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화 〉[IS]취중연가
아침이 되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는 자신은
놀라서 소리를 내지를뻔했으나 이내 어떻게든 참아내었다.
그 이유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얼굴 때문이었으니, 오리무라 치후유씨가
자신의 눈앞에서 주무시고 계셨었다.
덩달아서 자신의 몸은 그녀에게 끌어안겨져있었으며
빠져나가려고 해도 쉽사리 빠져나갈 수 없는 상태.
마치 소중한 보물이라도 되는 양 자신을 두른 팔은
자신이 도망치지 못하게 끌어안고 있었으며 몸은 완벽하게 밀착되어져있었다.
하지만 자신은 몸을 틀어서 그녀에게서 벗어나려 했다.
그러나 격하게 움직여서 그녀가 일어나게는 하지 않았으며
조심조심 그녀가 깨어나지 않게끔 천천히 움직였다.
평상시라면 마르고 작은 자신의 몸이 마음에 안들었지만
지금은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천천히 그녀의 품안에서---.
"깻는가?"
"...."
"미안하지만 너가 걱정되어서 내 방으로 데려왔다.
내가 말하기는 조금 웃기지만, 딱히 누가 해꼬지 할 일은 없으니 걱정말아라."
그녀는 자신에게 그렇게 말하고서는 그대로 몸을 일으켜서는
자신에게 등을 돌린채 곧장 옷을 갈아있었으며 곧장 몸을 돌리서
벽을 바라보는 자신.
등뒤에서 들려오는 탈의 소리와 함께 그녀의 숨소리가 들려왔고
자신의 심장이 요란하게 뛰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째서,라는 의문이 들었으나 이내 자신의 어깨에 올려지는 손에
화들짝 놀라는 자신은 곧장 몸을 돌리면서 벽에 달라붙었다.
"아, 미안하다. 놀래킬 생각은 없었는데..."
"----."
"일단 오늘 오후에 온천으로 출발할거고 이동수단은 내 차이다.
그러면 나는 수업을 하고 올테니, 그...답답하더라도 이 방에서 기다려주길 바란다."
그녀는 거기까지 말하고서는 자신에게서 등을 돌려서 방을 나섰으며
자신은 그녀가 방을 나서는 모습을 바라보고나서야 안심을 할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곳에서 자신은 또다시 무슨 짓을 당하는 줄 알았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번에야말로,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다행이게도 그런 일 없이 그녀는 말한대로 방을 나섰으며
자신만이 남아있는 상황이 되자 자신은 긴장의 끈이 놓여짐과 동시에
다시금 침대에 누워버리게 되었다.
몸은 만족스럽게 움직이지 않았으며 설사 움직인다고 해도
이곳이 어디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곳이다보니
섵불리 움직였다가 낭패를 보는 것보다는 그녀의 말대로
이곳에 얌전히 있는 것이 자신의 신상에 좋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조심스럽게 이불을 끌어올려
몸에 덮는 자신은 그 이불에서 풍겨져오는 냄새를 맡게되었다.
은은하게 나는 라벤더향을 맡은 자신은 무언가 안심하게 되면서
눈이 스르르 하고 감기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닥 졸리다고는 생각치 않았으나 몸은 아니었던 것인지
조금전까지 잠자고 있었음에도 다시금 잠에 빠지려고하고 있었으나
어찌보면 자신에게는 좋은 일이었기에 그것을 거부하지 않고
몸을 맡기기로 한 자신.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방안에는 고른 숨소리만이 울리기만 했다.
*
"아, 오리무라 선생님!"
"미안하군 야마다 선생. 갑자기 쉬게되어서."
"아니에요. 그것보다 일은 잘 해결되셨나요?"
"아아, 어느정도 해결되었네."
오늘은,이라는 느낌으로 출근한 자신을 반갑게 맞이해주는 야마다 선생은
자신에게 일이 잘 해결되었는지 질문하였으며 그것에 대해서
상투적인 대답을 하는 것으로 자세한 내막을 숨기려고 했다.
뭐, 이러니저러니해도 남들에게 알려져서 좋은 일은 아니고
더욱이 그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심해야하는 일이었다.
"그건 그렇고 오늘은 어떠신가요? 한잔 하시는게?"
"미안하지만 선약이 있어서 말이지. 다음 기회에 함께하도록 하지."
"정말이요? 아쉽네요---."
갑작스러운 그녀의 술자리 권유가 있었으나 그것을 거절하는 자신.
왠일로 그녀쪽에서 먼저 권유를 해주는가, 하는 의문이었으나
오늘은 그를 데리고 온천으로 가야했기에 미안하긴 했지만
거절 할 수 밖에 없었으며 그것에 진심으로 실망하는 그녀.
하지만 그건 둘째치고 이제서야 출근시간인데 벌써부터
술 약속을 잡자고 하는걸 보면 확실히 그녀도 오래간만에 마시고 싶은
날이 있는듯했고, 그것이 오늘인가 싶기도 했다.
"남자친구를 소개시켜드리려고 했는데---."
"...."
정정, 염장을 지르려고 하는 듯 했던 모양이었다.
생각해보면 그녀의 나이도 적잖은 나이이기도 했고 최근에
누군가와 핸드폰 메일을 자주 주고받는듯했는데 그게 업무가 아니라
그의 연인과의 연락이었던 것인가?
교사가 연애를 하면 안된다는 조항같은 것은 없지만
아무리 그래도 업무중에 그런 것은 하지 말았으면 하며
자신에게 염장질을 시전하지는 말아줬으면 한다만----.
"좋은 사람인가보지?"
"네! 정말로요!"
하지만 연인의 이야기를 하는 그녀의 표정을 정말이지
즐거워보였으며 그것으로 보아서 연인과의 사이가 돈독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뭐, 야마다 선생도 어린아이가 아니고 하니 사람 보는 눈은 어느정도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신은 오늘은 야마다 선생에게 수업을 맡기고서는
자신은 오늘 밤에 어떻게 그를 데리고 나갈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기로 했다.
어제처럼 밤 늦게라면 들키지 않겠지만 그렇다면 너무 늦게 온천에 도착할테고
그렇다고 너무 빨리 나가면 그를 감싼 천덩어리가 들킬 위험이 있다.
그렇데고 짐가방 같은 곳에 담아갈 순 없는 노릇.
자신이 무슨 인신매매범도 아니고 그런 일을 할 수 있을리가 없을뿐더러
몸도 성치 않은 그를 그런 곳에 넣었다가 상태가 악화되면 본말전도인 셈.
일단은 좀더 생각해봐야겠지,라고 머릿속으로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자신이었다.
*
"자, 누나 여기."
"고맙다, 이치카. 그런데 무슨 일이냐 갑자기?"
오전 수업이 끝난 뒤에 잠깐 단 둘만의 시간을 요청한 자신은
누나를 다른 사람이 없는 장소로 데리고 오고서는 음료수를 하나 건내주었다.
딱히 자신을 경계하거나 의심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 누나의 모습에
조심스럽게 질문을 하기로 한 자신은 일단 유도심문을 해보기로 햇다.
"이번 주말에 온천을 가기로 했는데, 라우라랑 같이 가려고 하거든."
"흐으음---. 다른 녀석들은 안가는거냐?"
"너무 많이 가면 제대로 못쉬니까. 단 둘이서 가기로 했어.
예약도 했는데 안타깝게도 여분의 방이 없어서
라우라랑 같이 한방을 쓰기로 했거든."
움찔,하고 자신의 말에 반응하는 누나.
허나 평상시와는 다른 반응이라고 자신은 생각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누나의 시선때문이었다.
평상시 자신을 혼낼때라면 머리를 내리치거나하지는 않아도
시선을 이쪽으로 향하면서 무언의 압박이라도 가하는데
지금은 반대쪽으로 돌리면서 은연중에 시선을 회피하고 있었다.
"위, 위험한거 아닌가?"
"그렇지, 미성년자 둘이서 한방을 쓰게 되면 위험하겠지만....
내가 누나를 믿는 것 처럼 누나도 나를 믿어 줄 거 아냐?"
뜨끔,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처럼 몸이 움찔거리는 누나는
시선을 더더욱 반대쪽으로 돌리다못해서 얼굴까지 돌아간 상태인데다가
자세히 보면 몸이 미약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정말 그 미성년자랑 함께 사귀는 것이고
주말에 온천여행을 가는 것은 그 소년과 가는 것인가---.
약간의 혼란함과 당혹스러움이 있는 자신이지만 이내 전에 샤르와 라우라에게
말한 것을 기억해내면서 자신은 차분하게 누나에게 이어 말했다.
그래, 자신은 누나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
상대가 개망나니나 양아치가 아닌 이상에는 누나가 원하는 행복을
진심으로 응원해줄 것이며 도와달라고 말한다면 전력으로 도와줄 것이다.
물론 자신이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무척이나 한정적이겠지만...
"누나."
"왜, 왜, 왜그러냐 이치카."
"나는 누나가 무슨 짓을 해도 응원하니까, 걱정하지 마."
"쿨럭!"
에에....누나, 왜 갑자기 각혈하는거야?
갑작스러운 자신의 말에 감격한 것,이라고는 하기 힘든데---.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치후유 누나에게 손수건을 건내주며
입을 닦는 것은 권유하면서 동시에 전날 타바네 누나가 전해달라고 했던
검은 육각형의 무언가를 건내주었다.
"뭐냐, 이건?"
"타바네 누나가 전해달라던데? 뭔지는 나도 모르지만."
".....일단 알았다."
그렇게 말하는 누나는 그대로 다시 수업을 하러 향하는 한편
자신은 마음속으로 누나에게 사과를 하였으니----.
아무리 누나를 응원한다고 해도 일단 상대를 내눈으로 확인해서
어떤 사람인지는 확인해야했다.
만약 개망나니나 양아치라면....당장 뜯어말려야겠지.
*
"이치카 녀석.... 어디까지 아는것이지?"
도대체 무슨 말을 했는지,라고는 말하기 어려운 녀석의 면담.
갑자기 자신을 불러서는 상담하고 싶은게 있다고 말하였던 것에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다가간 자신도 자신이지만
면담이라고 거짓말을 하면서 자신을 떠본 녀석의 행동에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녀석의 말이나 목소리로 보아서는
자신이 주말에 온천으로 간다는 것을 알고있기에
말을 한 것일텐데... 설마 그와 함께 가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인가?
"....."
아니, 그건 아닐 것이리라. 만약 그랬다면 녀석의 성격상 자신을
뜯어 말릴 것이 분명했는데 자신이 녀석을 아끼는 만큼
녀석도 자신을 소중히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기에
충분히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 세상에서 단 둘뿐인 가족,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서로에게 의지해서 살아가는 자신들은
자연스럽게 서로를 소중하게 여기게 될 수 밖에 없었으니까.
허나 그와 동시에 녀석의 부자연스러운 면담이 마음에 걸리는 자신.
그렇지만 이제와서 여행을 취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자신은 이어서 오후 수업을 예정대로 진행하는 한편 그가 별 탈 없이 방안에
얌전히 있길 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