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화 〉[IS]취중연가
하지메에게 줄 펜과 메모장을 챙기기 위해서 나가려 했으나
덜컹거리기만 하고서 열리지 않는 문에 자신은 잠깐의 난감함을
느끼면서 이게 왜이러는 것인지 생각을 하다 이내
이런 짓을 할 녀석에 대해서 떠올리고 말았다.
마리나 녀석은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는 자신이었지만 이내 계속해서
문을 열려고해도 열리지 않는 문에 다시금 몸을 돌려서
하지메의 곁으로 되돌아갔다.
"???"
"아, 아니 누가 장난을 친 것인지 문이 열리지 않아서 말이다."
하지메는 나가려고 하던 자신이 나가지 않는다는 것에
의아함을 느끼면서 이제는 어느정도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인지
자신을 향해서 얼굴을 돌린채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마치 강아지 같은 그 모습에 귀엽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하는 자신.
허나 마리나에 대한 것은 조금 고민이 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마리나녀석은 타바네가 만든 것이었는데
만약 그것을 알게 된다면 그가 싫어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들었다.
타바네에게 전날 당했던 일들을 생각해보면 그녀석이 만든 것들에 대해서도
거부반응을 보여도 무리는 아닐터---.
"그, 일단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니 나중에 메모장을 가져다주도록 하마."
끄덕,하고 자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하지메.
동시에 자신은 아까까지 엄청나게 혼을 낸 그의 눈동자에서
약간의 안도를 발견할 수 있었으며
생각해보면 환자에게 그정도로 화를 내는 것이 몰상식한 행동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늦게나마 드는 자신.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은 화를 낼 수 밖에 없었다.
총을 맞아서 쓰러지던 그의 모습은 아직도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었으며 그 뒤에 바닥에 쓰러져서 피를 흘리는 모습은
아직도 간담이 서늘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참, 의사가 말하길 한동안 운동은 하지 말라고하더군."
"---??"
"그러니까, 일상생활까지는 괜찮지만 체조같은 것들부터 시작해서
운동은 일절 하지 말라는 것 같았다. 배에 있는 상처가 나을때까지."
배에 총알을 맞은 하지메, 솔직히 살아있는 것이 다행이며
내장들을 다 빗겨나간 것은 가히 기적이라고 봐도 무방할 일이었다.
그렇지만 딱 거기까지였고, 더이상의 행운을 바라는 것은
솔직히 욕심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말하는 자신이었으나 어째서인지
충격을 받은 듯한 얼굴을 하는 하지메는 당황하면서
입을 우물우물,거리는 것이 무언가 말을 하고 싶은데
말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 마치 강아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하면
실례되는 일인지라 어떻게든 참아내는 자신.
"그, 무슨 일이라도 있는거냐?"
"....---."
자신의 말에 고개를 저으면서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이지만
아무리봐도 무언가 있는 것이 확실했다.
하지만 여기서 갈등이 되는 것이 더 파고들어야할지, 아니면 멈추어야할지.
속으로 그것에 대해서 갈등하는 자신은----.
".....하지메."
이내, 그것에 대해서는 잠시 미루고 그가 쓰러져있는 동안에
생각한 것들을 말하기로 했다.
그래, 그가 총을 맞고서 쓰러진 사이에 내린 자신의 결론이자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 것.
다른 것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 순수하게
그를 향한 자신의 마음에 대한 결론이었으며
앞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것이었다.
*
".....하지메."
갑자기 자신을 부르는 오리무라 씨의 목소리에
자신은 그녀에게서 무언가 달라진 분위기를 감지하였으나
무슨 일인지 이해를 하지 못하는 자신이었다.
처음에는 혼났고, 이제는 조금 위로를 받았는데
혼날때야 공기가 딱딱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지만
어째서 지금은 긴장되는 공기가 흐르는 것인가,고민하면서
그녀를 향해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자신은---.
"사랑한다. 진심으로."
뜬금없이 고백을 받아버렸다.
그것도 배에 총을 맞은 뒤에 병상에 누워있는데 아름다운 여성이
자신을 바라보면서 엄청나게 진지한 얼굴로 하는 고백.
농담이라거나 장난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겠지.
하지만 동시에 과연 그녀의 말이, 고백이, 마음이 진심일까?하는
의문도 드는 것이 그녀가 자신에게 한 일이나
자신에게 여태까지 일어난 일들을 생각해보면 다른 감정과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성인이라고해서 착각을 하지 말라는 법은 없었으나 한편
지금의 상황이 마치 소설이나 영화같은 곳에 등장하는 장면같다고
생각하는데 자신이 어째서 히로인 역활인가,에 대해서
여러모로 복잡한 심경으로 고민을 하였지만 오리무라 씨는
계속해서 말씀을 이어가셨다.
"네녀석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이 감정은 착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니, 착각이 아닌 진짜다."
"...."
"이 마음을 받아줘도 좋고, 거절을 해도 좋다.
적어도 이 마음만큼은 진심이지만 너에게 강제할 생각은 없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이 내 마음인 것처럼 너도 내 고백을 어떻게 할지는
너의 마음이니까.
하지만 대답을 하지 않을 생각은 말도록. 만약 안하고 도망칠 수 있다면 가도 좋지만
전력으로 금방 따라잡아주마."
"...."
거기까지 말씀하시고서는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계시는
오리무라 씨는 아무런 말도, 행동도 취하지 않은채 자신을 바라보셨으며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시는 듯했다.
그것에 과연 자신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래,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
잘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고백이었으며 대답을 하지 않고서
떠나게 하지는 않을 것 같은 오리무라 씨의 모습은
대답을 강요하지는 않았지만 '대답을 하는 것'은 강요하고 계셨으며
아마 자신이 대답을 하기만 한다면 그 어떠한 결정이여도
수긍하시고 수용하실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어떻게 해야할까,고민하게 되는 자신.
그래, 어떻게 해야하는 것일까?
자신은 과연 어떻게 하고 싶은 것일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오리무라 씨를 어떻게 해야하고 오리무라 씨의 마음에 어떻게 대답해야할까?
가만히 자신을 바라보는 오리무라 씨를 바라보는 자신은
머릿 속에 계속해서 여러가지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했으나
어느것 하나 자신의 마음이 원하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었다.
주변상황과 그녀가 자신을 위해서 해준 것들, 자신에게 가한 것들.
이제까지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떠올리기만 할 뿐 자신이 어떻게 해야할지
알려주거나 가르켜주지 않았다.
"하고 싶은 걸, 마음이 하라는걸 하면되는게 아닐까?"
돌연 들려오는 목소리. 어디서 들려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리무라 씨는 전혀 듣지 못한 것인지 자신을 계속해서
바라보고만 계실 뿐이었기에 자신은 환청인가,싶었다.
마취제가 풀리고 있기는 하지만 다 풀리지 않았기에
남아있는 현상인가, 싶었으나 동시에 자신은 그 목소리의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밖에 없었다.
생각이 정리되지 않고 있으며 복잡해진다면--.
여태까지처럼 자신의 마음이 아닌 다른 것들을 생각하면서
결정을 내린 자신이었으나, 이번만큼은 마음이 원하는대로 한번 해볼까한다.
그날, 오리무라 씨에게 덮쳐졌을때나 그 뒤에 있었던 일들과 그 이후에
있었던 모든 일들과는 다르게 오직 자신의 마음이 향하는대로.
자신의 마음이 원하는대로, 자신의 마음이 의지하고 싶은대로.
조심스럽게, 부들거리는 팔에 어떻게든 몸을 침대에서
일으키는 자신은 그대로 침대 옆에 앉아계시는 오리무라 씨와
눈을 마주쳤고 이내 자신의 마음이 하고 싶은대로 몸을 움직였으니---.
쪽---.
"...."
"----."
우와, 이거 얼굴 엄청 달아오르네.
*
"...."
"----."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푸욱,하고 숙이는 하지메였으나
자신은 그러한 그를 바라보면서 아무런 말도, 행동도, 액션도 취하지
못하고 있었으나 이내 멍해진 머리는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올려서는
입술을 매만지면서 조금전에 있었던 일들을 떠올렸다.
부드럽고 가벼웠으며 상냥한 느낌의 입맞춤.
성인의 농밀한 그것이나 연인들간의 끈적함이 없는 그것이었지만
아마 하지메가 할 수 있고 알고 있는 것들 중에서는 가장 큰 애정표현이자
자신의 마음에 대하여서 그가 내린 결론을 나타내는 행동일 것이리라.
"하, 하지메----. 이건, 내 마음을 받아주는거라고 봐도 되는거냐?"
허나 확실시 하고 싶었다. 다시 그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자신의 질문에 고개를 자그맣게 끄덕이면서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조심스럽게 자신에게 보이면서 어색하게 웃어보이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자신은----.
텁.
"---?"
"미안하다. 참는건 무리다."
일단 너무나도 귀여운 그를 덮치지는 못하더라도
그의 마음대로 탐하고 보기로 했다.
*
"에에....이어진건 좋기는 한데---."
입구를 막아세우고 있는 자신은 오빠가 새언니에게 입술을 빼앗기는
사이에 눌러진 너스콜을 지우면서도 저대로 둘이 다음장면으로
넘어가지 않을까,하는 진지한 고민을 했다.
하지만 새언니도 상식인이고 하니까 하지는 않겠지.
그러면서도 자신은 카메라가 잘 녹화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면서
이걸 언제보여줄까,하는 즐거운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는 새언니한테만 보여주고 싶은데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