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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화 〉[IS]취중연가 (35/139)



〈 35화 〉[IS]취중연가

천천히 눈이 떠지는 자신은 이곳이 어디일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흔히 사람이 죽으면 천국이나 지옥 둘 중에 한곳을 간다는 것 같은데
자신의 눈에는 그저 빛만이 보일 뿐, 다른 것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덩달아서 몸을 움직여보려고해도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것에
정말로 죽어버린 것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자신은 분명 오리무라씨를 도와드리기 위해서.
스스로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자신을 겨누던 총을 치우려고 했으나
멋지게 실패,  뒤에 총에 맞기까지 했다.


무척이나 가까운 거리에서 맞은 그것이 빗나갈리 없었으며
손에 피가 흥건하게 뭍는 것을 직접 보았으니 아마 자신은 죽은 것이 맞겠지.
허나 미련은 없다고 생각하였다.

고아인 자신이 한 기업의 프로그래머로써 취직까지 했고
부모없는 자식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고 자란 것만으로도
자신이 보기에는 충분히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하였다.
덩달아서, 본인이 위험에 처할지도 모르는데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
어떻게인지는 모르겠지만 와주신 오리무라씨에게 감사인사까지 전했다.


더이상 미련 같은 것은 없었으며 후회할 만한 일도 없었다.
키가 크지 못한 것은 조금 그랬지만----.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어쩔 수 없는 일로 넘기기로 한 자신.
죽으면 전부 끝이라는 말이 정말 사실이었던 것인지 자신은 무척이나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자신에게 일어날 일들에 대해서 기다리기로 했다.

"--?"

희미하게 들려오는 목소리와 함께 조금전보다 선명해지기 시작하는 시야.
아니, 빛밖에 안 보였던 것은 눈을 오랫동안 감았었기 때문인지
그렇지 않으면 다른 이유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자신의 시야는 점차적으로 잘 보이기 시작했으며---.


"하지메!"
"----?"

눈앞에서 당장이라도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오리무라씨가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고 있었다.
덩달아서 그녀의 등뒤에는 간호사분들이 그녀를 말리는 중이었으며
반대쪽에서 의사로 보이시는 분이 다가와서는 자신의 눈에
전등을 켜보시거나 볼펜을 움직이시며 자신의 상태를 살폈다.

에에---. 이거 보통 실려왔을때 하는거 아니었던가요?
자신이 의학지식에 그리 해박하지는 않았지만 보통은
병원에 왔을때 많이들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아닌 것이었던 것인지 지금에서야 하시는 의사선생님.

"옆구리를 제외한다면 어딘가 잘못된 곳은 없는 것 같군요."
"다,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자신을 바라보시는 오리무라씨였으며
그제서야 간호사분들 또한 그녀를 잡고 있던 손을 떼어내며
뒤로 물러나고 계셨으며 의사선생님은 그런 간호사들에게
무어라 말씀하신 뒤에 자리를 벗어나셨다.


에에---그래서, 이제 자신은 뭐가 어떻게된 것일까?
일단 오리무라 씨가 있다는 것은 자신이 죽은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몸은 어째서 움직이지 않은 것인가,하는 의문이 들고 있었다.

어떻게든 몸을 움직여보려고 힘을 주어도 전혀 움직이지 않는
자신의 몸에 순간 불안함 생각이 떠오르는 것에
힘을 주면서 제발 자신의 생각이 틀리기를 바랬다.

"무, 무리 하지 마라 하지메. 아직 마취가 덜 풀려서
몸이 움직이는게 힘들 것이다."
"----."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는 자신이었으나 오리무라씨의 얼굴이
너무나도 가까워서 조금은 부담이 된다고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러한 자신의 생각은 전혀 전달되지 않았으며
오리무라씨는 계속해서 자신의 곁에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으셨다.


덕분에 간호사분들은 자신이 누워있는 침대를
밀고서 어디론가 향하는 도중에 오리무라 씨까지 함께
옮겨야하는 고역을 치루시게 되었는데....죄송해요. 제가 대신 사과드릴께요.
전해질지는 모르겠지만요.

"하아---. 마취는 대충 1시간 뒤에 풀릴테니까
그동안에 침대에서 떨어지지 않게끔  봐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한편, 간호사분께서는 오리무라 씨께 주의 사항을 전달해주시고서는
그대로 몸을 돌려서 나가셨으며  뒤 병실에 남은 것은
적어도 자신의 시야 내에서는 오리무라 씨와 자신 단 둘 뿐이었다.

그건 그렇고 1시간이라---. 오랫동안 움직이지 못하겠네.
아니, 총에 맞았는데 1시간이면 오히려 짧은 것이라고 봐야할까?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살아남은 것이니까----.
누워만 있기는 조금 그렇지만 움직일 수 없는 자신이었기에
천장을 바라보면서 무늬를 세어나가기 시작하면서
과연 자신의 몸은 괜찮을까,하는 고민을 하였다.

마취제로 인해서 통증이 없어진 것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감각이 없다는 것은 조금 신기한 느낌이었다.
자신의 몸이 자신의 것이 아닌 듯하다고 해야할까?
움직이려고해도 움직이지 않고 있으며 촉각이 전혀 없는 몸은
스스로의 정신을 가두기 위해서 만들어진 감옥처럼 느껴졌다.

"....하지메."

그러던 도중에 들려오는 목소리, 오리무라 씨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몸을 움직일  없었던 자신은 눈동자만을 돌려서
옆에 있으신 오리무라 씨를 바라보았으며, 곧장 후회했다.

시선의 끝에 보이는 것은 무척이나 화가 나신 표정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계시는 오리무라 씨가 계셨는데
여태까지 단 한번도  적이 없는 얼굴을 자신에게 보여주고 계셨다.

아니, 단 한번도는 아닌 것일까?
자신이 납치되어있던 창고의 내부가 어두워서 제대로 못봤지만
그때도 지금과 같은 얼굴을 하고 계셨을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그건 그것이고,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온몸의 털이 거꾸로 솟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으며
당장에 도망치고 싶은 자신이었으나 마취가 안풀린 몸이 움직일리 없었다.


"네녀석은 얼마나 위험한 짓을 한건지 아는거냐!?
총든 상대를 이기지도 못할거면서 어째서 그렇게 위험한 짓을 한거냐?!"


이어지는 오리무라 씨의 꾸짖음에 자신은 아무런 저항도 반론도
하지 못한채 계속해서 그녀의 말을 듣기만 할 뿐이었으며
지금만큼 몸이 움직이길 바라는 때가 있을까,싶은 자신.
납치당했을때도 이정도로 움직이고 싶지는 않은 것 같은데---.

그러나 그러한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오리무라 씨는
자신을 향해서 계속해서 설교를 하시는데 교사라는 직업을 가지셔선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이 본인의 이야기를
똑바로 듣지 않으면 귀신같이 눈치채시고서는 강제로 집중하게 만드셨다.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하시고서야 간신히 진정하시는 그녀.
반면, 자신의 몸은 그제서야 조금씩 움직일 수 있기 시작했으며
몸의 감각 또한 돌아오기 시작하였고.


"----!!!"
"하지메!"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순간 양손으로 옆구리를 감싸기 시작했다.
맞았을 당시에는 몰랐던,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통증이었는데
지금은 너무나도 강렬하게끔 느껴졌으며 어떻게든 참으려고하려했으나
그것은 쉽지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이 고통에 시달리자마자 자신이 침대에서 떨어지지 않게끔
꼭 붙잡아주시는 오리무라씨였으며 자신의 손을 잡아주시면서
실수로라도 상처 부위를 건드리지 않게끔 막아주셨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배에서 느껴지는 통증을 어떻게  수는 없었으니
자신은 이내 통증을 견디지 못한채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꼴사납다고 볼 수 있고 창피하다고 생각될  있지만
적어도 자신은 너무나도 아팠으며 견딜  없었기에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난 뒤에야 사그라드는 통증과 온몸에서 힘이 빠져
축 늘어지는 자신, 마지막으로 그러한 자신을 잡은 손을 풀어주시는
오리무라 씨였으며 자신들 사이에는 다시금 정적이 찾아왔다.


"그...뭔가 필요한거라도 있느냐?"
"----."


*

"으으으으----뭐야  상황. 짜증나게."


병실의 문틈사이로 안쪽의 상황을 살펴보던 자신은
이 답답하기 그지없는 상황에 짜증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수술이 잘 끝났으며 아무런 문제가 없는 오빠의 몸과
정신이 들었다는 것에 기뻐하는 자신이었으나  뒤가 너무나도 답답했다.

그래, 아주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으며 당장에라도
병실 안으로 들어가서 둘을 꺼내와 어디 분위기 좋은 곳으로
데려다놓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자신.
하지만 여기서 자신이 개입한다고 해결될 일이었으면 이미 옛날에 해결되었겠지.


"아, 미안하다. 메모장을 금방 가져오마---."

한편, 새언니는 오빠에게 무언가 필요한게 없는지 확인하려고 했으나
이내 오빠의 근처에 볼펜과 메모장이 없다는 것에 서둘러서
병실을 나오기 시작했는데, 아무리봐도 도망치는거잖아 이거?
그렇게   없지. 오빠와 새언니를 위해서라도 말이야!


자신은 그렇게 글자 그대로 몸을 던져서 병실의 문이 열리는 것을
막아내며 새언니가 오빠의 곁에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나카이가 있었다면 아주 손쉽게 해결했을테지만 안타깝게도
병원에 들어오기에는 나카이가 너무 크기에----.

"어, 어라? 왜 안열리는거지?"


반면, 새언니는 안열리는 병실문에 당황하면서
다시한번 문을 열어보기 위해 힘을 주기 시작했지만
자신은 전혀 물러날 생각이 없었기에 문틀에서
결사의 항전을 벌이며 문이 열리지 않게끔 노력했다.

덕분에 새언니가 그토록 열려고 하던 병실문은 끝끝내 열리지 않았으며
다시금 자리로 되돌아간 새언니.
한편, 오빠는 어떠한 상태일까 하는 소소한 고민이 드는 자신은
몸체에 탑재되어있던 광케이블을 이용해서 병실 안을 살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래, 이것은 절대로 사심을 채우기 위함이 아니었다.
오빠와 새언니의 관계를 개선시키기 위한 자신의 노력이었으며
자신은 절대로  두사람이 결혼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스스로를 희생시키는 것이었다.

그래, 그러니까 대체 언제 다시 키스하고 야스하려는거야 두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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