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화 〉[IS]취중연가
"하지메,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
"...?"
거실로 나온 자신을 식탁에 앉히는 오리무라 씨는
자신의 건너편에 앉으시고서는 진지한 얼굴로 자신에게
할 이야기가 있다고 말씀하시는데 과연 무슨 이야기이시길래
저리도 진지한 얼굴이신걸까?
그렇게 자신은 그녀의 말에 집중을 하면서
미리 식탁 위에 올려진 메모장을 자신의 앞으로 가져와
오리무라 씨의 말에 대답할 준비를 했으니---.
"너의 그 멘션은 아무래도 좋은 곳이 아닌 것 같으니 나와 함께 살자."
[아침부터 음주는 안좋은 것 같은데요?]
자신이 이렇게 상쾌하게 뒤통수를 얻어맞을 줄 몰랐기에
메모장에 자신의 진심을 담은 글귀를 그녀에게 내보였다.
하지만 그것에 자신의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그녀는
어떻게 해서든 자신을 그녀의 집으로 들이고 싶어하시는 듯 했다.
"잘 생각해봐라, 하지메. 그 집에서 너에게 일어난 사건이 두달밖에 안되었는데
벌써 세건이나 된다! 무, 물론 내가 한 일이 있기는 하지만
다른 두 건의 위험성을 생각해보면 너에게 그리 좋은 곳이 아니다!
덩달아서 너의 안전을 생각하고 내가 지켜주려면 내 근처가 좋다!"
진지하게 자신을 바라보면서 거의 절박하다는 느낌으로 말씀하시는 오리무라 씨.
확실히, 최근에 이상할 정도로 사건 사고를 겪은 자신이었으며
위험한 상황에는 두번이나 노출되어진 자신이었다.
....거기다가 솔직히 마음 한 켠에서는 그녀와 동거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하는 것 또한 존재하는 자신.
하지만 그것은 그것, 이것은 이것.
아무리 그녀의 말이 설득력이 있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그녀와의 동거는
너무나도 이른 것이 아닐까,싶다.
"나도 새언니의 의견에 찬성."
"....?"
"생각을 해봐, 오빠. 솔직히 오빠 감기 걸린 이유.
새언니가 곁에 없어서 걸린 것이잖아?"
"에? 지, 진짜냐 하지메?"
얘가 그걸 어떻게 아는거지? 분명 집에는 나 혼자 뿐이었으며
마리나는 집안에 없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없었는데?
갑작스러운 마리나의 말에 당황하면서 자신에게 질문하는 치후유씨와
당연하다는 듯이 자신에게 미소를 지으면서도 소악마적인 웃음소리를
흘리는 그녀를 바라보니 만난지 얼마 안된 여동생이지만 그녀가
자신의 편이라기 보다는 오리무라 씨의 편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착각일까.
그것보다 정말로 그녀가 어떻게 아는 것인지,하는 자신의 의문은
의외로 금방 해소 되었으니 홀로그램으로 비추어지는 그녀의 곁에
무언가가 새로이 비추어지니 그것은 전날, 오리무라 씨가 없었을때
돌연 몸이 떨리는 것에 어떻게든 안정감을 찾으려고 그녀에게
빌려준 방으로 향하는 자신의 모습이 찍힌 동영상.
[그거 어디서 찍었어?]
"근처 CCTV 해킹하면 그만이지!"
[뭘 그렇게 당당하게 말하는거야 마리나.]
어이가 없을 정도로 당당한 그녀의 말에 자신은 당황하였으나
그것과는 별개로 오리무라 씨는 감격스러운 얼굴을 한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으니---.
"그렇구나. 너도 내가 곁에 없어서 쓸쓸했구나.
그렇다면 더더욱 같이 지내면 되겠구나 하지메."
[마리나, 이거 답은 이미 결정된 상태고 나는 대답만하면 되는거야?]
"역시 오빠. 정답이야. 참고로 이미 학교쪽은 내가 처리해놨으니까
학업쪽은 걱정 하지마. 아참, 새언니. 오빠 IS학원 컴퓨터관리자 시키는게 어때?
오빠 프로그래밍 잘하는데."
"당장 이사장님께 전화하마."
[잠깐만요. 나 빼놓고 이야기 진행시키지 마요.]
자신의 연인과 여동생에게 브레이크가 없는 것 같아서 너무나도 걱정인 자신은
일단 둘을 막으려고 손을 뻗었지만 그것이 무색하게끔 이미
둘은 자신의 미래를 강제로 설계해나가기 시작했다.
그것에 자신의 의사는 일절 반영되지 않았으며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는 것 같았지만---.
어째서인지, 자신은 그녀의 곁에 계속 있을 수 있다는 것에 안심하였다.
물론, 학교는 이미 늦었기에 어쩔 수 없었지만 IS학원의 컴퓨터 관리자가
되는 것은 어떻게든 막아낸 자신.
그런데 반장에게 뭐라고 설명해야하지?
분명 화낼 것 같은데... 이, 일단 메일이라도 보내놔야하려나?
"자, 그러면 이제 나가볼까?"
[네? 어디로요?]
"어디긴 어디냐. 네 생필품을 사러가야지. 그 멘션에 있는 것들은
더이상 못쓴다고 보면 된다. 어제가보니까 거의 완파수준이라서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은 전무해보였다."
"참고로 오빠 퇴거당했으니까 다시 못들어가."
......혹시 이 둘, 이미 할 거 다 하고나서 자신에게 말한게 아닐까?
*
"흐음---일단 이것하고 이것."
"아, 새언니. 그 옆에 돌핀팬츠! 오빠꺼!"
"고맙다 마리나."
밖으로 나온 자신은 그대로 하지메에게 필요한 것들을
마리나와 함께 고르면서 장바구니에 넣는 한편
하지메는 그러한 자신들의 뒤를 쪼르르 따라다니면서도
자신들을 말리려고만 하고 있었다.
마치 어린아이가 부모들이 입고싶지 않은 옷을 사려는 것을
어떻게든 막으려는 것 같은 그 모습에 자신은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걸리는 것을 느끼면서---.
"얌전히 있어라."
"---!!!"
그를 그대로 품안에 안고서는 다른 옷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속옷부터해서 양말에 상하의 까지.
전부 자신이 그에게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챙겨넣는 한편, 자신의 품안에 안겨진 하지메는 어떻게든
자신에게 벗어나려고 애써보지만 안타깝게도 자신은 풀어줄 생각이 전혀없었다.
덩달아서 지금 풀어줘봤자 도망치거나 또다시 자신을 막으려고 할 것이
뻔하니 계산하기 전까지는 이렇게 품안에 끌고 있는 것이 좋겠지.
그렇게 대충 4세트 정도를 고른 자신은 그대로 계산대로 향하는데---.
"저, 손님...그 일행분께서 기절하신 것 같은데,요?"
"괜찮습니다. 여기."
오히려 기절하면 자신이야 더 좋은 일이다.
한편, 마리나는 하지메의 머리 위에서 그를 툭툭,하고 기계다리로
건드려보는데 아무런 반응도 없는 것에 고개를 저으는데
아무렴 어떠냐는 식으로 받아들여도 되겠지.
그건 그렇고 이제 슬슬 수영복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한 자신.
역시 2년 전에 입은 것을 다시 입기는 그렇고, 하지메가 골라준 수영복을
입고서 같이 카게라장에 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자신은 짐을 차에다가 가져다 놓았으며
하지메는 조수석에 태운 뒤 그의 이마에 키스를 하는 자신은
너무나도 무방비한 그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아아, 전날도 말했지만. 만약 그가 스스로를 버린다면 자신이
주워서 가질 것이며, 그는 자신에게 더할 나위 없는 보물이었다.
그리고 이 보물을 더이상 다른 이들에게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사랑한다, 하지메. 그리고 깨어난거 아니까 기절한 척 하지 마라."
"----."
자신의 말에 쭈뼛거리면서 눈을 뜨는 그의 모습에 자신은
이번엔 그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었으며 하지메도 그것을
거부하지는 않았다.
다만, 이번에는 전날처럼 긴 시간을 들여서 하는 것이 아닌
가벼운 입맛춤이었으며 짧게 하고서는 그것을 끝낸 뒤에 운적석으로 향하는 자신은
그대로 차를 몰아서 목적지로 향하기 시작했다.
한편, 하지메는 조금전까지 자신과 한 키스에 얼굴을 붉히고 있었으나
이내 창밖으로 자신들의 가는 곳에 의문을 품은 것인지
자신에게 질문을 건내왔다.
[이 방향은 자택이랑은 다른 방향 아니신가요?]
"음? 집으로 간다고 말한 적 없다만?"
[....네?]
"앞으로 너는 나랑 같이 지낼 것이다. 내 옆자리가 네 자리라는 뜻이지.
집에서도 말했잖느냐, 나랑 같이 살자고."
[그건 보통 그런 뜻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데요?]
자신에게 당황스러운 얼굴로 메모장을 써보이는 하지메를
향해서 자신은 미소를 지은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긴 하지, 보통 그런 의미로 말하지는 않지.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였으며
자신으로써는 그를 항상 곁에 두고 싶었다.
그렇기에----.
"오늘부터 한동안 IS학원에서 지내니, 너도 그렇게 알아라.
참고로 수업중에도 데리고 다닐 것이다."
[아니아니, 수업을 하셔야죠 선생님.]
"무얼, 교탁 밑에 들어가있으면 된다. 다른 녀석들에게 들키지 않게끔 말이다."
자연스럽게 IS학원의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는 자신은
하지메에게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의 목덜미에 있는, 취한 상태에서
만들어졌을 키스 마크가 눈에 들어오자 그에게 몸을 기울이면서
그의 목덜미에 다시금 자신의 입을 가져갔다.
동시에 갑작스러운 자신의 행동에 깜짝놀라는 하지메였지만
무척이나 유감스러운 근력의 그로써는 자신을 밀쳐내지 못하는 반면
자신은 달콤한 사탕이라도 되는 것처럼 자신이 만들어낸 키스 마크를
다시한번 새겨넣기 시작했다.
"흐읏---흐응!"
"쭈웁, 쭙---."
아니, 달콤한 사탕 같은 것이 아닌. 자신에게는 그 이상의 무언가이려나?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의 목덜미에 다시금 새긴
키스 마크를 확인하고서는 하지메의 얼굴을 바라보자 너무 자극적인지
아까보다 더욱 달아오른 그의 얼굴과 눈가에 맺힌 눈물이 보였다.
그것에 자신은 저도 모르게 그것을 곧장 햝아주면서 귓가에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주에서 최대한으로 상냥하게 속삭여주었다.
"미안하다. 하지만, 너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어쩔 수 없었다."
[.....오늘 하루 대화 안할거에요.]
"그, 그건 너무하다! 재고해주길 바란다!"
갑작스러운 그의 말에 놀라서 소리치는 자신이었지만
이미 하지메는 메모장을 주머니에 넣고서는 삐진채 얼굴을 돌린채
자신을 바라보지도 않고 있었다.
이, 이런.... 조금은 너무했던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