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화 〉[IS]취중연가
"----."
눈이 반쯤 감겨져있는채로 잠에서 깨어나는 자신은
코끝에서 느껴지는 라벤더향기에 안도감을 느끼면서
고개를 조심스럽게 들어올리자 보이는 것은 잠을 주무시고 계시는
오리무라 씨였으며 그것에 자신은 좀더 그녀의 품안으로 파고 들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아무래도 좋았다. 그래, 이 말이 가장 적당하리라.
처음 만남은 최악의 최악이었지만, 그럼에도 의지가 되는 사람이었으며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오리무라 씨이리라.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녀의 라벤더향을 맡으면서
천천히 눈을 감아서 다시 수마에 빠졌다.
*
"-----."
"이, 일어났나---."
자신은 어색함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그에게 인사를 하였으나
하지메는 당혹스러워 하는 표정을 지우지 못한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 본인의 상의가 탈의 된 것에 의문을 품은 것이겠지만---.
"아, 아니 어제 너가 실수로 내 맥주를 마셨는데
그걸로 너는 만취했고 그때 스스로 벗은거다."
"...."
자신의 말에 고개를 돌리는 그는 아직 덜치워진 거실의 맥주캔과
스스로 마시던 음료수캔을 발견하고서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으며
의심을 거두었---에?
"저, 하지메?"
[왜그러세요?]
"그...믿어주는,거냐?"
이전이라면 경계를 하던가, 의심이라던가를 하였을터인 그였지만
어째서인지 너무나도 쉽게 자신을 믿어주고 있었다.
분명 이것은 좋은 일이었다. 그래, 이것은 분명 자신에게는 너무나도
좋은 일이었지만 이전과 다른 그의 모습에 잠시 당황하는 자신.
하지만 그러한 자신과는 다르게 메모장에 무언가를 적어내리기
시작했으며 이내 그것을 자신에게 내밀어주는데---.
[믿을 수 있으니까요. 아니면 싫으신건가요?]
"아니, 절대로 아니다."
자신은 그의 말에 곧장 대답을 하였으며 하지메는 그것으로 된거라 하면서
거실의 빈 맥주캔을 정리하기 시작하는 한편 자신은 주방으로 향해서
아침의 준비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자신의 요리실력이 그리 좋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직접 요리를 해야하는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하지메가 본인의 식사를 거의 간편식으로만 하는 것이었는데
녀석은 그것으로 가장 적당하면서 다른 식사는 안하기에 자신이 반강제적으로
주방에서 식사를 챙겨주는 편이었지만---.
[말할거라도?]
"....아니."
안타깝게도 전혀 키가 클 생각을 하지 않는 그의 모습에
자신은 무언가 미안한 감정을 느끼었으나 그것은 그것, 이것은 이것.
키가 안큰다고해서 식사를 건성으로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기에
식사를 챙겨주기 시작한 자신이었다.
반면 하지메는 어젯밤에 보았던 영화 DVD들과 자신과 본인이 먹은 캔들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그가 캔을 들어올리는 것을 보자마자 떠오르는 것은
어제 자신에게 만면의 미소를 보이면서 웃어주는 그의 모습이었다.
만취상태였지만 그 모습의 파괴력은 상상 이상.
물론 다행이 버티어냈지만 그래도 위험하였던 것은 변함이 없었으며
자칫 잘못했다가는 다시금 그를 덮쳐버릴뻔 했다.
"아참, 하지메. 머리는 괜찮나?"
[조금 어지럽지만 그럭저럭이요.]
숙취가 아주 없지는 않은 것 같군 그래.
하지만 뭐, 별 문제 없어보이니 다행이려나?
심한 경우에는 다음날 헛구역질이나 시체처럼 지내는 사람도 있는데
그는 그렇게까지 심각한 정도는 아닌듯 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신은 오늘은 뭘하면서 지낼지 생각을 하면서
생선을 구우면서 하지메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자
가슴 한켠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는데--.
"하지메."
[네?]
"사랑한다."
"----!!"
자신의 남자친구는 너무나도 귀엽다.
흐음...그런데 생각해보면 결혼식에서는 역시 하지메가 드레스를 입는게 좋겠지?
둘다 드레스를 입는 것도 방법이라면 방법이지만, 자신으로써는
하늘하늘거리는 옷은 영 취향이 아니었기에 조금 꺼려지는 일.
반면에 하지메는 엄청나게 잘 어울릴 것 같은 생각이 들었으나
동시에 그 역시 자신가 마찬가지로 그것이 싫으면 어떻게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그건 그때가서 생각하기로 하자.
지금은 우선 요리하는데 집중하기로 하였다.
*
"....용캐도 참았네."
자신은 인근의 CCTV를 해킹하여서 새언니와 오빠의 모습을 확인하고 있었는데
새언니의 인내심에 다시금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AI인 자신은 몰라도 다른 사람들이라면 이미 오빠를 열번은 넘게 덮쳤을텐데
용캐 이성을 유지하면서 버티고 있는 새언니.
뭐, 만취상태에서 이미 거하게 덮치셨기에 그런 것도 있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대단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반면 오빠도 대단하다면 대단하네. 맥주 그렇게 많이는 안마셨는데
만취상태에 돌입하는 것이나 주사가 탈의라니---.
"오빠한테는 절대 술 주지 말아야지."
그래, 남들앞에서 그런거 하면 큰일난다고 오빠.
새언니나 내 앞에서는 그래도 되지만 다른 사람 앞에서는 안된다고.
오빠의 속살을 보는건 엄마라고 해도 허락 못하니까.
아니, 엄마는 관심 없으시려나?
뭐, 그건 넘어간다고 치고 이제부터 뭘해야할까---.
Rrrr---Rrrr---.
"음?"
그러던 찰나 울리는 통신음에 자신온 오빠와 새언니를 지켜보던 것을
멈추고서는 통화를 걸어온 상대를 확인하고서는 미소가 지어지는 것을
느꼈으니, 자신이 시키는대로 일을 잘한 멍멍이군이 있었기 때문.
자신은 미소가 걸리는 것을 느끼면서도 전화를 받았으며
동시에 상대는 곧장 자신에게 말을 걸어왔으니----.
「뉴스, 봤지?」
"아아, 너무나도 잘해줬다고? 정보나 교통편을 마련해주긴 했지만
생각이상으로 잘해줬다고? 아 돈은 이미 보냈다고?"
「빠르군.」
"그러면 난 이만? 잘해보라고 J.T.R씨?"
툭,하고 끊어지는 연락에 자신은 불만을 살짝 표하지만
아무래도 좋을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 돼지새끼를 죽이는데 나카이를 움직였다가는 너무 눈에 띄기에
적당한 사람을 찾으려던 도중에 발견한 '그'에게 먼저 연락을 걸어서
몇마디 해주니까 알아서 움직여주더라.
그건 그렇고 뉴스도 센스가 아주 없지는 않은 것 같네.
J.T.R이라니, 고전적인 것 같으면서 센스 좋네.
한편, 자신은 새언니와 오빠가 있는 집으로 시선을 돌리자
보이는 것은 식사 중 인 둘의 모습이었으며 그것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훈훈해지는 것을 느꼈----.
"아, 실외기 위에 있어서 뜨거워진거구나."
더운건 싫으니 내려가야지.
*
식사를 마친 자신은 식기를 정리하는 한편 하지메는
어디서 꺼내온 것인지 모를 매트를 거실에다가 깔기 시작하였으니
갑자기 그것을 뭐하러 까는지에 대해 의문이 드는 자신.
반면에 하지메는 그것을 깔자마자 곧장 그 위에 올라가서는
스트레칭같은 것을 하기 시작했으며, 돌연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가지.
그것은 옛날에 유행했던 키크는 체조,라는 것이었는데 글자그대로
하면 키가 크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대략 1,2CM정도이고 크게 눈에 띌 정도로
키가 큰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
뭐 몸을 안움직여서 굳거나 하는 것보다는 저렇게 움직여주는게
좋기는 하다만----.
"...."
뭐랄까,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살짝 복잡한 일이로군 그래.
저렇게까지 키가 크는 것을 바라는 하지메의 노력은 분명 응원해줘야겠지만
동시에 그의 키가 안자랐으면 하는 바램이 마음 한켠에 존재하고 있었으니...
"---?"
"도와주마."
일단은 도와주는게 좋겠지. 구태여 진실을 말해줘서 그에게
상처를 주는 것보다는 조용히 비밀로 덮어두면서 그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어른으로써 할 일이라고 생각한 자신은
매트 위에서 그의 등을 누르면서 그의 스트레칭을 도와주기 시작했으며
그는 그것에 진심으로 고마워하면서 이어서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기서 한가지, 자신은 한가지 크나큰 사실을 하나 잊고 있었으니
바로 그가 입고 있는 복장의 방어력에 관한 것이었다.
무척이나 헐렁한 상의와 마찬가지인 돌핀 팬츠를 입은 그였으며
멀리서는 몰랐지만 가까이에서 보자 보이는 그의 속살들.
"므읏?!"
"---?"
"그, 하, 하지메. 조금 옷이 큰거 아니냐?"
그것에 자신은 저도 모르게 이상한 소리가 나왔으며 그것에
하지메가 고개를 돌리는 것에 조심스럽게 질문을 하는 자신.
[아, 나중에 클때 입어도 문제없게끔 산거에요.]
"그, 그렇구나---."
안돼. 흔들려서는 안돼. 번뇌퇴산 번뇌퇴산.
자신은 머릿속에서 기어나오려고하는 욕망을 어떻게든
떨쳐내기 위해서 머릿속으로 다음주에 할 일들에 대해서
생각을 하면서도 하지메의 스트레칭을 도와주었다.
하지만 전날 처럼 또 갑자기 그를 끌어안거나 하지는 않았으니
만약 다시 그러면 삐질 것이 뻔했으며 자신과 눈도 안마주칠테니까---.
"...."
아니, 잠깐만. 그것도 조금은 귀여울지도?
순간 머릿속에 떠오르는 삐진 하지메의 모습을 떠올리는 자신은
그의 그런 모습도 귀엽다는 생각이----.
"흐읏---."
"비, 비겁해...."
"---?"
거기서 그런 야릇한 신음 소리는 반칙이다, 하지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