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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7화 〉[IS]취중연가 (37/139)



〈 37화 〉[IS]취중연가

"아...그, 미안하다."


수술이 끝난  다음날 병원에서 퇴원하는 자신은
곁에서 자신에게 사과하고 계시는 오리무라 씨에게
시선한번 보내지 않고서 계속해서 집으로 걸어가기로 했다.


처음에는 본인의 차로 태워다 준다고 하셨었으나
그것을 거절한 자신은 보도를 걸어가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멘션으로
향하였으며 그녀는 그러한 자신의 뒤를 재빠르게 따라오시는 상태.
자신을 향해서 계속해서 이야기하시는 오리무라 씨였으나
평상시라면 대꾸라도 해드렸을테지만 지금은 전혀 그러지 않았다.

그러면서 동시에 목덜미에 붙인 반창고를 조심스럽게 손으로
쓰다듬는 자신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면서
어제 있었던 일이 떠오르려는 것에 얼굴을 크게 저으면서
잡념을 털어내었으며, 오리무라 씨를 한번 바라보았다.

난감한 얼굴을 지으시면서 자신을 계속해서 바라보는 그녀는
자신과 한번 눈이 마주치자 기뻐하시지만 이내 고개를 돌려서
앞을 바라보며 걸어가자 풀이 죽으시는 얼굴을 하셨으며 그것에
순간 마음이 흔들릴 뻔했지만 이내 독하게 마음 먹는 자신.


그래, 어제 자신이 먼저 그....키스를 해드리기는 했지만
말을 못하는 자신이 가장 확실하게 전할 수 있는 방법이었기에
오리무라 씨에게 기습을 한 것이었다.
처음으로 주변의 상황이나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한 것이 아닌
자신의 마음이 이끄는대로 한 일이었는데, 어쩌면 처음하는 것이었기에
실수를  것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하, 하지메---."
"----."

다시금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도 자신은 시선을 돌리지 않은채
앞만을 바라보면서 걸어가고 있지만 옆에서 진심으로
미안해하고 있는 오리무라 씨의 모습을 계속 두고 있자니
괜스레 죄송스러워지기 시작하는 자신.

주변에서는 무어라 생각할지는 모르겠다.
화난 동생을 달래는 누나? 아니면 어린 남자에게 실수를 한 것에
어떻게든 신고를 당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회인?
글쎄, 솔직히 어떻게 보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정말, 미안하----."
[아무리 그래도 30분동안 키스하시는건 심했어요.]


숨막혀 죽을 뻔한게 한두번이 아니었던 자신은
이제서야 메모장에 글자를 적어서는 그녀에게 내밀었다.
그래, 5분도 10분도 아닌 장장 30분 동안 자신에게 키스를 하시면서
마구잡이로 끌어안은 그녀였다.

물론 자신이 그녀의 고백을 받아준 것에 기뻐하시는 것은
고마웠고 그 기쁨에 주체를 못하셔서 그러신 것은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정도가 있어야하는 것 아닌가?
덩달아서 목덜미는 왜 깨물고 빨으신 것인지----.


덕분에 빨갛게 상처난데다가 남들에게 보여주기도 민망한 위치라서
반창고로 가린 상태지만 가끔가다가 간지러워서 저도 모르게
손이 올라가버리는 상태.

"저, 정말로 미안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여기서 집까지 걸어가는  무리다."
"...."

확실히, 역에 도착하고나서야 자신이 꽤나  곳까지 온 것을 알았으며
전철을 타고가면 못해도 세번은 갈아타야하는 것을 노선도를 보고서 알아차린 자신은
곁에서 난감해하시는 오리무라 씨를 향해서 조심스럽게
시선을 돌렸으며, 오리무라 씨는 자신의 행동에 일말의 희망을 품기 시작하셨다.


"그러니, 차로 태워다 줄테니---."
"....."


자신이 짜게 식은 눈으로 바라보는 것에 아무것도 못하시는 오리무라 씨.
뭐, 이정도면 충분히 반성하셨을테니까 이제 용서해드릴까?
더이상은 자신도 화내기 힘든데다가 솔직히 세번이나 전철을
갈아탈 정도로 자신의 체력은 좋지 못하였고 상처가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신은 메모장에 글을 적어서 오리무라 씨에게 내밀었다.

[다음에도 그러시면, 진짜 화낼거에요.]
"고맙다."


*

삑,하는 소리와 함께 열리는 출입문에 자신은 하지메와 함께
집안으로 들어갔다. 오래간만이라면 오래간만인  곳.
겨우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도 엄청 오래간만인  같은 이곳으로
들어오니 무언가 안심이 된다고 할까? 집에서 느끼던 것을
하지메의 집에서 느끼게 되었다.

[잠시 쉬고 계세요. 저는 방에 좀 갔다 금방 돌아올게요.]
"아, 응. 알았다."

한편, 하지메는 그렇게 방안으로 들어갔으니 아무래도
옷을 갈아입고 나오려는 것이겠지.
납치된 이후로 계속해서 입고 있던 옷이었으니...

"푸하----힘들다."
"슬슬 하지메한테 너를 소개시켜줄까하는데, 어떠냐 이번에 하겠냐?"
"아 무리무리. 지금은 안돼. 나중에 오빠 한번 구해주게 될때 멋지게 등장할거야."

한편, 주머니속에 있던 마리나는 하지메가 사라지고 나서야
나타났으나 자신의 제안에도 거절하고 자신의 정체를 숨기려고 하고 있는데
전에 녀석이 말한 이유가 이해는 가기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정도로 숨길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그녀가 타바네에 의해서 만들어졌다고는 해도
하지메가 그런 그를 무서워할 것 같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자신.
그러나 그럼에도 한사코 거절하면서 히어로로써 등장하려는 마리나의 모습에
자신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면서 물러날 뿐이었다.


한편, 자신은 조심스럽게 주방의 냉장고로 향해서는
문을 열어서는 빠르게 냉장고 내부를 촬영하고서는
이치카에게 메일을 보내놓았으니, 잠시 후 이치카는 지금 당장
이곳으로 오겠다는 메일을 남길 뿐이었다.

"이녀석도 상당한 중증이라면 중증이군 그래."
"남매가 특이한 것은 똑같나보네?"
"뭐, 가족이니 그런 것이겠지."


마리나의 말에 대답하면서 거실로 돌아온 자신은 조심스럽게 소파에 앉으면서
주변을 살펴보는데 전부터 느끼기는 했지만 정말 살풍경스러운 집안내부.
물론 그의 특수성을 생각해보면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필수적인 가구를 제외하면 정말 집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솔직히  소파나 집안에 있는 몇몇가구도 그가 산 것이 아닌 멘션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까지  정도로 살풍경하는 느낌이
들었으니, 마치 있어야 하니까 가져다 놓았다라는 느낌이 드는 집안.
그러한 집안을 둘러보는 자신은 이내 할 것이 없어져버린 것에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지메는 방안에서 아직 나오지 않았으며 이치카는 오려면 한참 걸릴 것이라고
생각되었기에 마리나와 무언가를 해보려고하였으나
어느샌가 사라진 그녀는 본체를 건드려봐도 나타나지 않았다.


"갑자기 어디간거지?"


조금전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던 녀석이 사라지자
혼자서 무언가를 하려고 하여도 할만한 것이 떠오르지 않는 자신은
거실을 둘러보다가 보이는 서적무리와 함께 이내 한가지 떠오른 것이 있었다.


그것은 그도 남자이니 여성취향이라는 것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
솔직히 말하자면, 이치카의 취향에 대해서 어느정도 아는 자신이었으며
녀석이 위험한 취향에 빠지지 않게끔 몰래몰래 유도를 하였는데
하지메 또한 무언가 여성에 대한 환상이나 취향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도달하게 되었다.

아니, 솔직히 그가 자신의 고백을 받아주기는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고백을 받아주었던 것일뿐
자신이 그의 여성취향에 적합한 것과는 별개의 이야기가 아닐까?

그렇게 거실에 쌓여져있는 서적무리인 잡지를 향해서
손을 뻗어서 그것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자신이었으나
안타깝게도 그곳에 있는 것은 컴퓨터나 프로그램에 관련된 전문잡지였으며
연애인이나 그런 쪽의 잡지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니, 여성취향은 둘째치고 그의 취미에 대해서도
전혀  수 없는 부분이었으며 혹시 그의 프로그래밍 능력이
취미를 근간으로 두고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여성취향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이번에 그에게 고백을 해서였지만
생각해보면 그와 함께 서로에 대해서 알아가기 위한 대화를 한 적이
없다는 것을 떠올린 자신.

"으음, 큰일이군 그래."

돌연히 떠오른 그것에 자신은 큰일이라고 중얼거리면서
언제 한번 서로 시간을 내어서 이야기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백을 주고받은 사이였는데 서로에 대해서 아는 것은 집주소와 이름, 나이와 직업 정도.
좋아하는 음식이라던지 취미라던지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연인이라니---.
무언가 이상한 커플이라는 것이 자신 스스로에 대한 평가였다.

톡톡.
[무슨 고민을 그리 하세요?]
"돌아왔나?"


자신을 건드리는 것에 고개를 돌리는 자신은 하지메가 메모장을 들고서는
곁에 서있는 것에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반겼으며, 자신의 생각대로
옷을 갈아입은 그의 복장을 한번 확인해보았다.


반팔티 하나에 돌핀팬츠를 입고 있었으며 언제나처럼
꽁지 머리를 하고 있는 그의 모습은 정말로 그가 남자인지에 대해서
의문을 품게 만들 수 있을 정도였다.

덩달아서 선이 원체 가는 그가 저것들을 입고 있자
무언가 묘한 매력이 뿜어져나오고 있었으며, 그것에 자신의 욕망이
존재감을 표출하면서 움직이려고 했으나 이성이 그것을 간신히 막아세웠다.

"잘 어울리는군."
[감사해요. 잠시만요.]


자신의 칭찬에 감사를 표하는 하지메는 그대로 주방으로 향해서는
쟁반에다가 마실 것과 화과자를 꺼내왔으며 자신을 대접하였다.

"이건, 전에 사다준 그것이로군."
[혼자서는 간식을 잘 안먹어서요.]

자신의 말에 어색하게 미소를 짓는 그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신은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서 그가 내온
우롱차를 한 모금 마셨----.
아참. 잊을 뻔 했군.


"하지메."
[네?]
"사랑한다."


아, 얼굴 빨개졌다.
자신의 갑작스러운 사랑한다는 말에 순식간에 얼굴을 붉히는 하지메의 모습을
귀엽다고 생각하는 반면 그는 자신의 앞에서 그대로 얼굴을 붉힌채 고개를 푹 숙이고서는
아무런 반격을 못하고 있었으며 이 상황은 이치카가 로비에서
자신에게 전화를 하기 전까지 계속 유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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