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0화 〉[IS]취중연가 (30/139)



〈 30화 〉[IS]취중연가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급여는 언제나처럼 통장에 넣어둘테니
확인하시고 이상이 있으면 연락주세요."
"---."


꾸벅,하고 고개를 숙인 뒤에 회사를 나오는 자신은
오늘 받은 급여에 대해서 어떻게 사용할지 머릿속으로 정리를 하면서
냉장고에 남아있을 간편식의 양을 떠올렸다.

최근에 자주 밖에 나갔기에 양이 그렇게 줄어들지는 않았겠지만
유통기한이 위험한 것이 있는지 없는지 긴가민가했기에
집에 돌아가면 그것들부터 확인하자고 생각하는 자신.
거기에, 전날 오리무라씨가 주신 화과자도 있고하니---.


"....."


그것들, 금방 먹어야하는거겠지?
하다못해 안보이는 곳에 숨겨놓던지 해야할듯한 자신이었는데
만약 오리무라씨에게 그것을 안먹고 두고있던 것을 들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자신도 상상이 잘 안간다.
아니, 어쩌면 아무 일 없이 넘어갈지도 모르겠네.


그러한 잡생각을 하면서 언제나처럼 밤의 거리를 걸어가는 자신이었지만
무섭다거나 하는 생각은 그닥 들지 않았다.
매번 걸어가는 길인데다가 근처에는 CCTV가 많았고
밤이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칠흑같은 어둠이 깔린 것은 아니니까.

날이 점차적으로 풀리는 것인지 밤공기가 전에 비하면
따뜻해진 것은 사실이었다만, 안타깝게도 아직도 쌀쌀한 기분이 드는데
그것때문인지 몇일전에 오리무라씨와 함께 갔었던 온천에 대해서
떠오르는 자신은 나중에 기회가 다시한번 된다면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카드키를 입구에서 사용한 자신은 멘션 입구를 지나서
자신의 집으로 오래간만에 걸어서 올라가기로 했다.
갑작스러운 기분 전환용이기도 하지만, 가끔씩 이렇게 계단을 오르내리면
무릎에 자극이 가서 성장을 할  있다는 뉴스를 본 기억 때문이었는데
솔직히.....자신은 키가 크고 싶다.


우유도 많이 마시고 키크는 체조도 자주하지만 어째선지
키가 크기는 커녕 되려 작아지는 것은 아닐까,싶을 정도로
변화가 생기지 않는 자신의 몸.

반면, 반의 다른 사람들이나 반장등은 하루하루가 다르게
키가 커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니, 실제로도 키가 커지는 그들이었으나 자신은...자신은....


'아라, 하지메군.....몸무게가 더 빠졌네?'
'....'
'....미안, 거짓말로라도 키가 커졌다고는 못하겠어.'

자신에게 너무나도 미안하다는 듯이 말씀하시던 보건 선생님과
등뒤에서는 반 농담조로 자신에게 격려를 해주거나
부탁이니까 키크지 말라고 하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매번 체력검사때나 신체검사때마다 우울함만을 가지게 되었다.

말을 못하는 것은 이제 익숙해져서 상관은 없지만
아무리 그래도 키는 크고 싶은 자신은 하다못해 오리무라씨와
비슷한 키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나, 하고 속으로 생각하였다.
물론 성인 여성과 이제 고등학생1학년인 자신의  차이에
신경을  그렇게 쓰냐고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

한숨을 푹, 내쉬면서 자신의 집앞에 도착한 자신은
그대로 카드키를 사용해서 현관문을 열어----.


퍽!
"나이스샷."


*


"후우---."

역시나 긴장된다,라고 생각하는 자신은 차를 운전해서는
하지메가 사는 멘션으로 이동하는 중이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그에게 저녁을 만들어주기 위함이었고 거기에 겸해서
이치카에게 받은 미션이 있었으니---.


'누나, 단편적인 것도 좋으니까 하지메군이 좋아할만한 음식에
대해서 알아오도록 해. 그래야 요리수업 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

과연 이치카는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을 해봐야하는 자신이었으나 그것과는 별개로
녀석이 그렇게 진지하고도 엄격한 표정을 짓는 모습은 정말
오래간만이었기에 자신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기숙사를 빠져나온 것이었다.


덤으로 하여서 하지메군에게 한번 가라아게를 먹여보고 싶다는
욕망에 의해서 마트에서 그것을 위한 재료까지 구매한 자신은
조수석에 놓은 비밀봉지 2개를 보면서 많이 산게 아닐까,싶기도 했다.
대는 소를 겸한다고는 하지만 그것도 너무 많으면 의미가 없는 일이지---.


"뭐, 남으면 만들어두었다가 내일 도시락으로 챙겨가라고 하면 되겠고."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멘션의 뒷쪽으로 돌아가선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한편, 주머니에 들어있는 카드키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메가 자신에게 맡긴 그것들.

그것은 언제라도 집에와도 좋다는 뜻이었을까?
아니면 다른 뜻이 있는 것이었을까?
혹시 지켜달라는 의미를 돌려서 전달한게 아닐까, 싶었던 자신은
돌연 불안감이 생기면서 다시금 주차하려던 차를---.

"네에, 지금 도망치면 사진 뿌립니다."
"...마리나...."
"허풍같으면 당장 차 돌려서 돌아가봐.
아마 IS학원은 난리가 나도 이런 난리가 아닐걸?
전에 아레나에 골렘이 나타났을때도 엄청난 패닉이었다면서?"
"...."

젠장, 퇴로는 막힌 것인가.하면서 자신의 주머니 속에서
소악마적인 웃음소리를 내는 그녀에게 질려하면서
차에서 내리기 위해서 문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먼저 저 멀리서 큰 엔진소리와 타이어의 지면잡는 소리가
울려퍼졌으며 본능적으로 그것에 열려던 차문을 다시 닫아버리자
직후 자신의 옆을 순식간에 지나쳐가는 검은색의 차량.


이 멘션의 주민들은 만나보지는 않았지만
만약 저런 사람들만 있는 곳이라면 하지메를 빨리 이곳에서
데리고 나오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자신은
차문을 열면서 이번에야말로 밖으로 나온 뒤 그의 집으로 향했다.


"그래서, 정말 가라아게만 하고 먹을라고?"
"그래."
"어머, 엣찌. 가라아게는 만들고서는 딴 걸 먹으려는거야?"
"네녀석의 머릿속에는 그런 농담밖에 없는거냐!?"


엘레베이터 안에서 마리나의 말에 자신은 저도 모르게 큰 소리로 외쳤으나
마리나는 그것이 재밌다는 듯이 웃으면서 주머니속에서 나오지 않고 있었는데
지금 나오면 자신에게 당할 일이 뻔하였기 때문이리라.
허나 주머니에 있는 다고 안전한 것은 아닌 일이었으니
스륵,하고 겉옷을 잠시 벗는 자신은 이내 목부분을 양손으로 잡고서는----.


"으갸아아아앙---!!!"
"정신차려라!"

크게 돌리면서 고장난 AI가 고쳐지기를 간절히 빌었으며 그것이 멈춘 것은
엘리베이터가 하지메가 사는 곳에 도착했기 때문.
자신은 곧장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서 겉옷을 입은 뒤
한손에 들던 재료들을 양손으로 각각 하나씩 들어올려서
그의 집으로, 하지메의 집으로 향하였다. 아니, 향하려고 했다.

그러나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뒤 몸을 돌리자
자신의 눈에 보이는 것은 열려져있는 현관문과 그 아래에 있는 혈흔.
마지막으로 그의 메모지와 볼펜이 바닥에 떨어져있었다.


그것에 자신은 손에 들고있던 것들을 떨어뜨리고서는
하지메의 집안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으니
자신의 몸을 타고 오르는 불안감은 자신에게 위협을 알리지만
그것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닌 하지메를 위한 것.

혹시 어디 다치거나 한 것이 아닐까,하고서 집안을 뒤지지만
그 어디에서도 그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 어디있는거냐 하지메!?

"잠깐 진정해, 새언니."
"마리나 지금은 기다려라 지금 나는---!!"
"새언니! 내말 들어! 오빠는 집안에 없어!"

미친 듯이 방문을 열고서는 그가 있을만한 곳을
뒤지는 자신에게 마리나는 크게 소리치면서 집안에 하지메가
없다고 자신에게 말하였고, 그것에 멈추어서는 자신.


"그, 그게 무슨 소리냐?"
"아까 현관쪽에 떨어진 피. 그건 분명 오빠꺼야.
하지만 그 양이 절대 많은게 아니뿐더러, 메모지를 떨어뜨린 걸로 보아서
아마 등뒤의 누군가에게 뒤에서 기습당한 것 같아."

너무나도 이해하기 힘든 말에 자신은 어안이 벙벙해지는 것을 느끼지만
마리나는 그것에도 침착하게 말을 이어갔다.

"조금 전, 멘션을 빠져나간 차량 기억해?"
"아, 아아---기억한다만."
"내 생각에는, 그 차에 오빠가 있을거야. 아니 그것 이외에는 사실
다른 가능성이 거의 배제되었다고 봐도 무방하겠네."

그녀는 거기까지 말하면서 곧장 무언가를 보여주는데
홀로그램에 같이 떠오르는 무언가는 누군가와 하는 메일이었으니---.


"'물건, 확...보'?"
"인신매매단인  같아. 그것도 사람을 안가리는 쪽의...."
"그, 그게 무슨 소리냐?"
"인신매매단이라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어.
장기밀매라던지 아니면 해외로 팔아버릴 노예상인이라던지.
말하기 힘든 것들도 아무렇지 않게끔 하는 족속까지."

마리나는 몇몇개의 자료들을 홀로그램에 띄워서 자신에게 보여주는데
그것들은 하나같이 입에 담기도 힘든 것들이었다.
동시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무언가, 그것은 그를 끌어안으면서
자신이 그에게 한 말.


'내가 지켜주마.'
"-----."

까드득,하고 이빨이 갈리는 소리가 울려퍼지는 것을 스스로의 두 귀로
들으면서 온몸에서 분노와 울분이 끓어오르기 시작했으며
혐오감이 들기까지 하는 자신이었다.

그리고 그 대상은 다름 아닌 자신이었으니, 전날 자신이 한 말이
떠오르는 것에 대한 반동 같은 것이었으며 스스로에게 조소를 날리면서
비웃듯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것.
뭐가 지킨다는 거냐, 정작 중요할때 곁에 없으면서.


"마리나."
"왜?"
"하지메를 찾아낼 수 있겠나?"
"훗,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거야? 이미 추적중이라고."


그렇지만 그것은 그것이다.
우선 당장은 하지메를 찾아야하는 것이었기에
자신은 마리나에게 질문을 하니, 이미 추적중이라고 말하는 그녀.
그것에 자신은 주저없이 몸을 돌려서 다시 주차장으로 향했으며
동시에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간절하게 빌었으니---.

'부디, 부디 조금만 기다려다오 하지메.'

그가 무사하길 바라는 마음을 빌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