르는 AI,마리나의 말에
긍정하면서도 누나의 모습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여태까지 한번도 보여준  없는 누나의 모습은 다른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에게도 충격적인 것이었다.


자신보다 작고 어린 소년에 휘둘리며 어려워하고 힘들어하거나
기뻐하고 행복해하는 누나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당혹스럽거나 놀랍기는 하지만, 동시에 자신은 기뻤다.
항상 자신을 위해서 희생하고 포기하던 누나가 스스로의 행복을 찾았다는 사실이.
물론 한가지 의문이라면 역시나---.


"어떻게 만난 걸까, 두사람?
딱히 누나가 컴퓨터나 프로그래밍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하지메가 운동이나 IS와 관련된 것도 아닌데---."


반면, 누나가 교무실로 향하는 사이에 운동장으로 나간 하지메는
그대로 라우라가 말한대로 운동장을 달리고 있었는데 주의를 들은대로
전력질주는 아니더라도 빠른 느낌으로 운동장을 돌고 있었다.

물론 하지메의 유감스러운 체력이 여실하게 나타났으니
반절도 못가서 숨을 헐떡이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 하지메는
그대로 운동장을 한바퀴 완주를 해냈다.

"다가가서 칭찬해줘야하나?"
"하면 자존심 상해할걸? 그것보다 처남군은 빨리 아내분들 챙기라고."
"아, 아내분들이라니! 나는 모두랑 그런 관계가----."
"내가 장담컨데, 처남군 그렇게 어영부영하는 태도는 절대 좋은게 아니라고.
어차피 세계 최초의 IS남성 파일럿이잖아? 하렘 차려도 아무도 뭐라 안한다고.
덩달아서 내가 볼때 모두들 처남군을 포기하지 않을  같은데 그냥 모두랑 결혼해버려."
"....."

가끔 보면 이 AI는 정말로 타바네 누나가 만든 것이 확실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아니고서야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사람의 상식이나 그런 것을
파괴하는 대답을 내놓을 수 있을리 없지.


하지만 확실히 마리나의 말대로 자신도 슬슬 자신의 입장과
모두에 대한 마음을 확실시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모두와 이야기해서 정해야겠다는 생각도 드는 자신은
마리나의 말대로 언제까지 이런 태도를 취할 수 있을  없다는 자각을 하고 있었다.


"마리나."
"고맙다고 말하거나 닭살 돋는 대사, 그도 아니면 중2중2한 대사를
나한테 하면 즉시 나카이로 갈아버릴거야."
"....소름 돋으니까 농담으로라도 그런 말 하지마."

너라면 정말로 그럴 것 같으니까.
자신은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면서 난간에 기대었던 몸을
일으켜서는 곧장 자신의 방으로 향하기 시작하면서 주말에
백화점으로 놀러갔다오기로 했다.


아무런 기념일도 아니지만, 선물을 사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자신은
돌연 어떤 동화에서 나오는 말이 떠올랐다.


"생일은 1년에 하루뿐이지만 그 이외의 날은 364일이니까 그만큼 축하할 수 있다,라."


자신이 볼때 지금의 누나라면 1년 365일 하루하루가 기념일이지 않을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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