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5화 〉[IS]취중연가
챙강,하면서 녀석의 손에서 칼을 빼앗아드는 자신은
곧장 녀석에게 발차기를 날려서는 거리를 벌리지만
당연하다는 듯이 손을 등뒤로 넘기는가 싶더니 다른 칼을 꺼내드는 녀석은
무슨 도검공장도 아니고 신체 여기저기에 나이프가 끝도 없이 나오고 있었다.
반면, 자신은 손에 들려진 나이프의 날이 다 상한 것을 바라보면서도
자세를 잡아서 녀석의 검격을 상대할 준비를 하는데
날카롭기 그지없는 녀석의 검격을 몇번이나 더 버틸 수 있을지는 의문.
하지만 그렇다고 도망칠 수는 없는 일이었으니----.
"하지메가 어딨는지 말해!"
"말, 할까보냐!!"
녀석의 얼굴을 잡고서는 벽에다가 밀어붙이며 외치는 자신과
그러한 자신을 향해서 검을 찔러오는 녀석.
자신이 도망칠 수 없는 이유이자 이녀석과 싸우는 이유는 바로
하지메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함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떠한 과정을 거쳐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하지메는 눈앞의 상대, 리즈무와 만났다는 것은 확실했으니
그에게서 하지메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으리라.
챙!
"크읏!?"
"빨리 말해! 하지메는 어딨어!"
퍽,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금 녀석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넣는 자신은
큰 소리로 녀석에게 말하지만 녀석과 자신의 제약 차이는 너무나도 컸다.
녀석은 자신을 죽이려고 들지만 자신은 녀석을 제압만 해야하는 상황이었기에
아직까지는 자신이 우세하지만 언제 역전될지 모를 상황.
그것을 상대도 알고 있는 것인지 자신을 향해서
계속해서 검격을 날리면서 자신의 빈틈을 찾고 있었으며
언젠가는 빈틈을 노려서 자신의 목숨을 빼앗으려고 하겠지.
하지만----.
콰득!
"끄아아아악!!!"
마른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가 크게 울리면서 듣기 싫은
비명소리가 골목길에 울려퍼지지만 자신은 그것을 애써 무시하면서
녀석의 다른 팔을 못 움직이게 만든채 녀석에게 말했다.
"빨리 말해! 하지메는 어디있지?!"
*
"....."
믿고 싶었으며, 의지하고 싶었고, 사랑한다고 믿었다.
첫 만남은 최악이었지만 그럼에도 그 이후에 자신에게 해준 말은
전부 사실이었으며 진심으로 대해준다고 생각하였다.
그렇기에 자신도 그녀의 마음에 응답해줬으며, 지난 일을 잊기로 했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였기에, 오리무라 씨 또한 잘못한 것을
알고 계시고 반성하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그러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것은 자신의 착각이었던 것인가?
그게 아니면 자신에게 달린 꼬리표들이 결국에는 다시금 자신을
외톨이로 만들어버린 것인가?
과연 어느쪽인지, 어떤식으로 생각해야하는지 전혀 모르겠는 자신이었지만
오리무라 씨 또한 자신을 죽이려고 하였다.
매도도, 결별도, 분노도 아닌... 무미건조한 살의.
자신이 무언가를 잘못한 것일까? 혹시 무언가 실수한 것인가?
모르겠다.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지만---.
자신은 결국에는 다시금 외톨이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반장인 리즈무도 자신이 계속 이렇게 하면 자신에게 실망해서, 질려서 떠나버리겠지.
아니, 어쩌면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지만 반장이라는 직책때문에
억지로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
떠나자, 멀리.
흐느적거리는 몸을 일으켜서는 절뚝거리는 다리로 방을 나서면서
어딘가 멀리 떠나자고 생각하는 자신은 목적지도, 방법도 생각하지 않은채
그저 사람들의 곁에서 떠나고자 생각만 하였다.
어쩌면 영원히 돌아다니기만 해야할지 모른다.
한곳에 있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만큼 자신에게 붙어있는 꼬리표들은, 자신을 외톨이로 만들고 싶어하니까.
그렇게 반장의 집을 나서는 자신은 고개를 돌려서 좌우측 중에 어디로 향할지 고민하였으니
딱히 어느쪽이든 상관없어 보이는 갈림길에서도 자신은 인적이 드문 쪽으로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을 곳을 고르기로 하였으니----.
"...."
어째서인지, 라벤더 향기가 나는 골목길을 선택해버렸다.
*
"시끄,러워!"
빡,하고 자신의 안면에 머리를 부딪히는 녀석의 기습에
몸이 흔들리는 자신은 뒤로 물러났으며 동시에 녀석은
발차기를 날려서 거리를 확보하고서는 검을 다시금 뽑아들었다.
"정말이지 질리지도 않는군."
"왜? 깜짝쇼라도 보여주는줄 알았나?"
아니, 그것은 검이 아니었다.
그것은 한손 도끼. 여태까지 그가 꺼내든 다른 검들과는 그 종류가 다른 것.
묵직하면서 특수한 코팅을 한 것인지 날이 불빛을 반사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은 알 수 있었다.
독일에서 라우라를 가르키거나 할때 보았던 군용 나이프와 저것은 동일하다는 것을.
날이 서있으며 사람의 신체는 무척이나 손쉽게 베어낼 수 있는 그것을
바라보면서 자신은 다시금 상대가 얼마나 위험한 녀석인지 알아차렸다.
잭 더 리퍼? 웃기지 말라고 하지.
이녀석에 비하면 진짜 잭 더 리퍼는 그저 귀여운 수준이다.
하지만---.
"어서 대답해라. 하지메는 어딨지?"
"네년이 하지메를 찾아갈 자격이 있나?"
"새언니! 잭! 둘 다 그만해! 이렇게 더 싸우면 둘 다 죽을지도 모른다고!"
마리나의 외침에도 자신은 그것을 듣지 않은채 자세를 잡았으며
상대, 리즈무 또한 자세를 잡으면서 자신에게 도끼를 내밀었다.
그래, 죽을지도 모르겠지. 아니 이대로 계속해서 싸우면 분명
둘중 한명은 죽을 것이 확실하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들은 물러날 수 없었다.
아니, 물러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으며 서로에게서 원하는 것을
얻기 전까지는 물러나지 않을 것이었다.
자신은 하지메의 위치. 녀석은 자신의 목숨.
간단하지만 절대적인 것이며 자신들에게 꼭 필요한 것들을
상대가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니---.
"죽어."
"말해."
다시한번 부딪히는 자신과 녀석.
크게 휘둘러지는 손도끼를 잡은 녀석의 손.
하지만 그것을 이전보다는 여유롭게 파고드는 자신은 곧장
녀석의 품안으로 파고들었으며 주먹을 날릴 준비를 했다.
이전의 나이프와는 다르게 무게가 다른 그것이었기에
자연스레 그의 몸의 움직임이 커졌으며 그 품을 자신은 손쉽게 파고들 수 있었던 것.
만약 녀석의 팔이 전부 멀쩡했다면 이런 방법은 꿈도 못꾸었겠지만
현재 한쪽 팔을 사용할 수 없는 녀석으로써는 품안을 파고드는
자신을 견재할 수단은---.
빡!
"큿?!"
"나라고 발을 못 쓸 줄 알았나?!"
돌연 자신의 몸통에 박히는 녀석의 무릎치기.
젠장, 녀석의 손에 들린 무기에만 집중한 나머지 녀석이
박투술을 사용한다는 생각을 전혀 못했던 자신에게 녀석의 무릎공격은
글자 그대로 불의의 기습이었다.
하지만 그것에 멈출 순 없었던 자신은 고통을 무시하면서 녀석의 품안에서
떨어지지 않은채 그대로 녀석에게 들러붙었다.
만약 여기서 떨어지게 된다면 녀석의 손에 들린 도끼나
다른 날붙이들의 먹잇감이 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
주먹을 쥐고서는 녀석의 몸에 힘을 실어서 공격을 날리는 한편
녀석은 그것을 견디어내면서 자신과 어떻게든 거리를 벌리려고 하는 상태.
먼저 녀석을 전투불능으로 만들어 쓰러뜨리냐 아니면 자신과 거리를 벌려서
도끼나 다른 검들로 자신을 죽이느냐의 싸움.
"좀, 떨어져!"
"어림 없다!"
퍽,하고서는 녀석의 턱을 손바닥으로 쳐올리는 자신.
동시에 여태까지 자신과 계속해서 싸움을 이어가던 녀석이
바닥에 쓰러졌으며 손에 들고 있던 손도끼 또한 그의 손에서 드디어
떨어져 나가버렸다.
동시에 거친 숨을 내쉬면서도 녀석을 바라보는 자신은
천천히 녀석에게로 다가가서는 녀석의 멱살을 잡아 녀석과 강제로 시선을 마주하였다.
한시라도 빨리, 조금이라도 빨리 하지메의 곁으로 가야하는 자신이었기에
녀석에게 그의 위치를, 그가 있는 장소를 알아내기 위해 질문을 하지만---.
"말해, 하지메는 어딨지?!"
"말해줄까보냐, 배신자."
되돌아오는 것은 모멸찬 멸시였으며 그는 그것을 끝으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을 것인지, 하지만 더이상 싸울 수 없는 것인지
그대로 눈을 감고서는 무저항의 상태로 있었다.
"....미안하다."
그것에 자신은 녀석의 멱살을 놓아버리고서는 그대로
골목길을 나오기 위해서 등을 돌렸다.
전날의 인신매매단처럼 그를 고문하여서 강제로 입을 열게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고서 나오는 자신은 다시금 하지메를 찾기 위해서 거리로 나왔다.
어디로 가야하는지, 어디에 있을지 고민하는 자신은
골목길에서 나와서는 그대로 고개를 두리번 거리면서
주변을 살피면서 그의 이름을 부르려고 하였다.
아직은 안 늦었길, 그가 되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지 않길.
리즈무는 말했다. 하지메가 망가졌다고.
고의도 아니고, 자신이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다시금 그는
상처를 받아버렸으며 그로 인해서 지금도 괴로워하고 있었으며
그 상처를 입히게 만든 것은 자신과 닮은 마도카.
하지만 마도카의 정체를 모르는 그로써는 어쩌면 자신을
그녀와 착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자신은
조금이라도 빨리 그를 찾기 위해서 거기를 내달렸으며---.
"하지메!"
"----."
다리 위에 서있는, '그때'와 같은 눈을 하고 있는 하지메를 발견하였다.
타바네에게 협박을 받아 망가지기 직전의 그때와 같은 눈을 한 하지메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