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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화 〉[IS]취중연가 (38/139)



〈 38화 〉[IS]취중연가

"크학!"

어둠이 짙게 깔린 밤사이 어느 거대한 저택의 집에서
울리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쓰러지는 거구의 사내와  사내의 등뒤에서
겁을 지레 먹으면서 뒤로 물러나는 늙은 남성.


바닥에는 피가 흐르는데 평상시라면 역정을 내면서
무어라 따졌을 늙은이는 눈앞의 상대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저으며 다가오지 말라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늙은이의 앞에 있는 자는 입과 코를 가리는 마스크를
쓴채 아무런 감정이 보이지 않는 눈으로 본인의 앞에 있는 자를
바라보면서 손에  나이프를 흔들었다.
조금전, 바닥에 쓰러진 거구의 사내를 죽여버린 그것에는 피가
아직 흐르고 있었으나 그 날카로움은 변하지 않은채였다.

"궁금하지? 너가 왜 이런 일을 당해야하는지 말이야?"
"사, 살려, 살려줘. 도, 도, 돈이라면 얼마든지."
"삐이. 오답."

서걱,하는 고기가 잘리는 소리와 함께 늙은이의 목을 빠르게
그어버리는 칼날에 손을 들어올려서 자신의 목을 감싸는 늙은이.
하지만 그런 그의 손에서 흘러나오는 피는 그의 노력이
아무런 소득을 내지 못한다는 것을 알리고 있었으며 늙은이를 바라보면서
살인범은 눈높이를 맞추며 말했다.

"이어서 말하자면, 이 일을 당하는 이유는 하나야.
너가 쓰레기라서,라는 정말 단순한 이유."
"커, 커헉---. 커헉----."
"아, 물론 이것처럼 편하게 죽여주지는 않을거야.
너는 조금 괴로워야하거든."


읏샤,하고 몸을 일으키는 살인범은 그대로 몸을 돌려서
유유히 살인 현장을 떠났으며 그가 떠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늙은이는  숨이 끝났다.

*

"실례하마. 하지메."


방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자신은 컴퓨터로 하고 있던 작업을
멈추고서는 방을 나와서 현관쪽으로 향하자 보이는 것은
꽤나 피곤해보이는 오리무라 씨가 보였으나 자신에게
힘든 티를 내지 않기 위해서 애써 미소를 지으시고 계셨다.

아마 자신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으신 것이시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신은 그녀의 손에서 가방을 건내받았으며
자신에게 가방을 건내주신 오리무라 씨는 신고 있는 구두를
벗으신 뒤에 함께 거실로 향하셨다.

몇일전, 병원에서 퇴원한 뒤에 매일같이 자신의 집으로
오고계시는 오리무라 씨였는데 자신이 걱정되어서 오시는 것이고
자신의 몸이 다 나을때까지 오신다고 하셨다.
덩달아서 짐을 어째서인지 자꾸만 가져오시는 것에 자신은
사용하지 않는 방 중에 하나를 내어드릴 수 밖에 없었다.


"합방은 아직인가?"
[네?]
"아, 아니다. 그건 그렇고 저녁은 먹었나?"
[네, 챙겨먹었어요.]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면서 자신은 오늘 먹은 간편식의 빈용기를
보여드리면서 그녀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면서
미소를 보이지만 안타깝게도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오리무라 씨는 그것에 자신의 머리를 톡,하고 손날로 내리치셨다.


"그걸로는 식사를 했다고하는 게 아니다.
좀더 제대로 된 식사를 해야 몸에 영양소가 충분히 공급된다고
내가 누누히 말해줬잖나?"
[하지만 이게  알맞다고요.]

오리무라 씨의 말에 항의를 하는 자신은 메모장을 내밀면서
자신에게는 이미 충분한 양이라고 따졌으나 안타깝게도
그녀에게는 통하지 않는 것인지 샤워를 하고 나온 뒤에 밥을 해주신다 하셨다.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키신 뒤에 돌아오시고서 다시 식사준비를 하는 것은
꽤나 고역이라고 생각하는 자신.

하지만 그러한 자신의 생각과는 별개로 오리무라 씨는 어떻게 해서든
자신에게 제대로 된 식사,라는 것을 시켜주시고 싶어하셨으며
남동생이신 이치카형에게 요리수업을 계속해서 받고 계시는 듯했다.

물론 다른 사람이 자신을 위해서 요리를 해주는 것은 무척이나
기쁘고 좋은 일이지만 그것으로 인해서 상대가 힘들어하는 것은
보기 싫었던 자신은 어떻게 해야하나, 잠깐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오리무라 씨가 만들어주는 식사를 먹으면 과식을 하게 될 것이 뻔했으며
그녀 또한 무척이나 피곤한 상태로 밖에 보이지 않았기에
주방에서 그녀가 무리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은 자신.


하지만 자신이 하지 말라고 말해봤자 그녀는 분명
자신의 의견은 묵살한채 요리를 할 것이 뻔하였으며 조금 전에도
샤워를 마치신 뒤에는 곧장 요리를 하려고 하셨다.

"...."


이렇게  이상  수 밖에 없는걸까,하면서
자신은 집안에서 체조를 할때나 잠잘때 입는 복장으로
갈아입고 나와서는 거실에 앉아 오리무라 씨가 나오시길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옆구리에 있는 부상이 완치되지 않았기에
체조를 하는 것은 무리였으며 그로인해서 키가 크지 않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었다.
아니, 지금은 이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지.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옆에 두고있는 베개를
품안에 끌어안기 시작했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밖으로 나오신 오리무라 씨는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시면서
주방으로 걸어가고 계셨는데---.


"잠시 기다려라 하지메. 오늘은 생선을 구워볼---."
[오늘, 같이 자면 안될까요?]


그것에 자신은 곧장 베개를 품안에 안고서 메모장을
오리무라 씨에게 내밀면서 그녀가 주방으로 향하지 못하게 했다.
물론 이렇게 하면 그녀도 밥을 못먹는게 아니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녀가 돌아오는 시간은 매번 8시를 넘겼으며 IS학원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오신다는 것으로 기억하기에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문제였으며
가장 중요한 오리무라씨를 막는다는 것은 자신이 직접해결해야하는 일이었고
자신이 내민 메모장을 읽으신 오리무라 씨는 기분이 좋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셨으나 주방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같이 자는 것은 동의하지만 요리는 해야한다는 것이며
자신에게 간편식이 아닌 제대로 된 요리를 먹여주겠다는 것인데----.

[치후유 누나, 안돼?]
"크윽---."


창피하기는 하지만, 막아야했다.
그렇기에 자신은 미리 준비해두었던 메모장을 보여드리면서
동시에 그녀를 올려다보자 무언가 괴롭다는 듯이 자신을 향해서
괴로운 목소리와 표정을 짓는 오리무라 씨.

하지만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었다.
여기서 물러나게 된다면 분명 그녀는 주방으로 향할 것이
자명했기에 자신은 조금은 창피하지만 그대로 그녀의 품안으로
들어가서는 곧장 얼굴을 부비었으며----.

"쿨럭---."
"!?"
[괜찮으세요?!]

갑작스러운 그녀의 각혈에 놀라서 메모장에다가 날림채로
그녀의 상태를 확인하지만 오리무라씨는 괜찮다고 말하면서
손을 뻗어 자신을 뒤로 물러나게 하였으며 입을 한번 닦아내리셨다.


"....하지메. 그런 기습은 자제해주었으면 한다."
[네---.]


자신에게 내려지는 주의 아닌 주의에 자신은 대답을 하였으며
오리무라 씨는 그러한 자신의 모습에 미소를 지으시더니
곧장 본인의 방으로 자신을 데리고 들어갔다.

몇일전부터 그녀의 짐이 하나둘씩 쌓이는 그곳은
이제 창고로 쓰기에는 무리가 있는 느낌이었으며
애시당초 오리무라 씨가 물건을  것 같지가 않았기에
사실상 그녀의 방으로 고정되어버린 상태.


그리고 그 방의 한켠에 놓여진 싱글 사이즈의 침대로
자신들은 향했으나 언제나 그러했듯이
혼자 자기에 적합한 그곳은 자신이 아무리 작아도 두명이서 누워서는
잠자기에 무리가 있었다.

"후후훗."
"----."


자신을 품안에 끌어안으면서 무척이나 기뻐하시는 오리무라 씨와
그러한 그녀의 품안에 안겨서는 잠을 청해야하는 자신.
오리무라 씨는 자신과 함께 자는 것이 그리도 좋으신듯 했지만
자신으로써는 조금은 답답하다는 느낌이 있었으며 덩달아서
그녀의 허그는 무척이나 강렬해서 도중에 빠져나간다는 선택지가 없었다.


반면, 그녀의 품안에 안겨진 자신은 그녀의 따스한 온기와 함께
그녀 특유의 라벤더향기를 맡으면서 마음이 안정을 찾는 것을 느꼈고
침대에서 사이좋게 잠을 청하기 시작했다.


내일도 오리무라 씨는 출근하시며 자신은 개교기념일이라고 쉬지만
그럼에도 그녀를 배웅하고 싶다는 생각에 같이 잠자기로 한 것.

"아, 하지메. 한가지 부탁이 있는데 괜찮은가?"

그러던 찰나 돌연 기억이 났다는 듯이 자신에게
말씀하시는 오리무라 씨의 말에 고개를 들어올리는 자신이었으며
자신과 눈을 마주한 그녀는 미안하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셨다.


"학원의 컴퓨터가 조금이상해서 그런데 와줄 수 있나?"
[제가 도와드릴  있다면, 네.]
"고맙다. 갑자기 컴퓨터가 안되서 곤란했는데 업체는 좀 걸린다고
하길래 걱정하였었다."

자신을 향해서 미소를 지어주시는 치후유씨는 고맙다고
말씀하시면서 자신을 끌어안으셨으며, 그것에 자신 또한 메모장으로
괜찮다고 말한 뒤에 그대로 잠을 청하기로 하였다.

사이좋게 서로를 끌어안고 잠을 청하는 자신들의 모습은
다른 사람들이라면 위험해보이거나 답답해보일지 모르겠으나
자신은 무척이나 만족하고 있었다.

매일같이 오리무라 씨가 오셔서 과식이나 괴식을 저지르시지만
그럼에도 누군가가 와서 자신과 함께 해준다는게 자신으로써는 기뻤다.

[고마워요, 오리무라 씨.]
"고맙다면 이름으로 불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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