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화 〉[IS]취중연가
"사귀는거 맞죠?"
"응, 그런데 무언가 반대인것 같단 말이지."
"반대라기보다는 다른 거 아닐까?"
교사의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오리무라 치후유와 사이토 하지메를
몰래 문틈으로 지켜보고 있는 삼국의 대표 후보생들.
세실리아 올코트, 시노노노 호우키, 황 링잉.
수업시간이었지만 3학년인 그녀들은 개인 훈련시간을 이용해서
이곳으로 찾아온 것이니 문안쪽의 상황을 바라보면서
한마디씩 하면서도 상황에 대해서 분석을 시작했다.
간이 침대 위에 누워서는 취침중인 오리무라 치후유와
무릎 베개를 해주면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사이토 하지메의 모습은
이곳으로 오기전까지 그녀들이 상상했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으나
한편으로는 납득이 가는 모습이었다.
남성적인 여성과 여성적인 남성이라는 느낌을 풍겨오는 둘이었기에
실제로 데이트를 하거나 일상적인 모습을 보일때도 저러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는 그녀들이었으니 조금 놀라기는 하지만 충격적이진 않는 상황.
"그건 그렇고, 어떻게 해야할까요? 사죄의 표시로 쿠키를 구워왔는데..."
"세실리아. 암살은 안된다고 생각해."
"무, 무슨 소리이신가요 링잉씨! 저는 저분을 죽일 생각이 없다고요!"
"그렇다면 왜 쿠키에 해골모양이 그려져있는지 말해보지 그래?"
"이, 이건 데코레이션이에요! 남성분들은 이런 자극적인 걸 좋아한다길래!!"
문밖에서 나름의 소리를 죽인채 떠드는 그녀들은 내부 분열이라도
일으키는 것처럼 굴면서도 영국 대표 후보생, 세실리아 올코트가
만들어서 가져온 쿠키를 위험 물질로 단정지으면서 이야기했으니
그것에 발끈하는 올코트는 최근에 나아지고 있다고 자부하는
요리솜씨를 한껏 발휘하였다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불안하다면서 그녀의 쿠키를 절대로
안쪽의 둘에게 전하지 말라고 말하는 시노노노와 링잉.
조금은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의 요리 실력은
남들에게 내놓기에는 아직도 한참 멀었다.
반면, 방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하지메는 눈치를 채지 않은 척하면서도
계속해서 치후유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으나 점점 커져가는 그것에
혹여 치후유가 깨지 않을까 걱정을 하기 시작했지만 자리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처음에는 그저 무릎베개를 해주는 정도였으나
어느샌가 치후유가 그의 다리에 기분좋게 얼굴을 부비면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기에 도저히 움직일 수 없는 그는
그녀의 머리를 계속해서 쓰다듬으면서 무척이나 행복해보이는 치후유의 얼굴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무슨 좋은 꿈이라도 꾸는 것인지 행복해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자신 또한 기분이 좋아진다고 생각하는 하지메는
조용히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면서도 그녀의 옆 얼굴을 쓰다듬---.
합.
"...."
"으으응---."
*
'어, 어쩌지...'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고, 자신은 속으로 생각하면서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기 시작했지만 빠르게 움직이거나 할 순 없었다.
만약 여기서 갑자기 크게 움직이면 간신히 편안하게 주무시는 오리무라 씨가
잠에서 일어나실 것이 분명하였기에 조심스럽게 움직여야했다.
반면, 오리무라 씨는 자신의 손가락을 마치 어린 아이가 빠는 쪽쪽이나
사탕인 것 마냥 계속해서 빠시면서 손을 자신의 허리에 두르시고서는
잡아당기기 시작하셨으니 그 힘은 정말로 그녀가 잠자는 것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고 자신이 저항할 수 없는 힘이었다.
그리고 어느샌가 정신을 차린 뒤에 자신의 상태를 살피자 보이는 것은
오리무라 씨와 밀착한 상태에서 손가락만이 그녀의 구강에 들어가 있는
자신의 모습이었으니,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는 조금 위험한 상태.
허나 문앞에는 이쪽을 계속해서 바라보던 분들이 서로 이야기하시느라
이쪽을 바라보지 않으셨기에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허나 딱 거기까지.
그 이상은 무리였으며 그 이외의 것들은 전혀 어떻게 할 수 없는 자신은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는데---.
딩, 동, 댕, 동.
"---."
스피커에서 수업종료 벨이 울림과 동시에 시선을 돌리니
오리무라 씨가 말하신 10시가 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린 자신은
곧장 그녀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잡아 흔들면서 잠에서 깨우기 시작했다.
물론 깊이 주무신 오리무라 씨가 쉽게 일어날리 없엇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계속 있을 순 없으니---.
자신은 그녀가 일어날때까지 계속해서 그녀의 어깨를 계속해서
흔들면서도 손가락을 어떻게든 빼내려고 하고 있었다.
만약 이걸 들키면 무슨 짓을 다음에 당할지 알 수 없으니까---.
그리고 이내 자신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것인지
손가락을 빠는 힘이 약해짐과 동시에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하시는
오리무라 씨의 모습에 자신은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으으음...벌써, 10시인가?"
[안녕히 주무셨어요?]
자신은 그녀의 말에 손가락에 대한 것을 들키지 않게끔
메모장에 빠르게 글자를 적어서는 그녀에게 내밀었으니
오리무라 씨는 그것에 대답하시면서 눈을 부비셨다.
아직 졸리신 것인가,싶었지만 그래도 아까보다는
나아지신 것인지 기지개를 키시는데 몸 이곳저곳에서
뚜둑,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고 함께 그래도 조금은 개운하다는 듯한
모습의 오리무라 씨.
반면 자신은 그러한 그녀에게 미소를 지어주면서
조심스럽게 그녀의 뒤로 보이는 문쪽을 바라보자
어느샌가 사라진 사람들의 모습에 큰 문제는 안터지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고맙다, 하지메. 개운하게 잠잤다."
[다행이네요. 그건 그렇고 10시부터 무언가 있으신가요?
아니면 좀더 주무시는게?]
"수업이 있는데다가 잠깐 쉬는 것으로 온 것이지 숙면을 취하러 온게 아니니까.
하지만 그래도 야마다 선생에게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이니
나중에 선물이라도 해야겠군 그래."
오리무라 씨는 거기까지 말씀하시고서는 자리에서
일어나셔서는 간단하게 스트레칭을 하시는 반면, 자신은
그녀가 사용한 담요를 정리하면서 자신도 이곳에서 나갈 준비를 했다.
*
개운하다,라는 느낌이 드는 잠깐의 수면에 자신은 만족을 하면서
곧장 수업을 하러 교실로 향하면서도 무언가 아쉬운 듯한 감각이
드는 것에 의문을 품었다.
어째서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무언가 엄청나게 아쉽다고 생각하고 있는 자신이 있었으며
그에 자신은 그저 너무나도 편안하게 잠자던 것을 강제로 일어나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고서 넘기기로 했다.
반면, 하지메는 자신의 곁에 나란히 서서 자신을 따라서 걸어가는데
어젯밤의 일에 대해서는 다행이 기억하지 못하는 듯 했다.
만약에 알았으면....음, 말 안하는게 좋겠지.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이제 수업중에 어떻게 해야할까?
그를 따로 두는게 불안하기에 데리고 오기는 했지만
수업 중일때 그를 데리고 계속해서 무언가를 하는 것은 무리였으나
하지메에게 수업 중에 다른 곳에 있으라는 것은 어불성설.
만약 그러다가 그가 다시 봉변을 당하면 어떻게 하려는 것이냐.
으음----.
"역시 교탁 밑에 넣어두어야하나?"
"!?"
"아, 아니 농담이니까 진정해라."
자신은 저도 모르게 생각을 중얼거린 것인지
하지메는 깜짝 놀라면서 떨어지려는 것을 진정시키면서
과연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기 시작하지만 정말로 어떻게 해야할까?
마음 속으로 그렇게 고민하면서도 자신은 이내
그를 수업참관인으로 둔갑시켜서 교실의 뒷편에 두기로 했다.
바로 옆에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가까운 거리에
눈에 바로 들어오니까 별 문제 없겠으며 학생들도 이상한 생각은 안할터.
좋아,라고 마음속으로 결론을 내린 자신은 그대로
교실의 내부로 들어갔----.
"분명 오리무라 선생님은 그 소년이랑 사귀는 거라니까."
"오, 오리무라 선생님이...쇼타콘?"
"이건 특종이야! 그것도 대특종! 어서 신문을---!!"
"아침부터 체력이 넘치는 것으로 보아서 1교시는 체력단련으로 해도 문제 없겠군 그래?"
이 바보천치들은 몇번을 교육시켜도 교육이 모자르군 그래.
*
"몸은 어때, 마도카?"
"...."
학원 내의 병실에 들어간 자신은 침대에 누워있는 마도카에게
다가가면서 질문을 하지만 안타깝게도 되돌아오는 답변은 없었으며
자신을 향해서 좋은 시선을 보내고 있지 않는 그녀.
누나에게 엄청 호되게 당한 이후로 계속해서 말을 안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조금은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식사는 꼬박꼬박 챙기고 있는지
침대 옆의 서랍장 위에는 빈 식기가 놓여져있었으니 별 다른 걱정은 안해도 되겠지.
언제나처럼 그녀는 나중에 자신들에게 덤벼올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자신은 천천히 의자를 가져와서는 침대 곁에 앉았다.
"다행이 하지메군은 별일 없이 되돌아왔고 누나랑 같이 지내고 있어.
물론, 이전보다 더 과보호 같은 것을 하게 되기는 했지만..."
"...."
"뭐, 누나가 너무 화를 냈다고 기분 상해하지는 말아줘.
누나도 하지메군을 너무 사랑해서 그런 것이니까.
덩달아서 마도카가 잘못한 것은 사실이고."
"...."
"정말이지, 말이 적긴 적구나."
한숨을 내쉬면서 자신은 마도카를 바라보지만
딱히 그녀가 잠자거나 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으며 무언가 투약을 받는 상태도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말을 듣고서도 아무런 반응을 내보이지 않고 있었지만
자신은 알 수 있었다.
그녀는 그녀 나름대로 자숙을 하고 있다는 것을.
뭐, 그녀가 하는 자숙과 자신들이 생각하는 자숙은 꽤나 다르겠지만
적어도 사고를 안치는 것이 중요하니까.
"그래서, 전에 말해줬던 것은 생각해봤어?
마도카가 원하면 모두 사이좋게 지내줄 거라고 생각---."
"나를 네녀석들의 소꿉장난에 엮으려고 하지 말아라."
처음으로, 오늘 병실 안으로 들어오고나서 처음으로
대답을 해주는 마도카였지만 안타깝게도 대답은 그닥 희망차지는 못했다.
그녀는 거절을 표하면서도 곧장 침대에서 내려오더니 그대로 푸시업을
시작하면서 체력단련에 들어갔다.
"마도카, 아직 몸이 다 회복된게---."
"방해하지나 마라. 그리고 기억해라. 나는 그 누구의 명령에 따르지 않으니까."
"하아... 너무 무리하지는 말아줘."
더이상 말해봤자 답이 없겠네,라고 생각하면서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는 자신은 선물로 챙겨온 푸딩을 서랍장 위에 올려두고서는
그대로 병실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