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화 〉[IS]취중연가
싫다, 무섭다, 나무나도 싫고 무서웠다.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이불을 뒤집어쓴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시노노노 타바네와의 통화 이후 방안에서만 지내는 자신은
아무것도 먹지도 않고 그저 무섭다는 생각과 싫다는 생각만을 할뿐이었다.
핸드폰이 울리지만 그것에 아무런 답장을 안하였으며
오직 이불 속에서 자신의 과거를 질책하면서 이 모든 것이 꿈이길 빌었다.
동시에 제발 깨어나길, 이 악몽이 어서 끝나고 모든 것을 잊고 싶은 자신은
계속해서 눈을 감으면서 본래의, 자신의 현실로 깨어나길 바랬다.
고아라서 불편하고 안좋은 시선을 받았지만 괜찮았다.
말을 못한다고 놀림받고 무시받았지만 견딜 수 있었지만
지금은 도저히 버티지 못할 것 같았으니, 자신이 잘못하면
거역할 수 없는 힘이 자신을 덮쳐버리게 된다.
경찰에 신고해봤자 도움을 받을 수 있을리 없었다.
아니, 되려 자신이 끌려가지 않으면 다행이겠으며
만약에 간다고해도 시노노노 타바네는 본인이 말한대로
자신을 글자그대로 매장시킬 것이리라.
그렇다면, 그렇다면 차라리 사라지는게 편하지 않을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은채 이 집안에서
다른 누구와도 만나지 않고서 이대로 사라지면 괜찮을까?
만약 그러면 자신은 더이상 무서워하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너무나도 춥고 시린 몸을 이불을 덮고서 양손으로 감싸지만
떨림은 멈추지 않았으며 오히려 더 떨리는 것 같이 느껴졌다.
하지만 자신은 그것밖에 할 수 없었으며 어떻게든 혼자서 버틴다는 것
이외의 선택지는 존재치 않았다.
시간이 얼마나 흐른 것인지, 날짜가 얼마나 지났는지는 알 수 없었으며
그것에 신경을 쓸 여유도, 마음도 없었다.
'치짱을 신고하면, 너의 인생을 망가뜨릴거야.'
흠칫,하고 떨리는 몸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게 들리는 그 목소리에
공포심을 느끼면서 주변을 살피는 자신.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누가 있느냐 없느냐,는 중요치 않았다. 자신은 시노노노 타바네에게
감시당하고 있었으며 이것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보통의 사람들보다 조금 나은 정도의 자신이 천재 중의 천재라고 불리는
그녀의 감시를 빠져나가서 자유를 되찾는 일 따위, 가능할리 없으니까.
"....."
아파오는 팔의 통증에 자신은 시선을 내렸으니 그곳에는
손톱으로 인한 상처자국과 딱딱하게 딱지진 핏자국만이 선명했으니
더이상 시노노노 타바네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무의식적으로 올리려던 손을 어떻게든 스스로 막으려다가 난 상처들이었다.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는 자신은 올라오려던 팔을 내리면서
눈을 그대로 잠으며 현실에서 눈을 돌리려고 했다.
두려움과 공포는 이제 싫으니, 너무나도 싫었기에----.
끼이이익---!!
밖에서 시끄러운 타이어 소리가 자신의 귀에 들려오지만
그것에 자신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으며 어서 이 악몽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조금이라도, 조금이라도 더 빨리 벗어나고 싶은 자신.
한편 밖에서 들려오던 소리는 더이상 들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것도 잠시, 방 밖에서 들려오는 갑작스러운 큰 소리.
자신은 그것에 몸이 흠칫 떨리면서 이불과 자신의 몸을 더욱 감싸안았다.
들리는 소리로 보건데 아무래도 현관문을 누군가가 강제로 열어서
들어온 것 같았는데 그것에 머릿속에서는 도망칠까,도 생각했으나
몸은 이미 딱딱하게 굳은데다 덜덜 떨고 있었기에 마음대로 움직이고 있지 않았다.
그렇기에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집안으로 들어온 누군가가
다시 밖으로 나가길 간절히 바라면서 이불을 뒤집어쓴채
양팔로 몸을 감싸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러한 자신의 바램과는 다르게 벌컥,하는 소리와 함께
열리는 방문과 함께 집안으로 들어온 상대가 보였으니----.
"----!!"
싫다, 싫다, 싫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그럴께요.
말이 안나오지만 계속해서 입에서 짐승과도 같은 갈라진 울음소리가
나오면서 뒤로 물러서는 자신은 방의 끝에 도달하자마자 몸을 팔로 감싸면서도
상대와 멀어지기 위해서 계속해서 뒤로 물러났다.
무서운 것은 싫었으며 괴로운 것도 싫은 자신은 그저 이대로 사라지고 싶다라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면서도 두려움에 몸은 이전보다 더욱 떨리기만 하였다.
부디, 부디 바라옵건데 돌아가주세요.
더이상 저에게 오지 말아주세요.
남들에게 말 안할테니까, 경찰에 신고하거나 인터넷에 올리지 않을테니까
제발 되돌아가주세요----.
"-----!! ---! ----!!!"
마치 고장난 축음기마냥 듣기 싫은 소리만을 내지르면서
자신은 간절히 상대에게 자신의 의사가 전해지길 바래면서도
뒤로 계속해서 물러나려했으나 벽으로 인해서 그것이 막혔음에도
뒤로 물러나는 자신.
"괜찮다! 괜찮으니까! 그러니까!"
그러나 그러한 자신을 상대방, 오리무라 치후유는 끌어안으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 괜찮다고, 이제는 괜찮으니까 안심하라는 듯이.
하지만 도저히 진정할 수 없었다. 시노노노 타바네가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
자신과 그녀가 관련되는 것을 싫어하는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이로인해서 자신은 또다시 공포에 떨고 괴로워질게
뻔하였기에 자신은 그녀에게서 벗어나려고 그녀를 밀어냈지만
치후유씨는 그러한 자신보다 더욱 강한 힘으로 자신을 끌어안으면서
자신이 벗어나는 것을, 도망치려는 것을 막아세웠다.
*
갈라진 목소리로 자신을 향해서 소리를 내면서 밀어내는 상대를
어떻게든 끌어안으면서 진정시키려고 하는 자신은
마음속으로 타바네를 향해서 분노를 하면서도 그가 벗어나지 못하게
힘을 주어 그를 품안으로 끌어안았다.
자신 때문이다. 자신 때문에 이러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아무런 죄없는 그가 이러한 일을 겪게 된 것은 자신때문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자신이기에 어떻게든 해야만 하였다.
"---!!!"
"내가, 내가 지켜주마!"
그렇기에 그에게 말했다, 자신에게 소리치듯이 외치는 자신은
더더욱 그를 감싼 팔에 힘을 주면서 그를 끌어안았다.
안다, 자신에게 그를 지킬 자격따위는 없다는 것을.
애시당초 그가 이런 상처를 입은 것은 자신때문이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은 말할 수 밖에 없었다.
"---! ---!!"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내가 지켜주겠다.
너가 위험하면 내가 도와주겠다, 너가 곤란할때 옆에 있어주겠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이제 괜찮으니까---."
"----. ----.."
"그러니, 부탁이니 진정해라. 이제, 이제 괜찮으니까, 정말로 괜찮으니까---."
"---....-----...."
그러한 자신의 진심이 통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더이상 그는 자신을 밀어내지 않았으며 이제는 자신의 가슴에
얼굴을 뭍으면서 흐느끼기 시작했다.
말도 못하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지도 못하는 이런 궁지를
이 같은 어린 소년이 혼자서 버틸 수 있을리 없을테니까.
그렇기에 자신은 그를 품안에 안으면서 그의 등을 쓸어주며 토닥여주었다.
너무나도 연약한 그의 몸을 끌어안아주었으며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손을 잡아주었으며 품안에서 울고있는 그의 얼굴을 숨겨주었다.
너무나도 연약하고 가련한, 그를 품안에 안으면서 자신은 다시한번 말했다.
"괜찮다. 이제는, 내가 지켜주마."
다른 이들로부터 지켜내겠다. 자신이 상처입혔으나 그것으로 더한 상처를
받지 않게끔 자신이 지켜내리라.
그래 이 말이 얼마나 엉망인지는 잘 알지만, 그럼에도 자신은 말할 수 밖에 없었으며
품안의 그가 진정할때까지 계속해서 끌어안아주는 자신.
주머니의 핸드폰이 미친듯이 울리는데
상대는 아마 타바네일 것이며 이치카도 전화를 하고 있겠지.
하지만 지금은 받지 못한다. 받을 수 없었으며 품안의 그를
끌어안아주며 달래주는 자신.
그렇게 얼마나의 시간을 있자 그의 흐느낌과 떨리는 몸은
멈추었으며 조심스럽게 그를 품안에서 꺼내자 의식을 잃고서
잠들어버린 그. 아니, 잠들었다기보다는 기절한 것일까?
"...."
양팔로 그를 안아드는 자신은 그대로 몸을 일으켜서는
그대로 그를 데리고 나아서 차에 태웠으며 경비분에게는
현관문이 망가졌으니 업자를 불러달라고 말하며 자신의 연락처를 남긴채
차를 몰아서 멘션을 떠났다.
향하는 곳은, 자신의 집. 이치카는 자신이 연락을 하지 않았기에
아마 오늘은 학원에서 잠을 잘테니 집에는 아무도 없을터니다.
올때와는 다르게 조심스럽게, 그가 다치지 않게끔 차를 몰아가는 자신은
머릿속으로 여러 복잡한 생각이 떠올랐다.
Rrrrr---Rrrrr----.
"....."
그러던 도중에 울리는 전화에 보이는 것은 타바네의 번호였으며
자신은 그것에 어떻게 할지 고민하지만 이내 통화버튼을 눌렀다.
딱히 녀석을 용서하거나 한 것이 아닌, 자신의 의무와 각오를 전하기 위해서.
[치짱.]
"닥쳐 타바네. 너때문에, 너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난 줄은 아는거냐?"
[치, 치짱....]
"이 일은 전적으로 내 잘못이다. 그리고 그는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나를 용서해주려고 했던 것인데----.
네녀석이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고 지내는 것은 상관없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는 것이다."
큰소리가 나오지 않게끔 어떻게든 진정하면서 그가 깨어나지 않을까
계속해서 거울로 뒷좌석에 누워있는 그를 바라보는 자신은
전화기를 향해서 계속해서 말을 했다.
"하지만 그로 인해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서는 안되는 것이다.
너 하나때문에.... 너의 그 말도 안되는 짓때문에 그가 얼마나 상처받은줄은 아는거냐?"
[....]
"마지막으로 말하는거다 타바네. 다시는 그에게 아무런 위해를 가하지 말거라.
이건 그와 내가 해결할 문제이고 다른 누군가의 간섭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다."
자신은 거기까지 말하고서는 그대로 통화를 종료했으며
동시에 집앞에 도착한 것을 확인하자 차를 주차하는 자신은
백미러를 통해서 뒷좌석을 바라보았으니 아직도 그는 일어나있지 않았다.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아니면 불행 중의 불행일까?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를 들어올려서는 그대로 집안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자신의 집에서 재우고 내일 병원에 데려가봐야겠지.
그러면서 품안에 안아드는 그의 가녀린 몸.
가볍다, 너무나도 가벼운 그것에 자신은 다시금 그를 내려다보았다.
이치카와 엇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그의 너무나도 가녀리고 연약한 몸.
자신은 과연 이러한 상대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이고 무슨 일을 겪게 만든 것인가....
스스로를 향한 자기혐오를 하면서 집안으로 들어간 자신은
그를 자신의 방 침대에 눕혔으며 그대로 방을 나와서 소파에서 잠을 자려고 했다.
하지만 그러한 자신을 붙잡는 손에 고개를 돌리자 보이는 것은
악몽을 꾸는 것인지 끔찍한 현실이 떠오른 것인지 괴로운 얼굴을 하며
신음소리를 내고 있는 그의 모습.
"...."
자신은 그것에 옷도 벗지 않고 그의 곁에 나란히 누워서
그를 품안에 끌어안아주었다.
안다, 자신에게 이럴 자격은 없다는 것은. 그에게 상처를 입혀버린 것은
다른 이도 아닌 자신이니까.
하지만 동시에 자신은 그에게 말했다. 지켜주겠다고.
위험할때 지켜주고 힘들때 도와주고 괴로울때 보살펴줄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그럴 것이다.
"괜찮다, 곁에 있어줄테니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야심한 밤, 자신은 그의 곁에 누워서 그가 두려움에 떨지 않게끔
지켜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