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그룹을 이을 유일한 후계자, 서도준.
어린 시절 사고의 후유증 때문에 그는 매 순간 서윤이 필요했다.
그래서였다. 친구라는 이유로 낙하산 꼬리표를 달고서도 비서로 남아 있었던 건.
하지만 도준과 서윤 사이의 음흉한 소문에 도준의 자리가 위험해지자, 그녀는 결정해야 했다.
“대표님 곁에 붙어 있는 거, 더 힘들어서 못 해 먹겠습니다.”
그래서 했다. 거짓말을.
“선 지키지 않으시면 사직서 내겠습니다.”
그러면 지켜질 줄 알았다. 두 사람의 아슬아슬했던 거리가. 그런데…….
“억울해. 평생 네 친구나 상사 따위로 살아야 하는 게.”
도준은 오히려 더 무섭게 좁혀 왔다. 남자로서.
“내가 억울한 건, 곧 죽어도 못 견디거든. 그래서 때려치우려고. 네 친구랑 상사.”
“…….”
“너한테 상처 안 줄 자신 있어. 그러니까, 너도.”
뜨거운 숨결을 귓불로 한껏 밀어 넣으며.
“나한테 친구나 비서 따위로 남아 있을 생각 집어치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