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화 〉[IS]취중연가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서 다시한번 목욕을 한 자신은
천천히 밖으로 나왔으나 연속된 목욕으로 몸은 필요이상으로
달아올랐기에 조금 유카타의 매듭을 풀어서 열이 잘 빠져나가게끔 했다.
덩달아서 유카타에 가슴이 자꾸 쓸려서 화장실에 있는 반창고를 사용한 자신.
누군가에게는 보이기 민망한 모습이지만, 옷을 벗기지 않으면
들킬리 없다고 생각되고, 또 이곳에서 자신의 옷을 벗길 사람은
오리무라씨를 제외하면 없겠지만 그녀는 다신 자신에게 그런 일을
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나왔....읏---."
"...?"
객실로 들어서는 자신을 향해서 말을 걸던 오리무라씨는 돌연
말을 멈추고서는 고개를 빠르게 돌리시면서 시선을 자신에게서 돌리셨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인 것일까?
덩달아서 아까 부딪힌 여성분도 자신의 모습을 보고서는
빠르게 도망치셨는데 미안함에 그러신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신은 슬슬 잘 준비를 하려고 했다.
갑작스러운 장거리 여행,이라고 하기에는 계속 잠을 잤기는 했지만
최근 들어서 계속 피곤함을 느끼는 자신.
어딘가 이상한 것인가,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몸의 어디가 불편하고 그런 것은 아니었기에 그저 최근에 있었던 일로
피곤이 쌓인 것이라는 생각밖에 안들었다.
동시에 오리무라씨를 바라보자 아직도 고개를 돌린채
가만히 계시는데, 아무래도 무언가 자신이 신경쓰이는듯하셨다.
"....."
[안녕히 주무세요.]
일단 인사는 해야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자신은
쪽지를 그녀의 앞에 내려두고서는 그대로 자신 몫의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
"흐읏----."
아슬아슬했다,라고 자신은 진심으로 생각했다.
목욕을 하고 나온 그의 모습에 순간 마음이 흔들릴뻔한 자신은
냉장고 안에 있는 맥주캔을 따면서 잡념을 털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전날, 술로 인해서 되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치긴 했지만
지금의 자신으로써는 술이 아니면 버틸 수 없는 상황에 처해진 것.
동시에 점차적으로 알코올이 차오르는 것을 느끼면서도 어떻게든
그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기로 했다.
그의 모습이 아닌, 그에게 해줘야할 보상과 책임에 대해서.
잊어서는 안되는 것이 자신은 그에게 보상을 해줘야했으며
동시에 그에게 한 일에 대한 책임을 져야만 했다.
하지만 과연 어떻게 해야하는 것일까? 지켜준다고는 했지만
과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지켜줘야하는 것일까?
지금의 그는 무척이나 위험한 상태인 것은 확실하기에
한동안은 자신이 곁에 계속해서 있어줘야겠지.
그러나 과연 그것이 언제까지,냐 하는 것이다.
너무 과하게 했다가는 되려 그에게 방해가 될 것이며
그렇다고 너무 안하면 그를 지켜낼 수도, 도와줄 수도 없는 노릇.
무척이나 난감한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는 자신은 한숨을 내쉬면서
맥주를 벌컥,거리면서 들이켰다.
"....차라리 결혼해버려?"
그러던 찰나 드는 한가지 생각.
그와 결혼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드는 여러가지 결론들.
만약 그가 동의하고 결혼을 하게 된다면 자신은 평생 그를 책임지며
동시에 그를 지켜주는 것 또한 가능해지는데다가
이치카가 그렇게 걱정하는 자신의 연애와 결혼문제까지 해결되는 일.
"....미친년."
그래, 미친년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겠지.
뭐가 결혼이고 뭐가 한번에 해결되는거냐?
무엇하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결혼 한번으로 모든 것을
해결했다고 끝내려하는 자신 스스로에게 욕짓거리를 내뱉으면서
자신은 다시금 맥주를 들이키면서 고개를 돌려서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일단 주말은 앞으로 이틀이 남았으며 그중에서 하루는 돌아가는데
사용한다고 친다면 그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내일뿐.
그러니 이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그의 마음을 치유해주고
달래주는데 전력을 다해야겠지.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다시한번 맥주를 들이켰---.
"에에? 안덮치는거야?"
"....누구냐."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자신은 날카로운 목소리로
주변을 살펴보지만 따로 보이는 사람은 없었으며
혹여나 하고 핸드폰을 확인해보지만 통화상태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과연 누구인가,하면서 목소리가 누구인지 생각해보는 자신.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였으며 꽤나 말괄량이 느낌이 났다고 생각하는데
자신의 기억상으로는 그러한 목소리를 가진 상대는 존재하지 않았다.
덩달아서 방안을 다시 확인해보지만 보이는 것은 전무.
환청인가,싶었으나 그정도까지 될 정도로 마시지는 않은 것 같은 자신은
캔을 내려놓았---.
"주머니에서 슬슬 꺼내주지?"
"...."
순간, 주머니에서 꺼내달라는 목소리에 자신은 설마,하고서는
이치카에게 건내받았던 육각형의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스피커도 컵받침도 아닌, 정체불명의 그것은 가운데에 파란 불이
들어와있는가 싶더니 곧장 그것의 위로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그것은 회색빛의 장발에 숏팬츠, 얇은 겉옷을 입은 어린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었으며 마치 답답한 곳에 있다가 밖으로 나온 것 마냥
크게 숨을 들이키고 내쉬면서 장난스러운 모습을 자신에게 보이고 있었으니---.
"....뭐하는녀석이냐?"
자신은 그것에 날카롭게 질문을 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이것은 타바네녀석이 만든 것이고
그녀석이 만든 것 중에 정상적인 것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며
동시에 그에게 어떠한 위협이 될지 모른다.
그렇기에 여차하면 자신이 처리를 해야할지도 모르는 것이기에
자신은 진지하고 신중하게 상황을 판단하려고 하는 반면
AI는 자신의 질문에 무언가 골똘히 고민하면서 이쪽을 향해서 웃었다.
"나? 글쎄---. '엄마'가 사과의 의미로 만든 완전자율형 AI?
IS와는 전혀 별개의 것이기는 한데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사이토 하지메의 여동생 사이토 마리나일까나?"
"....."
"농담 농담, 가벼운 농담이야. 그러니까 그렇게 경계하지 말라고?"
자신의 시선에 손을 흔들면서 장난스럽게 대답하는 녀석.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일렀으며 이녀석이 정말로 그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 것인지는 아직 잘 모르는 자신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자신의 걱정은 이내 금방 사라졌으니---.
"일단 내 목적은 오빠의 생활에 문제가 없게끔 하는거야.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프로그래머로써 대기업에 계약서까지
작성한 그가 여태까지 당신에게 휘둘리면서 일을 못하고 있는데도
그곳과의 계약이 파기되지 않는 이유?"
".....설마."
"맞아, 내가 오빠 대신에 하고 있기때문이야. 정말이지 귀찮다고?
그냥 만드는데 편하게만들면 되는 일을 하나하나 사용자입장에서
편하게 만드는거. 사람이 착해도 너무 착하단 말이지."
녀석은 자신에게 피곤하다는 듯이 기지개를 키면서도
얼굴에서는 단 한번의 웃음기를 지우지 않았다.
동시에 자신 또한 이녀석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혼자 사는 그가 그런 고급멘션에서 살기 위해서는 적잖은 돈이
필요할텐데 학생인 그가 그런 돈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덩달아서 그와 오래지내지 않았지만, 그가 불법적인 일을 할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기에 눈앞의 AI, 마리나의 말에 더욱 신빙성이 생겼다.
"드디어 믿어주나 보네? 후훗, 정말이지 무섭다 무서워."
"그래서, 아까의 말은 무슨 뜻이지?"
"글자 그대로야. 우리 오빠, 꽤나 귀엽잖아?
남자주제에 여자들보다 피부도 곱고 머리도 찰랑거리고.
덩달아서 무자각이지만 묘한 색기까지. 그쪽이 덮친 것도 이해가 안가는 게 아니라고?"
"시끄럽다."
녀석의 선을 넘으려는 농담에 곧장 제지를 가하는 자신이었으며
그것에 곧장 두손을 들어올리면서 미안하다면서 항복 선언을 하는 녀석을 보고 있자니
어렸을 적의 타바네가 자신의 눈앞에 있는 느낌이 들었다.
반면, AI는 그것에 멈추지 않고서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뭐, 오빠의 상태는 조금 위태위태해서 말이야."
"무슨 말이지? 그의 상태가 위태롭다니?"
"말 그대로야. 당신에게 당한 일이나 '엄마', 시노노노 타바네에게 당한 일로 인해서
오빠는 약간의 의존증 증상을 보이고 있거든.
그 증거로 전날 당신이 끌어안아주거나 할때 떨림이 멈추었지?"
녀석의 말에 자신은 과거의 기억을 되돌이켜보면서
고개를 주억거릴 수 밖에 없었으니, 확실히 혼자서 떨며 잠자던 그를
끌어안아주면 그마나 떨림이 덜해지고 안심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의존증이라고 부르기는 힘들지 않을까?
정말로 추워서 그런 것이거나, 다른 요인때문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과거 악몽을 꾸던 이치카의 곁에서 호우키나 자신이 있어주면
거짓말처럼 녀석은 괴로워하던 것을 멈추고서는 편안하게 잠을 잤었다.
"의심병이 있구만, 우리 새언니는---."
"무슨 소리냐, 나는 그와 결혼할 생각은---."
"정말 안할거야? 그렇게까지 하고서는? 오히려 책임지는게
서로에게 속편한 일이 아니고?"
"닥쳐."
탁,하고 그것을 뒤집어엎으면서 자신은 손에 들고 있던 맥주를
입안에 그대로 들이부어버리고서는 캔을 찌그러뜨린채 쓰레기통에 던져넣었다.
그래, 녀석의 말대로. 그리고 자신이 생각했던대로 그와 결혼한다면
모든 것이 쉽게 끝날지도 모른다. 아니, 실제로 누군가는 쉽게 끝날것이라고 할터이고
이경우에는 화간이라고 하는듯했다.
하지만 그것은 스스로의 죄를 덮으려고하는 자들의 변명.
본인들이 한 일에 대해서 뉘우치지 않고서 정당성을 찾으려고 하는 자들이 하는 일.
자신은 그들과 같은 실수는 했지만, 그렇다고 같은 행동으로 자신의 죄를
덮으려고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자신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그대로 자신의 몫으로 준비되어져있는 침구류로 향해서는
잠에 들기로 했으며 마지막으로 등을 보이며 쥐죽은 듯이 잠자고 있는 그를
바라보았으나, 왠지 모르겠지만 미약하게나마 떨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
'에에? 안덮치는거야?'
"....절대."
그래, 절대 다시는 자신의 본능과 욕망에 이끌려서 그에게
상처를 입히는 짓 따위는 하지 않으리라.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리에 눕고서는 그대로 잠을 청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