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화 〉[IS]취중연가 (3/139)



〈 3화 〉[IS]취중연가

적막이 내리 앉은 테이블에 얌전히 앉아서는 앞에 놓여진 녹차를
한모금 들이킨 자신은 건너편에 앉아있는 여성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고민하였다.


늦은 시간임에도 다른 사람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고
현관문을 글자그대로 난타하면서 열어달라고 말하는 것에
다른 집의 항의가 들어오거나 경찰에 신고할까 무서워서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어준 자신이었는데, 생각해보면
경찰이 오게끔 두고서는 돌아가게끔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않았을까, 했다.

하지만 오늘은 돌아가더라도 내일이나 모레, 혹은 그 다음날에도
여성은 자신을 찾아올 것이라는 왠지모를 확신이 생긴 자신은
집안으로 그녀를 들였으며 그러기를 현재까지 대략 10분이 지난 상태에
돌입하였으나 아무런 말한마디 없이 자신을 향해서 시선을 올리다가
내리기를 반복하는 여성은 녹차를 한모금 다시 들이켰다.

할 이야기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것이 설마 집안에 들여달라는 것이었으며, 그 이야기를 했으니
녹차나 마시면서 시간을 좀 보내고 돌아가겠다,라는 어이없는 이야기일까?


"....죄송합니다. 아무리 술김에라고는 하지만
해서는 안될 짓을 해버린 점, 정말로 죄송합니다.
무언가 보상을 원한다면 바로 말씀해주시면 그대로 하겠습니다.
물론 그것으로 지난 과거를 지울 수는 없겠지만, 원하신다면
곧바로 경찰서에 출두하겠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있던 그녀는 이내 죄송하다면서 고개를 숙이면서
자신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본인이 한 일에 대해서 기억을 얼마나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술김에 저질러버린 일이었기에 사과를 하는 그녀.

하지만 술김에라고 말은 하지만 그것을 핑계삼아서 자신의 죄를 덜어내려는 것이 아닌
그렇다고 해도 본인이 잘못한 것을 인지하고 있고 그에 대해서
사과를 한다고 말하는 그녀는 자신의 답변을 기다리는 것인지
머리를 숙인채 아무런 말도, 행동도 하지 않은채 부동의 자세로 있었다.

"...."


솔직히 말하자면, 용서를 해줄 생각은 그닥 없었으며
어서 빨리 돌아가주길 바라는 마음만이 있는 자신.
그렇기에 자신은 테이블에 준비해 두었던 메모지에 볼펜으로
자신의 의사를 적어서 그녀에게 건냈다.


그것은 시간이 늦었으니 돌아가달라는 말과 자신의 메일주소.
내일 연락을 달라는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메일주소를 건내면
멘션 앞이나 현관앞에서 시끄럽게 굴지는 않을테니
다른 집에 피해가 안갈 것이라는 자신의 판단이었다.


"화, 확실히 늦은 시간이긴 하군요. 죄송합니다.
그, 이건 별거 아니지만---."
"...."

테이블 위에 종이봉투를 올리고서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난 뒤
지체 없이 자리를 벗어나는 여성은 마지막으로 현관 앞에서
이쪽을 향해 다시한번 인사를 한 뒤 문 밖으로 나섰다.

반면 자신은 그녀가 나서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현관문을
다시 걸어잠그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걸로 한동안은 안찾아오시겠지,라는 생각과 제발 그러길 비는
자신의 마음이 담긴 그것은 꽤나 깊고 길게 흘러나왔으며
시간도 시간인데다가 입맛도 사라진 자신은 전자레인지에
넣어두었던 간편식을 다시 냉장고에 넣어두고서는 잠이나 자기로 했다.

이래저래 최근 몇일 사이에 너무나도 신경쓸 일이 많았던 자신은
제발 하루라도 조용히 지낼 수 있길 바라면서 침대로 들어가는데
돌연 차라리 여행이라도 갈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분 전환으로 해결될 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우울하고 꿀꿀한 기분으로
지내는 것 보다는 차라리 여행이라도 가서 잊으려 노력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으리라.

성폭력 상담센터나 그런 곳으로 가서 상담을 받아봐야하는게
아닐까 했던 생각이 아주 없던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회사가
마음에 걸리기도 하고 혹시나 갔다고해도 결국에는 틀에 박힌 이야기를
듣기만 하고 되돌아오거나 기분이 더 나빠질  있다는 생각이 드는 자신이었기에
차라리 자신에게 좋은 일들을 하기로 한 것.


"...."

테이블 위에 있는 물건은, 나중에 처리하도록 하자.

*


"이상하단 말이지...."
"에? 시노노노양 뭐가 말이에요? 도시락은 괜찮아보이는데 말이죠?"

IS학원의 점심시간. 오늘도 오리무라 이치카를 중심으로 모인
그의 하렘원들은 도시락을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돌연 검은 장발의 소녀, 시노노노 호우키는 뭐가 이상하다는 말을
하면서 도시락을 내려다 보았다.

그것에 곁에 있던 세실리아 올코트는 그녀의 도시락과 얼굴을
번갈아가며 확인을 하지만 눈으로 보기에 특별하게 이상한 점은
없었기에 호우키에게 질문을 하였다.


"아니, 도시락 말고. 최근 치후유 언니의 상태가 이상해서 말이지."
"아, 그러고보니 최근 매일 같이 수업이 끝나면 학원밖으로 나갔지?"


합,하고 춘권을 베어물면서 호우키의 말에 대답하는 갈색 트윈테일의 머리를 한
소녀,  링잉은 호우키의 말대로 최근에 매일같이 나가는 치후유의 행적에
의문을 품으면서 그녀의 말에 공감을 형성하였고 주변의 다른 인원들 또한
그것에 동의를 하면서 화제가 전환되는 것을 인지하였다.

최근 들어서 수업이 끝나면 곧장 학원 밖으로 나가는 오리무라 치후유.
한두번이라면 무언가 볼 일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넘어가겠지만
그것이 일주일을 넘긴다면 구설수에 오를 수 밖에 없는 일이었고
다른 사람도 아닌 최강,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치후유라면 더더욱 그러리라.

"업무때문이 아닐까?"
"교관이 외부에서 볼만한 업무는 없을 것이다. IS학원은 다른 곳보다
우수한 장비들이 있으며 외부로 새어나가면 안되는 정보가 대다수이니."


금발의 강아지를 닮은 듯한 인상의 프랑스 대표후보생, 샤를로트 뒤누아는
샌드위치를 자그맣게 한입 베어물면서 이야기를 했으나
그것은 곧장 그녀의 곁에 앉아서 이치카가 만들어준 도시락을 먹고있는
은발의 독일 대표후보생, 라우라 보데비히에 의해서 부정되었다.


확실히, 그녀의 말대로 IS학원의 장비들은 일본 국내의 어느 시설보다도
뛰어난 설비를 갖춘 곳이었으며 그곳의 정보 또한 민감한 것들이 많기에
외부로 유출되는 일은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없어야한다는 것은 쉽게
생각할  있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무슨 일로 그녀가 매일 방과 후에 학원에서 나가서
밤 늦게 되돌아오는 것인가,에 대한 다른 추론이 시작되었으니---.


"혹시 남자가 아닐까?"
"에?"


어느샌가 나타난 청색단발의 러시아 대표생, 사라시키 타테나시는 부채를 펼치면서
능글맞은 눈웃음을 지으면서 대화에 끼어들었으며 도시락을 먹던
모두는 놀라지만, 그것은 그녀의 갑작스러운 등장때문이 아니었다.

그녀가 말한 것에 대한 가능성, 남자와 관련된 일이 아닐가 하는 것에
대해서 자리에 있던 모두가 놀라지만 이내 모두 이상한 얼굴을 하면서
머릿속으로 상상을 해나가기 시작했으니---.


"오리무라 선생님한테...."
"남자가 생겼고...."
"그로인해서 매일 외출을 해서"
"밤늦게 온다....고요?"
"....응, 무리."


곧바로 무리라고 결론을 내리는 그녀들이었으며 타테나시는
예상했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돌려서 이치카를 바라보는데---.


"에? 저, 저기 이치카?"

무언가 이상한 그를 바라보면서 그의 이름을 부르는 그녀였지만
평상시에는 곧잘 반응을 해주는 이치카였지만 어째서인지
전혀 반응을 하지 않는 그의 모습에 다들 의문을 품으면서
그를 바라보는데---.


"누나한테....남자,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충격에 빠진 이치카는 그렇게 나즈막히 중얼거렸다.

*


".....간신히,라고 해야하나?"

자신의 개인실에서 한손에 들고 있는 맥주를 들이키며
눈앞에 놓여져있는 쪽지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래. 간신히,라고 말해야할 정도로 어렵게 얻어낸 결과물이 이 쪽지였으며
자신은 그것을 바라보면서 다행이 사과의 마음을 전했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것으로 끝날 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아무것도 못하는 것보다는
발전이 있는 것이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자신이었으며
동시에 이제부터 뭘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무엇이든 시작이 중요하다고 했으며 그것을 이루어낸 것이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앞으로의 길도 힘들 것이 분명하다고 예측하는 자신.
아니, 예측할 필요도 없이 당연한 수순일 것이며 만약 그가 경찰서로 출두하라고
말한다면 자신은 지체 없이 출두할 예정이다.

이치카에게는 자랑스러운 누나가 되려고 했지만
결국에는 그러지 못한 자신이었으며 술에 그러한 사고를 쳤음에도
다시금 술을 마시는 자신. 뭐, 몇일간은 술은 한모금도 마시지 않았지만....
그렇게 쪽지를 서랍에 넣으면서 일단은 쉬자고 생각했다.

당장 메일이라도 써야하는게 아닐까 싶기도 했지만
메일 주소를 받았다고 바로 보내기에는, 안타깝게도 용기가 나지 않았기에
나중에 내용을 어느정도 정리해서 보내기로 하였으며----.

"누나!"
"교사 개인실을 함부로 열다니 배짱도 좋구나!"


쾅,하면서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치카의 머리를 후려갈기면서
일갈하는 자신이었으나 평상시라면 그것에 사과를 할 이치카는
어째서인지 지금은 그러지 않고서 곧장 자신을 바라보면서 질문을 했고---.


"남자친구 생겼어!?"
"무슨 헛소리냐!"

양심이 찔려서 좀전보다 더 힘을 주어서 이치카의 머리를 후려갈겨버렸고
자신의 주먹을 맞은 이치카는 그대로 바닥에 얼굴을 처박아버렸으나
곧장 일어나는 녀석은 머리에서 피가 흐르는데도 물러서지 않았으니
 모습은 흡사 부상투혼을 벌이는 전사의 그것과 같아보였으니
평소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는 모습이나 자신에게만 보여주던 모습들을
종합한다고 해도 생각치 못할 녀석의 모습이었고
생각해보면 그만큼 이치카에게 있어서 자신과 남성이 관련된 일은 그만큼 중요하다고 느끼는 것이겠지.


물론 지금 녀석의 모습과는 행동은 자신을 곤란하게만  뿐이기에 전혀 멋져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함정이지만 말이다.


"당장 말해! 매일 같이 나가는 이유가 뭐야!? 역시 남자인거지! 그치!"
"지금 네녀석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것인지 알고는 있는거냐!?"
"어떤 사람이야?! 진도는!? 미래는 진지하게 생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야!?"
"시끄럽고 당장 방에서 나가!!"


방문을 열어놓고 큰 소리로 소리치는 녀석으로 인해
주변의 다른 학생들이나 선생들이 자신의 방으로 몰려오는 소리가 들려오자
자신은 하는 수 없이 나가라고는 말했지만 녀석은 절대로 나갈 수 없다면서
버티면서 계속해서 자신에게 따지고 들자 하는 수 없이 자신은
녀석을 방안으로 들였다.

동시에 녀석은 이제서야 자신이 이야기를 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듯하여
몸을 돌려서 자신을 바라보려하였으며 자신 또한 녀석과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준비를 하였으니---.


"에에. 누나, 그거 IS교과서 아냐? 그걸 왜 드는거---."
"지금 너와 할 '이야기'는 이것 뿐이다 이치카."
"아, 아니 그거 맞으면 아무리 그래도 죽을지도 모른다고!?"
"걱정마라! 여태까지 출석부로 맞아온 너의 머리는 분명 괜찮을 것이다!"


자신은 그렇게 녀석에게 일갈하면서 위로 치켜들었던 손을 강하게 내렸으며
빠각,하는 큰 소리와 함께 자신의 손에 들려진 교과서는 이치카의 머리와 마주하였다.
물론 이치카는 자신의 예측대로 다치거나 하지 않은채 그대로 뒤로 넘어갈뿐
다른 곳은 다치거나 하지 않았으며, 머리에서 흐르던 피도 금방 멈추었으니
아마 넘어질때 이마가 조금 까진 것 같았다.


하지만----.

"....하아."


남자 문제라면 남자문제지만, 그래도 이녀석이 생각하는 그런 문제가 아니며
가족이라고는 해도 녀석에게는 말할 수 없는 종류의 일이라는게 문제이니......
모든 문제가 해결되면 그때 말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은 바닥에 쓰러진
이치카를 소파로 옮긴 뒤 곧장 담요나 덮어준 후 잠이나 자기 위해 침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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