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화 〉[IS]취중연가
짝!
"누, 누나---."
"치짱 진정해---."
병실에서 크게 울리는 소리와 함께 오리무라 이치카와 시노노노 타바네는
간담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침대 위에 앉아있는 마도카를
향해 서늘한 시선을 보내는 치후유를 말리기 시작했다.
임해학원과 관련된 업무를 위해서 출장을 나갔던 그녀는
돌연 이치카에게서 온 전화를 받자마자 뒤도 안돌아보고 이곳으로 달려왔으니
그 이유는 마도카가 하지메를 공격했다는 것 때문이었다.
분명 그녀는 치후유의 클론이었으며 존재의 확립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이유를 찾고 있었기에 여태까지 치후유는 모든 것이 끝났음에도
그녀가 이치카나 자신을 공격하는 것을 내버려두었으며 가끔은 어울려주기도 했다.
치후유 본인이나 이치카에게는 그녀를 상대할 능력이 있었으며
실제로 두 사람은 마도카로써는 어찌할 수 없는 전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과 하지메를 공격하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
IS를 타고 있지도, 인간의 범주를 초월한 신체능력도 없는 어린 소년이었다.
싸움을 해보기는 커녕, 상대를 때려보기는 했을지 의문이 들 정도의 연약한 소년.
그러한 소년을 향해서 적의를 나타내면서 죽이려고 하고 심지어 총까지 쏘아낸 마도카.
"말해봐라. 어째서 하지메를 공격한거냐."
"약점이니---."
짝!
"말해봐라. 어째서 하지메를 공격한거냐."
"네녀석의 유일한 약---."
짝!
무미건조하게, 말하라고 하면서도 대답을 하는 순간 마도카의 얼굴에
따귀를 날리는 치후유는 조용히 자신의 분노를 하지만 결코 그것을 티내지 않고
눈앞의 죄인을 바라보았다.
반면, 마도카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과연 어떠한 잘못을 한건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약점을 노린다. 빈틈을 찌른다. 기습을 한다.
승리하기 위해서는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전부 사용해야하는 것이 정상.
그리고 여태까지 오리무라 이치카나 치후유, 그 외의 다른 이들 또한
모두 그렇게 했었다고 생각한 그녀는 지금의 상황이 억울했으나---.
"솔직히 말하마. 마리나가 너를 죽이지 못한게 안타깝다."
얼음장보다 더욱 서늘한 목소리로 치후유는 마도카에게 말했다.
너가 살아있는게 안타깝다고. 죽지 않은게 아쉽다고.
그것에 주변의 모든 이들은 놀라면서 그녀를 바라보았으니
지금 그녀가 말한 것은 교사로써, 사람으로써 최악의 발언일뿐 아니라
그녀의 입에서 나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한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누, 누나 지, 진심으로 말하는거 아니지?"
"치, 치짱 말이 너무 심해!"
"아니, 이녀석에게는 이정도가 딱 적당하다.
그것보다 타바네. 나는 하지메를 찾으러 갈테니 이치카와 뒷일을 부탁하마."
그말을 끝으로 병실을 나서는 치후유는 곧장 핸드폰을 들어올려서는
곧장 하지메, 그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물론 이것이 부질 없는 일이란 것을 잘 아는 그녀였다.
마도카에게 도망친 그가 핸드폰을 챙길리 만무하였으며
옷이라도 잘 챙겼으면 다행이리라.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전화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불안하니까, 불안해 미칠 것 같으니까 이렇게 전화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동시에 그녀는 상상할 수 밖에 없었다.
간신히, 간신히 자신에게 마음을 열어준 하지메였으며
자신을 믿어주기 시작한 하지메가 마도카에게, 자신과 닮은 그녀에게
살해위협을 받은 것으로 다시금 마음의 문을 닫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이미 큰 상처를 한번 준 그녀였기에 다른 이들보다 더욱 하지메의 상처에
민감하였기에 마도카의 행적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며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면서 차에 올라탄 그녀는 곧장 그의 멘션으로 달려나아갔다.
동시에 주머니에서 육각형의 무언가를 꺼내는 그녀는---.
"마리나. 하지메는 어디있는거지?"
"새언니... 미안해, 내가 오빠를---."
"하지메를 지키지 못한건 너뿐만이 아니다!
그렇지만 지금 그를 못찾으면 더욱 지키지 못한것이 된다!"
AI이자 자칭 하지메의 여동생, 사이토 마리나에게 크게 소리쳤다.
아직 늦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소리치는 그녀는
마리나에게 하지메의 위치를 찾아달라고 부탁하면서 점차 가까워지는
멘션의 모습에 심장이 거세게 요동치는 것은 느꼈으며 부디 그가
다시 집으로 돌아와있길 바라는 그녀.
망설임 없이 차량을 주차장에 주차한 그녀는 카드키로
문을 열고나서는 계단을 빠르게 달려 올라갔다.
이미 몇번이고 달려와 본 그의 집이었으며 이제는 눈감고도 갈 수 있을지도 모를 그곳으로
빠르게 달려서 도착한 그녀의 눈에 보이는 것은 엉망진창이 된 집안과
누군가 신고를 한 것인지 수사를 진행중인 경찰들이었다.
"실례합니다! 혹시 하지메가 돌아오지 않았습니까?"
"누, 누구시죠?"
"보호잡니다! 이름은 오리무라 치후유! 사정이 있어서 제가 보호중입니다!"
"지, 진정하세요 보호자분. 저희도 방금 도착했는데 사람은 아무데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곧장 경찰에게 다가가서는 하지메의 행방을 물어보는 치후유.
일말의 희망을 품으면서, 경찰이 보호중이길 바라는 그녀는
한 경찰에게 질문을 했으나 되돌아오는 것은 절망적인 소식뿐이었다.
집에서 도망친 뒤에 돌아오지 않은 하지메.
그것을 확인하자마자 곧장 치후유는 몸을 되돌려서 아래로 내려갔다.
하지메가 되돌아오지 않았으며 이곳에 없다면 그녀가 이곳에 있을 이유는 없었다.
찾아내야한다, 스스로 찾아내야한다.
지켜주기로 했으면서, 힘들때 곁에 있어준다고 했으며 슬프게 만들지 않겠다고 말했으면서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스스로에게 다시한번 혐오감을 느끼는 그녀.
"하지메!!"
그렇게 그녀는 밤의 거리를 달려나가면서 그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
"무슨 일인지는, 말 안해줄거지?"
치료가 끝난 뒤에 옆에 앉은 자신은 녀석에게 질문을 하지만
안타깝게도 되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죽어버린 눈,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는 녀석의 몸, 우중충한 분위기.
지금 녀석의 상태는 글자그대로 살아만있는 시체.
삶의 의욕도 없으며, 무언가를 할 용기도 없는 녀석이었다.
도대체 무엇때문에 이리 된 것인가? 여자친구라고 생각되는 그녀에게 차였다고
이녀석이 이렇게 망가질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하는 자신.
아니, 애시당초 녀석의 몸에 난 것들을 보자면 이별통보를 받았다고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자신으로써는----.
『리즈무, 나는 알거 같은데?』
"....이즈무, 지금은 나설때가 아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에 자신은 벽에 머리를 기대며
하지메가 듣지 못하게끔 조용히 녀석에게 중얼거렸다.
그래, 하지메에게는 들키고 싶지 않은 것.
녀석이 말을 못하는 장애가 있다면 자신에게는 '이녀석'이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 들키고 싶지 앟으며 들켜서는 안되는 '이녀석'이.
『너무한걸? 착하게 굴고 있는 나에게 그러기야?』
"....하지메. 마실 것 좀 가져올테니 기다리고 있어."
녀석의 말에 자신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와서는
주방으로 향하면서 녀석에게 말했다.
"뭘 알것 같은건데."
『너도 잘 알잖아? 인간이 저정도로 맛이 가는 경우는 두 가지라는걸?』
눈앞에서 가족이 처참하게 살해당하거나----.』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 당했을때."
『그래 맞아. 잘 알고 있잖아?』
시끄러,하고 자신은 녀석에게 대답하면서 곧장 냉장고의 안에서
마실 것을 꺼내고서는 방으로 돌아가는 자신이었지만 이녀석의 말을 부정할 수는 없었으며
그리고 하지메의 상황은 녀석이 말한 것 이외에는 설명이 되지 않았다.
얼마전까지 애써 밝은 척하고 괜찮은 척 하던 녀석이
최근에는 무척이나 밝아졌고 진심으로 즐거워하였다.
그것을 바라보는 자신은 다행이라고 생각했으며 녀석에게 여자친구가
생긴 것에 진심으로 축하를 해주었다.
상대가 무려 하지메와 나이차가 심한 연상이었지만
자신은 그럼에도 녀석이 사랑하는 상대이며 상대 또한 녀석을 사랑하고
아껴준다고 생각했기에 둘의 사이에 방해가 되지 않으려했다.
하지만, 하지만----.
『죽일거지? 그렇지?』
"....."
『뭐, 네녀석은 결국에는 그것밖에 못하잖아? 안그래? 리즈무?』
방안으로 들어가자 보이는 것은 아까와 마찬가지로 망가진 인형마냥
웅크려있는 하지메의 모습이었으며 더이상 녀석은 울지도, 화내지도 않고 있었다.
"....하지메, 잠깐 나갔다 올테니 집에 있어.
알바하는 곳에서 잠시 와달라고 해서 말이야.
마실 건 여기에 둘테니까, 마시고 싶으면 마시고."
"...."
거기까지 말하고서는 방문을 닫는 자신.
하지메에게 거짓말을 한 것은 조금 미안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은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녀석에게 사실을 말할 수는 없으니까.
그렇게 자신은 하지메가 있는 방이 아닌 다른 방으로 향하였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보이는 것은 각종 나이프나 날붙이, 자신이
'아르바이트'를 할때마다 입는 검은 색의 슈트가 있었다.
『경찰들이 찾고 있는 현대판 J.T.R.이 평범한 고등학교 1학년이란걸 알면
세간에서는 뭐라고 말할까나?』
"----."
마스크를 착용하고 익숙하게 슈트를 입은 자신은, 전신에 골고루 분포되어져있는
칼집들에 나이프들을 꽂아넣으면서도 자신에게 계속해서 말하는 이즈무의 말은
무시하기만 할 뿐이었다.
이미 이녀석도 잘 알고 있으리라. 지금 자신을 말려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지금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하더라도 자신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리즈무.』
"왜."
『......우린 함께야.』
"시끄러."
꾸욱,하고 장갑을 잡아당기면서 자신은 이즈무의 시덥잖은 말에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