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화 〉[IS]취중연가
"누나, 부탁이 있어."
"....갑자기 뭐냐, 그런 진지한 얼굴로."
토요일 오후, 하지메의 집에서 두었던 옷들을 몇몇개 되돌려놓으려
집으로 돌아온 자신에게 이치카는 무언가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며
곁에는 호우키 또한 자신을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드디어 곁에 있을 사람을 결정한 것일까?
늦었다면 늦은 것이지만, 이제라도 결정한 것에 안도를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자신은----.
"하지메군이랑 정식으로 사귀는건지 알려줘."
퍽!하고 녀석의 머리를 전화번호부로 내리치는 자신은
이녀석이 진지한 얼굴로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속으로 고민하면서 손으로 머리를 짚을 수 밖에 없었다.
반면, 이치카가 갑자기 쓰러지는 것을 바라보면서도 무언가 실망한 표정을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자신들의 교제의 허락을 요청하는 줄 알았던 것 같았으나
녀석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전혀 다른 것이라서 그런거겠지.
하지만 그건 그렇다치더라도 갑자기 여기서 이 질문이 왜 나온 것인지
의문이 드는 자신은 녀석을 바라보았으나 녀석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눈을 마주치는데, 꽤나 진지한 표정과 눈빛이었다.
"나는 진지해 누나. 그래야지만 모두와 진지하게 미래를 결정할 수 있을 것 같아."
"....왜그렇게까지 내 연애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거냐?"
녀석의 말에 질문을 할 수 밖에 없는 자신.
아무리 가족이라도 이녀석의 관심은 조금은 도를 넘어선 것 같았으며
하지메와 자신의 관계나 미래에 대해서 엄청나게 궁금해하는 것을
자신은 눈치챌 수 밖에 없었으며 아마 요리수업도 그러한 것이겠지.
자신은 그렇기에 이참에 확실히 하기로 한 것이었다.
녀석이 과연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만약 하지메와 자신의 관계에 대해서 훼방을 놓거나 하면
약속을 어기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어째서 이렇게까지 하는지에 대해서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으며---.
"누나가 행복해졌으면 하니까.
이게 내 진심이야. 나한테 누나는, 친누나이지만 동시에 엄마이기도 해.
세상 어느 자식이 자기 엄마가 불행해지길 바라겠어?
그러니까, 누나가 행복해지길 바라니까 물어보는거야."
"...."
갑자기 이렇게 들어오는거냐,하고 생각하는 자신은 녀석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채 침묵을 하였으나 이치카의 진지한 눈빛을
피할 수는 없었으며---.
"아아, 그가 원한다면 결혼까지 할 생각이다.
나는, 처음에는 어떤지는 몰라도 지금은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니까."
"...좋아! 그러면 나도 됐어! 호우키, 나가자!"
"에? 이, 이치카!"
자신의 대답에 만족하는 이치카는 곧장 호우키를 데리고 밖으로 나섰으며
그 모습에 망설임도 미련도 없었으니 자신은 그러한 녀석을 바라보면서
약간의 쓸쓸함이 느껴졌지만 동시에 대견함 또한 느꼈다.
뭐, 그것과는 별개로 주변의 녀석들의 마음에도 저렇게
진지하고 확실하게 행동했으면 좋겠지만---.
이부분은 자신이 관여할 부분이 아니기에 넘어가도록 하자.
그건 그렇고---.
"이 타바네씨, 감격. 잇군이, 드디어 성장을---."
"타바네."
"아, 치짱 안뇽-☆. 걱정 마, 잇군이 치짱의 곁을 떠나도 이 타바네씨는
치짱의 곁에 있어줄테니까!"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자신의 곁에서 이치카와 호우키가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타바네는 자신에게 장난치며 매달리지만
오늘은 왠지 그것이 싫지 않았던 자신은 가만히 그녀의 그것을 받아주면서
자신의 마음 또한 정리를 했다.
그가 자신이 어떠한 선택을 하더라도 받아들이기로 한 것 처럼
자신 또한 녀석이 어떠한 선택을 하더라도 받아들이기로 하였으며
타바네는 그러한 자신을 위로해준 것이겠지.
알고 있다, 녀석이 이치카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그리고 녀석도 자신이나 호우키의 마음 또한 알고 있겠지.
"....타바네. 나를 배려해주지 않아도 된다."
"치짱?"
"나는 이미 내 마음이 가는 사람을 찾았다. 사랑하는 이를 찾았다.
그러니까 너도 네가 원하는 사람의 사랑을 얻으려고 해라.
단, 다른 사람을 괴롭히거나 하지 말고 오직 너의 마음만을 전하도록 해라."
자신은 그렇게 말하면서 짐을 챙기고서는 집을 나섰다.
그래, 이것으로 된 것이다. 친구에게 해줄 말도, 가족에게 해줄 말도.
등뒤에서 타바네가 놀란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겠지만 자신은 발을
멈출 생각이 없었으며, 자신이 원하고 가고싶은 곳으로 향하기로 했다.
집에서 집으로, 있었던 장소에서 있을 장소로.
*
오리무라 씨가 나선 뒤의 집에 혼자 남아있는 자신은
컴퓨터를 만지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드는 자신.
뭐랄까, 공허함이랄까? 외로움? 쓸쓸하기도 하고...
이전에는 이러한 것들이 당연하다면 당연하였으며
그닥 느끼지 못했던 것인데 어째서인지 지금은 너무나도 크게 느껴졌다.
동시에 드는 생각은---.
"실례하마."
한편, 현관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와 함께 자신은
컴퓨터를 하던 손을 멈추고서는 다시금 몸을 돌려서
현관쪽으로 나가니 그곳에는 미소로 자신을 반겨주는 오리무라 씨가 있었으며
자신 또한 그녀에게 미소를 지어드리며 반겨드렸다.
동시에 들던 이상한 느낌은 사라졌으며 편안함이 느껴지는 자신은
그대로 그녀에게 들려진 짐을 들어드리려했으나
오리무라 씨는 괜찮다고 하면서 오후에는 뭘 할지나 생각해보라고 하시며
방으로 향하시는데, 그것에 자신은 일단 DVD영화 보기는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는 자신은 과연 어떠한 것을 할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과연 어디가 좋을까? 오리무라 씨는 교사이시니 무언가 조용하고 한적한 곳이 좋을까?
아니면 무언가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을만한 곳?
운동에는 자신이 없지만, 그래도 오리무라 씨를 위해서라면----.
"뭘 그렇게 고민하는거냐?"
[오리무라 씨.]
그러던 찰나 자신을 등뒤에서부터 안으시는 오리무라 씨는
자신을 내려다보시면서 말을 걸어오셨으며 자연스럽게
얼굴을 들어올려서 그녀를 바라보는 자신의 얼굴.
동시에 풍겨오는 라벤더 향기는 자신의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었으며
그것에 자신은 방금까지 하던 고민이 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뭐, 가고싶은 곳이 없다면 집에서 오늘도 낮잠이나 잘까?"
[어디가고 싶은 거 아니셨나요?]
"무얼, 학생들을 가르키는 것은 생각보다 꽤나 중노동이다.
오히려 주말에는 아무것도 안하고 쉬고 싶을 정도이니
너와 함께 낮잠이나 자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겠지."
그렇게 말하시면서 자신을 데리고 어제와 동일하게
거실로 향해서 낮잠을 주무시려는 오리무라 씨였으나
자신은 그것에 무언가가 떠올랐으며 곧장 그녀를 막아세웠다.
동시에 메모장에 글을 적어서 그녀에게 건낸 자신은
곧장 방으로가서는 매트를 꺼내와서는 바닥에 깔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부터 체조를 할 생각은 아니었으며 지금 하려는 것은---.
"하,지메...정말 괜찮은거냐?"
[네, 괜찮아요!]
매트를 툭툭치면서 오리무라 씨가 그곳에 눕길 권유하였으며
그것에 미심쩍은 듯한 표정으로 그곳에 엎드리시는 오리무라 씨.
직후 자신은 그런 오리무라 씨의 위로 올라가서는----.
[아프면 말씀해주세요.]
"아, 아아---."
등을 눌러드리기 시작했다.
중노동을 겪으면 몸의 근육이 뭉쳐서 힘들어하실게 뻔하였기에
마사지를 해드리기로 한 자신은 그녀의 등을 열심히
손으로 누르거나 두들기는 등, 그녀의 뭉친 근육들을 풀어드리기
위해서 계속해서 힘을 주며 노력했다.
그리고 바닥에 엎드리신 오리무라 씨는 자신의 마사지가
마음에 드는 것이신지 시원하다는 표정을 보여주고 계셨으며
자신은 그것에 더욱 힘을 내서는 그녀에게 마사지를 하기로 했다.
사실, 오리무라 씨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동생분이 어떻게
자신의 메일 주소를 알아내신 것인지 모르지만 어느날 자신에게
메일로 오리무라 씨께서는 마사지를 해주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해주셨으며
몇가지 방법을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으으음---."
그리고 자신이 하는 것이 효과가 있는 것인지
기분 좋은 소리를 내주시는 오리무라 씨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과 함께 동생분에게 메일의 답장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
"으으음---."
좋은 느낌이라고 생각한 자신은 등을 누르는 하지메의 마사지에
근육들이 풀리는 느낌과 함께 그의 손으로 전달되는 온기를 느꼈다.
힘의 세기가 약간 모자르지만 그것을 그는 여러분 누르는 것으로 해결하고 있었으며
오히려 너무 강하게 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약하지만 여러번 하는 쪽이 기분이 좋은 자신.
이치카에게도 자주 마사지를 받기는 했지만 하지메녀석의 것도 나름 기분이 좋군 그래.
힘의 세기는 다르지만, 그래도 충분히 기분이 좋은 것은 같으니까.
그렇게 한참을 자신의 등을 마사지 해준 하지메는 자신에게 다 끝났다면서
메모를 보여주었으며 자신은 한결 가벼워진 몸을 느끼면서
하지메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다음에도 해드릴게요.]
"아아, 기대하마."
다음이 언제일지 기대가 약간은 되는 자신은 하지메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다시금 그와 함께 낮잠을 자기로 했는데
어제와는 다르게 마사지를 통해서 풀려진 몸은 노곤함이 몰려왔으며
지금 당장이라도 낮잠에 빠질 준비가 되어져 있었다.
그렇게 자신들은 다시금 거실에 깔린 매트 위에 누워서는
사이좋게 서로 끌어안은채 낮잠에 빠져들었으니
무척이나 평화로운 오후라고 자신은 생각했다.
"...."
마리나 녀석, 설마하니 이것도 찍진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