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화 〉[IS]취중연가
"오리무라 선생님, 어젯밤의 일은 도대체 무슨 소란인거에요?
오리무라군의 말대로 남자라도 생기신거에요?"
"야마다 선생, 자네도 그 소리인가?"
교무실에 앉아서 수업준비를 하는 자신에게 돌연 말을 걸어오는 야마다 선생.
하지만 어젯밤 이치카의 난동 아닌 난동으로인해서 이목이 집중되었는데
아무래도 바보녀석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다들 들은 모양이고
그에 야마다 선생또한 자신에게 질문을 해오기에 머리가 아픈 자신.
아침에 일어나보니 이치카 녀석은 나중에 반드시 이야기해달라면서
방을 빠르게 나섰으며 그 뒤로 아직 만나지 못한 상태였지만
자신이 아무리 이야기해도 녀석은 믿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기분 탓만은 아닐 것이리라.
바보 녀석을 당장에 잡아서 이야기를 해봤자 어차피 녀석은 듣지 않을 것 같고
그렇다고 그냥 냅두자니 혼자 이상한 착각이나 하면서 이상한 짓을
할 것이 뻔하였기에 자신으로써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여져 버린 것이다.
도대체 녀석은 어디서 그런 착각을 해버린 것인가?
아니, 남자가 관련은 되어있으니 아주 착각한 것은 아니지만
녀석이 생각하는 그런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고 있는데----.
"하아----."
깊은 한숨을 내뱉으면서 자신은 아파오는 머리를 손으로
마사지하면서도 수업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였다.
아니, 정확하게는 이치카녀석을 어떻게 굴릴지에 대한 고민.
교사로써 이런 불평등은 좋은 것이 아닌 것을 알지만 타바네 녀석의 말을
약간 빌리자면 인간은 원래 불평등한 존재이니 괜찮을 것이리라.
뭐, 다른 녀석들도 반대는 못할테고 자신에게 항의하거나하면
곧바로 무력진압을 실행하면 되는 일.
억지로 트집을 잡는 것이 아니라 정당하게만 하면 되는 것이 포인트이니.
"그건 그렇고, 최근 방과 후에 자주 나가시던데
정말로 남자가 생긴거 아니면 무슨 일이신건데요?
자주 가시던 바에도 안가시는 것 같던데----."
"....사적인 일이니 물어보는 것은 참아주길 바라네."
안타깝게도, 남들에게 말할 일이 전혀 아니기에---.
*
"이치카, 뭔가 기분 좋아보이네?"
자신의 자리에 앉아있는 자신을 향해서 옆자리인 샤르가 질문을 해왔는데
아무래도 자신의 기분이 전혀 숨겨지지 않고 있는 듯했다.
뭐 숨길 생각도 없기도 하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모두가 말한대로 누나한테 남자가 생긴 것 같거든."
"저, 정말? 그 오리무라 선생님께?"
자신의 말에 놀라는 샤르의 말에 자신은 그녀의 의견에도
약간의 공감은 하였으니, 누나가 여태까지 보여준 모습은
브라콘 기질이 강하기도 했고 남자에 관심이 없어보였기에
남자가 평생 안생길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누나에게 남자가 생긴 것이니 자신으로써는 무척이나 기쁜 일.
물론 누나가 결혼을 한다거나 떠난다면 쓸쓸할지도 모르지만
자신은 그것을 막아서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리라.
왜냐하면 자신을 위해서 누나는 수많은 것들을 희생했으니까.
학창시절부터해서 친구들과 놀거나 본인의 꿈같은 것들을
전부 희생하면서 자신을 돌봐주고 보살펴준 누나.
그런데 그러한 누나가 처음으로 본인이 원하는, 본인만을 위한 행복을
찾은 것이니 자신이 싫어하거나 슬퍼할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누나가 상대방과 잘되길 진심으로 비는 마음이 넘쳐났다.
하지만 동시에 걱정인 것 또한 있으니 그것은 상대에 대한 것.
누나가 행복하길 바라는 자신이지만 동시에 상대가 양아치거나 쓰레기라면
자신은 누나한테 미움을 받더라도 상대와의 교제를 뜯어말릴 것이었는데
누나가 행복해지는 것은 진심으로 바라는 일이지만 누나가 고생하는 것은
바라는 일이 아니었으니까.
"아, 빨리 조카보고 싶다."
"이, 이치카 그건 너무 빨라----."
"하지만, 누나가 빨리 결혼해서 행복해졌으면 좋겠는걸?"
샤르의 말에 진심으로 대답하는 자신.
상대가 괜찮은 사람이며 누나를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느껴지면
자신은 전심전력으로 둘이 결혼하는 것을 도울 것이다.
여성의 행복이 결혼이라고는 말하지 않겠지만 누나도 결혼에 대한
로망이 있는 듯하니까.
"물론, 그때까지 내가 신부수업을 열심히 시켜야겠지만---."
허나 그것과는 별개로 치후유 누나의 처참한 가사능력에
자신은 그녀에게 신부수업을 엄격하게 해야한다는 현실을
떠올렸지만 누나를 위해서라면 그정도는 감당 할 수 있을 것이리라.
물론 혈압으로 자신이 쓰러지거나 하지만 않으면 말이다.
"호오? 누구한테 신부수업을 시킨다는 것이지?"
"그거야 물론 치후유 누나한테---지?"
당연한 질문이 자신에게 들려오자 주저없이 대답하는 자신은
질문을 한 상대를 향해서 얼굴을 돌리며 대답을 했는데
순간 머릿속에 떠오르는 의아함과 이상함에 몸은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
자신에게 질문을 한 것은 샤르가 아니었으며 호우키나 링잉, 세실리아, 라우라도 아니었지만
무척이나 익숙하고 오히려 그녀들보다 오랫동안 들었던 목소리였으니---.
"치, 치후유 누---."
"오리무라 선생님이라고 불러라!"
퍽,하는 큰 소리와 함께 자신의 머리에 내리쳐지는 출석부와
머리에서부터 느껴지는 충격에 의식이 흐려지기 시작하는 자신은
절대로 두개골에 금이 갔다고 자부하면서 기절했다.
*
"하아---."
한숨을 내쉬면서 멘션의 앞에 서있는 자신은 오늘도 그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메일로 오늘 다시 만나고 싶다고 말하기는 했는데 답장이 아직까지
없어서 과연 그가 동의를 한 것인지 거절을 한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답장을 기다리고 있는 것보다는 이렇게 나와있는 것이 났다고 본다.
하지만 가을의 밤바람은 자신에게 추위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기에 그닥 좋지는 않았지만 전날 이 밤바람의 도움으로
그와 만날 수 있었기에 조금만 참기로 했다.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만 하는 것이지만 희망을 버리지는 말자.
그렇게 한참을 밖에서 기다리는 자신은 조심스럽게 그가 살고 있는 집을 향해서
시선을 올렸으나 아직까지 불이 켜져있지 않은 그의 방.
아직은 돌아온 것 같지는 않아보이지만 동시에 전날 그가 집안에서
불을 끄고 지내던 것을 떠올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을 수 있었기에
자신은 인내심을 좀더 발휘해서 기다리기로 했다.
"아, 그---안녕하십니까..."
그렇게 몇분이 지났을까? 정문으로 다가오는 그의 모습에 자신은
정중하게 인사를 건내면서 그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자
이전과는 다르게 무시는 하지 않는 그.
하지만 아직도 아무 말 없이 자신을 바라보기만 하였는데 이치카의 말대로
자신과 대화하는 것은 싫은 듯한 그의 모습.
그렇지만 물러설 수는 없는 일이었기에 자신은 그의 뒤를 따라서
멘션의 내부로 향하면서 두서없이 계속해서 이야기를 해나갔다.
아무거나 하나만 걸리라는 느낌으로 이야기를 하는 자신은
인터넷을 통해서 검색하여서 조사한 것들을 이야기해보지만
자신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는 그는 고개를 돌려서 자신을 바라보는데
그 시선은 자신에게 시끄럽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 시끄러웠다면 죄송합니다... 조금 긴장이 되서---."
사실대로 말하면서 사과를 하는 자신과 그러한 자신을 향한
시선을 거두고서는 다시 정면을 바라보는 그.
결국 엘리베이터가 그가 사는 층으로 도착할때까지 자신들의 사이에는
아무런 대화가 오가지 않았으며 무거운 적막만이 자신들을 감쌀 뿐이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이 공간에서 자신은
온갖 생각을 채워나가기 시작했으며 엘리베이터의 작동음조차
들려오지 않는 것에 혹시 고장이 나서 작동을 안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까지 머릿속에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러한 자신의 생각은 띵,하는 소리와 함께 알람소리가
울려퍼지면서 틀렸다는 것이 증명되었고 문이 열리자마자
내리는 그의 뒤를 따라서 자신 또한 엘리베이터에서 내렸으며
그의 뒤를 복도를 걸어가서는 그의 집안으로까지 들어간 자신.
이번에 세번째로 들어오는 자신은 익숙하다면 익숙하지만
그래도 그의 말을 기다리면서 그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
집의 거실에 서서 얌전히 그의 말을 기다렸다.
"아참! 이, 이거--. 전에 사드렸던 화과자입니다...."
"....."
조심스럽게 선물을 앞으로 내미는 자신은
내용물에 대해서 설명을 하자 그는 그것을 받아들더니
이내 테이블에 올리면서 자리에 앉으라 손짓하면서
천천히 메모장에 무언가를 적어내리는데 아무래도
아직까지도 자신과 대화를 하고 싶지는 않은 듯했다.
다른 이라면 너무 무례한 것이 아니냐고 따지겠지만
그의 경우에는 충분히 그럴만하다고 생각하는 자신은
아직인가,하면서 한숨을 내쉬는데---.
[죄송하지만 장애가 있기에 말을 못하니 양해부탁드립니다.]
"아...."
자신과 대화하기 싫은 것이 아닌, 대화 자체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된 자신은 그것에 할 말을 잃어서 아무말도 하지 못하게 되었으나
그는 전혀 신경쓰지 않은채 어딘가로 향했다.
메모장이라도 더 가져오려는 것인가,하고 생각하면서
가만히 자리에 서있는 자신은 집안에 울려퍼지는 시계소리를
들으면서 그에게 무어라 말해야할지 생각하는 한편 자신이 저지른
일때문에 혹시 말을 못하게 된 것은 아닐지 걱정하였----.
'참는 건가? 후후훗, 여자애같은 표정을 지으면서
신음소리를 안내려고 참는게 꽤나 귀엽군.'
"....."
돌연 떠오르는 그날의 기억 중 한 장면이었으나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으며 자신이 얼마나 엉망진창이었는지 자각할 수 있었으며
한숨을 내쉬면서 손으로 얼굴을 가리는 자신은 참담하면서 암담한
자신의 과오와 함께 과거의, 그 만취상태의 멍청한 과거의 본인이
눈앞에 있으면 전력으로 때려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한편, 그러한 자신이 있는 거실로 무언가를 챙겨서 나타나는 그는
테이블에 앉으라면서 손짓으로 권유를 하면서 테이블 위에
따뜻한 차와 함께 노트북을 올리면서 그것을 자신에게로 향했다.
노트북은 이미 전원이 켜져있었으며 화면에는 메모장이 켜진상태.
[죄송하지만 대화는 이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괘 괜찮습니다. 오히려 무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좋아, 일단은 대화를 시작하는 것은 성공했으니
어떻게든 그에게 제대로 사죄하고 용서를 받자 생각한 자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