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화 〉[IS]취중연가
"자, 누나 여기. 이거 상으로 옮겨줘."
"아아, 가운데는 비워두면 되는거냐?"
"응, 전골 올라갈거니까 가운데만 비워주면 돼."
"...."
어째서 자신은 이곳에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지만
그러한 자신의 의문과는 별개로 오리무라 남매분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자신을 식탁에 앉힌 채 저녁준비를 하시면서
자신에게는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 하셨다.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닌게 손님이라고는 하지만
자신의 앞에서 저렇게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면
왠지 모르게 자신도 도와드려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자신이었으나
그렇다고 움직이려고 하면 어느샌가 둘 중 한분이 와서는
다시금 자신을 강제로 앉히고서는 본인들이 할 일을 하러 가셨다.
이렇게 대접 받은 적이 없는 자신으로써는 익숙치 않은 상황이었으며
계속해서 몸이 들썩거리지만, 그럼에도 둘은 자신에게 편하게 있으라고 하면서
자신이 도우려는 것을 허락치 못하게 하고 있었다.
"자, 준비 끝."
"미안 조금 오래걸려버렸군."
그렇게 이도저도 못하는 시간이 끝을 고하는 순간은
자신이 앉아 있는 식탁에 두분이 앉으면서 전골냄비를 올리는 순간이었으며
둘의 모습에 자신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적어도 식사는 편하게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둘을 바라보는 자신이었으나
그러한 둘은 자신을 향해서 만면에 미소를 지으면서---.
"하지메군, 많이먹어."
"이치카가 준비 많이 했으니, 사양하지 말도록."
"....."
에에, 이거 식고문인가요?
둘의 말에 자신은 자신의 앞에 놓여진 전골냄비에 담긴 고기와 야채나
그 옆에 놓여져있는 여분의 그것들을 바라보고서는
시선을 돌려서 다른 두 사람을 바라보지만 안타깝게도 둘의 눈은
진심이었으며 자신에게 기대를 하고 있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덩달아서 그릇과 국자는 저쪽에서 가지고 있었기에
퍼오는 양 또한 자신이 조절할 수 없는 상황.
어떻게 손을 뻗어서 닿을 수 있는 거리라면 자신이 조절해가면서
먹어보겠지만, 그도 안될 것 같았으니---.
"자, 여기 하지메군."
"....."
*
"...꺼흑."
"배부르게 먹은 듯 하군 그래."
옆자리에 앉아서는 귀여운 트림소리를 내는 하지메를 보면서
자신은 차를 운전해서 그를 집까지 데려다주려고 하고 있었다.
솔직히 이치카가 과식을 시킨 것이 있기는 했지만 자신도 한번
하지메를 배불리 먹여보고 싶었다.
물론, 이치카가 담아준 음식의 절반도 먹지 못한 것이 문제이지만---.
두번째 공기도 아니고 첫 공기에서 반도 못먹을 줄은 자신도 이치카도
예상치 못한 듯 하였으나 하지메는 본인 나름 열심히, 최대한 먹어줬다.
단지 그 양이 자신들이 생각한 것보다 적어서 문제지----.
[과식했어요---.]
"하하하....미안하다."
그렇게 멘션의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자신은 곧장 그를 집으로
향하였으나 하지메는 메모장에다가 무언가를 적어내리면서
자신에게 내밀었으니---.
[정말 동생분하고 같이 안주무셔도 되나요?
가족의 시간을 방해한 것 같은데---.]
"괜찮다. 녀석도 어린 아이가 아니니 혼자 잠자도 문제 없겠지.
거기다가 녀석도 이걸 바랄테니까...."
뒷말은 하지메에게 들리지 않게끔 중얼거리면서 집으로 들어가는 자신들은
곧장 잠을 잘 준비를 하기 위해서 각자의 방으로 향했고
방에 돌아온 자신은 곧장 이치카에게 메일을 보냈다.
뭐, 내용은 간단하였으니 그의 집에 잘 도착했다는 것과
이제부터 잘 것이라는 내용이었고 발신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답장은 왔으니 잘자라는 내용.
"후우----."
핸드폰을 내려두고서는 그대로 한숨을 내쉬는 자신은
다음주에 예정잡힌 출장에 대해서 생각해보는데 언제나처럼
카게라장으로 가는 임해학원에 대한 준비를 위한 것이었다.
뭐, 특별한 것이 뭐가 있겠냐만은 그럼에도 직접가서 상태를 확인함과 동시에
주변의 상태도 확인해보는 것.
매년 있는 일이지만 매년 해야만 하는 일이었으며
작년에는 다른 사람이 갔지만 올해는 자신이 가게끔 되었는데
사실 자신이 자진해서 간다고 한 것.
동시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집의 옷장에 잠들어 있는 수영복.
2년 전에 입었던 것을 다시 입는 것이 조금 걸리지만
아주 못 입을 것도 아니고, 그 뭐다냐... 하튼 그런 것이다.
"....새로 사는게 좋으려나?"
한번만 입은 것이지만, 그럼에도 새로 사는게 좋을지
아니면 그것을 다시금 입는게 좋을지 고민되는 자신은
과연 어느쪽이 하지메와의 관계에 도움이 될지 고민하는데---.
"새로 사는게 좋지 않겠어? 마이크로 비키니 같은걸로 말이야."
"누굴 변태로 아는거냐?"
"오빠를 뇌살시키고 싶은거 아냐? 파격적인 노출한번 해주면
곧바로 죽어버릴 것 같은데 말이지?"
"했다가는 진짜로 죽을지도 모른다."
여러의미로 하지메가 죽을 것 같다는 선택지밖에 떠오르지 않는 자신은
마리나 녀석의 말에 대답하면서 어느샌가 침대 위로 올라온 녀석을 바라보았고
녀석은 당연하다는 듯이, 그리고 익숙하게 자신의 머리맡으로 와서는 자리를 잡고선
홀로그램으로 나타나 자신과 시선을 마주하였다.
뭐랄까, 이치카나 다른 사람들에게는 소개를 못하고 있었으며
하지메에게는 소개하려고 해도 본인이 거절하고 있기에
이도 저도 못하고서는 자신하고만 대화하는 녀석이었기에
조금은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는데 도대체 언제쯤 하지메나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궁금한 상태다.
아니, 하지메를 멋지게 구할 기회가 올때 구하면서
등장할 것이라고 하지만 과연 그럴 일이 있을지 의문이지만---.
언젠가는 녀석 스스로 포기하고서는 하지메에게 모습을 나타내겠지.
"아참. 새언니 동생 나름 괜찮던데?"
"....이치카랑 만난거냐?"
"응. 물론 내가 이겼지만 말이야."
도대체 언제,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이내 그러려니 하고 넘겼으며
녀석의 말을 들어보면 둘이서 싸운 것 같은데 그 결과까지 들은 자신은
그것에 납득 할 수 밖에 없었다.
전날 녀석이 보여준 힘을 쓰는데 사용할 몸, 나카이의 스펙은
자신이 보기에도 답이 안나올 정도였다.
솔직히 전성기의 자신이 쿠레쟈쿠라를 타서 싸워도 이길 수 있을지 의문이었는데
녀석이 IS라면 어떻게든 이겼을테지만, IS코어를 사용할뿐 IS자체가 아니었기에
현실적으로 승산은 없었다.
"뭘, 새언니 자체가 나한테는 카운터라고?"
"....."
"오빠가 행복하려면 새언니라는 존재는 필수불가결.
그러니까 나는 오빠는 물론이거니와 새언니는 절대로 공격하지 않을거라고."
"그거참 다행이군 그래."
녀석의 장난기 넘치는 목소리에 자신은 농담조로 대답하면서도
이녀석이 타바네가 만들어낸 것임을 떠올리면 이 말이 진심이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녀석은 세상을 전부 적으로 돌린다고 할지라도 자신과 이치카, 호우키만큼은
지켜낼 것이라고 자신은 생각했다.
뭐, 그 과정이 엉망진창인 것은 어쩔 수 없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며
아마 이녀석도 타바네와 마찬가지겠지.
지킨다는 결론을 향해서 가기 위해서는 그 어떠한 법도 도덕성도 무시할 것이며
AI이니 뭐니 그런 것을 핑계로 삼지 않을 것 같지 않았다.
그것이 당연할터이니까.
"그건 그렇고, 이치카녀석은 어떻게 진거냐?"
"미사일은 피하기는 했는데, 그 뒤에 초음파로 공격하니까 바로 뻗던데?"
"...."
질 수 밖에 없는 공격이었군 그래.
제아무리 IS의 절대방어라도 음파를 이용한 공격에 대한 방어체계는
아직 준비가 안되었을터이니.
*
-정말이지 큰일이었다고. 갑자기 귀가 찢어질 것 같은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기절하고서 일어나니까 목전에 무기가 겨누어져있었어.-
[큰일이었겠네요.]
자신은 방에 들어오자마자 남동생분과 메일을 주고 받았는데
돌연 메일로 대화하기 힘들다고 라인을 알려주시는 그덕분에
현재는 라인을 이용해서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저녁식사 대접에 대해서는 약간의 불만을 토로할까 했지만
상대가 좋은 의도로 그런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너무 뭐라고 할 수는 없었기에
베개를 툭툭치는 것으로 끝내기로 한다.
뭐, 실제로 다 먹을때까지 못나가게 한 것은 아니었으며 맛있기는 했기에
큰 불만은 없었던 자신.
덩달아서 오리무라 씨를 제외한 다른 사람과의 식사는 반장을 제외하면
처음이었으려나? 반장하고는 학교 이외에는 잘 만나지 못했으니까....
아니, 애시당초 다른 사람과 함께 식사를 해봤자 그것은 정말로 식사를 한 것이 아닌
일과 관련된 일들의 이야기에 대한 연장선이었다.
-아참, 그러고보니 아직도 누나를 성으로 부르는거야?-
[요비스테는 아직인 것 같아서요. 덩달아서 자칫 이름으로 불렀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거나 하면 입장이 난처하실 수 있으니까요.]
-누나는 그런거 신경 안쓸 것 같은데 말이지.
오히려 성으로 불러주면 엄청 섭섭해할지도 모른다고?
단둘이 있을때만이라도 이름으로 부르는건 어때?
그리고 나도 친근하게 이치카형이라고 불러도 돼.-
남동생분의 말에 답장을 멈추고서는 고민하게 되는 자신.
상대가 허락한 것이니 이름으로 불러도 되겠지만 과연 이것은 괜찮을까?
오리무라 씨의 고백을 받았기는 하지만, 딱 거기까지.
자신은 아직 그녀와의 거리를 잘 재지 못하였다.
아니, 그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도 거리를 잘 재미 못하였다.
고아와 벙어리,라는 꼬리표가 자신에게 붙어있으니까.
누군가와 사귀거나 같이 하려고 해도 언제나 이 꼬리표들은 자신을 따라왔었으며
그로 인해서 어느샌가 곁에 있는 사람은 자신의 곁에서 사라졌다.
그나마 오래 같이 지내는 사람은 반장정도이려나?
반의 다른 사람들은 자신을 귀엽다고 말하면서 친하게 지내지만
자신이 볼때 그것은 어디까지나 마스코트나 귀여운 동물을 보는 느낌이었으며
사이토 하지메,라는 개인을 보는 사람은 아마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그건 다음 기회에 할게요.]
-아, 조금 아쉽네. 하지만 기대하고 있을테니까 꼭 불러줘.-
자신은, 겁쟁이마냥 용기를 내지 못하고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