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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화 〉[IS]취중연가 (10/139)



〈 10화 〉[IS]취중연가

따뜻한 온기와 기분 좋은 냄새.
눈을 감고 있는 자신이 느끼는 것은 그것들이었으며
상냥하지는 않지만 몸에 둘러진 것에서 안정감을 찾고 있는 자신은
이대로 계속해서 있고 싶다고 생각했다.


현실은 괴롭고, 슬프며, 힘들기에 도망치고 싶었으며
더이상 깨어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였으며 눈을 감은채
영원히 뜨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자신은 이 감촉을 더 느끼기 위해
눈을 뜨지 않고서 쥐죽은 듯이 있었다.


"....곤란하군."

그러던 도중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순간 전신이 굳어졌으니
자신의 귓가에 들려온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떠오르자마자
마치 신기루처럼 자신이 느끼던 안정감은 사라져버렸고 대신에
밀물처럼 밀려들어오는 불안감과 공포심에 서둘러서 일어나서는 도망치려는 자신.

하지만 자신은 도망치지 못했으니 그 이유는 상대가 자신을
구속했거나 자신에게 위해를 가해서,가 아닌
시노노노 타바네의 협박 이후로 아무것도 먹지 않았던 것의
반동이 여기서 찾아온 것이기 때문이리라.
과연 몇일이나 밥을 안먹었으며 물을 마지막으로 마신 것인지
자신 스스로도 모르는 나날들이었으니, 오히려 죽지 않은 것이 용하겠지.

"괘, 괜찮은가?!"
"---...."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그녀에게서 조금이라도 멀어지려고하는 자신.
그래, 자신은 그녀에게서 멀어져야만 했다. 그래야지만 한다.
만약 자신이 그녀와 가까워지면 불행해진다. 자신이나 다른 사람이나.
그렇기에 멀어져야한다고 생각하는 자신.

하지만 약해질대로 약해진 몸은 움직이는 것 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았으며 금방 그녀의 손에 붙잡히고 말았으니
뒤에서 자신을 붙잡은 그녀는 자신의 몸을 돌린 뒤 끌어안으며
자신에게 말하였다.

"괜찮다. 이제 괜찮다. 타바네에게 말해두었다.
더이상 너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타바네뿐 아니라 다른 녀석들도 너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을 것이다."

괜찮다고 말하면서 등을 토닥이는 그녀는 몸에 두른 팔에
힘을 주면서 좀더 자신을 품안으로 끌어당기며 안심시키려고 했으나
자신으로써는 어떻게 해야할지, 어떻게 될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전에도 그녀와 이야기가 잘 끝냈다고 생각했으나 협박을 받았으며
 협박이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보게 되었다.
한두번,이라고 웃어넘길 정도가 아닌 그것을 본 자신으로써는
도저히 안심을 할 수 없었다.

"일단, 병원으로 가자. 몸이 너무 약해졌고, 팔의 그 상처도 봐야한다."
"....."
"괜찮다. 정말로, 이제는 괜찮다."

*

"따끔할거란다."


퓩,하고 주사기가 팔에 꽂히면서 약물이 투약되어가는 도중에도
그는 아무런 표정도 보이지 않았으며 그저 자신과 눈이 마주치면
두려움에 서둘러서 시선을 돌리며 토끼처럼 떨기만  뿐이었다.

반면, 팔의 치료가 끝났으며 주사까지 다 맞은 뒤에야
보건 선생은 자신에게 다 끝났다고 말하면서도 그를 곧바로 침대에 눕혔다.

"링겔 좀 맞아야하니까, 한숨 자렴."
"----."
"말이 정말 적구나. 뭐, 시끄러운 것 보다는 나으니까."


그의 팔에 링겔을 꽂은 뒤에 커튼으로 그가 누운 침대를 가리는 보건 선생은
이내 자신에게 다가왔으며 자신은 그녀에게 고맙다고 말하였다.
사실 그를 이곳으로 데려온 것은 억지를 조금 부렸으며 그는 그것에
저항하지 않은채 따라왔으며 보건 선생은 자신이 외부인을 데리고 온 것에
놀라면서 따지려 했으나 그의 상태가 심각하단 것을 보고서는 일단 상처를 봐준 것.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링겔까지 맞아야할 정도일 줄은 몰랐던 자신은
그녀의 말을 듣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었으며 자리에 앉는 보건 선생은
종이에 무언가를 적어내리더니 이내 그것을 자신에게 내밀었다.

"만약에 저기서 상태가 더 악화되면, 대학부속 병원으로 가세요."
"다시한번, 고맙습니다."
"아뇨. 제가 할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몸의 상처를 치료한 것 뿐이에요.
저 남자애, 몸보다는 마음이 더 위험해요. 거의 궁지까지 몰린 상태라고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에요?"
"죄송하지만, 그건---."
"...후우. 링겔은 수면제랑 같이 투약한건데 30분정도면 다 끝날테니 그때 데리고 가세요.
잠에서 깨어날지는 모르겠지만요."

보건 선생은 거기까지 말하고서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서는데 아마 자신과 그를 위해서 자리를 비켜주는 것이겠지.
덩달아서 팻말까지 부재중으로 돌리는 것을 보면 다른 누가 오지 않게 해준다.

그것을  자신은 천천히 그가 누워있는 침대로 걸어가서는
커튼을 조심스럽게 걷어보았다.
어제보다는 한결 나아진 얼굴을 한채로 잠자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며
자신은 의자를 하나 가져와서는 그의 곁에 앉았다.

한결 나아보이지만 그럼에도 수척해보이는 그의 얼굴을 보자니
그가 타바네로 인해서 마음 고생을 한 것인지 알 수 있었으나
얼마나 심하게 한지는 자신으로써는 정확하게 헤아려줄 수 없었다.

"....너에게는 정말 미안하구나."


원치 않은 일들이고 괴로운 일들을 계속해서 겪게 만들어버린 자신.
그렇지만 더이상은, 그래 더이상은 괴롭게 하지 않겠다.
자신이 지켜줄 것이니까. 아무리 괴롭고 힘든 일이라도 자신이 지켜줄 것이니까.

이불을 들어올려서는 그대로 이불 속으로 그의 손을 넣어준 자신은
그가 일어날때까지 곁에 있어주기로 생각하면서 야마다 선생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미리 연락은 넣어두었기에 자신을 찾거나 하지는 않겠지.
덩달아서 슬슬 연수도 끝나가니 혼자서 수업을 진행해볼때가 되었으며
이번 기회에 혼자서 수업을 진행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타바네. 다시 말하지만 그에게 위해를 가하면 절교다.
그리고 내가 어떻게 되던 상관하지 않고 호우키와 이치카에게도 말하겠다."
".....치짱, 미안."
"내가 아니라 그에게 미안하다고 해라."


커튼 뒤에 서있는,  자리에 있는 타바네에게 말을 건내는 자신.
자신의 말에 커튼을 천천히 치우면서 나타나는 녀석은
사과를 건내오지만 그것은 자신에게 할 것이 아닌 그에게 해야하는 것.

잠들어있는 그의 얼굴을 손으로 조심스럽게 쓸어주면서
이제부터가  힘들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지만
피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 자신은 타바네에게 돌아가라고 말하면서도
나중에 제대로 사과하라고 말하였고 그녀는 알겠다,라는 말만을 남긴채
언제나처럼 사라졌다.

*

"무슨 일 있는건가, 누나?"

하기로한 요리연습도 건너뛰었고 지금까지 아무런 연락도 없었고
야마다 선생님 말씀으로는 급한 일이 있다면서 학원에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 같은데---.
정말 무슨 일인지 감이 안오는 자신.

생각해보면 어제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자니
급하게 학원을 빠져나갔다는  같은데, 집에 무슨 일이 있다거나
 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렇다면 자신에게도 말해줬을터.
누나한테 급한 일이면서 자신에게 말 못할 만한 일이라면---.


"역시 매형문제려나---."


유일하다면 유일하고 가장 큰 가능성은 그것이려나?
자신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단축 수업으로 인해서
기숙사로 되돌아가면서도 전화기를 꺼내들어서 일단 누나에게 메일을 보내기로 했다.

아무리 누나라도 남성 심리에 대해서는 자신이 좀더  알테고
그것으로 매형과의 문제가 잘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메일을 작성해서는 곧장 발송하면서 되돌아간 방앞엔---.


"어서와라 신부."
"어라 라우라? 무슨 일이야?"
"당연히 이것 때문이다."


언제 자신보다 먼저 온 것인지 모를 라우라가 기다리고 있었으며
손에는 종이뭉치가 들려져있었다.
동시에 떠오르는 것은 이틀전에 받았던 라우라의 보고서.
그것의 후속인가,하는 생각에 자신은 그녀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고
라우라는 곧바로 그것을 자신에게 건내주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일단 그곳에서 거주중인 모든 남자들에 대해서 조사해왔다.
일단 여덟 집 중에서 미혼남성이 사는 가구는 총 네 집이었다.
물론 기혼자들도 포함하면 여섯이되겠지만 아무리 교관이라도
불륜을 저지를 것 같지는 않았기에 배제했다."
"뭐, 상대가 고의로 속이는게 아니라면야..."


라우라의 말에 긍정하면서 이어서 그녀가 말하는 것을
기다리는 자신은 그녀가 보여준 보고서를 살펴보기 시작했지만---.

"네명 중에 두명은 사귀는 사람이 있었고 다른 한명은 어제 청혼을 했다더군.
유일하게 연애를 하지 않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나보다 어리잖아?"


설마하니 누나가 열 여섯살의 남성과 연애를 한다고는 생각하기 힘들었으나
동시에 다른 남성들 또한 누나와 사귈 것 같지는 않았다.
혹시나 하는 불륜이라는 가능성이 머릿속에 떠오르지만 라우라가 가져온
보고서에 따르면 그것도 아닌 것이
다들 가정에 충실한 사람들이라는 내용들이 적혀져 있었다.

그렇다면 결국 자신의 설레발인 것인가,하는 생각에 괜스레
힘이  빠지는 것이 느껴지는 자신은 행복한 꿈이 깨진 어린 아이마냥
좌절감이 들기 시작했으니----.

"아아, 누나한테도 봄이 온 줄 알았는데---."
"뭐 언젠가는 오지 않겠는가? 너무 서두르지 말거라."


자신의 말에 자신을 위로해주는 라우라였으나 정말로 안타까움에
몸부림치는 자신은 보고서를 다시 살펴보았으나
안타깝게도 만약에 누나가 이 멘션의 사람과 사귄다고 하면
자신보다 어린 소년과 사귀어야한다는 것이되는데....
이러면 범죄자가 아닌가,싶은 자신.


그러면서도 보고서에서 정말 눈에 들어오는 특이사항에
약간이나마 동질감과 동정이 갔다. 자신들처럼....아니, 자신들보다  안좋은 소년.
고아인데다가 말을 못하는 장애를 안고 있지만 혼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자신과 누나를 비슷해보였다.


"사이토 하지메,라---."
"뭐냐, 그 소년이 궁금한거냐?"
"아니, 그냥 눈이 가길래.... 읏샤. 그러면 이제 샤워를 해볼까?
라우라 이거 고마워. 대신 나중에 소원하나 들어줄께."

자신은 그렇게 보고서를 라우라에게 되돌려주면서
말했는데 그녀는 그런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무언가 불길한 미소를
지어주는데.... 나, 실수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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