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5화 〉Greed (Don't Hate Me. Shara) - 6
결과는 당연히 내 승리였다. 달려들었던 어중이들은 모두 죽여버렸다. 비명을 채 내지르기 전에 모두. 골목 여기저기들에 피들이 튀었고 내 앞에 혼자 남은 두목새끼가 어깨와 허리를 베인 채 바닥을 기고 있었다. 나는 그 돼지의 배를 걷어차고 즈려밟으며 놀고 있었다.
“야, 돼지, 좀 더 잘 기어봐. 아니면 엉덩이에 칼 쑤셔줄까? 어?!”
“크헉!”
피범벅이 된 칼로 어깨를 한 번 더 찔러주었다. 내 옷과 피부, 핏방울들이 튀지 않은 곳이 없었다.
“아, 시발. 더럽게 맛없네. 음.....그냥 뒤져, 시발.”
입으로 들어간 피가 영 맛이 없었다. 그래서죽였다. 목을 찌르는 정도가 아니라 칼로 잘라내었다. 목과 몸이 분리되고 흐르는 피가 강을 이루었다. 거북하냐고? 아니, 오히려 즐거웠다. 내 안에 무언가가 자극하며 흥분시키고 있었다. 충동이 올라올 정도로. 이대로 끝내기가 아쉬울 정도로!
죽어버린 돼지의 머리를 축구공마냥 차서 저 멀리 쓰레기더미에 던져버렸다. 이제 여기는 내 구역이었다. 아니, 애초에 침범한 건 이놈들이었다. 불순물들을 제거했다고 보는게 맞은 것이다.
“꺄악!”
아주 한참을 즐기고 있었는데 소음이 들렸다. 내 뒤, 깡패들을 유인해 몰고온 골목의 사거리, 그곳에 웬 정장을 입은 여자가 서 있었다. 얼굴이 조금 붉은 걸 보니 술을 마시다가 이쪽에 다다른 듯 했다. 그녀는 내 모습을 보고 기절이라도 할 듯 놀라고 있었다. 시발, 갑자기 흥이 깨져버렸다. 그러다가도 새로운 장난감을 찾았다는 것에 흥분되기 시작했다.
“언니, 혼자야?”
“오지마!”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리 멀리 가진 못했다. 하이힐을 신고서 뛰어봐야 얼마나 갈까. 금새 따라 붙잡을 수 있었다. 거리가 좁혀지자마자 머리채를 붙잡아 당기며 넘어트렸다. 바닥에 내팽개치고 움직이지 못하게 두 팔을 짓이겨 주었다.
“참 운 없다. 그치?”
“살려주세요.....제발.”
“......싫어.”
칼을 높이 들고 목을 찔러주었다. 비명이라도 지르면 곤란하니까 계속, 계속, 계속! 목을 찔렀다. 수차례 찌르고 나자 발버둥치던 몸이 조용해지고 날 보던 눈도 초점을 잃어갔다. 그녀는 비명 한 번 내질러 보지 못한 채 죽어버렸다. 그게 너무도 재밌었다. 가능한 살인을 참고 있었는데 본능으로 키워져서 그런가, 주체할 수가 없었다. 이대로 멈추기가 아까워서 목을 찔렀던 칼을 꺼내고 그녀의 배에 깊이 박았다. 그리고 위로, 가슴까지 째주었다. 안으로 보이는 장기들이 밖으로 내보여졌다. 이럴 때 아빠가 뭐라고 했더라?
‘먹어.’
......가장 눈 앞에 보이는 살을 한 점 잘라내었다. 한 입거리 크기로. 붉은 피가 묻은 그 살점을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먹었다. 딱히 맛은 있지 않았지만, 아니, 맛있었다. 그리고 끝, 더 이상 파먹거나 하지 않았다. 충분히 재미도 봤으니 돌아가기로 했다.
오랜만의 휴식을 끝낸 것처럼 일어섰다. 옷이 많이 더러워져 있었다. 이 상태로 가게까지 못 갈 것이다. 입었던 후드자켓을 벗어 피부에 묻은 피들을 가능한 닦아내었다. 그래도 지워지지 않아서 샤워가 필요했다. 근데 어디서 하지? 이대로 가면 모텔에 들어가 보기는 커녕 경찰서에 쳐박힐 것이다. 이것도 생각했어야 했는데. 바보였다. 그런 고민이 가득했던 때 내 휴대폰이 울렸다. 서울에 와서 위조된 신분으로 만든 것이었다. 문자 메시지 한 통, 내 섹스단골 손님이었다. 30대의 싱글 아저씨.
‘오늘 가능해?’
섹스하자는 소리였다. 그의 집은 바로 이근처였다. 덕분에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일어서서 능기적 능기적 발걸음을 옮겼다. 하루 정도는 묵을 만한 곳이 생겼다.
하루가 지나고 나의 행적이 뉴스에 퍼졌다. 경찰에 신고하지 말아 달라고 했는데 그 아저씨가 신고했고 내가 한 짓거리들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건 경찰들이 여전히 내 흔적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번 역시 어떤 남성이 벌인 짓으로 기울고 있었다. 뭐가 되었건 난 수사망에 들어가지 않았다.
아침, 샤워를 끝내고 밖으로 나왔다. 알몸으로 나와 이 집에 있는 옷들을 전부 꺼내 내가 임시로 입을 만한 것을 찾아보았다. 전부 사이즈가 크긴 했지만 셔츠 하나와 벨트로 조일 수 있는 반바지를 찾을 수 있었다. 적당한 옷은 밖에서 사면 그만이니, 정말 잠시 입을 정도면 되었다.
옷을 갈아입은 뒤에는 서랍 위에 있던 집주인 아저씨의 지갑을 챙겼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을 들렀다. 아저씨는 어떻게 했냐고? 내 바로 옆, 욕조에 담궈져 있었다. 당연히 몸은 분리된 채. 어제, 섹스하자는 메시지를 받자마자 이 집으로 찾아왔고 내 모습을 본 아저씨가 바로 경찰에 신고를 하려길래 망설임 없이 죽여버렸다.
볼일을 보고는 집을 나섰다. 그리고 바로 옷가게를 찾았다. 정확히는 교복을 파는 곳이었다. 대충 전학 핑계를 대고 근처에 있던 아무 고등학교 이름을 대서 구입했다. 가격은 꽤나 비쌌지만 들고 있던 현금 내에서 해결할 수 있었다.
깔끔한 교복으로 갈아입은 뒤에는 바로 휴대폰을 켰다. 날 찾는 주문이 3개나 들어왔는데 각자들 취향이 달랐다. 한 놈은 입과 대딸, 한 놈은 코스프레를, 남은 한 놈은 구속 섹스. 다행히 시간이 겹치지 않아서 모두 답장해줄 수 있었다. 첫 번째는 구속 섹스였다. 장소는 강남 근처의 모텔, 새벽일을 하는 사람인지 아침에 시간을 잡고 싶어했다. 돈을 준다는데 기다릴 필요 있나, 바로 향했다. 소감? 날 구속하고 짐승새끼마냥 범하려던 건 좋은데 꼬추가 존나 작아서 크게 느껴 볼 게 없었다. 진짜 별로였을 정도로. 그래도 내가 좋게 서비스를 잘 챙겨줘서 팁을 잔뜩 챙길 수 있었다.
팁까지 챙긴 돈으로 근처의 식당에서 대충 끼니를 때우는데 시선 몇몇이 내게로 향하는게 느껴졌다. 대부분 학생이 왜 여기서 이 시간에 밥을 먹고 있냐는 시선이었는데 어쩌라고, 시발. 내 밥만 먹을 수 있으면 그만이었다. 조금 이른 점심이기는 했지만 배불리 먹은 뒤에는 쉴 겸 근처의 PC방에 갔다. PC방은 단골로 한 곳을 가기보다는 자주 옮겨다니는 편이었다. 그래야 구매한 다른 사람들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사용할 수 있었고 한 곳에 하나씩 써서 내 흔적들을 지우기 위함이었다.
PC방에서는 간단한 간식과 함께 인터넷을 켰다. 따로 하는 게임은 없었다. 관심은 있었지만 딱히 오랜시간동안 즐기고 싶지는 않았다. 보통 인터넷을 켜면 아이쇼핑을 하다가 대부분이 모르는 뒷 사이트로 들어가서 연락처와 함께 글을 올렸다. 그러면 알아서 섹스하자는 연락들이 들어온다. 그런데 이제는 자주 연락들이 오는데다가 나를 찾는 단골들이 있어서 지금은 올리지 않았고 주로 뉴스를 보거나 아이쇼핑이 전부였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서 PC방을 나왔다. 곧바로 또 다른 약속장소로 향했다. 입과 대딸을 해달라고 했던 아저씨의 집으로. 전해 받은 주소와 함께 그곳으로 가자 꽤나 비싸 보이는 아파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발걸음을 옮겨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저씨가 살고있는 호실의 초인종을 눌렀다.
“연락주셔서 왔는데요.”
겨우 말 한마디를 꺼냈을 뿐인데 곧바로 문이 열리고 꽤 마른 남자가 얼굴을 드러냈다. 생긴 건 평범했지만 이 아파트에 사는 걸 보니까 분명히 돈이 많을 것이고 잘만 하면 제대로 팁을 챙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만 분위기가 조금 음산했다.
“들어와.”
목소리톤은 중간 정도. 안으로 들어가 신발을 벗고 장식용으로 메고 있던 가방은 던져버렸다. 이후 샤워실이 어디있나 살피며 말을 던졌다.
“저 일단 씻어도 되죠? 보시다시피 오늘은 좀 더워서 땀이 났거든요.”
“저쪽이야.”
“친절도 하셔라.”
온 김에 샤워를 하기로 했다. 이미 한 차례 하기는 했지만 더운 날씨 때문에 땀이 흐른 것도 있고 아직 조금이라도 남아있을 피의 흔적들을 지우고 싶었다. 아파트 자체가 고급져서 그런지 안도 깔끔하고 커다란 욕조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물을 가득히 받아 들어가고는 싶었지만 지금은 일을 하러 온 것이니까 샤워기로 만족하기로 했다.
흐르는 온수에 몸을 잠시 맡기고 너무 늦지 않게 15분 만에 끝마쳤다. 준비되어 있던 건지 걸려있는 수건을 사용해 닦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이제는 음산하다 못해 아예 썩어버린 분위기를 제대로 감지할 수 있었다. 냄새가 내 코를 찔러왔다. 내 앞에, 정확히는 샤워실로부터 조금 떨어진 거실 중앙에 입을 옷이 준비되어 있었다.
“하아......”
‘슥.’
느껴지는 인기척. 샤워를 하고 옷을 입기 위해 걸어가다가 바로 뒤를 돌았다. 역시라면 역시랄까, 남자가 손에 무언가를 묻힌 천을 들고서 내 코와 입을 덮으려 하고 있었다. 꼭 한 번씩 있다. 나같은 어린 애들을 잡아서 무언가 하려는 새끼들. 간단히 피하고 주먹으로 배를 때린 뒤 다리를 걸어 넘어트리고 천을 쥐었던 팔을 꺾어 제압했다. 꽤나 아프도록 제압해서 남자의 아프다는 목소리가 천장을 울렸다.
“시발, 내가 학생이라서 만만해 보였어? 뭐하려고 했냐?”
“너, 뭐야?!”
“내가 물었잖아!”
빡쳐서 그대로 팔을 분질러버렸다. 그가 큰 비명을 질렀다. 이 아파트, 방음 잘 될라나 모르겠네.
“이런식으로 다른 애들하고 재미 좀 봤나 보지?”
“으으......”
좀비새끼 마냥 신음을 흘리는 그에게 대답을 기대하지 않았다. 대신 손에서 떨어진 천을 빼앗아 역으로 그의 코와 입을 덮고 꾹 눌러주었다. 자신은 이게 뭔지 아나보다. 한 손으로 떼어내려고 하는 걸 보면. 그래도 내가 더 빨랐다. 억누르고 조금 뒤, 남자는 눈이 뒤집혀 지면서 의식을 잃었다. 뒤진 건 아니었다.
“병신새끼.”
항상 염두해 두고 있는 상황이기는 했다. 가끔씩 가다가 나처럼 몸 파는 애를 기절시키거나 제압해서 여러가지를 해보려는 새끼들. 그냥 섹스만 즐기면 되지, 병신들. 아무튼 여기는 볼 일 끝, 괜히 시간만 낭비한 꼴이 되었다.
빈손으로 나오지는 않았다. 어쨋든돈은 받을 생각이었다. 제일 먼저 이 썩을 놈의 주머니를 뒤져 보았다. 지갑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집을 뒤적거려 보기로 했다. 거실같은 공개된 곳에는 두지 않을 것 같고 방으로 들어갔다. 제일 먼저 침실을 찾아보았고 딱히 없길래 개인방으로 보이는 곳을 들어가 서랍들을 열어 재껴보았다. 차키가 나오기는 했지만 돈으로 바꿀 방법이 없어서 생략. 이어서 옷장을 열었다. 그런데, 열기 전부터 아까 맡았던 이상한 냄새가 더 코를 찔러왔다. 무슨 냄새인가 했는데 이제 알 것 같았다. 이미 나도 수없이 맡아온 냄새였다. 그걸 알고서 옷장의 손잡이를 잡아당기자.
“.....이 새끼 변태새끼네.”
내 또래는 아니고 한 25살 쯤으로 보이는 듯한 두 여자의 시체가 굴러떨어져 나왔다. 한 여자는 발가벗겨진 채 손과 발이 묶여 목을 졸린 흔적이 있었고 다른 한 여자는 목줄과 함께 상당한 주사바늘 구멍 흔적들이 있었다. 정액은 닦지도 않았서 굳은 채 달라붙어 있었다. 둘 다 죽은 지는 꽤 되었는지 피부들이 엄청 창백했다. 머리카락도 많이 썩어있었다.
“아으, 시발. 개역하네.”
냄새가 역해서 바로 방을 나왔다. 결론적으로 돈은 없었다. 헛탕이다. 지갑을 어디다가 두면 이따구인지 참 거지같았다. 경찰에 신고하지는 않고 바로 가방을 메고 밖으로 나왔다. 남자는 알아서 깨어날테니까 상관없었고 대신 휴대폰을 바꾸기로 했다. 괜한 복수심에 당하는 건 귀찮으니까. 바꾼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바꿔야 하나. 시발, 차라리 중개소를 하나 찾는게 더 나을 상황이었다. 아예 그래야겠다.
밖으로 나와서는 낭비한 시간 때문에 또 빈 시간이 생겨버렸다. 그 코스프레 원한다는 사람은 저녁 이후에 시간이 잡혀있었다. 지금은 겨우 점심이 막 지난 시간이었고. 배도 딱히 고프지도 않았다. 어디로 향해야 되나 하며 골목을 지나다니다가 한 곳이 눈에 띄었다. PC방이랑 노래방, 모텔이 한 곳에 자리잡은 건물이었는데 속은 그래보이지 않았다. 그 뿐만이 아니라 분위기도 달랐다. 무언가 달랐다. 내 감이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향하지는 않았다.
결국 저녁 시간까지 거리만 싸돌아다니다가 해가 점점 지는 걸 봐야 했다. 인적이 드문 골목이라 그런지 담배꽁초들이 많았는데 난 피지 않기에 대신 음료수를 하나 들고 마시고 있었다. 여전히 교복 차림이었고 저녁때 갈아입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세상이 날 가만히 내버려 둘 생각이 없나보다. 저 멀리서 웬 내 또래의, 교복을 반 걸쳐입거나 풀어해친 놈과 년들이 다가오는 것이었다. 여자애들은 뭐가 그리 예뻐 보이려는 건지 화장을 떡칠했고 남자애들은 지가 무슨 존나 쎈 놈인 것 마냥 거들먹거렸다. 처음 봤을 때 그냥 지나가겠거니 했는데 갑자기 내 앞에 서서는 시비를 트는 것이다.
“야, 네가 걔냐? 요즘 교복입고 돌아다닌다는 창녀.”
딱히 이 무리의 리더로 보이지는 않았는데 앞잡이라도 되는지 먼저 다가와서는 그림자를 드리우면서 고개를 높였다. 여자애들은 뒤에서 지들끼리 떠들며 시끄럽게 하고 있었다. 일단 난 가만히 음료수나 계속 마셨다. 귀찮은 건 질색이다.“야.”
그런데 이 개새끼들이 좆같이 굴었다. 남은 한 모금 마시려고 음료수를 입에 가져가댔는데 딱 그 타이밍에 발끝으로 캔의 밑을 툭 건드린 것이다. 덕분에 목구멍으로 넘어가야 할 음료수가 내 교복에 쏟아졌다. 목까지 젖은 건 덤이었다.
“야! 이 창년 속옷 개쩌는데!”
뿐만 아니라 젖은 부분으로 내가 입은 속옷이 일부 비추어졌다. 안그래도 얇은 교복셔츠라서 축축해지며 피부에 달라붙었고 레이스 달린 남색의 속옷이 제대로 셔츠 겉으로 비추어 보였다. 오늘 짜증나는 일이 있었던 덕분에 벌써 한계였다. 대충 캔을 던지고 자리에서 일어나 목을 풀었다.
“하, 시발. 진짜 오늘 기분 개 좆같이 만드네. 김치찌개 존나 땡기네.”
“갑자기 뭔 지.”
‘픽.’
이런 애새끼들은 간단하다. 그냥 힘으로 보여주면 그만이었다. 그래서 주머니에 소지하고 있던 단도를 꺼내 남자애가 입고 있던 교복 넥타이를 끊는 동시에 코끝을 살짝 베어주었다. 나한테는 일반적인 속도였지만 이런 애새끼들한테는 정말 순간의 찰나였을 것이다. 그 증거로 베이고도 조금 뒤에야 반응이 일었다.
“뭐, 뭔?”
“육수는 니 피로 내려고. 똑같이 빨간색이니까.”
그 뒤에는 바로 주먹을 꽂았다. 내가 벤 코를 향해서. 꽤나 강하게 때려주어서 맞자마자 나가 떨어졌다. 그걸 본 다른 놈들이 멍한 표정을 짓다가 자신의 상황을 늦게서야 받아들이고 내게로 덤벼들었다.
“이 창년이!”
똑같이 주먹으로 대응하는데 내 눈에는 그게 느려보였다. 몸을 움직이지 않고 고개만 움직여 피하고 단도로 똑같이 때릴 곳을 마킹하듯 베고 주먹으로 때려 눕혔다. 그럼에도 이 애새끼들은 멈추지 않았다. 자존심 때문인지 몰라도 난 이 발정난 놈들을 단단히 족쳐놓기로 결정했다. 다시는 깝치지 못하게. 상황은 완전히 반전되었다. 이제 날 상대로 긴장해야 했다. 두 놈까지 때려눕힌 나는 멈추지 않았다. 물 흐르듯 몸을 움직이며 살짝 베고 때리기를 반복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7초? 그거면 충분했다. 남은 남자애 3명도 족쳐서 땅바닥에 눕혀주었다.
“......야.”
식상한 싸움을 끝내고 바로 옆에서 비웃으며 지켜보다가 이제서야 표정이 좀 보기좋게 바뀐 여자애들을 불렀다. 그녀들은 내리깔은 내 목소리를 들으며 벌벌 떨었다.
“휴대폰 가진거 다 내놔.”
그걸 이용해 휴대폰들을 뺏은 다음 보는 앞에서 부숴버렸다. 저장장치로 보이는 부분은 특히. 연락이나 혹시 모를 사진과 동영상을 쓰지 못하게 할 셈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협박을 덧붙였다.
“여기에 니네같은 다른 병신새끼들 알고 있으면 전해둬. 나 건들면 뒤진다고.”
그리고 거리를 빠져나왔다. 젖어버린 교복, 깔끔하게 버리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아예 교복을 입지 않기로 했다. 이런걸 입고 다니니 저딴 애새끼 같은 병신들에게 깔보이지. 대충 교복을 팔로 가리며 속옷이 보이지 않게 조심하고 근처의 옷가게로 들어갔다. 아예 스타일을 바꿔보기로 했다. 움직이기 편하게 짧은 핫팬츠와 스타킹, 위에는 탱크톱과 함께 짧은 가죽 재킷을 걸쳤다. 패션에 젬병이라서 그냥 어른스러워 보이는 걸 골라 입었다. 솔직히 후드자켓보다는 불편했지만 당분간은 이렇게 다니며 저런 애새끼들과의 마찰은 피할 생각이었다. 혼자 살거나 다 큰 성인들은 몰라도 학생인 애들은 죽여버리면 뒷처리 과정이 조금 복잡하니까.
입었었던 교복은 대충 쓰레기통에 버리고 저녁으로 김치찌개를 먹은뒤 마지막 손님을 맞이하러 갔다. 역시 모텔이었는데 이런 우연이 있나, 낮에 관심을 보였다가 그냥 지나가버린 그곳이었다. 잘됐다고 생각했다. 안으로 들어가면서 대충 훑어보기로 했다.
6층은 PC방, 7층은 노래방, 1층부터가 모텔이었는데 일단 모두 한 사람이 관리한다는 게 보였다. PC방은 수입원으로 연 것인지는 몰라도 7층은 여자들이 대기하는 술집이었고 모텔도 1,2,3층은 일반적인 그 모텔인데 4층부터가 섹스를 목적으로 차린 곳이었다. 딱 말해서 촌이라는 소리다. 내가 연락받은 호실은 3층의 구석진 끝쪽이었다. 이 곳의 여자가 아닌 일반인으로 왔으니 3층.
예약된 남자의 이름을 말하고 들어가 호실의 열린 문으로 들어가자 샤워실에서 씻는 소리가 들려왔다. 먼저 도착한 것이다. 문을 닫고 침대와 소파, 야동이라도 틀고 보라는 건지 컴퓨터 한 대가 있었다. TV는 없었다. 그 중에 내 눈에 띄인 것은 침대 위에 있는 종이가방이었다. 슬쩍 안을 보자 생각했던대로 섹스할 때 입을 코스프레용 옷들이 잔뜩이었다. 바니걸부터 해서 메이드, 간호사까지. 이 새끼, 자주 했나 보네. 이런 취향도 난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고 돈만 받을 수 있다면 딱히 상관이 없었다.
“어라? 왔구나?”
어떤 옷들이 있나하면서 기다리는데 남자가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최소한 수건이라도 걸치고 나올 줄 알았는데 그러기는 커녕 당당히 꼬추를 보이면서 알몸으로 나왔다. 근육덩어리까지는 아니었지만 다부지면서 상처가 좀 많은 몸이었고 얼굴은 30대 초반으로 보였다.
“씻을 거야?”
“응, 나도 씻어야겠지.”
“그럼 씻고나와. 기다릴게. 하하!”
웃음이 많은 남자였다. 거기다가 편안한 분위기까지 띄우는데 어째선지 거북함이 들었다. 분명 처음 만나는 남자인데 어디선가 본 것 같기도 하고. 착각일 것이다. 아마도.
옷을 벗어 던지고 안으로 들어가 샤워를 했다. 쏟았던 음료수의 흔적들을 닦아내고 샴푸와 바디워시를 써서 구석구석 깨끗이 닦았다. 그리고 바로 나와서 섹스를 하려는데 이건 또 무슨 경우인지 아까 봤었던 남자는 없고 침대 위에 편지 하나와 돈이 놓여 있었다. 들어서 내용을 보니 잠깐 편의점을 갔다 오겠다며 조금 기다려 달라는 말과 함께 아무 의상이나 입고 있어 달라는 내용이었다. 담배라도 사러 간 거겠지 생각하며 돈을 미리 챙기고 의상 중에서 그나마 편한 하얀색과 빨간색이 어우러진 코스프레용 간호사복을 입었다. 그리고서 그를 기다렸는데 담배를 사러 간 것 치고는 점점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전화를 해봐야 하나? 아니면 조금 더 기다릴까. 무슨 편의점을 멀리라도 쳐 간건가. 이런식으로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하다가 안되겠다 싶어서 전화를 하려던 찰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드디어 왔구나 생각하며 문으로 다가갔다.
“네, 열어드릴게요.”
손잡이를 잡고 이제 섹스나 하고 가자 하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는데 정말 오늘 무슨 날이라도 되는 건지 이상한 일들이 벌어졌다. 남자대신 한 여자가 서 있었다. 이 여자도 30대의 중후반으로 보였다. 고급진 집의 아줌마는 아닌것 같은데 붉은색의 드레스를 걸치고 있는 여자였다. 한 손에는 전자담배를 쥐고 있었다.
“어머......예쁜 아이네.”
“.....뭐야? 아줌마는?”
“나? 아마 앞으로 너의 주인될 사람.”
“뭐? 그건 무슨 개소리야? 약 한 사발 쳐먹었어?”
“버릇없는 아이네. 얼추 들었기는 했지만.”
“진짜로 약 쳐먹었나 보네. 내가 더 쩌는 약으로 잠재워 줄까?”
“일단 들어가서 얘기했으면 해. 너, 원래는 여기 있던 남자를 만나러 온거지?”
“......”
“숨기지 않아도 돼, 해코지라던가 그런게 아니라 너한테 제의를 할 생각이니까?”
“제의? 아줌마 미친년이야?”
수상쩍었다. 머릿속으로 이 여자를 어떻게 해야할 지와 무슨 제의인지 궁금해하는 생각들이 오고갔다. 지금의 나에게는 주의할 것들이 너무도 많았다. 그냥 비키라고 하고 지나칠까? 그러기에는 사둔 옷들이 안에 있었다. 동시에 칼도. 여러 고민 끝에 들어보기로 했다. 내 옷을 입으며 칼을 쥐고 있으면 언제든지 죽여버릴 수 있으니까.
“좋아, 들어와.”
“내 가게인데 허락을 맡아야 하는건 처음이네.”
“당신 가게? 여기 건물?”
“응.”
점장이라는 소리다. 점장이 이 방에는 왜 온거지? 일단 안으로 들이고 그녀가 보는 앞에서 옷을 갈아입으며 품 안에 있는 칼을 단단히 쥐었다.
“자, 얘기해봐. 제의가 뭔지.”
그녀가 전자담배를 한 모금 마시고 뱉었다. 하얀색 연기가 열린 창문으로 빠져나갔다.
“우리 가게에서 일했으면 해.”
“가게? 여기서 몸팔라는 거야?”
“그것도 있고 다른 것도 있고.”
“다른 거?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우리는 너에 대해서 알고 있어. 최근 한 고등학생이 인기있는 서열에 올랐거든.”
“그게 나라는 소리지? 애초에 몸 파는거에 서열이 있다는 게 웃긴데.”
“뿐만 아니라 너가 여기에 와서 여러 사람을 죽였다는 것도.”
‘픽.’
망설임없이 칼을 뽑았다. 이 여자, 뭐야. 나에 대해서 상상 이상으로 알고 있었다. 내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나의 칼이 그녀의 드레스 자락을 베고 목을 겨누었다.
“당신 뭐야?”
“나? 이 가게 주인.”
“시답잖은 소리하지마!”
“......정말이야. 난 이 가게에서 PC방, 노래방, 그리고 여러 불쌍한 여자아이들을 거둬서 보살피고 있는 점장이야. 물론 몸을파는 일을 시키기는 하지만 착실하게 돈은 주고 있어.”
“지랄하네. 지금 당장이라도 죽여줄까?”
“죽이면 네가 곤란할거야. 100%”
“......”
젠장, 함부로 대할 수가 없었다. 이 여자, 거짓말이 아니다. 섣불리 건드렸다가 정말로 무언가 있을 것 같았다. 뭔가 있다. 그런데 알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선택한 것은 한발 물러서는 것이었다. 칼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목소리와 눈빛을 조금 죽였다.
“내가 제의할 것은 네가 여기에 정식으로 일하는 거야. 그저 정처없이 떠돌아다니면서 번거롭게 연락받으며 일하는 것보다 안정된 손님들이 오는 이곳이 더 나을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알겠고 마저 얘기나 하시지. 다른 것도 있다고 했잖아.”
“응. 흥미 있을거라고 생각해.”
“물건이라도 훔쳐줘?”
“사람을 죽여줘.”
......생각 이상의 제의에 정신이 한순간 아득했다. 물건을 훔쳐달라거나 누굴 패달라는 것이 아닌 사람을 죽여달라는 소리. 개소리인줄 알았는데 현실이었다.
“아줌마. 내가 누군지 알고 있는거야?”
“정확히는 몰라. 나도 그이한테 소개받은 것뿐이니까.”
“그이?”
“원래라면 여기서 너와 섹스를 할 남자.”
역시 연관되어 있었다.
“그 남자가 뭐하는 새낀데?”
“나랑 연이 있으면서 서로 돕고사는 사이 정도.”
“그 새끼는 또 정체가 뭐야? 빨리 불어.”
“다 말해주지는 못하겠지만 꽤 높은신 분이라는 것과 너와 연관되어 있는 사람이라고만 말해둘게.”
“나랑 연관되어 있다고?”
아빠새끼랑 살았을 때 만났던 놈인가? 그 때 구경차 혹은 내 어린 몸을 탐하고자 찾아왔던 윗선 새끼들이 몇 있었기는 했다. 그런데 그 속에서도 오늘 본 남자의 얼굴은 없었다. 전혀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아무리 기억을 되짚어봐도 마찬가지. 궁금해 미칠 것 같았다.
“어때? 나랑 일할래? 강제는 아니야 떠나도 좋아.”
“......”
솔직히 제의는 나쁘지 않았다. 나에게는 돈을 벌 수 있는 안정적인 수단이 생기는 것이었다. 거기가 사람을 죽여달라는 건 청부살인이라는 소리고 보수도 좋겠지. 하지만 난 이 여자에 대해서 아는게 너무도 없었다. 즉, 리스크가 크다. 그런데 도망치기도 뭐같은게 그 남자가 나랑 연관되어 있다는 것부터 꺼림칙했다. 그 증거 중 하나로 아줌마가 자신을 해치면 곤란할 거라는 소리였다. 젠장. 머리로 이익계산이 전혀 되지 않았다.
“그 남자에 대해서 더 알려줘.”
“제의를 받아들이고 일하면 차츰 알려줄게.”
“정보가 먼저야.”
“받아들이는게 먼저야.”
팽팽했다. 너무도 빡쎈 신경전이었다. 한 치라도 물러서려하지 않았다. 무조건 내가 우위를 점하고 들어가야 했다. 그래서 계속 목에 겨눈 칼을 물리지 않았는데 그녀도 만만치 않았다. 당장 목이 그여져 죽을 수도 있는데 눈동자 하나 흐트려지지 않았다. 전혀 두렵지 않는다는 듯 숨도 잔잔하게 쉬고 있었다. 시발.
“......제의를 받아들이면 어떤 걸 알려줄건데?”
“그 남자가 최근에 널 도와준 거.”
“도와줘? 날?”
어째 갈수록 새로운 말들이 나오고 있었다. 구라일 수도 있지만 전혀 거짓말 같지가 않았다. 그런 분위기가 이 여자에게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수차례 돌아가는 머릿속의 생각, 이런것에 있어서는 아빠새끼한테 훈련을 받은 것도 없었고 경험도 적었다. 더럽게 꼬이네. 점점 생각이 꼬였갔다. 그 남자는 또 뭔데? 시발!
“......받아들일게. 그러니까 알려줘.”
고민이 끝났을 때, 나는 칼을 내렸다. 일단 손해볼 건 없어보였다. 애초에 내가 손해볼 장사도 아니었다. 오히려 이득뿐이었는데 꺼림칙해서 문제였다. 그 꺼림칙한 이유를 알고 싶었다.
“후훗. 잘 생각했어.”
“빨리 알려달라니까!”
“참 급한 아이네. 간단히 말하자면.......”
“뜸 들이지마.”
“너의 보호자랄까. 오늘 아침만 해도 사람 한 명 죽였지?”
그것까지 알고 있다고? 점점 소름이 끼쳤다.
“그 일은 뉴스에 떠도 세상이 끝날 때까지 그 누구도 너가 저질렀다는 건 모를거야.”
“모른다고?”
“흔적들을 조작했거든. 그 남자가.”
......그것 참 소름돋네. 내가 벌인 일을 조작했다고?
“다른 놈한테 덤탱이 씌운거야?”
“그건 아니야. 이미 너도 뒷처리를 잘해서 잡기 어려운데 그걸 더 꼬아서 아예 잡지 못하도록 조치를 해둔거지.”
“뭐 때문에?”
“그건 일하면서 차츰 알아가자.”
아무튼, 난 이 알 수 없는 여자와 함께 일하게되었다. 아빠새끼한테 벗어나고서 처음으로 어딘가에 소속된 것이다. 불안한 구석이 있기는 했지만 내가 벌인 일들도 있고 해서 한 곳에 당분간은 정착하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아보였다. 그렇게 나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