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화 〉[IS]취중연가
"----."
무언가 이상한 느낌, 그것에 조심스럽게 눈을 뜨는 자신.
지금이 몇시일지, 과연 낮일지 밤일지도 의문인 상황에서
가늘게 띄어진 눈꺼풀 사이로 보이는 것은 자신에게 무척이나
친숙한 얼굴이었으며, 자신이 보고 싶었던 상대였다.
분명 화요일까지 출장이라고 하셨던 것 같았으나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감기때문에 자신이 길게 잠잤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일이니.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다 띄어지지 않는 시야 사이로 보이는
상대를 향해서 미소를 지었으며---.
"악감정은 없지만, 죽어라."
순간, 무언가가 자신의 얼굴의 옆에 꽂혔으며
퍼석,하는 소리가 귓가에 생생하게 들려왔다.
동시에 눈은 떠지지만, 아직 감기가 다 나은 것이 아닌지 흐릿한 시야에
보이는 것은 평상시처럼 자신을 미소로 반기는 것이 아닌 무기질적인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였다.
"칫, 흔들렸나?"
동시에 자신의 얼굴 바로 옆에서 뽑혀지는 무언가.
섬뜩한 소리를 내면서도 다시금 높이 치켜올라가는 그것에
자신은 믿을 수 없는 눈으로 '그녀'를 다시 바라보았으며
이 현실을 믿을 수 없었지만 '그녀', 오리무라 씨는 자신을
무기질 적인 눈으로 바라보면서 다시금 자신을 내리찍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아, 그녀도구나. 결국 그녀도였구나...
결국, 결국 그녀도 나한테----.
"----!!"
"우왓?!"
몸을 틀어서 침대에서 몸을 굴러서 떨어지는 자신이었으며
자신이 몸을 틀자 이불 또한 딸려서 움직였기에 몸의 무게중심이 흔들리는 그녀도
침대에서 떨어져버린 상황.
그 틈을 놓치지 않고서 자신은 밖을 향해서 달려나갔으나
아직 감기가 다 나은 것이 아니었으며 흐릿한 시야와 몽롱한 정신.
거기에 조금전까지 잠을 자서 아직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은
자신의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반면 유일하게 제대로 움직이는 귀는 등뒤에서 들려오는
불길한 소리는 자신이 마음을 열었던 상대에게, 믿고 싶었던 상대에게
의지하고 싶었던 상대에게 배신당했다는 알려주고 있었다.
철컥.
"한번에 끝내려고 했지만...뭐, 어쩔 수 없지.
조금은 지저분하겠지만----. 뒷처리는 깔끔하게 해주마."
반면, 오리무라 씨는 자신에게 무감정한 목소리로 말하였지만
그 내용은 무척이나 흉흉했으며 믿고 싶지 않은 말이었다.
지금도 마음속으로는 장난이라고, 지금 당장이라도 자신을 끌어안아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였지만---.
탕!
"---!!!"
"이제, 멀리 도망치지는 못하겠지."
다리에서 느껴지는 통증, 마치 불에 데인 듯한 고통이
느껴지는 그것에 자신은 앞으로 고꾸라졌지만 두 손을 뻗어가면서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갔다.
동시에 등뒤에서 터벅터벅 걸어오는 발소리.
마치 자신을 죽이러 오는 사신의 그것이라고 생각되는 그것은
이윽고 자신에게 도달했으며 그대로 손을 뻗어서 자신의 몸을 뒤집어선
강제로 다시금 눈을 마주하게끔 만들었다.
믿고 싶지 않았다.
"귀찮게 만드는데는 일가견 있군. 그녀석과 관련된 녀석들은 하나같이 이러는건가?"
듣고 싶지 않았다.
"뭐, 이걸로 끝이지."
보고 싶지 않았다.
철컥.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마치 쓰레기를 바라보는 듯한 표정으로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오리무라 씨가 앞에 있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은 자신.
"없으면, 죽---."
챙강!
"하지메군!"
"쯧, 쿠로키시!"
돌연, 자신의 방의 거실 창문이 깨지면서 나타나는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는 그 상대는 자신을 덮치려는 오리무라 씨를
향해서 돌진하는 반면, 오리무라 씨는 여태까지 사용하신 적 없는
IS를 사용하시면서 누군가와 싸우기 시작하셨다.
그것에 자신은 밖으로 향했다.
엉망진창인 현관에서 벗어나서, 굉장한 소리가 나는 집에서 벗어나서
더이상 괴롭지 않게, 힘들지 않게, 슬프지 않게 자신에게 말했던 약속에서부터 도망쳤다.
결국, 결국 자신에게 붙은 꼬리표는 다시금 자신을 타인으로부터 떼어놓게 만들었다.
총에 다리는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으며 상처에서부터 흘러내리는 피는
몽롱한 머리를 더욱 몽롱하게 만들어서는 자신이 어디로 향하는 지도 알 수 없게 만들었지만
자신은 그럼에도 일단은 도망쳤다.
"흑---."
더이상, 더이상 기댈 곳이 없으니까.
자신이 기대어도 좋은 곳은 없으니까.
"흐으윽---."
그러니까, 자신은.
"으아아아아----."
외톨이일 것이다. 영원히.
*
"마도카! 멈춰!"
"그럼 힘으로 그렇게 만들어라!"
쾅,하고 마도카와 검을 부딪히면서 크게 외치는 자신이었으나
검은 색의 IS, 쿠로키시를 전개한 마도카는 자신에게 소리치면서
그대로 집밖으로 장소를 옮김과 동시에 랜서 비트 두개를 곧장 전개하여
자신에게로 돌진시켰다.
이미 잘 알고 있는 그녀의 무장과 그녀의 실력.
절대로 얕잡아 볼 수 없는 상대였기에 자신은 검을 다잡으면서도
시선을 돌려서 하지메군이 아직 집안에 있는지 확인해보았지만
하이퍼 센서에 탐지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도망친 것인가? 아니, 제발 도망친 것이길 바란다.
만약에 그가, 그가 다치거나 하면 자신은 둘째치고 누나가 무척이나 슬퍼할테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이제 그만해 마도카!"
"다시 말하지만 그렇게 하고 싶으면 힘으로 멈추게 만들어라!!!"
자신은 검을 휘두르면서 비트로 자신을 공격하는 그녀에게
소리치면서 멈추길 요구했지만 마도카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멈추려면 힘으로 멈추어 보라며 자신과 검을 부딪혔으며---.
"힘으로 멈추게 만들라고? 깜끔하네."
----!!
""크아아아악!!!""
순간 들려오는 거대한, 공기를 찢어발기는 듯한 거대한 폭음[爆音]에
귀를 막아내면서 그자리에서 벗어나려고 했으니, 마도가는 자신을 걷어차는 것으로
자리를 피하면서 대검을 들어올려서는 자신들을 공격한 자를 찾아나섰다.
한편, 자신은 조금전 폭음이 들려오기 전에 들렸던 목소리에 순간 누군가가 떠올랐으며
곧바로 시선을 내리자 보이는 것은---.
"마리나!"
"이치카. 나름 호감이 있는 상대여서 말할께.
방해하면, 너도 죽여버릴거야."
미사일 포트를 전부 개방한채 그것들을 전부 마도카를 향해서
발사하는 마리나의 모습이었으며 하이퍼 센서의 보조를 받는다고해도
스스로에게 가해진 데미지가 너무 커서 정신을 아직 못차리는 마도카.
그것에 자신은 서둘러서 몸을 날려서 그녀를 감싸면서도 미사일들을 피해보지만----.
"크윽!"
자신을 따라오는 수많은 미사일들을 전부 피할 수는 없었으며
이어서 자신들에게로 쏘아지는 초음파 공격에 다시금 고통스러워하게끔
되는 자신들은 그대로 미사일에 피격되어서 지면으로 추락하게 되었으나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건설 현장으로 보이는 곳에 떨어진 자신의 눈에 보이는 것은
육중한 강철의 신체를 가진채 한손에 거대한 둔기를 들고서는
자신들에게로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마리나의 모습이었으니
그 모습은 가히 사냥감의 목숨을 끊으러 다가오는 사냥꾼의 그것이었다.
그것에 거의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자신은
땅을 양팔로 기어서는 마도카에게로 향할 수 밖에 없었다.
아직 IS가 해제되지 않은 자신과 마도카였으나 자신의 실드 에너지 잔량은
빈말로라도 많다고 하기 힘든 상태.
마도카는 얼마나 남아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다행이 미사일에 직격당한 것은 자신 뿐이었으니 그녀의 실드 에너지는
자신보다는 많이 남아있을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일단은 자리를 벗어나려고 하였으며---.
퍽!
"커헉!"
순간 옆으로 날아가는 자신은 그대로 공사 중인 건물의 외벽에 부딪혀버렸다.
동시에 거의 바닥을 향해서 떨어져가는 실드 에너지의 잔량.
"마지막이야. 방해하지 마."
"마,리나---."
"자아, 그러면 이 맹랑한 녀석을 어떻게 처리를 해볼---."
"방해하지 마라!"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에너지 대검, 펜릴 블로우를 휘두르는 마도카는
그대로 마리나의 몸에 때려박으면서 크게 외쳤다.
절대로 지지 않겠다는,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싸움을 방해받은 것에
분노한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상의 공격이었으며 현재 할 수 있는 유일한 공격.
저 대검에 자신 또한 위기에 몰렸으며, 위험한 상황까지 직면하였으며
그것을 피해내고 극복하는데 상당한 운과 우연이 필요했다.
하지만---.
"저기, 이걸로 끝?"
"에?"
"마리나, 기다려!"
목덜미에 때려박혀진 그것에 전혀 미동조차 하지 않는 마리나는
전날 자신에게 장난스럽게 말하던 그녀와 동일인물인지 의심이 될정도로
너무나도 다른 모습을 보였으며----.
"이제, 내차례네?"
쾅,하는 폭음과 함께 자신과 마찬가지로 벽면에 부딪힌 마도카.
아니, 자신과 마찬가지가 아니었다. 자신이 벽에 부딪힌 정도라면
그녀는 벽에 그대로 박혀버린 상태였으니, 그녀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IS에 탑제된 절대방어덕분이리라.
하지만----.
"아아, 걱정마. 금방끝내지는 않을거야.
너가 오빠에게 한 것처럼 말이야?"
마리나는 그것마저도 계산해 두었던 것인지
섬뜩할 정도의 미소를 지으면서 마도카에게 천천히 다가오면서
그 거대한 손에 들려진 거대한 둔기를 다잡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