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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2화 〉[IS]취중연가 (52/139)



〈 52화 〉[IS]취중연가

"마도,카! 도망쳐!"

자신은 어떻게든 몸을 움직이려하면서 마도카에게 소리쳤지만
마도카는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으며 자신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마 그녀나 자신이나 벽에 부딪혔을때의 충격이 생각이상이었으며
그로 인해서 움직임에 제한이 걸리는 것이겠지.

반면, 마리나는 느릿한 발걸음이지만 확실하게 마도카를
향해서 걸어오면서 손에 들고 있는 둔기를 치켜올리고 있었다.
날카롭지 않으며 날이 서있지도, 찌르기에도 좋지 못한 그것이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무디고 단단하기에 상대를 패는데 적합한 그것.

"크으윽---."
"그러고보니 오빠에게 말했지. 악감정은 없지만 죽으라고 말이야?"

마도카의 앞에선 그녀는 방금에서야 기억났다는 듯이 중얼거리면서
시선을 마주하면서 둔기를 위로 최대한으로 올려버린 뒤
그녀를 향해서 말하였다.

"난, 지극히 개인적이고 악감정적이니까 잘죽어?"
"크윽!"

쾅,하고 울리는 거대한 충돌음이 귀에 들려왔지만
그것은 마도카가 둔기에 얻어맞는 소리가 아닌, 그녀의 대검과
마리나의 둔기가 부딪히는 소리였으니 그녀는 어떻게든 그것을
버티어 내고 있지만 얼굴이 무척이나 어두웠다.

손에 들린 대검은 떨리고 있었으며 그녀의 얼굴은 힘겨운 힘겨루기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숨기지 못한 상태.
반면 마리나는 그러한 그녀의 저항을 바라보면서 지긋이 둔기를 내리치지만
다른 공격을 하지 않은채 조용히 힘겨루기를 시작했다.


안돼, 이대로면 마도카가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
그러한 생각이 순간 머릿속을 스쳐지나갔으며, 실제로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은
저 둔기로 마도카를 후려쳐서 죽이려는 것이 아닌 깔아뭉게 죽이려고 하는 것으로만
보이는 자신은 어떻게든 몸을 움직여서 마도카를 구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다행이 그녀의 실드 에너지는 남아있는듯 했으며
IS의 보조를 받으면 어떻게든 버틸 수 있을 것이리라.
그리고 자신이 빈틈을 만들어내면 그 사이에 도망을----.

어어억---.
"설마!?"
"뭐야, 내가 설마 이걸 안쓸거라 생각한거야?"

순간 벌어지는 마리나의 입과 그것에 자신은 더욱 빠르게 몸을 움직이려고 했다.
만약, 만약 저 거리에서 초음파를 쏜다면. 저 상황에서 초음파를 쏘아내면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었다.


꽤나 멀리떨어진 거리에서도 자신들의 머리를 깨뜨릴 정도로 강렬한
폭음을 쏘아냈는데, 지금 저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다시금 그런 것을 쏘아낸다면, 그것을 맞으면 위험하였다.


"마리나!!"

그렇기에 자신은, 남아있는 에너지를 전부 사용하더라도
마리나를 막아야한다는 생각에 뒷일은 생각치 않은채
이그니션 부스트를 사용해서 고속으로 그녀에게 돌진하였다.
잠깐이라도 좋으니, 잠시라도 좋으니까 마도카가 도망칠 틈을 만들기 위해서.


"커헉!"
"방해하면, 죽인다고 했지?"

마도카에게 둔기를 밀어붙이는 손들 중에 하나를 자신에게 휘두른 마리나였으며
자신의 마지막 공격은 너무나도 허무하게 막혀버렸다.
하지만, 하지만 이걸로 약간의 틈이 생겼을 것이라고 생각한 자신은
시선을 들어올리면서 마도카를 바라보았지만---.


"실드에너지, 13%정도 남았지?"
"크으윽----."
"그러면, 그냥 눌러버려서 죽이는 것도 좋겠지만---."

어느샌가 한쪽 발로 마도카를 고정시키고 있는 마리나였으며
벌렸던 입은 다시 닫혀있었기에 자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순간---.

철컹!
"에?"


그녀가 들고 있는 둔기에서 나는 소리와 함께 솟아나는 수많은 칼날들은
보기만해도 섬뜩했으며, 그것들의 의미를 머지 않아 알  있었다.


"역시, 눈앞에서 불똥이 튀면서 스스로의 보잘것 없는 무기가 갈려나며
스스로의 저항이 무의미하단걸 알아야 더욱 좋겠지?"

직후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한 칼날들은 마도카의 대검을 갉아먹기 시작했으며
사방팔방으로 튀기 시작하는 불똥과 함께 들려오는 소리는
스스로에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음에도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


"마리나, 작동 강제종료!."


*

"마리나, 작동 강제종료!."

한마디. 단 한마디로 거대한 강철의 짐승이 움직임을 멈추었으며
그로인해서 곧있으면 죽을  한 소녀는 간신히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동시에 소녀, 마도카는 자신이 들고 있던 대검을 내리면서도 아직도 떨리는
팔과 몸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노력하고 노력함에도 온갖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그녀는
결국에는 타인의 도움을 받아버렸으며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해내지 못했다.
반면 강철의 짐승을 멈춘 여성, 시노노노 타바네는 눈앞에 있는 거대한 짐승을
한번 쓸어내리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선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있는 둘에게 시선을 돌렸다.

"잇군, 마짱 괜찮아?"
"타바네 누나, 고마워."
"으으응. 늦지 않아서 다행이야."


그래, 늦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글자 그대로
마도카는 반으로 갈라져서 죽었을 뿐더러 죽지 않더라도 남은 삶은
무척이나 괴로운 삶을 살아야했을테니까.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어떻게든 몸을 일으키는 이치카는
그대로 마도카에게 다가가서는 그녀의 상태를 확인하려고 했다.
이치카 본인도 엉망이었을테지만 마도카의 상태가  위급하다고
생각한 그는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평상시라면 도망치고 다시금 기습을 했을 그녀.
하지만 지금은 꼼짝도 못하고 있었으며 IS는 강제로 해제되었기에
그녀가 얼마나 심각한 상태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수 있으리라.

"크으윽---."
"조금만 참아. 병원으로 옮겨줄테니까.
타바네 누나, 길 안내부탁할게."
"응, 잇군."


우선은 병원,이라고 말한 그는 곧장 그들이 있던 격전지를 벗어나면서
한가지를 간절히 바랬으니, 부디 하지메가 무사히 도망쳤기를 바랬다.


*


"아, 젠장---."


밤길을 걸어가는 자신은  들고 있는 고기감자조림을 흔들면서
욕을 내뱉었는데,  이유는 다름 아닌 '아르바이트'때문이었다.
내가 분명 오늘은 일이 있어서 빨리 가야한다고 했는데 괜히 일을 질질 끌어버리고---.


뭐, 지금 시간에는 하지메에게 가봤자 괜히 잠자는거 방해하는 것일테니까
내일 아침에나 가야겠네.
환자식으로 뭐가 좋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간편식 말고 다른 것을
먹여야하겠고, 또 감기약도 다시 먹여야겠고---.

"내일은 할일이 조금 많겠...응?"

내일 학교에 가기전에 할 일에 대해서
생각을 하던 자신은 돌연 눈에 들어오는 누군가가 보였다.
익숙하다면 익숙한, 아니 익숙할 수 밖에 없는 누군가였지만
그의 몸상태나 현재의 옷차림들은 전혀 익숙치 않았으며
자신은 곧장 손에 들고 있던 봉투를 떨어뜨린채 상대에게로 달려들었다.

"어이, 하지메!"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녀석은 비틀거리면서 담벼락에 몸을 몇번이고
부딪히면서 마치 시체마냥 흐느적 거릴뿐이었으며 자신의 목소리에도 반응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이 그에게 도착했을때, 자신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하, 하지메! 이것들 다 무슨 상처야?!"

뺨에 나있는 상처자국, 군용나이프에 베인 듯한 그것과
그의 다리에서 나고 있는 출혈과 상처.
도저히 그와는 거리가  그것들에 자신은 그를 흔들면서
질문을 하지만 이내 자신은 꿀먹은 벙어리가 되버리고 말았다.


"흐윽, 흐으으윽----."
"하, 하지메---."
"흐아아아아아----!!"


서럽다. 너무나도 서럽게 울고 있는 하지메.
이미 두 눈이 눈물에 의해서 불었으며 얼굴은 눈물범벅이지만
그럼에도 그는 서럽게, 계속해서 울고 있었다.
어째서, 어째서냐 하지메? 너가 그렇게 울 일이 뭐가 있다고?

옷을 붙잡고 울기 시작하는 하지메의 모습에 자신은
도저히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였지만, 적어도 지금 할 일은 하나였으니
자신은 그를 데리고 자신의 집으로 향했으며 그를 진정시키려고 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어떠한 일을 겪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이녀석이 이정도로 서럽게 우는 것을 자신은 처음 보았다.
매번 힘들고 괴로운 일이 있어도 혼자서 참고 버티는 녀석이
남의 시선과 기분에 맞추어서 항상 자기만 피해보던 녀석이
처음으로 자신의 앞에서, 서럽게 울기 시작한 것이다.

"자, 들어가자."

그것에 자신은 아무말 하지 않고 집안으로 그를 들였으며
아무런 저항없이 자신이 말하는 것에 따라서 움직이는 하지메.
자신이 아침에 봤던 옷차림 그대로였으며 발은 맨발인 그의 모습은
도대체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자신과 관련이 있는 것이었다.


아니, 자신이 관련되었다기 보다는 '그'와 관련이 깊은 일이겠지.
하지만 지금은 일단 다른 것들이 우선이었다.


"상처 봐줄테니까, 기다려줘."

거실의 소파에 그를 앉힌 뒤에 구급상자를 챙겨나오면서 자신은
보일러를 돌려서 그를 씻길 준비까지 시작했다.
다행이 상처들 자체는 크거나 깊지 않았기에 자신의 선에서 해결 가능했지만---.


"흐윽...흑....우으으으...."
"....."

과연, 이녀석의 마음은 어떻게 해야하는 것일까?
자신은 이녀석을 위해서 무엇을 해줄 수 있는 것인가?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이녀석은 다시금 괴로워야하는 것인가?
알 수 없었다. 아니, 알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한가지는 확실했다.

"하지메, 일단은 잠시 쉬어."

친구로써, 자신은  일이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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