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5화 〉Wrath (Im Sorry, Shara) - 4 (65/72)



〈 65화 〉Wrath (Im Sorry, Shara) - 4

나는 톱을 들었고 사라에게는 삽을 쥐어준 뒤 다시 잔해가 있는 곳까지 내려왔다. 이제부터 다시 작업을 시작해야 했지만 잠시,  곳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들고온 톱과 삽은 버스 정류장 의자위에 두고 시내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안으로 향했다. 대열은 똑같이. 한 20분쯤 찾아 해메었을까, 조금 멀리 걸은 끝에 발견할  있었다. 규모는 작지만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옷가게였다. 안으로 들어가자 어린아이들이 입는 사이즈의 옷도 여럿 찾을 수 있었다. 거기다 시골이라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는지 깔끔히 걸려만 있는 옷들이 많았다. 그래도 먼지는 쌓여 있길래 바로 창고로 직행했다.

“사라, 넌 코에랑 여기에 잠깐 앉아있어.”

지켜야  두 사람을 카운터의 의자에 앉혀놓았다. 그리고  창고를  잡듯 뒤져가면서 어린아이 사이즈의 옷들을 전부 밖으로 꺼내 던졌다. 비닐에 쌓인 옷들이라 전시된 옷들처럼 먼지가 쌓여있지 않았다.

[꼬맹이,  갈아입자.]

[옷?]

[그래, 지금 니 꼴을 봐라.]

[언니, 아줌마가  옷 갈아입으래.]

코에는  말 하나하나를 사라에게 보고하고 있었다. 역시라면 역시, 사라가 물어왔다.

“엔, 여긴 어디야? 코에가 뭐라고 하는 거야?”

“애 옷 갈아입힐거라며. 그래서 작업 전에 찾은 옷가게야. 적당히만 입히면 되는거지?”

“......응.”

뭔가 애매한 대답. 하지만 뭐, 그거면 충분했다. 비닐에 쌓여있는 옷들을 하나하나 봐가면서 어떤걸 입혀야 적당하고 활동하기 편할 지 맞춰보았다. 어린애 옷들인데 뭐 이렇게 화려한 것 밖에 없는걸까. 거기다 전부 무릎 아래까지 내려가는 치마들 밖에 없었다. 좀, 시발, 활동하기 편한 거 없나? 그러다가 운 좋게 바지 하나를 찾을 수 있었다. 청바지도 아니었고 약간 운동복 비슷한 것이었는데 이거면 되었다. 이제 상의는? 내가 선택한 것은 티셔츠 하나와 카디건이었다. 그렇게 스타일을 맞추었다.

[야, 꼬맹이. 와봐.]

바로 코에를 불렀다. 꼬맹이는 망설이다가 사라의 손을 놓지 않은 범위에서 내게 가까이로 왔다. 젠장, 그냥 내가 다가가는게 빨랐다. 최종적으로 선택한 옷들을 들고 다가가 사라에게 어떤 옷을 골랐는지와 이유를 설명하면서 갈아입혀 갔다.

“다 입혔어.”

옷을 갈아입은 코에의 모습을 보았다. 남색의 운동복 바지에 분홍색 티셔츠와 회색의 카디건이었다. 색은 이것들밖에 없었다. 다른 색들이 있었다면 좀 맞춰볼 수도 있었겠지만 없는건 어쩔 없었다. 추가로 작게나마 운동화들도 있어서 발 사이즈가 맞는 운동화로 갈아 신겼다. 이제 좀 코에가 깔끔해졌다.

“가자, 일하러.”

생각보다 옷을 고르는데 시간이 많이 흘렀다. 체감상으로 1시간쯤 지났을 것이다. 왔던 길을 그대로 돌아와 잔해에 도착했고 사라와 코에는 아침처럼 정류장 의자에 앉혔다. 그리고 난 이제 나이프가 아닌 톱을 들고서 남은 잔가지들과 방해되는 굵은 가지들을 하나하나 잘라나갔다. 발로 가지를 밟고 한 손으로 잡은 톱에 힘을 가득 넣고 잘랐다. 두 손이 아니라 한 손이라서 힘이 배로 들어가는 것은 물론이고 속도도 무척이나 느렸다. 오늘 안으로 반은 하자고 생각했는데 개뿔, 반의 반도 못하게 생겼다. 벌써 팔이 빠질것만 같았다.

“안 해! 시발.”

결국에는 때려쳤다. 아니, 그건 아니고 조금 쉬기로 했다. 잔해의 양이 너무도 많았다. 이대로 갔다가는 내 남은 팔마저 부서져서 사용하지 못할  같았다. 나도 사라와 코에가 떠들고 있을 정류장 의자에 앉아서 잠시 쉬기로 했다. 팔을 쉬든, 허리를 쉬든 둘 중 하나는 해야할 것 같았다. 그러고자 일어서서 정류장 의자쪽을 보았는데 사라가 코에와대화를 놀고 있기는 커녕 자신의 뒤에 있는 숲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도 엄청 멍하니. 뭐라도 있는걸까. 손을 권총으로 가져가 꺼내고 천천히 그녀에게로 다가가 물어보았다.

“사라, 뭘 그렇게 멍하니 보고있어?”

그제서야 그녀가  쪽을 보더니 멍한 정신에 깨어났다. 그리고 머뭇거리는 표정을 짓다가 입을 열었다.

“엔, 숲 쪽에서 소리가 들렸어.”

“소리?”

“응, 남아있는 동물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가 나무를 타고 움직이는 소리였어.”

그것  이상하네. 지금까지 여기에서 동물을 본 적이 없는데. 물론 있을 수도 있지만 그 동안 모습을 1도 안보이다가 이제서야 드러낸다라. 거기다 사라는 들었는데  듣지 못한 것을 보면.

“멀어?”

“응, 좀 멀었어.”

역시. 수색을 해보기에는 먼 거리였다. 흠, 어떻게 하면 좋을까. 마음 같아서는 한 번 수색해보고싶었다. 왜냐하면 진짜로 그냥 지나가던 동물일수도 있지만 그 미친 노인네의 섹터처럼 돌연변이 동물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이곳에 왜 크립톤의 출몰이 적은지 설명이  것만 같았다. 확실하지는 않다. 하지만 위험부담이 컸다. 지금 내가 사라와 코에를 두고 멀리까지 수색을 다녀오기에는 위험노출이 크니까. 창호의 집에 데려다놓고 다녀오는 방법도 있겠지만 아직 그를 신뢰하지 못하니까 이것도 패스. 자, 어떻게 한다.

“돌아가자.”

이만 일을 마치고 돌아가기로 했다. 해가 지려면 조금 멀었지만 여러 생각들을 해본 결과였다. 잔해를 치우고 부산으로 가는 것보다 사라의 안전이 더 중요했다. 아, 꼬맹이도 추가. 아무튼 그렇다. 가져왔던 톱을 들고 사라에게는 삽을 쥐어준 뒤 창호의 집으로 되돌아갔다. 그는 햇빛을 맞으며 집 앞에 있는 작은 의자에 앉아서 책을 하나 읽고 있었다. 익숙한 책이었다.

“해지려면 아직 멀었는디, 또 벌써 돌아왔나?”

“그런 이유가 있어. 사라, 코에 데리고 먼저 올라가 쉬고 있어. 난  남자랑 얘기할게 좀 있어.”

“......엔.”

“......알아.”

사실 몰라. 니 기준은 너무도 높으니까. 그녀는 그 말만을 남긴 채 코에의 손을 잡고서 안으로 들어갔다. 아쉽게도 그녀의 말은 모르는 걸 떠나서 들어줄 수가 없었다. 지금 내 눈앞이 남자도 조건만 갖춰지면 사람도 쉽게 죽이고 의식 따위에 재물로 바쳐버리는 마태서 중 한 명이니까.

“야, 이 주변에 동물같은거 없냐?”

“동물? 가끔씩 고라니나 멧돼지 싸돌아 댕기는 것 말고는 없긴 한디.”

“호오. 정말?”

“진짜다 안카나. 안그래도 금마들 때문에 가끔씩 울타리가 부서져가 농작물 흐트려 놓는다. 망할 놈들이여, 그것들.”

“흠......그리고  없어?”

“또? 뭐가 또 있다꼬.”

“내가 아는 고라니나 멧돼지들이 적어도 나무를 타고 다니지는 않지.”

중요한 캐치해낼  있었다.

“갑자기  소리고?”

“내가 재밌는 소리를 들어서 말이야. 저 밑에서 잔해 치우는 공사 열심히 하고 있는데 어떤 개 잡놈의 새끼가 나무를 타고 다니더라고. 소리만 들은 거긴 한데 분명히 나무를 타고 다니는 소리였어. 이건 어떻게 설명하실까?”

사라가 들은 것이긴 했지만 내가 귀가 좋아서 들은걸로 말해두었다. 만약 창호가 숨기는 것이 있고 그게 맞다면 사라가 노려질 위험성을 줄이기 위함이었다.

“지금 날 의심하는기가?”

“사라와는 달리 난 사람을 믿지 못해서 말이야. 그동안 내 뒷통수  개새끼들이 수없이 많았거든. 최근에야 운좋게 만나서  명은 족쳐놨긴 했지만. 지금이라도 솔직히 말하면  모가지는 붙어있게 해줄게.”

“하이고야. 그럼 확실히 말하지만 내는 모른다.”

의심이 거둬지지 않았다. 이 남자는 그 멍청했던 노인과 달리 다른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으니까.

“진짜로 몰라?”

“모른다. 내는. 진짜다.”

“......그럼 일단은 믿어줄게.”

당연히 믿지 않았다. 따로 기회가 된다면 어떤 잡놈의 동물새끼인지 수색해볼 생각이었다. 만약 그 전에 잔해를 치운다면 빨리  거고.

대화가 끝나자마자 바로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세워놓았던 차로 가서 트렁크를 열었다. 안에는 주환이 넣어준 식량이나 기름들도 있었지만 그도 깜빡했는지 귀중한 상자 하나가 들어있었다. 검은색의 단단한 케이스 가방이었고 여기로 오기 전,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케이스를 열자 안에서 스코프가 달린 저격소총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 새끼는 이런 것들을 어디서 구하는 건지 참 신기했다. 당장 내가 처음 사용했던 용병 옷도 그렇고.

M24, 미제 저격총인데 경찰들이 자주 사용하는 모델  하나였다. 양각대와 함께 6.8배율, 소음기가 달린 모델이었다. 그것을 한 손에 들었다. 휘둥그레 지면서 보는 창호를 지나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사라와 코에가 머물고 있는 윗층, 그 창문의 잔해 쪽에 거치시켰다.

[큰 총이다.]

[그래, 아주 큰 총이지.]

사라는 코에를 안은  우리의 대화를 듣기만 했다. 따로 물어보지는 않았다. 이제는 그냥 평범한 대화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그동안 나는 스코프를 조정하고 나무판자들로 막아버린  사이로 밖을 보았다. 우선 숲들을 둘러보았다. 사라가 소리를 들었다고 고개를 향한 쪽은 창호의 집과 잔해 사이였다. 즉, 이 범위 내라는 소리인데 역시 잘 보이지는 않았다. 숲이라 그런것도 있고 따로 나무 사이들을 다니거나 하는 흔들림 같은 흔적들이 없었다.

위치를 옮겼다. 방에서 나와 복도에 있던 창문을 통해서  살펴봤지만 역시 없었다. 이 저격총, 무쓸모네. 애초에 난 이따구로 찾는 것보다 직접 찾아가 수색하는게  잘하는 쪽이었다. 시발. 총을 거둬들이고 다시 방으로 가서 한번 더 살펴보았다. 그러는 김에 도심쪽도. 따분하게도 보이는 게 없었다. 다시 찾아봐야 하나.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다. 평소보다 더. 거기다가 내 몸이 계속 이상한 느낌을 주었다. ‘마녀’시절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뭐라고 설명 할  있는 범위가 아니었다. 아무튼 이대로 거치시켰던 저격총을 정리하고자 눈을 떼려 했을 때, 도심에서 누군가들이 나의 시선을 끌었다.

“......사람?”

스코프를 조정하고 당겨 보았다. 잘못본 게 아니었다. 사람이었다. 성인 남녀 한 명씩과 남자애 한 명. 어째선지 뭉쳐서 무언가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지? 그 주변을 훑어보았다. 그들을 몰아넣고 있는 존재는 멧돼지들이었다. 그런데 멧돼지 치고는 조금 희한하게 생겼다. 바로 전에 만났던 바퀴괴물까지는 아닌데 형태가  이상했다. 거기다 남자애가 다친 상태였는데 멧돼지한테 부딪힌 것 치고는 다리에 무언가가 박혀있기 까지 했다. 흰색의 무언가가.

“엔, 방금 사람이라고 했어?”

사라가 코에를 안은 채로 물어왔다.

“그래, 사람이긴 한데......”

“나한테 말하길 꺼려하는거 보니까 곤란에 처한 사람들이구나.”

“하아......”

괜히 읊조렸다.

“도와줘야 해.”

“사라. 코에만 신경써.”

“아니, 도와줘야 해.”

“안돼. 남이야. 우리가 도와줘야  이유따위.”

“......남이라서가 아니라 엔은 사람이 죽는걸 즐기는  뿐이잖아. 아냐? 넌 ‘서울의 마녀’니까.”

“사라!”

순간 소리치고 말았다. 그 덕분에 코에도 놀랐는지 사라에게 더 붙어갔다. 그만큼  역시 격해지고 만 것이다. 그녀의 입에서 ‘서울의 마녀’라는 단어가 나를 향해 가시처럼 다가왔으니까. 이대로 싸우면 누가 더 감정이 상할까.

“......시발!”

나이프를 들었다. 그리고 창문을 막고 있던 판자를 저격총의 개머리판을 이용해 부숴버렸다. 저격총 총구 정도는 들이밀 수 있는 구멍이 생겼다. 유리창을 열고 양각대를 거치시켜 자세를 잡았다.

“사라! 이리와서 손 좀 빌려줘!”

양각대를 사용하지만 서서 쏘는 저격인만큼 흔들림이 있었다. 그래서 손을 빌리기로 했다. 사라가 잠시 코에를 침대에 두고 내게로 다가왔다. 어깨 위로 총을 대충 올려놓고 사라의 손을 잡아 어디를 어떻게 받쳐줘야 하는지 알려주었다. 이후 방아쇠에 손가락을 올렸다. 아마 밑에서 창호가 무슨 일인가 싶은 테지만 나중에 설명하기로 했다.

스코프를 통해서 아까 사람들이 있던 곳을 찾았다. 아직 멧돼지들이 습격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정말 이상하게 생긴 맷돼지였다. 그놈들의 머리를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작지않은 총소리가 숲을 울렸다. 굵은 총알이 빠르게 날아가 한 마리의 머리를 꿰뚫었다. 이제 남은 건 4발.

“무슨 일이고?!”

창호가 바로 올라왔지만 개의치 않고 다시  발을 더 쏘았다. 그 반동에 나도, 사라도 몸이 조금 흔들렸지만 총알은 정확히 다른 한 놈의 머리를 더 꿰뚫어주었다. 보통 동물들이라면 이쯤만 해도 도망을 가기 마련인데, 어떤 반응을 보일까? 5초 정도 기다려 보기로 했다. 5,4,3.

“......상황 끝났어.”

멧돼지들은 도망을 선택했다. 그걸 확인한 사람들이 빠르게 남자애를 데리고서 주변에 있던 한 초록색 지붕의 건물로 들어가 버렸다. 난 그 건물을 기억하고 저격총을 바닥에 내렸다. 탄창을  주머니에 넣고 막 올라와 당황하고 있는 창호에게 말했다.

“환기좀 시키려고 창문 좀 부쉈어. 나중에 다시 막아놓을 테니까. 그리고 잠시 나갔다 올게.”

“어딜 갈라고?”

“손님 맞이하러. 보수는 확실히 받아야겠거든.”

“니들 말고  다른 사람들이 왔다는 기가?”

“그래. 사라랑 코에도 데려갈거야.”

“음, 그라믄 내랑 가자. 곧 있으면 저녁인디  아들 데려가서 뭘 하겠노.”

무슨 속셈이지? 하지만 그게 더 편한건 사실이었다. 적어도 창호가 비운다는 가정하에서 이 집은 다녀올 때까지는 안전하겠지. 솔직히 사라와 코에를 데리고 갔다오면 시간이 상당히 늦어질 테니까. 또 머리로 시뮬레이션을 굴렸다.  남자가 내게 뒷통수를 칠 여러 장면들을. 그게 끝났을 때 난 결정을 내렸다.

“그래, 당신과 가는게 빨리 갔다 오겠지. 내려가자. 사라, 넌 코에와 여기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마.”

“......알았어. 너도 그 사람들 해코지하지마.”

“안 해.”

탄창을 빼버린 저격총을 잠시 놔두고 밖으로 나섰다. 빠르게 다녀와서 창문도 메꿔야 했다. 창호는 따로 준비하지 않고 모자 하나만을 썼고 난 권총과 나이프를 확인한 뒤 함께 나왔다. 산길을 내려오고, 잔해를 지나서 그들이 보였던 건물까지 걸었다. 덩쿨과 식물들이 자라서 덮어버린 시내, 옷가게만큼 멀지 않는 곳이였다. 초록색 지붕의 건물은 벼룩장터였다.

“이걸 빼내야해, 빨리.”

“상처를 막을 것도 필요해. 젠장!”

마침 안에서 대화 소리들이 들려왔다. 창호와 한  시선을 마주하고 주변을 둘러본 뒤 문 앞에 섰다. 그리고 당황하는 그들을 향해 우리의 등장을 알렸다.

“어이.”

딱  번의 부름에 그들이 우리를 쳐다보았다. 내 손에는 권총이 들려있었는데 그 덕분인지 아주 심하게 경계를 해왔다. 아까 보았던 대로 성인남녀 한 명씩과 남자애  명. 남자는 근육도 붙어있는게 싸움 좀 할 것처럼 보였는데 왜 아까 멧돼지들한테 그렇게 당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아, 운동만 했지 싸움 자체는 모르는건가. 아무튼, 그들은 남자애를 감싸고 뒤로 걸음을 물렸다. 나는 다가갔고.

“약탈자처럼 보이는건 알겠는데 그건 아니거든. 여친 때문에 저격총들고 돼지새끼들 쏴서 구해준 본인이야.”

그래도 경계가 풀릴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무시하고 남자애를 훑어보았다. 다리에 손가락보다  더 굵은 흰색 상아가 박혀있었다. 남자애의 나이는 중학생 정도로 보였다. 부부랑 아들인가.

“어떻게 믿죠?”

“믿지마. 나도 니네들 구해줄 생각은 없었어. 그런데 내가 굳이 찾아온 이유가 있다면 보수 때문이거든. 비싼 총알을  발이나 쐈으니까  땜빵을 해주셔야겠는데.”

“그게 무슨.”

“누나.....”

“누나?”

남자애가 말했다. 분명 누나라고. 부부가 아니었나. 그래도 상관없었다. 그건  알바가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왜 자꾸 코에의 모습이 겹쳐 보일까. 그것도 새벽에 깨서 내게 말을 걸어왔던 코에의 모습이. 시발.

“......야, 창호.”

“와?”

“이 사람들도 데려가자. 우선 치료가 필요해 보여.”

미친 짓이지. 아주.

“보수 받을거라고 안했나?”

“받을거야. 마침 잔해 치워줄 사람이 필요했으니까 잘 된거지.”

왜 이딴 생각을 한 건지 나도  모르겠다. 거기다 코에와는 무슨 관련이 있길래 겹쳐 보였는지도 알 수 없었다. 뭔가 이상하다. 머릿속의 생각이, 그리고 가슴의 먹먹한 무언가가. 나 스스로 이런 말을 뱉고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저질렀다는 건 변치 않았다. 나는 이들을 구하고 말았다. 최악의 살인마였던 내가, ‘서울의 마녀’였던 내가.




사람들을 데리고 창호의 집으로 데려왔다. 그리고 난 여자를 데리고서 남자애의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왜? 모르겠다. 다만 방 밖으로 마중 나왔던 사라가 치료해줘야 한다고 했고 난 그 말을 따르기로 했다. 평소라면 남이라며, 그렇게 해줄 이유가 없다며 방 안으로 들어가버렸을 텐데.

남자애를 침대에 눕히고 창호와 여자에게 필요한 것들을 간단히 지시했다. 그렇게  상처는 아니었다. 아니, 치료하기 어려운 상처가 아니었다. 흰 상아를 빼내고 약품을 이용해 소독한  물로 씻은옷조각으로 피가 흐리지 않도록 단단히 묶었다. 그렇게 임시조치를 끝내고 나서야 제대로 마주할  있었다. 한 테이블을 기점으로 가운데에는 창호가 중개인 마냥 앉고 나는 사라와 코에를 데리고서, 맞은 편에는 그들이 앉았다. 남자애는 여자에게 어깨를 기대며 앉아있었다. 지친 것인지 눈이 감기려 하며.

첫 대화를 시작한 쪽은 사라였다.

“안녕하세요. 저는 ‘사라’라고 해요. 여러분을 구해준 친구는 ‘엔’. 그리고 제가 안고 있는 아이는 ‘코에’.”

“내는 창호씨라고 부르믄 된다.”

“아, 네. 우선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어요.”

“잘 아네. 그리고 잊지마. 당신들은 내게 빚진거야.”

“네. 빚은 반드시 갚도록 할게요.”

확실히 대답을 받아두었다. 따로 식량이나 무언가를 받기보다 내일 잔해를 치울 때 일을 시킬 생각이었다. 잘만하면 하루만에 그 빌어먹을 잔해를 치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들을 데려온 것을 괜한 생각이라 했는데 지금 보니 좋은 선택지가 되었다. 사라는 이것까지 포함해서 구하라고 했던걸까. 아닐 것이다. 그녀는 단지, 사람들을 구하고 싶은 것뿐이니까.

“소개가 늦었어요. 저는 ‘구자은’이라고 해요.”

제일 먼저 캡모자를 쓰고 청바지와 함께 붉은 체크무늬의 셔츠를 입은 여자가 자신의 이름을 소개했다. ‘자은’, 지금까지 살면서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그리고 이쪽은 제 남동생, ‘구자성’이구 이 남자는 제 남편, ‘김동호’에요.”

“안녕하십니까. 그리고 감사합니다. 도와주셔서.”

“그러니께 당신들은 부부고, 그 꼬맹이는 남동생이고, 그렇다는 기재?”

“네, 맞아요.”

“호오.”

창호의 눈동자 속에 뱀새끼를 보았다. 난 이들을 들인 순간부터 그를 계속 주시하고 있는 중이었다.

“일단은 올라가 쉬라. 나중에 저녁 시간 다되면 알려줄테니께. 그리고 엔은 창문 막아놓고.”

아, 맞다. 창문을 부숴놨었지. 시발, 귀찮은 일거리 하나가 생겨버렸다.

“사라, 코에 데리고 올라가 있어.”

“......넌?”

“중요하게 창호랑  얘기가 있어서 말이야.”

“내랑?”

저 빌어먹은 대답봐라.

“저희도 있을까요?”

“아니, 당신들은 내 여친따라서 올라가있어. 아, 올라간 김에 동호라고 했던가? 창문 좀 나무 판자들 가져다가 막아줄 수 있겠어? 니네들 구한다고 내가 좀 부쉈거든. 환기  시킬겸.”

“그 정도는 쉽죠. 알겠습니다.”

코에가 사라의 손을 잡아끌고 그 뒤를 이들이 따랐다. 계단을 올라가는데도 사라의 시선이 그대로여서 자은과 동호가 이상한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이제는 익숙해서 나중에 설명해주기로 하고 모두가 올라가 문을 닫았을 때 마저 하지 못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야, 마태서.”

그를 이름이 아닌 직위로 불렀다.

“......왜 그러시죠?”

그도 ‘마태서’로서 대답해주었다. 당연하지, 이제 그 개같은 의식을 치룰 수 있는 조건이 모이게 되었으니까.

“표정 숨기지마. 기쁘지 않아? 오랜 시간동안 끊겨서 하지 못할 의식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조건이 완성됐잖아.”

“그렇긴 합니다만 기뻐할 수는 없죠.”

“왜? 나 때문에?”

“네. 당신이 미리암그림자 교단만 아니었다면 충분히, 몰래 의식을 치룰 수 있었겠지만.”

“모든걸 알고있는 나 덕분에 일을 그르쳤다는 거 아냐? 시발아. 그래도 포기할 생각은 없잖아.”

“아뇨. 저는 개인적으로 판단을 내렸습니다. 당신이 있는한 의식은 불가능하다고.”

“......잘 알고 있네. 그래도 한 가지 좋은 소식을 알려줄게.  사라와 코에만 무사하면 돼. 남은 저 사람들은 관심없어.”

“남자애 한 명만으로는 의식을 진행할 수 없습니다. 그냥 말끔히 포기하는  빠를 것 같군요.”

“그래? 그러면서 날 먼저 요리해볼 생각은 아니고?”

나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했다는 소리는, 반대로 나만 어떻게 하면 의식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이었다면 그랬겠죠. 하지만 저에게 있는 것이라고는 이 집과 농업을  수 있는 작은 밭. 뭘 할  있을까요? 당신은 제가 요리할 때마다 약물을 사용할 거라고 의심하시겠지만 그럴 약물도 없습니다. 애초에 약물을 사용해 제물을 더럽히는 것부터 교단의 신성한 규칙에 어긋나는 행위입니다.”

그런 규칙이 있었던가. 모르겠다. 난 그저 일개 단원이었으니까.

“이건 약속드리죠. 당신이 살아있는 한 저는 제 집에 머무는 사람들에게 손을 대지 않을 것입니다. 의식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저도 사람들과 화목하게 지내고 싶으니까요.”

“차라리 좆을 빨아달라고 해, 병신아.  그  안 믿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창호는 나를 쳐다보면서 이젠  수 없는 눈빛만을 보이고 있었다. 그를 뒤로하고 자은과 대화하기 위해 계단을 올랐다.

 앞에 서자 벌써 ‘하하호호’떠드는 대화소리가 들려왔다. 주로 사라와 자은의 목소리였다. 그 사이로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좋던 분위기가 끊기고 모두 나를 쳐다보았다. 사라도 잠깐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자은에게로 돌아갔다. 다시 대화를 이어가려는 것이다. 방해하려던 목적은 아니지만 잠시 얘기를 끊게 되었다.

“자은이라고 했더가.”

“아, 네. 맞아요.”

“바로 내일, 나를 도와줘야 겠어. 여기로 오던 길에 도로 하나를 막고있던 잔해더미 기억하고 있어?”

그녀는 잠시 생각을 했다가 내가 말한 것을 떠올렸다. 옆에서 창문을 판자로 막고 있던 남자도 마찬가지.

“아, 기억나요. 그 나무랑 돌 같은걸로 벽처럼.”

“맞아. 우리가 그 길을 지나가야 해서 무조건 그 잔해를 치워야 하는데 내일 아침부터 치우러 갈거야.”

“그렇군요. 알겠어요. 저랑 남편이서 같이 도와드릴게요.”

“힘 닿는데까지 치워드리겠습니다. 믿으십시요.”

든든하게도 말해주었다. 그 대답을 받고 이제 나도 잠시 앉아서 쉬다가 나중에 창호가 요리하는 과정을 감시해야 하는데......머뭇거리게 되었다. 왜냐하면 내가 잠시나마라도 걸쳐앉을 침대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쪽은 자은가족이, 다른 한쪽은 사라와 코에가 앉아있었기 때문이다. 시발, 난감해졌네.

결국 어디에도 앉지 못하다가 모두의 시선을 계속 받고만은 있을 수가 없어서 괜시리 사용했던 저격총을 케이스 안에 넣고 대충 바닥 아무곳이나 앉아버렸다. 유일한 한 손은 턱을 괴고서 이들을 바라보았다.

“‘엔’이라고 하셨죠. 침대에 앉으시지  바닥에.”

바로 자은이 지적해왔지만.

“난 딱딱한데가 편해. 신경 꺼.”

잘라 내버렸다. 아무튼 앉았으니 그만이었다. 이제 조용히 듣기만 하려는데 내가 끼어들자마자 나에 대한 질문이 시작되었다. 바로 나가버릴걸 그랬다. 안그래도 사라가 있어서 어색한데.

“‘엔’씨도 사라씨와 같이 외국에서 오셨나요?”

“토종 한국인이야.”

아직까지는 나에게도 저 질문이 들어오는게 익숙치 않았다.

“그럼 ‘엔’씨의 이름은.”

다음 질문까지  것 같아서 미리 대답해주기로 했다.

“본명은 따로 있는데 병신같아서 버렸고 ‘엔’이라는 이름을 대신 사용하고 있어. 그리고 눈동자는 최근에 일이 좀 있어서 변형됐어.  그런지는 몰라. 의사가 있어야 알지.”

“아, 그렇군요.”

자은의 질문이 끝나고 다음은 창문을 막고 있던 동호였다.

“팔은 어쩌다가.”

“‘사건’새끼가 안주거리로 뜯어 드셨습니다. 술도 안 먹는 개새끼가.”

“괜한걸 물었군요.”

“됐어. 누구나 항상 물어오는 거니까.”

그리고 끝. 다행히도  이상 물어오는  없었다. 다시 사라와 얘기를 나누면서 코에에 대해 묻거나 자신들에 대해 소개를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동안 나는 앉다가 눕기를 반복하면서 동떨어진 채 쉬다가 저녁 준비가 시작되었을 때쯤, 밖으로 나와 부엌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마침 재료를 꺼내고 있던 창호와 마주쳤다.

“또 감시하러 온거가?”

“요리나 해.”

바로 옆 벽에 몸을 기대고 그의 손과 요리과정을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았다. 오늘 저녁도 이상한 짓을 하서나 무언가를 넣는 모습은 전혀 보지 못했다. 일반적인 저녁이 될 것 같았다. 창호는 사람 수가 많아져서인지 더 큰 요리도구들을 사용했고 스프가 아닌 야채들을 썰어넣어 볶고 두부를 넣은 찌개요리도 만들어내었다. 뜨끈한 된장찌개였다.

저녁이 완성되고 창호와 내가 먼저 앉은  사람들을 불렀다.

“사라! 코에! 밥 시간이야!”

잘 들리도록 큰 목소리로 부르자 이제는 둘만이 아닌 4명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코에는 벌써 익숙해진 것인지 바로 사라의 손을 잡고 계단에서 도와주었고 자은도 그녀가 시각장애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지 뒤에서 도와주었다. 자성이라는 꼬맹이는 따라 내려오기만 했다. 동호는 보이지 않았는데 아직까지도 창문을 판자로 막고있는 중이라고 한다. 아무튼 저녁식사가 시작되었다. 바로 창호가 자은에게 말을 걸었다. 가면을 쓰고서 친근하게.

“자은씨는 어데로 가는 중이고?”

“저희는 따로 목적지는 두지 않고 있어요. 물자가 떨어지면 이동하는 형식이라.”

“야따. 고생하네.”

그건  놀랍네. 나는 어떤 섹터에서 뛰쳐나와 독립했다는 뻔한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그른데  애들한테 공격받고 있던기고. 묻는다는게 깜빡 잊어묵고 있었다.”

이건 나도 좀 궁금한 사안이었다. 멧돼지는 맞는데 꽤나 희한하게 생겼었다. 돌연변이라고 추정은 하고 있지만 정확히 어떤 놈들인지 알 필요가 있었다. 낮에 그런것들이 돌아다닌 다는건 나도 처음 알았으니까.

“멧돼지였는데 괴물같은 놈들이었어요. 보통 이빨쪽에만  상아가 작게  있는데 그 놈들을 입부터 커다랗게 등까지 나 있었어요.”

주환네 휘발유 괴물과 비슷한건가.

“처음에는 해봐야 돌진만 할거라 생각해서 빠르게 피신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자신들의 등에 있던 상아를 총처럼 쏘더라구요. 그 상아에 자성이가 맞았고 둘러쌓였던 거에요.”

“멧돼지가 그런다꼬?”

“저도 놀랐어요. ‘크립톤’처럼 무서울 정도였으니까. 그런 괴물이, 그것도 대낮에 돌아다닐 줄은 저희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어요.”

확정지었다. 돌연변이 동물이었다. 거기다 흰 상아를 발사하는 놈들이라니. 지금가지 만났던 돌연변이들은 모두 몸으로 들이박거나 발톱을 이용할 뿐이었는데 이제는 총까지 발사한다고 한다. 시발, 싸움 좆같이 되겠네. 그래도 저격총에 머리를 꿰뚫려서 뒤진 걸 생각해보면 생명력은 일반 멧돼지와 같아 보였다.

“그 상황에서 엔씨의 도움 덕분에 무사할 수 있었어요.”

“쓰읍, 이그 참, 큰일이구만. 내일 울타리를  딴딴하게 박아야긋네.”

그러게. 잔해를 치울 때 나타날 수도 있다는 소리였다. 거기다 과연 낮에만 활동하는지 알 턱이 없었다. 창호에게 3일 정도면 충분히 하고 떠날 수 있다고 떠들었는데 이거 시발, 정말 가능할지 의문이 되었다. 하지만 해야했다. 그 잔해를 치우지 않는 이상 우리가 나아갈 방법은 없었으니까.

“창문,  고쳤습니다.”

대충 이런 얘기를 하던 중, 동호가 내려와 자리에 앉았다. 창문 수리가 끝났다며.

“고생했다. 빨리 밥 들으라.”

“감사합니다. 식사까지 대접을 받게 되었군요. 창호씨에게도 나중에 꼭 보답하겠습니다.”

“됐다, 마. 묵어라.”

그렇게 저녁 식사가 시작되었다. 창호는 여느때처럼 손을 모으고 기도했고 나는 바로 한 입 먹고서 사라와 코에가 먹는 것을 지켜보았다. 자은쪽은 창호가 기도하는 것을 기다리는 눈치였다. 기도가 끝나고서야 모두가 숟가락들을 들었다. 요리솜씨는 좋은지 된장찌개의 맛이 먹을  했다.

“아.”

그러던 중 사라가 흘리고 말았다. 된장찌개의 위치는 알려줬으나 중앙에 위치해서 그런지 숟가락으로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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