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4화 〉[IS]취중연가
"하지메!!"
거리를 달리면서 그의 이름을 부르는 자신은
주변을 살피면서 그가 있을 만한 곳은 전부 확인을 해보았다.
인적이 없는 골목길이나 전봇대와 쓰레기통 사이, 공사장에서
사용하기 위해서 야적 해놓은 토관의 안까지.
자신이 확인 할 수 있는 곳은 한 곳도 놓치지 않고서
계속해서 확인해나갔으며 그것밖에 모르는 것처럼
미친듯이 하나하나 확인해나가면서도 그의 이름을 외쳤다.
"새언니, 이렇게 해봤자 오빠는 안나타날거야! 해봤자 도망칠거라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할 순 없다!"
마리나의 말에 일갈을 하면서 계속해서 거리를 돌아다니는 자신.
인근의 집에서는 자신을 미친년이라고 욕하거나 조용히 하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은 멈추지 않고서 계속해서 그의 이름을 부르면서 거리를
돌아다녔으며, 마리나도 그러한 자신의 곁에서 본인 나름대로 수색을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참을 달린 거리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으며
누군가가 그를 봤다는 이야기조차 못들은 자신의 머리에 떠오르는
불길하다 못해 끔찍한 생각들에 머리를 흔들며 그것을 떨쳐낸다.
상상하지 마라, 하지메가 죽었을 것이란 생각따위는.
절대로, 절대로 하지 말아야하는 상상이니까 절대로 하지 말아라.
"하지---."
"오리무라 치후유, 맞지?"
그렇게 다시금 거리를 달리면서 그의 이름을 부르려던 자신은
어두운 골목길에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으니
보이는 것은 검은 색 일색의 슈트를 입고 있으며 마스크로 눈을 제외한
얼굴 전부를 가리고 있는 누군가.
목소리나 체형으로 보아서 남자인 것 같은 상대였으나
어떻게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는지, 어째서 자신을 부르는 것인지
모를 누군가를 경계하면서 바라보았으나 상대는 그러한 자신을 향해서
무언가를 던지고서는 그대로 몸을 돌리고서는 골목길의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한편, 자신은 자신에게로 던져진 무언가를 잡아채고서는
손을 펼쳐서 그것을 확인해보았으니----.
"잠, 새언니!"
"거기서!"
그것은, 하지메가 매번 사용하는 머리끈이었다.
*
'1단계, 성공.'
골목길을 달리는 자신은 팔목의 칼집에서 나이프들을 꺼내면서
목표가 자신이 있는 쪽으로 다가오길 어둠 속에서 기다리며 준비를 하고만 있었고
초격에 끝장을 낸다,라는 생각을 하는 자신.
지금 자신을 뒤따라 오는 상대가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님을 알고 있었으니
그 상대는 다름 아닌 오리무라 치후유.
제 1회 몬도 그리스의 우승자이자 인류 최강의 여성이라고 불리우는 여성.
덤으로 브륜힐데라는 이명까지 가지고 있는 상대였다.
마음 같아서는 자신이 괴롭힐 수 있는 만큼, 자신이 고통을 줄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비참하고 끔찍하며 비굴하게 만들고 난 다음에 죽이고 싶었지만
그것보다는 하지메의 복수가 먼저였다.
그녀석의 마음을, 진심을, 믿음을 배신한 댓가---.
『온다, 리즈무.』
"후으으으으으----읍."
목숨으로 갚아라.
이즈무의 신호에 맞춰서 곧장 어둠속에서 양손에 들고 있는 나이프를 빠르게
앞으로 내지르지만 그 궤적은 상이했다.
왼손의 그것은 곧장 상대의 목을, 오른손의 그것은 상대의 측면 폐부를 노리며
각자의 이빨을 내밀었으니, 한쪽을 발견하고 피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한쪽에는 당할 수 밖에 없는, 자신이 자주 사용하는 공격법.
이것으로 끝낼 수 있다면 좋겠지. 아니 끝났으면 하는 바램이다.
비겁이나 비열이라는 단어에 딱히 신경을 쓰지 않는 자신이었으니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것은 이러한 것들 뿐이니까.
'[도와줘서 고마워.]'
『리즈무!』
"!?"
퍽,하는 소리와 함께 둔탁한 통증이 안면부에서 느껴졌으며
그것에 뒤로 물러나는 자신은 이어서 느껴지는양손의 통증에
들고 있던 나이프들을 손에서 놓쳐버렸으며 보이는 것은
자세를 잡고서 자신과 대치하고 있는 오리무라 치후유.
과연 인류 최강이라는 이명은 돈 주고 산게 아니라는 것인가?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허리춤에서 단도를 꺼내들고서는
마찬가지로 자세를 잡으며 상대의 빈틈을 찾아보기로 하였으며
상대 또한 자신을 바라보면서 빈틈을 찾고 있었다.
"하지메를 어떻게 했지?"
"그런 말, 필요한---가!"
상대가 말한 틈을 타서 돌진하는 자신은 양손을 교차하면서
단도를 휘두를 준비를 하면서 상대의 목덜미를 향해서 시선을 보낸다.
한번에, 한번에라고 생각하지만 이번의 공격이 마지막이다.
자세를 취한 상대에게 두번의 급소 공격이 실패하게 된다면
더이상 기습도, 날붙이를 들고서 싸우는 것에도 메리트가 없어진다고
생각하는 자신은 스스로가 낼 수 있는 최속의 속도로 그녀에게 달라붙었으며
알고 있는 방법 중에 가장 간단하면서도 치명적인 궤적으로 공격을 가했---.
퍽!
"커흑!"
"말해! 하지메를 어떻게 했어!"
원 인치 펀치,라고 본능적으로 상대가 자신에게 사용한 기술을 알아차렸다.
실전성이라고는 없어보이는 기술이었기에 무시하고 있던 그것.
하지만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서 이리도 달라지게 될 줄이야---.
자신은 복부에서 느껴지는 통증과 함께 나이프 몇개가 박살이 난 것을
느끼면서도 이번에는 손에 든 단도들을 놓치지 않은채 상대를 바라보았고
상대 또한 자신을 향해서 분노에 찬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젠장, 이거 어렵겠군 그래. 분노는 했지만 흥분은 하지 않는다,라니.
이래서는 몰래 하지메의 머리끈을 가져온 의미가 없어지잖아.
"잠깐, 새언니 기다려!"
"마리나, 말릴 생각은 하지 말아라. 이녀석은 하지메의 위치를 안다."
"그걸 아니까 잠깐 기다리라는거야!
어이! 잭! 너가 어떻게 오빠의 머리끈을 가지고 있는거야?!"
"----."
알고 있는 목소리가 눈앞의 상대에게서 들려오지만 대답을 하지는 않는다.
불필요한 대화에 정신이 팔리면 빈틈을 보이게 되며 동시에 자신이 당하게 될 터.
하지만 동시에 그녀에게 어떠한 공격을 가해야할지 고민하는 자신은---.
"어이, 잭!"
『진짜 시끄럽네 저녀석.』
양손에 들고 있는 단도를 상대를 향해서 미련 없이 투척한 뒤에
다리쪽에 차고 있는 소태도를 뽑아들고서는 그대로 뒤따라 돌진했다.
근접전을 하면 당한다. 그렇다고 거리를 벌리면 상대가 공격을 못하겠지만
동시에 자신 또한 공격을 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방법은 한가지. 거리를 유지하되 자신만은 공격할 수 있는 거리를
만들어서 상대에게 접근한다.
일말의 망설임도, 주저도 없는 자신의 행동은 깔끔하고 매끄러웠으며
자신은 그대로 상대에게로 돌진하면서 소태도를 사선으로 올려베어냈다.
소태도,라고 하면 짧고 작으며 위력이 약해보일지 모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다른 검들에 비하면,이라는 조건이 붙는다.
작고 짧더라도 진검은 진검. 베이면 피가 나고 살을 썰어낸다.
그러니 맨손의 상대는 자신이 휘두르는 그것을 어떻게든 피해내면서
반격을 하기 위해서 거리를 최대한 좁혀서 쓸 수 있는 기술들만을 쓴 것.
처음은 팔꿈치를 이용한 턱치기와 뒤로 물러나자 그제서야 날아온 뒤돌려 차기.
그리고 그 다음이 원 인치 펀치, 여러모로 싸워본 경험이 있는 상대였기에
방심을 하지 않은 자신이었으며, 이번에는 분명 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 생각했다.
캉!
"!?"
"대답해라, 하지메는 어딨지!?"
어느새,라는 생각과 함께 눈이 크게 떠지는 자신은
그녀의 손에 들려진 단도와 자신이 든 소태도가 부딪힌 것에
놀라면서 잠시 주춤거렸지만 상대는 그것에 멈추지 않고서
주먹을 자신에게 휘두르면서 질문을 해왔다.
크게 흔들리는 시야와 함께 머릿 속이 크게 흔들리면서
자신은 주춤거리면서 뒤로 물러나는 자신과 그러한 자신을 바라보면서
눈을 크게 뜨는 상대. 뭐냐, 뭘 그렇게 놀라는 것이냐?
『리즈무, 마스크 벗겨졌어.』
"....빨리 말하라고 이즈무."
*
"....빨리 말하라고 이즈무."
"너, 너는---."
자신은 눈을 크게 뜰 수 밖에 없었다.
방금까지 자신에게 검을 휘둘렀으며 자신의 공격을 맞은 상대.
얼굴을 가리고 있는 마스크가 벗겨지면서 보이는 그 얼굴은
전날 하지메와 함께 하교하고 있던 소년의 그것이었다.
"뭐, 얼굴을 들켰으면 다시한번 소개해야하는게 예의려나?"
"...아니, 그럴 필요 없다. 이가와 리즈무.
그것보다 대답해라. 하지메는 어디있지?"
그러나 이내 그것은 아무래도 좋아졌다.
눈앞의 소년이 구면이라던지 초면이라던지, 자신에게 검을 휘두른 것은
아무래도 좋을 일이었으며 지금 중요한 것은 하지메의 행방뿐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그러한 자신의 말에 분노에 찬 얼굴을 하면서
자신을 향해서 큰 소리로 외쳤다.
"잘도 말하는군 그래! 그녀석을 배신했으면서!"
"아니야! 나는, 하지메를 절대로!!"
"그러면 대답해 보시지! 그녀석이 어째서 그렇게 망가진 것인지!"
배신했다고, 자신이 하지메를 배신했다고 외치는 그는 그대로
손에 든 소태도를 다시금 휘두르면서 자신에게 달려들었으니
그것은 절대로 초보자가 할 수 없는 손놀림이었다.
아니,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처음의 기습과 그 다음의 암습.
그리고 이어지는 검격들까지 전부 초심자는 커녕 어중간한 검사용자도
낼 수 없는 솜씨였으며 하나하나가 날카로웠다.
동시에 떠오르는 마리나의 말과 함께 TV에서 나왔던 연쇄살인범의 이야기.
"설마 네녀석이 인신매매단을 몰살한---."
"기다려 잭! 일단 이야기를 들어---!"
"다 필요없어! 필요한 건 오직하나, 이 여자의 목이야!"
이녀석이, 연쇄 살인범 잭 더 리퍼라는 것인가!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신을 향해서 휘둘러지는 소태도를
손에 들려진 단도로 튕겨내면서 자세를 잡았으며 상대, 리즈무 또한 자세를 잡았다.
"시끄러 이즈무. 내가 알아서 한다고."
"...이즈무?"
돌연, 허공에 중얼거리는 그의 말에 자신은 의문을 품으며
주변을 살피지만, 그의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으며 귀에는 인터폰 같은 것 또한 없었다.
헛소리인가, 싶었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대화의 모습.
아니, 아니다. 지금은 이런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지금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하나.
"다시 한번 물어보지. 하지메는 어디있지?"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런 말이 지금 필요한가?"
이녀석에게서 하지메의 위치를 알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