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화 〉[IS]취중연가
"끄으으으응----."
아파오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일어나는 자신은
또다시 과음을 했다는 것을 깨달음과 동시에 얼마나 마신 것인가,하는
작지만 중요한 의문을 품으며 주변을 둘러보며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분명 집으로 돌아왔으며, 그때 하지메를 대동한 것까지는 기억이 나며
이 후, 그를 데리고 욕실로 들어가서 같이 씻은 뒤에
자신의 와이셔츠를 입혀서는 곁에 계속 두고 있던 것 까지도 기억이 나지만---.
그 뒤가 없다. 마치 가위같은 것으로 잘라낸 것처럼 깔끔하게 잘려나간 기억.
이걸로 벌써 두번째인가,하면서 자신은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는 곤히 잠들어있는 하지메가 있었으며, 복장은 자신이 입힌
와이셔츠에다가 이불을 덮고 있었으며 목덜미에는 키스마크가---.
"에?"
잠깐, 목덜미에 뭐가 있어?
순간 눈에 들어온 하지메의 목덜미에 있는 키스마크.
그것을 보자마자 자신은 당황을 하면서 그의 몸을 다시금 살펴보았는데
이제보니 와이셔츠를 입은 것이 아닌 단추도 안채우고 그냥 걸치기만 한데다
온몸에서는 타액의 냄새와 함께 허리와 목덜미, 가슴에 집중적으로 남아있는
키스 마크에 놀라면서 서둘러서 거두었던 이불을 다시 덮어주었다.
동시에 자신의 얼굴은 화끈하게 달아오르기 시작하였으니
어젯밤의 자신은 과연 어떠한 일을 저지른 것인지에 대해서
한시라도 빨리 기억해내야만 했다.
전날에도 만취상태에서 하지메에게 몹쓸 짓을 한 자신이었는데
이번에도 술에 취해서 또다시 그런 짓을 저지른 것이라면 되돌이킬 수 없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내어 떠올리려고해도 기억이 나질 않는
어젯밤의 일들에 소리없는 외침으로 괴로워하는 자신은
전날의 자신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직접 물어보고 싶었으나
현실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리 없다는 것을 잘 알았---.
툭---.
"....?"
자신이 친 것일까? 아니면 처음부터 위태롭게 있던 것이 떨어진 것일까?
침대 옆에 있는 서랍장의 위에서 떨어진 수첩에 자신은 이것이
언제부터 있었는지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무언가에 홀린 듯이
그것을 향해서 손을 뻗었으니, 이 방은 자신의 방이며 다른 사람은 잘 안들어왔다.
들어온다고 해봤자 이치카 정도일텐데 녀석이 이곳으로 들어올 일은
적어도 어제는 없었다고 생각하는 자신은 그것을 열어보았다.
그리고 텁,하고 큰 소리가 나면서 다시 그것을 닫으면서
하지메가 깨어나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옆을 바라보지만
아직까지 잠을 자고 있는 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생각해보면 어젯밤 리즈무와 통화할때 그가 감기에 걸렸다는 내용을
전해주었는데 아무래도 감기기운이 남아있어서 그런 듯 한 상항.
그런 그를 바라보면서 조심스럽게 다시금 수첩을 열어보는 자신은
도대체 만취 상태의 자신이 무슨 짓을 한 것이며, 어떤 성격인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니, 그전에 자신은 변태인지부터 고민해봐야하는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다시금 수업의 내용을 읽어내리는 자신은
이내 자신의 손을 들어올리고서는 그것과 하지메의 둔부를 번갈아가면서
도대체 자신의 성적 욕구가 얼마나 쌓인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하였다.
아, 아니 물론 자신이 성욕에 미친 짐승이라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으며
그런 일은 정말 사랑하는 이와 해야하는 것도 알고 있지만---.
"....킁킁."
.....자괴감이 드는 자신이었다.
*
"....."
멍한 머릿 속에서 자신은 잠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살펴보는데
낯선 공간에서 일어나는 자신은 과연 이곳이 어디일까,하는 고민을 하였으나
이내 떠오르는 기억들에 자신은 몸서리를 쳤으며 이곳이 오리무라 가라는 것을
오리무라 씨의 집이라는 것을 떠올렸다.
"아, 일어났나 하지메."
"----."
포옥,하고 자신을 안아주시는 오리무라 씨.
갑작스러운 그녀의 포옹에 순간 움찔거리는 자신은 불안한 감정이
마음 속에서 솟아오르려 했으나 이내 그것들을 없애버리는 냄새가
자신의 코끝에서 풍겨오기 시작했다.
라벤더 향, 어느샌가 자신이 정말로 좋아하게 된 그 향기가
풍겨오는 것을 느끼자 자신의 불안감은 눈 녹듯이 사라졌으며
자신이었으며, 그런 자신을 끌어안은채 머리를 쓰다듬어주시는 오리무라 씨.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너를 버리지도, 죽이지도 않는다.
어젯밤의 일은 나중에 정식으로 소개하겠지만 나를 닮은 녀석의 소행이다."
"...."
"녀석은 조금, 남들에게는 말하기 힘든 과거가 있어서 그런 것이지만
그렇다고 이해해달라는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겠다."
두근거리는 심박 수가 자신의 귓가를 통해서 들려오는 것에
마음이 안심이 되는 것을 느끼면서 조심스럽게 시선을 들어올리자
보이는 것은 자신을 무척이나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계시는 오리무라 씨였으며
어젯밤 그녀가 자신에게 한 말들이 하나하나 떠오르기 시작했다.
동시에 얼굴이 달아오르는 자신은 곧장 고개를 숙이고서는
그녀의 눈을 피하면서 어떻게든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하---.
"....?"
"입을 옷이 없어서 내걸 입혔다. 조금 헐렁하겠지만 그것은 조금 봐줬으면 한다."
아니아니, 오리무라 씨. 저는 제 복장에 대해서 의문이 드는 것이 아니에요.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올려서
그녀의 곁에 놓여진 수첩을 가르키려고 했는데 어째서인지
수첩의 맨 위에는 무슨 일기라는 글귀와 함께 자신의 이름이 적혀져 있었던 것 같았다.
여기서, 자신이 같았다,라고 하는 이유는 자신이 손을 들어올리는
사이에 순식간에 사라진 수첩이었으며 오리무라 씨의 걱정어린 시선이
자신에게로 향해지고 있었기 때문.
"왜그러냐, 하지메? 헛것이라도 본거냐?"
"...?"
"좀 더 자도 괜찮으니, 누워있거라. 곁에 있어주마."
무언가, 무언가 자신에게 숨기려고 하시는 듯한 오리무라 씨의 모습.
에에, 여기서 더 파고 들면 안되는 것이겠지?
*
"바, 반장 팔이--팔이?!"
"조금 일이 있어서요. 붕대는 감았긴 했는데, 오후에 다시 병원에 가야할 것 같아요."
교무실에 들어가 자신은 담임 선생님에게 그렇게 말하면서
붕대로 간단하게 만든 삼각건에 걸린 팔을 흔들어보였다.
어젯밤, 오리무라 치후유에게 꺽여진 팔은 아무래도 제대로 맛이 간 것인지
자신 혼자의 힘으로는 고치기 무리였었다.
『그냥 전화만 하고 가라니까.』
"실례하겠습니다."
드르륵,하고 교무실의 문을 닫은 자신을 책망하는 이즈무.
그리고 그런 녀석의 말을 무시한채 곧장 반으로 향하면서
하지메 녀석에 대해서 걱정을 하는 자신이었으나 오늘 아침에
녀석의 집으로 가자 보이는 것은 노란 경찰 테이프로 막힌 녀석의 집 현관과
안이 엉망이 된 집안 내부였다.
솔직히, 무슨 난리가 일어난 것인지 궁금했지만
하지메가 없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던 자신은 거기서
몸을 돌려서 학교로 향했던 것이며 동시에 메일을 하나 보냈다.
아, 물론 어제 강에 던져버린 것과는 전혀 다른 것.
동맹상대가 선의의 표시랍시고 자신에게 곧장 제공해주는 것인데
본인의 전화를 거절 할 수 없게끔 손을 써놓은 듯 했다.
덩달아서 저장된 번호는 하지메와 오리무라 치후유, 그리고 본인.
그 이외에는 알아서 채우라는 것이겠지.
『그거 최신기종인거 알지?』
"시끄러워."
교실에 들어온 자신은 주변에서 자신을 향해서 걱정어린 시선과
말을 건내는 아이들에게 고맙다고 손을 흔들면서 이즈무에게
시끄럽다고 말한 뒤에 자리에 앉으며 유일하게 지금까지 비어있는
교실의 한 자리를 바라보았다.
역시, 안나온 것인가? 뭐 무리도 아니겠지만---.
*
"아, 그것보다 소개해줄 상대가 있다 하지메."
"....?"
침대 위에서 오리무라 씨가 가져다 준 간편식을 먹던 자신은 소개,라는 말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딱히 방안에는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았기에
자신은 자연스럽게 방문을 향해서 시선을 돌리면서 자신에게 소개해줄
사람이 누구일까,고민을 하였다.
전날 남동생과 제자를 한명 소개시켜주셨던 오리무라 씨였으니
다른 제자분들인가,하는 생각을 하면서 혹은 가족분들에게
이제서야 인사를 시켜주시려는건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아니, 사람이라기 보다는---.
"그, 처음 만나는거네 오빠."
"....?"
홀로그램으로 비추어지는 어린 소녀였으며 육각형의 검은 무언가에서
비추어지는 소녀는 자신에게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서
손으로 볼을 긁적이고 있었는데 그것에 자신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일단 오빠라는 단어에서부터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자신에게 여동생은 존재하지 않았는데 눈앞의 소녀는 자신을 오빠라 부르며
친근감을 내비치고 있었다.
그리고 두번째로, 혹시 홀로그램이라고 생각되어져있는 이것은
동영상이나 그런 것이 아닐까,하면서 고개를 돌려서 오리무라 씨를
바라보지만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미소만을 지어주시는 그녀.
"저, 정식으로 소개할께! 내 이름은 사이토 마리나!
'엄마', 그러니까 오빠가 무서워하겠지만 시노노노 타바네 박사가
만들어낸 자율행동 AI이고 내가 만들어진 것은 오빠를 도와주라고 만들어진거야!"
"....."
그거 엄청난 자기소개네,라고 생각하는 자신은 무어라 대답을
해야할지 몰라하면서도 이내 메모장이 곁에 없다는 것에 안심하였다.
만약 그것에 있었다면 자신은 엄청난 양의 질문을 하거나
아니면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 이상한 소리나 하였겠지.
"그, 많이 놀랐으려...나?"
끄덕,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자신의 모습에 마리나는 조금 불안해하지만
이내 자신은 조심스럽게 침대 위에다가 손가락으로 글자를 써내려갔으며
두 사람은 그것을 바라보고서는 자신이 무슨 말을 쓰는지 바라보는데---.
자신이 쓰는 것은 의외로 간단했다.
'안녕 마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