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0화 〉[IS]취중연가 (60/139)



〈 60화 〉[IS]취중연가

"이치카,  눈이 이상한걸까?"
"왜그래 샤르?"
"오리무라 선생님이 어린 남자애한테 엄청 애원하는 환상이 보여."
"그거 정말 우연이네, 나도 그렇거든."

자신과 샤르는 기숙사의 방으로 돌아가던 중에
믿기지 않은 광경을 바라보면서 서로에게 서로의 이상을 알리지만
안타깝게도 그것은 환상이 아니라는 듯이 서로에게 똑같은 환상이 보여졌으니---.

그것은 누나가 하지메군에게 무어라 호소하며 애원하는 모습이었는데
평상시의 누나의 모습이나 성격을 생각한다면 절대로 생각치 못할 그것이었으며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샤르도 놀라서 그것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메, 제발 재고해주길 바란다!"
"새언니 포기해. 오빠 제대로 삐친  같은데---."
"시끄럽다, 마리나! 이렇게 된 이상, 나도 내 방식대로 나가겠다!"
"!?"


한편, 주변에서 어떠한 시선을 보내는지에 대해선
관심이 없던 누나는 하지메군이 자신에게 말을 해주지 않는 것에
본인 나름대로 항의이자 결사의 의지를 내보였으니 그것은 정말이지
그녀에게서 나온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백허그였다.

글자 그대로, 등뒤에서 하지메를 끌어안으면서
하지메군이 누나에게 강제로 관심을 가지게 만드려는 것이겠지.
어린 아이들이나 할 법 한, 좋아하는 상대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상대가 싫어할 법한 일을 하는 것 같은  모습은 정말로 누나가
연애에 대해서 잘모른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동시에 자신은 하지메군이라면 저것에 넘어가주겠지,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그래도 어른이 저정도로 하는데 무슨 잘못을 저지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넘어가주지 않을까,하고 생각했으며---.


"----."
"하지메---."
"아, 난 몰라. 나카이로 들어갈래."
""....""


제대로 삐진 것인지 휙 하고 고개를 돌리는 하지메와
그런 하지메의 모습에 절규 같은 비명소리를 내는 누나의 모습은
정녕 자신의 눈앞에 있는 것이 자신의 자랑스러운 오리무라 치후유가 맞는지에 대해
의심을 품을 수 밖에 없었으며 샤르 또한 자신과 그리 다를  없어보였다.


양손으로 스스로의 눈을 부비면서 눈앞의 현실에 대해서
부정 아닌 부정을 하는 그녀였지만 뭐, 소설보다  소설같은 것이 현실이라고 하던가?
제아무리 부정하고 의심해보아도 눈앞의 현실은 바뀌지 않았으며
마치 고양이를 끌어안듯이 하지메를 끌어안고 있는 누나와
그런 누나에 의해서 반 강제적으로 들어올려진채 삐져있는 하지메.


일단,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그런 둘에게 다가가는 자신과 샤르.
지금 이 상태로 계속 두었다가는 누나와 하지메의 모습에
IS학원의 모두가 혼절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아마 과장된 생각이 아니리라.


"누나."
"아! 이치카! 제발 도와주라! 하지메가---."
"일단 진정해. 그리고, 하지메군. 무슨 일인지 알려줄래?"
"아! 너는 그때 그---."

자신이 다가가자 거의 애원하듯이 말하는 누나에게 진정하라고
말하면서 자신은 하지메군을 향해서 질문을 하는 한편
곁에 있던 샤르는 그러한 하지메군을 바라보면서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이
손가락으로 하지메군을 가르키면서 말하였다.

어라? 하지메군과 샤르가 따로 만날 일이 있었던가?
딱히 그럴만한 일은 없었던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이
IS학원은 외부인이 들어오기 무척이나 까다로운 곳이었으며
그렇다고 밖에서 하지메군과 샤르가 만났다고 하기에는 조금 억지가 아닐까 싶었다.

반면, 하지메군은 그런 자신들에게 주머니에서 꺼낸 메모장에서
무언가를 빠르게 적어내는가 싶더니 자신들에게 내밀었으니---.

[안녕하세요, 두분? 부탁이니까 제 뒤에 있는 사람에게
저 좀 내려달라고 해주시겠어요? 더이상은 힘들 것 같아서요.]
"에에....누나. 하지메군이 누나 힘들거라고 내려달라는데?"
"딱히 힘들지 않다. 거기다가 하지메는 안는 맛이 있어서 얼마든지
안고 있을 수 있으니 오히려 계속 이러고 싶다."
[뒤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제가 힘들어요,라고 전해주세요.]
"....."

이걸 어떻게 설명을 해야할까,하는 자신은 어째서인지 모르게
자신을 대화의 중계인으로 쓰고 있는 둘의 모습에
도대체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고민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샤르는 이내 무언가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이
손을 번쩍 들어올리면서 말하였다.


"이치카, 나에 대해서 소개시켜줘!"
"샤르,를?"
"응! 지금하는게 딱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
전에 만나기는 했지만 따로 서로에 대해서 소개할 시간은 없었거든.
덩달아서 이치카를 포함한 셋은 서로에 대해서  아는 것 같은데
나는 전혀 아니니까, 이 기회에 하는게 좋을  같은데?"

확실히,라고 속으로 생각하는 자신은 샤르와 하지메를 번갈아가면서
바라보았으니, 멀뚱히 자신을 바라보는 하지메군과 무언가 기뻐하는 듯한
샤르의 모습은 조금은 다르긴 했지만 그녀의 말대로 어떻게 보면
가장 적절한 타이밍일지도 모르며, 덩달아서 누나와의 대화를 풀어가는데
좋은 발판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메군. 이쪽은 샤를로트 뒤누아로 프랑스에서 온 대표 후보생이고
나와 같은 3학년이자 내 룸메이트야.
그리고 샤르, 이쪽은 누나의 남자친구이자 내 매형이 될 사이토 하지메군.
우리보다 두 살 어린 동생이야."
"반가워 하지메군. 아, 이름으로 불러도 되려나?"
[상관 없어요, 뒤누아씨. 그런데 부탁인데 제 등뒤의 사람한테 저좀 내려달라고 해주세요.]
"에에....무언가 오리무라 선생님이 실수했니?"


좋게 흘러가는가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일은 전혀 없었다.
하지메군은 무엇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대로 화가  상태였으며
우리들에게 빨리 누나로부터 해방시켜달라고 부탁하지만
누나를 자신들이 말릴  있을리가 없지 않은가?

덤볐다가 되려  상황에서 발생한 누나의 스트레스 해소의 희생양으로
쓰러지지나 않으면 다행일 상황인데 말이다.
하지만 이쯤되면 궁금해지는데, 누나가 과연 무슨 짓을 하였길래
이리도 하지메군이 싫어하는 것이지?


"누나, 도대체 무슨 짓을 한거야?"
"따, 딱히 이상한 일은 안했다."
[목덜미에 기습적으로 키스했어요. 덕분에 빨게졌고요.]
"누나...."
"오, 오리무라 선생님 아무리 그래도 키스 마크는 조금---."


이건 누나가 잘못한게 맞는것 같은데?
자신은 하지메의 말에 짜게 식은 눈으로 누나를 바라보았으며
샤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지 자신과 마찬가지로 누나를 향해
너무하다는 듯이 말하였으나  누나는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는 것인지 하지메군을 더욱 끌어안았다.


하지만 이미 반 포기 상태인 하지메군은
그런 누나에게 더욱 끌어안기면서도 주머니에 메모장과 볼펜을
넣은채 눈을 감고 가만히 있기 시작.
자신들에게 말해봤자 해방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리고서는
버티기에 들어간 듯 했다.


"저기, 누나. 일단은 방으로 돌아가지 그래?"
"그, 그러는게 좋을 것 같아요 오리무라 선생님.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있고하니까---."
"으응...그러마."

누나, 갑자기 솟아난 강아지 귀와 꼬리 축 늘어뜨리면서
크리스마스 선물 못받은 아이마냥 기운 없이 굴지마. 적응 안돼.

*

"하지메---."
"...."


정말로 하룻동안 자신과 대화를 하지 않을 심산인 것인지
계속해서 불러보았지만 단 한번도 대답을 하지 않는 하지메.
이치카와 샤르의 권유로 방으로 되돌아왔으나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그의 모습에 자신은 점점 기운이 빠지고 있었다.

물론 키스 마크를 좀더 진하게 남긴 것은 잘못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화낼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풀썩,하고 그를 끌어안은채 침대에 누워버리는 자신은
조심스럽게 시선을 내렸으니, 자신의 품안에서 눈을 감은채
가만히 있는 하지메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무방비하게 자신에게 빈틈을 보이고 있는 그의 모습.
어차피, 어차피 하룻동안 대화를 못하게 된다면
차라리 그것보다 더욱 그를 마음껏 귀여워하면 되는게 아닐까?
그렇다면 하루정도는 대화를 못해도 상관 없을---.

[만약 허락도 안했는데 아까처럼 목덜미에 키스하거나 하면
일주일간 대화 안할거에요.]
"너무하다 하지메."

*


"너무하다 하지메."

자신은 등뒤에서 자신을 끌어안고 있는 오리무라 씨의 말에도
눈을 뜨지 않은채 다시금 메모장을 주머니에 넣으면서도
그녀의 심장의 고동소리를 들으며 가만히 있었다.


두근거리면서 뛰고 있는 그녀의 심장의 고동을 듣고있자니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안정감을 느끼고 있는 자신이 있었으며
조금이라도 방심했다가는 그대로 잠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잠을 자고 있지 않은 이유는 하나.


그녀의 심장의 고동을 더 듣고 싶다는 욕심때문이었으며
눈을 감고 있는 것도 그녀에게 삐진 것 처럼보이려고 한 것도 있지만
심장의 고동소리를  잘 듣기 위해서 였다.
덤으로 풍겨지는 향기는 언제나 맡지만 언제나 좋아하는 그것.


"그래, 그렇게까지 나온다 이거구나."
"....?"
"그러면 나도 다 방법이 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라고 본능적으로 느끼는 자신은
조심스럽게 눈을 떴으며 그런 자신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오빠, 간신히 찾아았어!"
"마리나, 잘했다."
[그거 어디서 났어? 집에 있던 것은 더이상 못쓴다며?]
"그러니까, 간신히 찾았다고 말한거잖아!"


샤를로트 뒤누아씨가 전날 자신에게 빌려주었던  고양이 인형잠옷을
자랑스럽게 들고 있는 마리나와 그런 마리나를 칭찬하고 있는 오리무라 씨였으니
동시에 자신은 본능적으로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것보다 먼저 일은 진행되어버렸으니---.


"자,옷갈아입을 시간이다 하지메."
"오빠, 이건 잠옷이라서 남여 구분이 없다구?"

점차적으로 다가오는 흰 고양이 잠옷에서 벗어날 수단은 자신에게 존재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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