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화 〉[IS]취중연가
"이, 일단은 가장 질문하고 싶은건....하지메 군과는 어디까지 간거야?"
"그런걸 말해줄까보냐!?"
다짜고짜 그런 질문을 하는 이유가 뭐냐 이치카!?
자신의 질문에 대답을 해준다는 말을 듣자마자 곧장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부터하는 녀석에게 큰 소리로 따졌으나 녀석은 그것에
예상했다는 듯한 얼굴로 혼자서 진지하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뭐, 뭐지 이녀석? 도대체 뭘 예상한 것이지?
자신은 그러한 녀석의 모습에 무언가 질문을 하려고 할뻔했으나
그것보다 먼저 라우라가 자신에게 질문을 해왔다.
"교관, 어젯밤에 보였던 모습은 역시 교관이 공인것입니까?"
".....뭐?"
동시에 자신은 녀석의 말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으나
라우라는 그러한 자신을 향해서 핸드폰의 화면을 보여주는데
그곳에는 자신이 하지메를 밑에두고서는 덮치는 듯한 모습이 찍혀져있었고
누가 보더라도 이것은 자신이 하지메와 일선을 넘기 위한 모습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덩달아서 왜인지 비운의 여성처럼 보이는 그의 모습은
자신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순식간에 라우라의 손에서 핸드폰을 빼앗아들고서는 그것을 삭제하면서
이치카녀석을 바라보았으니, 녀석이라면 충분히 본인에게도 보내달라고 말할 것이 뻔한 일.
그리고 자신의 말이 사실이라는 듯이 어색하게 웃으면서
핸드폰을 내미는 녀석의 손에서 그것을 가져온 자신은
라우라에게 했던 것처럼 녀석의 핸드폰에서 그 사진을 지움으로써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였으며 동시에 하지메의 안전 또한 보장했다.
"....다음 질문은 뭐냐?"
"에에---.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어?"
"....솔직히 잘은 모르겠지만, 그가 원한다면 그럴 생각이다."
다음 질문에 대해서는 자신은 애매하지만 동시에 확실하게 대답했다.
그래, 그가 원한다면 자신은 그와 결혼을 할 것이지만
반대로 그가 원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자신은 그와 결혼하지 않을 것이리라.
나이차라던지 세대차이라던지의 문제가 아닌, 책임의 문제였고
자신은 그에게 있어서는 절대적인 을인 입장.
그와 자신의 사이에서는 자신의 욕망은 뒷전으로 되어야했고
자신보다 그가 우선시 되어야하는 관계.
하지만 이치카녀석은 그러한 자신의 대답을 어떻게 받아들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 만족스러우면서도 불만족스러워하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았으나 이내 다음 질문을 내뱉으려했다.
그러나 그것보다 먼저 떠오르는 한가지 의문.
자신은 그것에 먼저 녀석을 향해서 입을 열었으니---.
"그런데 너가 어떻게 하지메의 이름을 아는거지?"
"응? 아, 에....그, 그게----."
"죄송합니다 교관. 제가 뒷조사를 좀 했습니다."
망설이면서 대답하기 곤란해하는 이치카와 당당하게 자신의 죄를
고하는 라우라의 모습에 자신은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없었다.
도대체 이 바보동생은 누나의 어디가 걱정이라고 뒷조사를 하고
이 바보로리는 뭘 당당하게 뒷조사했다고 하는것인지---.
'...아니, 걱정하는 것 자체는 맞는 일인가?'
단지 그 대상이 잘못되었을 뿐이지만.
자신은 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녀석들의 다음 질문을 기다렸다.
"다음 질문은? 빨리빨리 해라. 좀있으면 하지메를 깨우고 체크아웃해야하니."
"아, 걱정마. 마지막이라면 마지막 질문이니까.
혹시 하지메군....이름으로 불리는 것에 트라우마 같은거 있어?"
"그런 것은 없.....아니, 한가지 추측되는 것이 있긴 하군."
이치카의 말에 자신은 어젯밤 자신에게 달려와서 끌어안기는
하지메의 모습과 전날 타바네 녀석에게 협박당했을때의 일을 떠올렸으며
그가 하지메와 통성명을 하지 않은 상태로 이름을 불렀다면
타바네가 보낸 사람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다분했다.
그렇다면 어젯밤 돌연 자신에게 달려와서 끌어안긴채 두려움에
떠는 것도 이해가 갔으니 그에게 있어서 타바네는 절대적인 강자이자
공포의 대상이라고 봐도 무방할 일.
그것도 오래된 일이 아니기에 갑자기 이름으로 불린다면 상대가
타바네와 관련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도 무리는 아니겠지.
"뭔데?"
"타바네녀석과 관련된 일인데....뭐, 이부분은 내 잘못도 있으니 넘어가지."
이치카의 말에 자신은 선을 그으면서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중단시켰고
녀석은 그것에 알겠다면서 순순히 물러나주었다.
반면 라우라는 이어서 자신에게 질문을 하려고 입을 열었으나---.
드르르륵.
"---."
"일어난거냐, 하지메."
장지문이 열리는가 싶더니 자신들을 바라보는 하지메의 모습.
허나 아직 잠이 덜깬 것인지 반쯤 감긴 눈으로 몸을 흐느적거리는 그의 모습은
어렸을때 잠에서 덜 깬 이치카녀석을 떠올리게 하였으며 이치카가 그랬던 것처럼
흐느적 거리면서 자신에게 다가와서는 그대로 품안에 안겼다.
마치 안전한 장소를 찾는 아기 강아지마냥 자신의 품안에 파고들고서는
그대로 다시금 잠을 자는 녀석의 등을 쓰다듬어주는 자신.
이대로라면 좀더 잠을 잘터이니 체크아웃은 혼자서 해야할까?
"에에... 뭐랄까, 엄청 자연스럽네?"
"뭐랄까, 보호본능이 자극되는게 이런 건가 신부?"
반면, 자신들의 모습에 당혹스러워하는 둘에게 자신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말하면서 하지메를 끌어안으면서 축객령을 내렸다.
뭐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이렇게 귀여운 녀석이 품안에 있으면
다른 것에 신경쓰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약간은 떨리는 하지메의 몸으로 보아서
조금전 자신이 했던 추측은 아마 맞는 것 같았다.
"아, 미리 말하지만....다른 녀석들에게 말하면 알고 있겠지?"
"어떻게 말해....누나가 학생이랑 사귄다는 거."
"지시를 내리시지 않으면 함구하겠습니다."
"좋아. 반성문은 5장으로 줄여주마."
없애주지는 않는구나,라고 중얼거리면서 방을 나서는
동생의 모습을 끝으로 방안에는 정적이 내려앉았으며
그것에 자신은 하지메를 끌어안은채 잠시간 여유를 가지기로 했다.
*
"-----."
부스스한 채 잠에서 깨어나는 자신은 라벤더향기가
풍겨지는 것에 근처에 치후유씨가 있다는 것을 느꼈으며
따스한 온기까지 인식을 하자 자신이 그녀의 품안에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허나 자신이 있는 곳은 잠자리가 아닌 탁상이 있는 방 중앙이었으며
치후유씨는 자신을 끌어안은채 자신을 내려다보고 계셨다.
그것에 서둘러서 그녀의 품안에서 빠져나오려는 자신이었으나
자신의 몸에 두른 팔을 풀지 않으시는 치후유씨.
"뭐냐, 갑자기. 잘못이라도 한거냐? 아니면 내가 널 잡아먹기라도 할 것 같더냐?"
"....."
고개를 저으면서 부정을 하는 자신이었다.
만약 그녀가 자신을 범하려고 했으면 어젯밤에 이미 범했을 것이며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하지는 않으셨을터이며 반대로 자신 또한
그녀에게 잘못을 한 것은 없었다.
아니, 있다고 한다면 이렇게 품안에 안겨진 것 정도?
분명 잠자리에서 같이 자고 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뎀
어느샌가 자신은 그녀의 품안에 안겨진채로 나와져있었으며
도대체 얼마나 이렇게 안겨져있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
"다행이 어느정도 괜찮아진 것 같구나."
"----."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녀의 말에 대답하는 자신이었으며
치후유씨는 만족스러워하는 얼굴로 그럼,하면서 자신을 품안에 안고서는
자리에서 곧바로 일어나셨다.
동시에 고개를 돌리는 자신은 시간이 어느 덧 10시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으며 곧바로 체크아웃을 할 준비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내 자신이 입고 온 옷만 챙기면 된다는 것을 떠올렸으며
고개를 돌리자 치후유씨 또한 가방을 다 챙겨놓으신 상태.
결국 그녀는 자신이 일어나길 기다리고 있었던 것과
자신이 품안에서 떠나면 옷을 갈아입는 것 뿐이었던 것.
[죄송합니다. 그런데 깨우시지 그러셨어요?]
"유감스럽게도, 편안하게 잠자고 있었기에 깨우기 미안했다.
덩달아서 어제도 말했지만 너는 안는 맛이 좋았고."
자신이 메모장에 사과의 말을 전하면서 말하자
치후유씨는 장난스러운 미소로 자신에게 말하시면서
동시에 곧장 옷을 갈아입기 시작하셨는데, 너무나도 당당하게
갈아입기 시작하셨기에 자신은 서둘러서 몸을 돌렸다.
그리고 치후유씨도 자신이 등을 돌리자 그제서야
기억이 났다는 듯이 미안하다는 듯이 말씀하시는데---.
"미안하다. 여성용 유카타가 너무 잘 어울려서----."
[그거 엄청 상처받는거 아시죠?]
약간의 불만과 항의를 메모장에 담아서 그녀를 향해서 내밀지만
차마 등뒤로 돌아볼 자신이 없는 자신이었으며
치후유씨는 그러한 자신의 글을 바라보면서 다시 웃으시며
아무런 말 없이 옷을 갈아입으셨다.
"좋아, 그러면 돌아가보도록 할까?"
[네.]
이후에 무사히 여관에서 체크아웃을 하는 자신들은
치후유씨의 차로 이동하였는데, 그녀의 차앞에 서있는 두 남녀.
그것에 자신은 몸이 떨리는 것을 느끼면서 치후유씨의 손을
저도 모르게 붙잡으면서 고개를 숙이게 되었다.
어젯밤, 자신의 이름을 주저없이 부른 상대이자
시노노노 타바네가 보낸 것 같은 사람이 그녀의 앞에서 자신들을,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에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었던 자신이었으나---.
"하지메, 소개하마. 이 바보천치는 내 남동생 오리무라 이치카.
그리고 그 옆에 있는 것은 내 학생인 라우라 보데비히이다.
너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것은 너와 내 관계를 조사하다가 알아낸거라고 하더군."
"어제 많이 놀랐지. 미안, 겁줄 생각은 없었는데... 누나가 말했지만
내 이름은 오리무라 이치카, 잘 부탁해."
"라우라 보데비히다. 앞으로 잘 부탁하마."
자신의 어깨를 감싸주는 치후유씨의 말과 함께 자신에게
다가오는 두 사람은 손을 내밀면서 자신에게 각자의 소개를 했으며---.
[사이토 하지메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약간 떨리는 손으로 그들에게 마주 인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