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화 〉[IS]취중연가
"자아,그러면 여기서 모르는 것....다들 앞을 보도록 해라."
수업을 진행하는 자신이었으나 안타깝게도 학생들의 시선은
앞이 아닌 뒤쪽으로만 가있었으며 매번 주의를 주어야만 하는 자신과
자신의 말에 무언가 아쉬운 소리를 내면서 앞을 바라보는 학생들.
마지막으로---.
"그, 그러니까 여기서 설정값을 이걸로 하면---."
끄덕.
하지메에게 컴퓨터 프로그램에 대해서 좀더 배우고 있는 야마다 선생.
아침에 도와준 것이 있어서 하지메를 맡겼더니 하지메를 보호하기는 커녕
그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에 살짝 질투가 느껴지지만
지금은 참아야할 타아밍이라는 것을 자각하면서 심호흡을 한다.
반면, 학생들은 하지메에게 자꾸만 시선이 가고 있었으며
하지메와 야마다 선생의 관계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질문하는 녀석들도 있었다.
물론, 야마다 선생은 별 사이 아니라고 하면서 자신을 향해서
미소를 지어주는데....왠지 승리자의 미소 같아서 기분 나빴다.
생각해보면 야마다 선생도 최근에 애인이 생긴걸로 기억하는데
나중에 소개시켜준다고 말해준다더니 언제쯤 시켜줄지----.
"고마워, 덕분에 다음부터 좀더 수월하겠네."
"엣헴. 오늘 주번이 누구지?"
"아, 저입니다!"
자신의 말에 손을 들어올리는 호우키는 무언가 긴장한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누가 보면 잡아먹으려는 줄 알 것 같은 표정.
그것에 자신은 교과서에 적힌 지문들 중 하나를 읽어보라고 말하며서
하지메를 바라보았으며, 하지메 또한 자신을 바라보더니
이내 눈웃음을 지어주고서는 다시금 노트북으로 시선을 돌렸다.
*
"여긴가?"
『리즈무 정말 괜찮은거야? 출입증 없잖아?』
"언제는 있어서 남의 집 들어갔냐?"
IS학원의 입구에 도착한 자신은 손에 들려진 봉투를 다시한번 확인하고서는
학원 내부로 들어갔는데, 사람은 안보이고 거대한 자동문 같은 무언가만이
자신의 앞에 있었으며 한켠에는 카드키가 필요해보이지만---.
"아라, 어서와 동맹자씨?"
"그래, 어서왔다."
자신의 동맹인 거대악어씨가 자신의 앞에 나타나서는 친숙하면서도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로 자신을 반겨주고 있었다.
물론, 그 알맹이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로리였지만----.
아니, 애시당초 AI이니까 로리고 누님이고는 별 상관이 없나?
그도 아니면 알고보니 하지메 같은 케이스라서 남자일 수 있고?
속으로 그런 시덥잖은 생각을 하면서 문을 통과하는 자신은
여태까지 자신이 봐온 것들과는 너무나도 다른 풍경에 약간 감탄을 했다.
보통의 학원에는 정원이나 산책로같은 것을 설치하지 않으며
건물이 4개를 넘기지는 않는데 이곳은 4개는 우습다는 듯이 6개정도
되어보이는 것 같았다.
"그래서, 갑자기 온 이유는?"
"하지메에게 줄 종이뭉치. 학교 자퇴하면서 필요한 서류를 건내주려고 온거야.
겸사겸사 안부도 물어볼 겸 온거고 말이야."
원래는 이틀전에 주어야했던 것이지만 안타깝게도 전화를 거는 상대마다
전화는 안받았기에 어쩔 수 없이 이녀석에게 전화를 걸어서 연락을 한 자신.
도대체 전화를 안받을거면 그걸 가지고 있는 이유가 뭔지 물어보고 싶었으나
어차피 둘이 좋은 시간 가지느라 그런 것일테니까,라고 넘겼다.
아, 커플 죽어라 젠장.
『우리도 커플 아냐?』
"소름 돋는 소리 하지마 이즈무."
갑작스러운 이즈무의 헛소리에 자신은 진심을 담아서
한마디 내뱉으면서 챙겨온 나이프들에 대해서 떠올렸다.
대략 4개정도만 챙겨오기는 했는데, 별일 없겠지?
"흐으응----."
"뭔데?"
"아니, 다중인격환자 중에서 이렇게 사이좋은 환자는 처음봐서."
『환자라니 너무하네! 나랑 리즈무는 사이 좋다고!』
"이즈무, 닥쳐봐 좀. 그리고 동맹이라고는 해도 말은 좀 가려서 해줬으면 하는데?
난 이즈무를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아라, 미안. 기분 나쁘게 할 생각은 아니었어. 단지 신기할 뿐이라서 말이야."
자신의 말에 자신과 이즈무를 신기한 구경거리라는 듯이 말하는 녀석.
그것에 자신은 이마에 힘줄이 솟는 것을 느끼면서
멀쩡한 손으로 자연스럽게 나이프를 잡으며 말했다.
"그럼 나도 하지메를 말못하는 신기한 구경거리로 보면 되는거냐?"
".....죽고 싶은거야?"
"말을 가려서 하지 않는 상대에게 말 따위 가려서 하고 싶지는 않은데?"
"....오케이. 이건 내 실수. 미안 진심으로 사과할께 둘다."
자신의 말에 발끈하는 녀석이었으나 이내 사과를 하는 녀석은
양손을 들어올리면서 미안하다고 하는데, 홀로그램만은 그렇게 말하고
기계악어쪽은 손에 든 둔기를 다잡으면서 시선만을 자신에게 보내고 있었다.
이게 사과를 하는 것인지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것인지 구분이 안가지만
그래도 말은 조심하라고 선을 그어놓는게 좋겠지.
"그건 그렇고, 나이프들은 어때? 나름 좋은 것들로 골라봤는데."
"리스트 봤는데 좋더라고. 딱봐도 하나같이 고가의 물건들이던데?"
"후훗, 맞아 엄청난 고가의 것들이지. 그러니 투자받은 만큼 열심히 일해주길 바란다고?"
『우와, 수전노적인 발언. 우리 위험한 녀석하고 동맹맺은거 아냐?』
머릿속에서 이즈무가 후회할 것 같다고 말하는데 그말에
전적으로 공감을 하는 자신들은 어느건물 앞에 도착했으며
녀석은 그 거대한 악어의 손가락으로 건물의 위쪽을 가르키며 설명을 시작했다.
"자, 여기로 올라가면 오빠를 만날 수 있을거야. 3층에 있는 1반이니까
착각하지 말라고?"
"알았어. 잘가라고."
"나중에 또보자고, 둘다?"
그말을 끝으로 녀석과 헤어지는 자신은 곧장 3층으로 올라가는데
주변에서는 자신을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면 여기 여학원이지? 내가 마음대로 들어와도 되나?
『이미 늦었거든?』
뭐, 그것도 그렇네.
주변에서는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지 않지만 계속해서
시선을 보내는데 이게 또 진귀한 경험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딱히 여자에게 관심이 있지도 않았으며, 있더라도 이즈무녀석도 마음에
들어해야하는 조건이 따라오기에 연애는 사실상 포기한 자신.
그렇게 천천히 3층에 도착한 자신은 복도의 끝에
1반이라고 적혀진 팻말이 보이는 교실로 천천히 걸어가는데
시선을 돌려서 복도를 바라보자 보이는 수업중인 학생들과 선생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뭐, IS학원이라고 무언가 특별한 기계장치로 교육을 받는 것인가 했는데
꼭 그런 것은 아닌듯하구만.
세계 각국의 사람이 모인 것이기에 피부색이나 머리색은 화려하지만---.
그건 그렇고 어떻게 할까나?
어차피 시간은 많은데 수업이 끝날때까지 기다릴까?
아니면 노크를 하고서는 볼일을 빨리 보고서는 끝내도록 할까?
학원 내부를 구경해봤자 딱히 자신에게 득이 되는 것은 없는데---.
"네놈, 뭐하는 놈이냐?"
"음?"
『응?』
그러던 찰나,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는 자신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흰색의 학원복을 군복처럼 입은 왠 은발안대꼬맹이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는데, 이녀석은 뭐하는 놈이길래 다짜고짜 반말이야?
하지만 여기서 발끈해서 화를 내는 것은
영 좋지 못하니까 예의바르게 디스를 하는 것으로 할까?
차피 한쪽 팔이 정상은 아니라서 제대로 싸우지 못하는데 말이지---.
"볼일이 있어서 온건데, 그러는 그쪽은?
수업시간에 이렇게 나와도 되는건가?"
"대답이나 해라. 네녀석, 도대체 '뭐하는 놈'이냐?"
다짜고짜 자세를 잡기 시작하는 상대의 모습에 자신은 알아차렸다.
아아, 이녀석. 지저분한 일이랑 연관된 녀석이가? 아니면 뭐 군인이나 그런 거?
적어도 일반인은 아니라는 것이려나? 아니, 이곳에 있으니 일반인일 수는 없으려나?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자신은 손에 들려진 서류봉투를 흔들어보이면서
볼일이 있으니 잠시간 기다리라고 무언으로 전달하지만---.
"말할 생각은 없는거냐?"
"....하아."
상대는 자신의 의문을 풀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인듯 햇다.
정말이지 귀찮은 성격이구만 그래?
사람 좀 내버려두면 안되는 거냐고, 젠장.
"오리무라 치후유,라는 사람 알아? 그 사람에게 물어보면 알 거야."
"...네놈, 교관과 아는 사이인거냐?"
"정확히는 그 사람 남친이 내 친구다."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은 벽에 등을 기대면서 한숨을 내쉬면서
상대를 바라보며 말하는데 아까보다는 분위기가 누그러든 상대.
하지만 어느정도 누그러진 것 뿐이지 자신을 향한 공격적인 그것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뭐랄까, 맹견같은 느낌의 녀석이랄까?
하지메가 사람 잘따르는 댕댕이라면 이녀석은 셰퍼드나 도베르만 같은 느낌.
그건 그렇고 오리무라, 그사람 교관일도 했던 것인가?
"흐음, 그렇다고는 해도 이곳에 마음대로 들어오긴 힘들었을텐데?"
"아는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뭐, 들어오는 방법은 다 있어.
그리고 취조같은 말투는 좀 그만해. 나 죄진거 없어."
마지막으로 녀석에게 따지는 자신이었으며 동시에 수업 종료벨이
울리면서 교실의 문이 열리는가 싶더니 곧장 밖으로 나오는 학생들과
그 사이로 보이는 하지메의 모습에 자신은 기대었던 몸을 일으켜세우고서는
하지메에게로 향하는데---.
"이거, 무슨 의미?"
"너야말로, 역시 일반인이 아니군 그래?"
자신의 옆구리에 겨누어진 녀석의 군용 나이프와
그런 녀석의 목덜미에 겨누어진 자신의 나이프.
만약 여기서 자신이 그대로 손을 움직인다면 녀석의 경동맥은 그대로
잘릴 것이며, 녀석이 손을 내지르면 자신의 폐부는 구멍이 뚫리겠지.
그것을 잘 알고 있기에 움직이지 않는 자신과 녀석.
하지만 교실에서 나오는 학생들은 이러한 자신들의 모습에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데, 이런 것에 익숙해진 것인지
아니면 이녀석이 평상시 기행을 자주 부려서 다들 그러려니 하는 것인지...
뭐, 아무래도 상관없나?
"보데비히. 그만하거라. 그리고 리즈무, 무슨 일이냐?"
[반장? 무슨 일이야?]
『나이스 타이밍.』
이 상황에 가장 적합한 중재자와 자신이 볼일이 있는 사람이 동시에 나타났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